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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4화)
5. 전직(3)
블랙스타는 계속 귀를 때리는 안내음과 주변에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꿈이라 치부하고 멍하니 몇 분간을 가만히 있다가 볼을 힘껏 꼬집고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음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구나,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아니 잠깐, 싱크로율 10%인데?’
이윽고 몇 초 동안 눈을 감고 있던 블랙스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지옥 같은 상황이 실제임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인벤토리를 열어 보았다.
<필통>
종류 : 주머니
소유자 : 블랙스타
설명 : 학생의 필수 필기구들이 들어 있다.
-소유자와 5m 이상의 거리에 있을 시 소유자에게 자동 귀환.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드롭이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들어 있는 아이템 목록]
<샤프>
<형광펜>
<지우개>
<컴퓨터용 사인펜>
<수정테이프>
<공부의 길>
종류 : 무기
물리 공격력 : 사용자의 레벨×7
마법 공격력 : 사용자의 레벨×6
소유자 : 블랙스타
설명 : 공부의 필수품. 각 과목별 책에 대한 정보가 내장되어 있다. 책의 이름을 말하면 내용이 그 책으로 바뀐다.
-소유자와 5m 이상의 거리에 있을 시 소유자에게 자동 귀환.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드롭이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저장되어 있는 책 목록]
<수학 마스터>
<수학 참고서>
<영어 사전>
<영어 참고서>
<정체불명의 시집>
<국어 참고서>
<사탐과목! 100일 만에 당신을 사탐과목의 마스터로!>
<랜덤 과자상자>
종류 : 소모품
설명 : 열 때마다 무작위로 과자 하나를 꺼낼 수 있는 신기한 상자. 1시간에 1번 열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매점에서 파는 것들과 동일하다는 것을 명심하라.
<학생증>
종류 : 특수
설명 : 학생임을 증명하는 카드. 앞면에는 증명사진과 함께 이름이 적혀 있으며, 뒷면에는 바코드와 함께 학생 번호가 적혀 있다. 탐구자마다 고유의 코드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가지고 다니면 의외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유자와 5m 이상의 거리에 있을 시 소유자에게 자동 귀환.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드롭이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이거 너무 본격적이잖아…….”
블랙스타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Jobmaster라는 인간이 그냥 짤막하게 시험이라고 적어 놓았길래 얼굴 마주 보고 기본적인 문제를 물어본다든가 필기시험이라든가 성향을 테스트할 때 했었던 심리테스트라든가, 아니면 상식 문제 몇 개를 종이에 내고 그것을 몇 점이나 맞는지 테스트하는 것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세상에, 마법에 대한 최소 학력 요구치가 중학교 수학이길래 그저 가벼운 시험이거니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수능이다!
지금 저 아이템들은 학창시절 때에 항상 자신의 곁에서 있던 물건들이 아닌가.
저것들을 게임에서까지 봐야 한다니!
그냥 아까 보았었던 동영상에 나오는 노인처럼 하얀 반투명한 창이 떠오르고 거기다가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계산을 하고…… 의외로 멋들어진 그 모습을 보고 시험도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전부 착각이었다!
“그냥 캐삭빵을 하고 말지 수능 끝난 지 얼마 안 된 인간한테 수능을 또 하라고?!”
가뜩이나 수능 때문에 상처도 많은 상태.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다니!
이런 말이 있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사람이 절대 꾸고 싶지 않은 꿈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고!
그렇다면 고3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답한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서 매일매일 2시간씩 자면서 밤샘공부를 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꿈을 절대로 꾸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블랙스타는 수능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놈이다!
블랙스타는 이를 악물고 문으로 보이는 곳을 향해 뛰었다!
앞에 문으로 보이는 듯한 공간으로 미칠 듯한 스피드로 뛰어갔다. 레벨 1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너무나도 날쌘 움직임으로 말이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잠재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던가? 인간의 잠재능력에 대해서 연구하던 학자가 본다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나의 실험대상이 되어 달라고 무릎을 꿇으면서 빌 정도의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철컥, 철컥!
“아, 안 되잖아?!”
도망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분명 당기면 열릴 법한 문은 굳게 닫힌 채로 열리지 않았으며 문고리는 계속 헛돌았다. 이쯤 되면 공포심까지 생길 정도. 블랙스타는 시퍼렇게 변한 얼굴로 자신이 당기고 있는 문고리를 쳐다보았다.
문고리에 피로 무언가가 쓰여 있다.
시험을 보지 않은 자, 빛을 볼 수 없으리라! 각 방마다 하나의 과목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사탐을 제외한 과목들의 커트라인은 80점. 그 이하는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되리라!
블랙스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서 문을 쳐다보았다.
언어영역 보고 나가라.
아니나 다를까,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글자.
이쯤 되면 공포를 넘어서 경악이다.
“안 돼! 나는 시험 보기 싫어! 시험 보기 싫다고!”
[정해진 시동어를 외치셨으므로 소환 마법이 작동합니다.]
블랙스타는 절규를 외쳤으나, 그 외침이 메아리처럼 방에 퍼진지 정확히 3초 만에 그의 귀에 안내음이 들려왔다.
슈우우…….
이윽고 그의 눈앞에는 동그란 마법진이 새겨지고, 그것에 박혀 있는 룬은 환하게 빛을 뿜으면서 무언가 하나를 소환해 냈다.
둘둘 말려 있는 종이뭉치.
“설마……?”
블랙스타는 설마, 설마……를 중얼거리며 종이뭉치를 펼쳐보았다.
언어영역 기출문제
난이도 : 下
문항수 50
배점 100
시간 80분
“억! 이런 미친! 이런 치밀한!”
경악!
그저 경악할 수밖에 상황!
시험 보기를 거부하고 도망가려는 사람에 대한 대비책으로 시험을 보기 싫다는 말을 시험 시작 키워드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이건 치밀한 정도가 아니라, 악마다!
블랙스타는 종이뭉치를 펼쳐 보고는 기겁을 하면서 종이뭉치를 저 멀리로 집어던졌다.
[언어영역 기출문제를 제한 시간 내에 다 풀지 않을 시 패널티가 주어집니다. 남은시간은 80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우습다는 듯 귀에 경고를 날리는 안내음.
그에게 선택지는 단 하나, 문제를 푸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블랙스타는 인정 못하겠다는 듯, 공부란 질색이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집어던진 시험지 가까이에 가는 것을 거부하였다.
[패널티는 ‘1회 사망’과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패널티 랜덤 부여’입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리는 안내음.
블랙스타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시험지를 집어 들었다.
“……헉!”
하지만, 어려웠다.
수능과 거의 비슷한 난이도.
이것을 문제라고 풀라고 준 것이다!
순간적으로 블랙스타의 눈에는 시험지가 까만 글자로 만들어진 선과 하얀 종이의 여백이 적절하게 섞여져 만들어진 악마의 모습으로 보였다.
“으아아악!”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01~03)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만으로도 조직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를 만들어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사람이 만든 가장 큰 공동체는 사회이며 사회는 가장 큰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부모에 의해 태어나서 형제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며 산다. 그들은 교육을 받고 성장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게 된다. 여기서 가정도 조직이고 학교도 조직이며 생계를 위한 활동도 조직을 통하여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조직들은 규모의 정도, 규범성 여부 또한 기능면에서 모두 다르다. 가정은 규모면에서는 소규모이고 규범성 여부로 볼 때는 비규범적 조직이며, 학교는 일반적으로 중규모이고, 규범적 조직이다. 그리고 생계유지를 위해 기업에 들어갔다면 기업은 대규모이며 규범적, 경제적 조직이다.
조직과 인간의 관계를 요약해 보면 조직의 인간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며, 인간은 조직에 귀속된다.
조직이 존재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설명할 수 있다.
㉮ 사회적 이유 : 개인은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그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한다. 우리가 이해관계가 없는 작고 큰 모임(예를 들면 동창회, 향우회 등)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학습적 이유 : 사람은 보다 보람 있는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조직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조직에 가입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 또는 기술을 얻을 수 있다.
㉰ 경제적 이유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돈은 공기나 물 못지않게 중요하다. 오늘날의 경제 체제하에서 혼자 경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직을 통해서만 경제 활동이 가능하므로 조직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01. 두 번째 문단에 알맞은 소제목은 무엇인가?
① 조직과 사람의 관계
② 조직의 근본
③ 조직의 존재 이유
④ 조직의 효율성
⑤ 조직의 사회적 중요성
-02. [주관식 1] 조직의 정의를 30자 내외로 쓰시오
-03. <보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발언을 한 사람을 선택하시오.
① 영수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을 이루는구나! 하지만 나는 사방이 적인데. 어떻게 하지?!
② 은지 : 조직은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자각할 수 있는 것이구나. 나는 가정과 학교에 소속되어 있으니, 나는 가정과 학교라는 집단에서의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는 건가?
③ 영박 : 조직을 통해서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구! 경제적 의미의 조직은 그다지 쓸모가 없어! 경제는 나에게만 맡기면 된다구!
④ 건마 : 사람은 혼자로는 많은 학습을 할 수 없어. 학습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조직에 들어야 해. 나 역시도 많은 기술을 조직에서 배웠거든!
⑤ 세미 : 조직 중 가정은 소규모로구나.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어. 나는 그저 가정은 가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장난전화를 걸었을 뿐인데, 이제부터는 그래서는 안 되겠어!
“아…… 초판부터…….”
블랙스타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문제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문제는 풀기는 풀어야 한다.
풀지 않으면 고자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에휴…… 풀자…….”
블랙스타는 한숨을 내쉬고는 집중해서 빠르게 문제를 풀어 나갔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48~50)
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돌덩이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길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에 통나무로 막은 문 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엿보인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로 짐작하여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며칠 전까지 있었던 모양이군. 그놈이나 매한가지지 하고 사닥다리를 내려서자마자 조그만 구멍으로 다시 끌어올리며 서로 주고받던 그자들의 대화가 아직도 귀에 익다. 그놈이라고 불린 사람이 바로 총살 직전에 내가 목격하고 필사적으로 놈들의 사수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던 그 사람이었을까…… 만일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또 어떤 사람이었을까…… 몸이 떨린다. 뼛속까지 얼음이 박힌 것 같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