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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8화)
6. 스킬(3)
“사람이 참 좋구만.”
남자는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저 사람, 직업이 뭐라고 했더라……? 탐구자……던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던 남자는 블랙스타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고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탐구자가 뭐지?”
남자는 마법사 길드의 직원들이 느꼈던 그 기분을 그대로 느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남자가 탐구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생각해 내고 있는 동안, 블랙스타는 신전에 도착했다.
끼이익―
“안녕하십니까∼.”
웅장한 성당에 울려 퍼지는 소리.
블랙스타는 하얀색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 있는 웅장한 신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느끼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네……. 신성 마법은 못 배우는 건가.”
“아니요. 배우실 수 있습니다.”
흠칫!
중얼거림에 답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났다!
블랙스타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대략 초등학교 4, 5학년 정도로 보이는 작은 남자아이가 방긋 미소 지으면서 서 있었다.
“휴우. 깜짝 놀랐네……. 저기, 스킬 목록을 보여 주지 않겠니?”
블랙스타는 상냥한 말투로 아이에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아이는 방긋 웃으면서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주면서 말했다.
“피 냄새가 나네요. 탄 냄새도 같이 나시는 것으로 보아서, 사람 하나를 태워 죽이셨군요. 업보의 대가가 쌓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죄인을 죽이신 것 같은데…….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충고를 해 드리고 싶지만, 당신의 운명은 사람을 죽여야 할 운명이라서 그 충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업보를 심판하는 눈은 언제나 하늘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철렁!
블랙스타는 남자아이의 말을 듣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술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을 PK한 놈을 올무로 붙잡은 후 불에 태워서 죽여 버린 일.
분명히 완전범죄인데, 거기다가 간접살인인데!
저 꼬마아이는 어떻게 그것을 아는 것인가!
“세리안 여신님을 모시는 저희 사제들은 사람들의 품에 풍기는 피의 냄새와 업보의 기운에 민감하답니다.”
남자아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방긋 웃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신전은 위험한 곳이었지. 까먹고 있었군…….’
블랙스타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신전.
선 속성의 유저들에게는 최고의 장소.
사제들이 치료를 해 주기도 하고, 약간의 돈을 받고 버프까지 걸어 준다. 거기다가 평화로운 분위기에다가 아리따운 여자들이 성직자들을 많이 하는 이유 때문에 눈까지 즐겁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결코 들러선 안 되는 곳.
죽인 사람의 숫자, 죽인 방법까지 다 알아채는 놈들이 즐비한 곳.
그 말인즉 자신이 누군지 숨기고 활동하는 살인자들로써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파티 사냥을 하다가 신전으로 와서 회복과 버프를 하고 다시 사냥을 가기로 했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사제가 와서 당신은 몇 명을 죽였고, 어떻게 어떻게 죽였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파티 파토 나는 거다.
파토만 나나?
운이 나쁘면 파티원이었던 놈들의 공격을 받아서 사망할 수도 있다.
블랙스타는 방긋 웃고 있는 남자아이를 한번 보고는, 종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성 마법 스킬 목록
1. 큐어 [사용 마나 : 30]
상태이상을 치료합니다.
화상, 빙결, 둔화, 감전, 독 등 여러 가지 상태이상을 치료합니다.
숙련도가 높으면 더 높은 단계의 상태이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2. 힐 [사용 마나 : 30]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시전자 혹은 다른 생명체의 생명력을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언데드에게 사용할 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높으면 힐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3. 클린 [사용 마나 : 10]
오염된 물체를 깨끗하게 만듭니다.
오염되어 있는 물체에 사용할 시 새것처럼 깨끗하게 변합니다.
언데드에게 사용할 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높으면 클린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4. 프로텍션 [사용 마나 : 50]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물리 공격, 마법 공격 전부를 방어할 수 있으며 어둠 속성의 공격에 탁월한 방어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량의 충격이 쌓이면 깨지게 됩니다.
숙련도가 높아질 시 강도가 강해집니다.
“흐음…….”
블랙스타는 아까 검사 길드에서처럼 종이를 보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신성 마법 계열은 쓸 만한 것이 많았다.
큐어의 경우를 보라.
상태이상 치료?
거기다가 숙련도가 높으면 더 높은 상태이상 치료 가능?
성직자를 왜 껴 주는가?
버프 때문에?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포션 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성직자들의 회복 스킬들. 그것들의 효율은 장난이 아니다.
성직자를 데리고 가는 것과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심하면 성직자를 데리고 다니면 성직자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돈을 네 배는 빨리 번다는 말이 생겼겠는가?
성직자는 곧 회복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 성직자들의 스킬 중에서도 정점이라 불리는 스킬 몇 개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큐어.
저레벨 스킬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효율성을 자랑한다.
화상, 빙결, 기절, 독, 암흑, 출혈, 둔화, 감전, 저주…….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짜증나고 무서운 상태이상들.
큐어 하나만 있으면 그것들에 대한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도 대단하지…….’
힐.
모든 게임에서 성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다.
생명력 회복.
이것을 가지고 있다면 포션 값을 엄청나게 아낄 수 있다.
거기다가 포션 값만 아낄 수 있는가?
아니다! 언데드 몬스터를 잡을 때에도 쓸 만하다!
일석이조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클린?
오염된 물체를 깨끗하게 만든다, 라는 짧은 설명.
하지만 블랙스타는 클린의 효율성을 동영상으로 봤었다.
클린을 수시로 장비에 사용하면 내구도가 닳는 것이 느려진다. 수리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뿐이냐? 약한 저주가 걸린 물품이라던가, 약한 독이 들어 있는 음식 같은 경우에는 클린 한 번에 깨끗해진다.
거기다가 언데드 몬스터를 잡을 때에는 데미지를 주는 것 외에도 언데드 몬스터의 스텟을 일정 퍼센트로 감소시켜 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텍션!
시전자의 몸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 내에 반구(半球) 형태의 방어막을 만드는 스킬.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한 곳이나, 위급한 상황 같은 때에 사용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스킬이다.
타이밍 좋게 쓴다면 엄청난 효율성을 보일 수 있는 스킬.
물론 1단계 스킬이기 때문에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그거야 숙련도를 높이면 되는 것이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뭐로 해야 할까…….’
엄청난 쓰임새, 엄청난 효율성.
스킬들이 하나같이 다 쓸모가 있었다.
‘전부 다 고르고 싶은데…….’
하지만 고를 수 있는 스킬은 단 두 개.
한참을 고민하던 블랙스타는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힐이랑 프로텍션을 다오.”
“알겠습니다.”
블랙스타의 말과 함께 보라색의 빛나는 가루가 그림을 그렸고, 이윽고 황금빛으로 번쩍 빛나면서 사라졌다.
[스킬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블랙스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내음이 들려왔다.
블랙스타는 재빨리 남자아이에게 손을 대충 흔들어 주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살인자에게는 정말 짜증나는 장소인 신전 안에 더 이상 있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제 스킬을 익힐 수 있는 건 다 익혔나.”
블랙스타는 신전에 나오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크크크크크크…….”
그리고, 광소(狂笑)를 터트렸다.
잡화점에서 나오자마자 PK를 당한 후 부활하자마자 터트린 마소(魔笑)에 전혀 꿀리지 않는 사악함이 가득 담겨 있는 웃음!
블랙스타를 건드린 이들이여,
그대들에게 애도를 표하노라.
***
현성이 게임에서 마왕화(魔王化)가 되고 있을 때, 여자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아이들.
나이는 대충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본 노인 몇몇이 쯧쯧 하고 혀를 차기도 했으나, 여자애들은 오히려 그런 노인들을 비웃어 주면서 대화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녁 7시.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전부 다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짧은 단발머리에 파란색 상의,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다.
현성이 거는 말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간 그의 동생, 혜은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혜은을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분홍색 코트를 입고 있는 아이.
혜은과 친한 사이로 보였다.
혜은은 분홍색 코트를 입고 있는 아이와 한참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다. 한참 동안 혜은과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는 갑자기 혜은에게 웃으며 질문했다.
“아, 혜은아. 그러고 보니 너 오빠가 있었지?”
혜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는 화색이 돈 얼굴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오빠한테 아는 친구들 중에 잘생긴 킹카들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해 줘. 응?”
혜은은 머릿속에 현성과 엄청나게 친한 사이인 김제헌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떠올랐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안 돼, 아현아……. 요즘 오빠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서.”
아현이라고 불린 여자애는 혜은의 말에 약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도 못 고친 거야?”
사실 혜은에게는 정신질환이 있었다.
부모님 때문에 생긴 병.
혜은이 어릴 적에, 부모님들은 쓰레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거의 세뇌하듯이 매일매일 말했고, 그 일로 완벽을 추구하고, 완벽이 아닌 것은 혐오하게 되는 정신질환까지 생긴 것이다.
“오빠 얼굴만 보면 이상하게 화가 솟아서…….”
혜은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현에게 말했다.
사실 혜은으로서도 현성에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혈육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면서 부모님이 자신에게 해 왔던 많은 말들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고, 얼마나 편협한 시선에서 한 말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매일 현성을 겨냥한 독설과 철저하게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낸 결론만을 아이에게 가르친 부모님.
그 부모님들의 사상을 매일매일 듣고 자라난 혜은으로써는 그것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뿌리 깊게 부모님의 악의가 혜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에휴……. 고치긴 고쳐야 하는데…….”
아현은 한숨을 내쉬는 혜은을 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 혜은.
물론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것이라든가, 혜은의 부모님이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든가 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 왔었다.
혜은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즉 10살 때부터 친하게 지낸 9년지기 친구.
그런 만큼 혜은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혜은 자신의 문제라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옆에 있어 주는 것뿐.
“혜은아. 우리 공원이나 가자.”
아현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혜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밝은 어조로 말했다.
혜은은 아현의 말을 듣고는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