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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9화)
6. 스킬(4)


‘현재 시간은 저녁 7시. 겨울이라서 해가 빨리 떨어진 상태. 거기다가 겨울은 날씨가 쌀쌀해지기 때문에 저녁때는 사람이 별로 없지. 그렇다면 불량배들이 공원에 이 시간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 우리는 여자밖에 없으니까 공원에 가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는 않을 거야.’
혜은은 재빨리 결론을 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공원엔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람도 별로 없을 테고, 불량배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우리 경찰서 옆에 있는 오락실이나 가자.”
혜은의 말을 듣고 납득한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았어. 오락실이나 가자. 요즘 이 거리에도 불량배가 많아져서……. 뭐, 오늘 너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오늘 내가 통 크게…….”
“통 크게?”
아현의 말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혜은!
아현은 기회다, 하고 치고 올라오는 혜은을 보고는 ‘내가 오락실 쏠게’라는 말을 목구멍 안으로 다시 삼키고 하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놀아 본다고.”
“칫.”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혜은.
역시 혈통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자기 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산 것들을 좋아하는 현성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모습!
물론 현성보다는 사악하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 가자. 네가 쏘지 않겠다니까 약간 실망이긴 한데…….”
……뒤끝 있는 것은 똑같았다.
‘야, 너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아현은 가까스로 혜은에게 뱉을 뻔한 말을 목구멍 안으로 삼키고 어색하게 웃었다.
둘은 나란히 오락실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던 혜은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얀 오빠!”
멀리서 걷고 있던 하얀이라고 불린 남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혜은이 시야에 들어오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 혜은이네?”
하얀은 천천히 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둘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얀의 옷차림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얀은 반팔에 반바지, 거기다가 샌들까지 신고 있었다. 분명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얀 오빠. 지금 옷차림이 왜…….”
혜은은 멍한 표정으로 하얀에게 옷차림이 왜 그런지 물었다. 그러자 하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아, 이거? 더워서.”
“…….”
“…….”
둘은 어이없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일기예보에서 분명히 저녁때부터 영하 1도가 된다고 했었는데…….”
아현이 못 믿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하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지금 영하 1도 맞을걸?”
“…….”
“…….”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하얀은 둘의 반응을 보고는 머리를 두어 번 긁적였다.
“뭐, 내 옷차림은 그렇다 치고…… 그나저나 너희들 어디 가냐?”
“오락실이요.”
아현이 대답했다. 그러자 하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오늘은 날이 좋지가 않아.”
그러자 아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하얀은 아현의 물음에 단호한 얼굴로 소리쳤다.
“오늘 아침에 점을 쳐 봤는데 흉(凶)이 나왔거든.”
“…….”
“…….”
그 말에 다시 한 번 주변이 얼어붙었다.
하얀은 멋쩍은 듯 볼을 긁었다.
“진짠데…….”
“…….”
“…….”
한참 동안의 침묵.
위이잉.
그 순간, 혜은의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진동했다. 혜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혜은이니?
혜은은 전화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에 활짝 웃었다.
“세린 언니!”
―응, 나야.
“무슨 일이야?”
―음, 그게…… 여기서 말하기는 뭣한데…… 우리 집으로 와. 거기서 이야기하자.
“응? 알았어.”
혜은은 세린이라고 불린 여자와 아주 짧은 통화, 정확한 시간으로 따지면 6초간 통화를 하고 재빨리 끊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하얀은 피식 웃었다.
“남매가 똑같이 사소한 돈은 아낀다니까.”
현성도 혜은과 똑같았다.
자신이 거는 전화는 통화료가 아깝다면서 짧게 용건만 말하고 뚝.
남이 거는 전화는 핸드폰 배터리가 아깝다면서 짧게 용건만 듣고 뚝.
물론 제헌이나 하얀과 하는 통화는 길게 하지만 말이다.
혜은은 하얀의 말을 무시하고 아현을 쳐다보았다.
“아현아, 나 세린 언니 집에 갔다 올게. 미안해, 오락실 못 가서.”
아현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괜찮아, 집에서 게임이나 하지 뭐.”
혜은은 다시 한 번 아현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뛰어갔다.
“세린이라…… 수능도 끝났겠다 이제 솔로 생활에서 벗어나 보겠다, 이건가?”
그리고 뛰어가는 혜은을 쳐다보며 하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7. 반격 시작(1)


화르륵!
타닥, 타닥.
밝은 불빛으로 일그러진 풍경.
그 풍경을 보면서 한 남자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자는 화마가 건물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멀리서 쳐다보고 있었다.
“두 마리 잡았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연달아서 들리는 즐거운 안내음을 들으면서 중얼거리는 블랙스타.
블랙스타는 귀에 안내음이 들리자마자 몸을 돌려서 골목길로 사라졌다.
“분명히 여관 쪽으로 들어갔었지?”
소름 끼치는 중얼거림!
다음 범행 장소를 중얼거리는 블랙스타는 자신을 상처 입힌 놈을 뒤쫓는 악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블랙스타는 빠르게 골목길 사이사이를 빠져나가서 이층으로 이루어진 목조 건물의 뒤편으로 가서 인벤토리 안에서 몬스터 기름을 꺼내서 구석구석에 뿌리기 시작했다.
찌익!
그리고 옷 끄트머리를 조금 뜯어서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그것을 몬스터 기름을 뿌린 곳에 던졌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불이 붙는 목조 건물!
블랙스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골목길 안으로 몸을 숨겼다.
“상태창.”

ID : 블랙스타(Black Star)
직업 : 탐구자
레벨 : 4
호칭 :
프레인의 시민
[프레인에 시민 등록을 한 유저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이 호칭을 가지고 있으면 마을 내에서 상해, 폭력, 공갈, 협박 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 경비병이 달려온다.
-크게 소리쳐서 경비병을 부를 수 있습니다.]
프레인의 방화마
[연쇄 방화 사건의 범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게임시간 일주일 안에 방화를 3회 이상 하면 생긴다. 이 호칭을 가졌다는 것은 악명이 꽤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와 반대로 그만큼의 위험을 안고 간다는 것을 알라.
-대부분의 NPC와의 적대관계.
-화염계 마법 공격 스킬 위력 10% 상승.
생명력 : 200/200
마력 : 200/200
힘 : 20
민첩 : 20
지능 : 20
의지 : 20
행운 : 20
남는 포인트 : 30

새로운 호칭이 생겨 있었다.
‘패널티가 크군.’
화염계 마법 공격 스킬 위력 10% 상승.
꽤나 좋은 옵션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NPC와의 적대관계라는 것이 걸렸다.
다른 NPC는 몰라도 경비병과 상점과 관련된 NPC와는 절대 적대관계가 돼서는 안 된다.
‘뭐, 착용하지 않으면 효과도 발동하지 않으니 상관없겠지.’
블랙스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포인트를 힘에 15, 지능에 15 투자하고 ‘프레인의 시민’ 호칭을 장착했다.
[호칭을 ‘프레인의 시민’으로 교체합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호칭을 장착한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으나, 이제는 달랐다.
이득이 되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사용을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발전해 나가는 방법.
‘오케이…….’
블랙스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재빨리 나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오히려 골목길에 있으면 의심을 받는 법이다.
어두운 골목길, 그것도 현장에서 가까이 있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여길 터.
하지만 불이 붙은 건물 근처 대로에 걸어 다닌다면 어떨까?
오히려 의심을 받지 않는다!
거기다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 중 하나인 불구경을 보러 오기 위해서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들고 있는 상황.
그 인파에 섞여 버리면 어떨까?
완벽한 일반인으로 위장을 할 수 있다!
방화범은 무조건 그 장소에 나타난다고 한다.
자신의 욕망을 검은 방법으로 풀려고 하는 방화범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한 일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 위하여 현장으로 와서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구경을 하는데, 방화범들 태반이 그렇게 하다가 걸린다.
하지만 블랙스타는 다르다.
거침없는 발걸음!
불구경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기는 블랙스타!
그가 원하는 것은 희열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자신을 공격한 놈들의 목숨!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안내!
철저한 복수를 위한 계획된 방화!
오로지 복수, 그것도 피의 복수만을 원해서 벌인 일인 것이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연달아서 들리는 행복한 소리에 블랙스타는 씨익 웃었다.
WANTED 게시판에 붙어 있는 수배범 포스터를 쓸어 담다시피 들고 와서 전부 퀘스트로 받아 놓은 보람이 있었다.
돈과 레벨이 쭉쭉 오르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제 다섯 마리 잡았다.”
조용히 중얼거리는 블랙스타!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면서 다른 먹이를 노리는 맹수가 연상되는 모습.
블랙스타가 WANTED 게시판에서 뜯은 초보자 살해 때문에 수배된 놈들의 포스터는 13개.
현재 5명이 죽었으니, 이제 8명이 남은 것이다.
“흐흐흐흐…….”
블랙스타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화사한 가게 안의 분위기.
여기저기 걸려 있는 옷들.
미인 여자 점원.
프레인 왕국에 위치한 옷가게였다.
초보자 옷 때문에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옷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뭘 찾…….”
“제일 싼 것들이 어디 있습니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님을 맞는 여점원은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 내뱉은 말에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초보자 옷을 입고 있는 것부터가 이상했었다!
이번에도 거지 손님!
점원은 아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심드렁하게 블랙스타를 구석에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블랙스타는 점원을 보면서 피식 웃더니 옷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일단 전투에 도움이 되는 세팅을 해야 한다. 안에다가 티셔츠를 하나 입고 그 위에다가 체인 메일을 하나 걸치고, 그 다음 미관상 이상하지 않도록 점퍼 하나를 입으면 되겠지. 그다음에 다리 같은 경우에도 체인으로 만든 바지를 하나 입어 놓고 그 위에 입으면 될 텐데, 그렇다면 좀 두꺼운 두께의 옷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청바지가 좋겠군. 그리고 신발도 있어야겠어.’
재빨리 판단을 한 블랙스타는 검은색 운동화 한 켤레, 겨울용 점퍼 하나, 검은색 밋밋한 티셔츠 하나, 어두운 색상의 청바지 하나씩을 집어 들고는 점원에게 가져갔다.
“50실버입니다.”
불만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
하긴, 봉이 갑자기 거지로 변했는데 기분이 좋을 턱이 있나.
블랙스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현재 소지금 : 18골드 90실버

‘꽤 많이 쌓였네.’
블랙스타는 인벤토리에 돈이 꽤 쌓여 있는 것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아이템을 무리 없이 맞출 수 있을 테니까.
블랙스타는 당당한 얼굴로 점원에게 말했다.
“깎아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