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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20화)
7. 반격 시작(2)
점원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초보자라지만 50실버도 지불을 못한단 말인가?
“아니, 겨우 50실버도 없어요?”
블랙스타는 점원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고 피식 웃고는 다시 당당하게 말했다.
“아뇨, 있는데요.”
“있는데 왜 깎으려고 하세요?”
점원의 어이없다는 말투. 하지만 블랙스타는 점원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처음 시작하는 이방인이 가진 돈이 얼마죠?”
“1골드요.”
“1골드는 몇 실버죠?”
“100실버요.”
점원은 블랙스타의 물음에 계속 대답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니, 낌새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예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으리라.
“1골드는 100실버죠? 그러면 저는 처음 이 세계에 온 이방인으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이 세계에서 오래 굴러먹던 이방인으로 보이십니까?”
“처음 오신 것 같은데요.”
점원은 자신이 눈앞에 있는 초보자에게 말려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럼 저는 처음 시작하는 이방인이고, 제 전 재산은 1골드, 즉 100실버네요. 그런데 당신은 지금 제 전 재산의 반이나 되는 50실버를 그냥 주라고 말하시는 겁니까? 한 푼도 깎지 않고?”
“자, 잠깐.”
점원은 블랙스타의 말에 당황했다. 하지만 사람이 당황할 때가 가장 공략하기가 쉽다는 것을 알고 있는 블랙스타는 거침없이 밀고 갔다.
“50실버. 당신에게는 아주 적은 금액이며, 바닥에 갖다 버려도 되는 금액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처음 온 저로서는 이게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저의 전 재산은 1골드, 그리고 지불해야 되는 돈은 50실버. 제 전 재산의 반이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에게 1골드의 재산이 있다고 합니다. 당신은 거지입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 죽을 지경입니다. 어허, 멍하니 있지 말고 상상을 하란 말입니다! 상상을!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을 떠올리세요!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에다가, 배가 고프다 못해 아픈 그 상황을 말입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십시오. 눈앞에 빵을 팔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2개를 1골드에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깎고 깎으면 1골드에 3개를 살 수 있어요. 한 끼 식사가 더 생기는 겁니다.”
“자, 잠깐.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입니까?”
“말 끊지 마십시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괜히 어쭙잖은 찌르기를 사용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냥 제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듣고, 제 말을 잘 생각해 보란 말입니다. 방금 제가 말한 예시는 지금 저의 처지입니다. 이 세계에 갓 도착해서 전 재산이 1골드밖에 없는 상황에, 당신에게 50실버를 넘기면 저는 뭘 먹고 삽니까? 배가 고파서 죽어 버릴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사(餓死)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저는 굶은 채로 거리를 터벅터벅 걷다가 결국 바닥에 털썩 몸을 뉘이게 될 거고, 저는 차디찬 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의 시체를 보고는 더럽다는 듯이 밖에다가 내다 버리겠지요!”
“잠깐, 이방인들은 다시 살아나지 않…….”
“다시 살아난다구요? 다시 살아나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말입니까? 다시 살아나는 것이 뭔 상관입니까? 사람 죽이고 부활 마법으로 살리면 당신의 죄는 없는 겁니까? 사람을 죽였다 살렸으니 쌤쌤이다, 너는 죄가 없다. 재판관이랑 신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살리든 말든 간에 죄는 죄입니다! 도둑질 다음에 도둑질한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도둑질한 겁니까, 안 한 겁니까? 한 걸로 치지 않습니까!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래요! 저는 다시 살아나는 이방인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사하는 경험을 한 다음 다시 부활하고, 사람들의 차디찬 시선을 받으면서 다시 아사를 하겠죠. 그렇게 계속해서 아사를 하겠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옷값을 깎아 주지 않은 당신의 사악한 심보입니다!”
“자, 잠깐…….”
“아아, 신이시여! 이 사악한 점원을 벌해 주시옵소서. 이 점원은 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간접살인이 아닙니까? 이것은 마땅히 지옥으로 떨어뜨려야 할 중죄입니다! 신이시여, 부디 이 점원을 뜨겁디뜨거운 불구덩이에…….”
“아, 알겠습니다! 깎아 드리겠습니다! 40실버만 주십시오!”
한참을 버티던 점원은 블랙스타의 입에서 저주까지 튀어나오자 결국 포기하고 깎아 준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온갖 표정을 지으며 열변을 토하던 블랙스타의 얼굴이 단 한순간에 무표정으로 변했다.
“여기 있습니다.”
블랙스타는 40실버를 꺼내서 점원에게 건네주고는, 탈의실에 들어가서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검은색 티셔츠>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3
설명 : 아무 무늬도 없는 그냥 까만색 티셔츠.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기 좋아 보인다.
<겨울용 검은색 점퍼>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5
설명 : 따뜻해 보인다. 추운 겨울날 입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다크 라이트 블루 진>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3
설명 : 색상이 어두운 것 외에는 그다지 큰 특징이 없는 청바지. 하지만 웬만한 옷에는 다 어울리는 무난한 패션이기에 인기가 많다.
<검은색 운동화>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3
설명 : 검은 천으로 만든 신발. 말 그대로 그냥 발에 신는 신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것을 착용하고 패션 리더가 될 생각은 버려라.
방어력이 초보자 옷보다는 높았다.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의류점의 문을 나갔고, 점원은 에휴,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젠장, 똥 밟았네…….”
끼익.
“크흐흐흐…… 빨리 깎아 주었으면 저주까지는 안 들었을 텐데.”
블랙스타는 문을 나오자마자 중얼거리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갈 곳은 대장간.
티셔츠 위에 걸칠 방어구를 사러 가야 한다.
티셔츠랑 점퍼만으로는 쓰레기 방어력밖에 없을 뿐.
거기다가 천이라면 급소를 절대 보호를 할 수 없다.
급소를 보호할 수 없다면 그냥 나를 죽여 줍쇼, 하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
몇 가지 급소는 게임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수치상으로 되어 있는 것에는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다른 급소는 스텟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높은 확률로 크리티컬이 터진다. 크리티컬이 터지면 멈칫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며, 같은 곳을 타격하면 무조건 데미지와 함께 보너스 추가 데미지가 들어온다.
그리고 멈칫하는 것은 더더욱 심해진다.
공식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많이 보았었던 블랙스타로서는 급소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싸움에서 진 쪽은 급소에 공격을 허용한 쪽이었고, 이긴 쪽은 급소를 타격해서 그 틈을 잘 이용한 사람들이었다.
일반적인 급소를 지키지 못하는 것도 비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데, 머리나 심장 부분이라면…… 원킬이다.
어나더 라이프에서는 현실성이라는 이유로 심장, 머리가 꿰뚫리거나 날아가면 무조건 사망 판정을 내렸다.
최소한, 심장과 머리만큼은 지켜야 했다.
머리는 일단 둘째치고서라도, 심장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했다.
머리는 눈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공격을 피할 수 있지만, 심장에는 눈이 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심장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몸통을 움직일 수는 있긴 하지만, 심장을 피하려고 몸통을 움직이는 그 시점에서 일단 크리티컬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이다. 갈비뼈, 내장, 배꼽, 명치 등…… 심장 근처에는 급소들이 즐비해 있다.
즉 심장 부분과 심장 근처를 지킬 수 있는 방어구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끼이익…….
“실례합니다.”
블랙스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장간의 문을 열었다.
“음? 뭘 사러 왔나?”
대장간 안에서는 노인 한 명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블랙스타는 왼쪽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하하, 체인 메일을 사러 왔는데…….”
노인은 블랙스타의 위아래를 한번 훑어보더니 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 걸려 있는 체인 메일과 나무로 만든 각반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자네의 몸에 딱 맞을 걸세. 거기다가 이건 체인도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화살도 막아낼 수 있지. 그리고 이건 다리 부분을 방어하는 걸세.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서 강도가 좀 될 걸세.”
<체인 메일>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100
설명 : 쇠사슬로 촘촘하게 짜서 만든 체인 메일이다. 옷 위에 걸치는 형식이며,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으면서도 움직임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다.
<고목나무 각반>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50
설명 : 오래된 고목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각반이다. 얇고도 단단하며, 가볍기까지 해서 움직이는데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다.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점퍼를 벗고 체인 메일을 걸치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각반을 착용했다.
그리고 노인에게 물었다.
“얼마입니까?”
“3골드.”
블랙스타는 군말하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3골드를 꺼내서 노인에게 주었다.
‘비싸긴 하지만…….’
물건을 만드는 이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무턱대고 시장이나 동대문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물건 값을 깎으려고 했다가는, 물건 값을 깎기는커녕 오히려 사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좋은 물건입니다.”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노인에게 말했다.
“그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잘 써 주게나.”
노인 역시 블랙스타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블랙스타를 배웅했다.
‘이제 장비는 다 갖추었다. 이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야 한다.’
블랙스타는 씨익 웃으면서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성문!
대장간이 성문이랑 가까웠던지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심호흡을 하고…… 후우.”
블랙스타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성문 아래에 뚫려 있는 작은 문을 보고는 심호흡을 하고, 아까 배웠던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어 핸즈 시전.”
x의 값을 구하시오. [제한시간 : 10초]
(x²+4x+4)=0
스킬 이름을 말하자 눈앞에 뜨는 반투명한 창.
블랙스타는 재빨리 x=-2라고 반투명한 창에 적었다.
그러자 블랙스타의 오른손과 왼손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들고 있던 책도 불꽃 때문에 불타올랐다.
이윽고 블랙스타는 오른손에 불덩어리 하나를 쥐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멋있는데……?”
블랙스타는 자신의 두 손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쓴 다음 천천히,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복습으로 저장한 스킬은 아이스 스피어, 힐, 아이스 마인, 파이어 볼, 디펜스. 일단 누군가가 날 공격한다면 디펜스로 막고, 디펜스로 막지 못한다면 힐로 회복을 한 다음에 아이스 스피어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여러 명이라면 파이어 볼을 날리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아이스 마인을 깔고 도망을 친다. 그리고 상대가 아이스 마인에 걸리면 근접전으로 싸운다. 오케이…….’
자신이 세운 계획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걸어가는 블랙스타!
아마 블랙스타가 이런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초보자 PK를 하는 놈은 절대로 블랙스타를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휘잉!
“디펜스!”
깡!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방이 지옥에서 복수를 위해서 뛰쳐나온 악마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은 블랙스타를 향해 화살을 날렸고, 공격이 날아올 것을 알고 있던 블랙스타는 그것을 가볍게 디펜스로 막아 내고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아이스 스피어를 날렸다.
푹!
“억!”
그리고 울려 퍼지는 비명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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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귀에 들리는 기분 좋은 소리.
하지만 블랙스타는 안내음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 주변을 집중해서 살펴보았다.
수많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는 숲.
분명히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블랙스타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고, 주변에 오감을 전부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