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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21화)
7. 반격 시작(3)


바스락…….
그리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나뭇잎 밟는 소리가 나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소리쳤다.
“파이어 볼!”
“이런 젠장!”
쾅!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리고 욕설과 함께 들리는 안내음.
“이것으로 일곱 마리. 이제 여섯 마리 남았다.”
문 하나당 두 마리라고 친다면…… 숫자가 딱 맞았다.
남문, 북문, 서문.
“복습. 디펜스.”
하지만 그 이전에 중요한 일이 있었다.
사용한 스킬을 채우는 일.
항상 복습으로 저장한 스킬이 다섯 개가 꽉 차도록 해야 안전했다.

‘사람은 그릇에 담긴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구멍을 내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구멍을 내면 서쪽으로 흐른다.’라는 말을 한 고대의 사상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고자.”
[복습에 디펜스가 저장되었습니다.]
“복습. 파이어 볼.”

x의 값을 구하시오. [제한시간 : 10초]
(x²+6x+9)=0

“x=-3.”
[복습에 파이어 볼이 저장되었습니다.]
“복습. 아이스 스피어.”

100원짜리 동전 2개를 동시에 던질 때,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하여 동전의 면이 서로 같게 나오는 경우의 수의 비율을 구하여라.

앞 앞, 앞 뒤, 뒤 앞, 뒤 뒤…….
“2분의 1.”
[복습에 아이스 스피어가 저장되었습니다.]
블랙스타는 복습을 다 채워 넣자 음침한 미소를 흘리면서 몸을 돌렸다.
다음 목표는 남문이다!




8. 이동(1)


“이런 미친!”
살고 싶다는 의지를 얼굴에 가득 띄우고 도망치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뒤를 맹렬히 쫓는 한 남자.
도망자와 추격자!
“야 이 거머리야!”
남자는 자신의 뒤를 맹렬히 쫓아오는 남자를 향해 원독에 찬 외침을 내뱉었다.
하지만 추격자는 계속 중얼거리면서 x가 어쩌고, 칸트가 어쩌고 맹자가 어쩌고 중얼거리면서 쉬지도 않고 공격을 날리고, 마나가 다 떨어졌다 싶으면 손에 든 것들을 던졌다.
뾰족한 샤프도 있었고, 지우개도 있었고, 책도 있었다.
그런데…… 맞으면 더럽게 아팠다.
생명력은 별로 깎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아팠다.
특히나 책이 너무나 아팠다.
마치 학교에서 학생부에 있는 선생님이 불량한 학생들에게만 사용한다는 북 스매시(Book Smash)를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 거머리는 왜 계속 나만 쫓아오는 거야?!’
억울했다.
남문에서 활동하는 자신과 동료. 이렇게 둘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초보자겠구나 하고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또다시 악명이 오르겠구나 하고 중얼거리면서 낄낄댔었는데…….
그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화살을 가볍게 막고 동료의 배를 마법으로 꿰뚫어 버렸다!
그리고 귀신같이 인기척을 느끼고 쫓아왔다!
기겁을 하면서 동문으로 뛰어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북문으로 가자마자 악마 같은 남자는 순식간에 북문에 있는 동료들을 다 죽여 버리고 또다시 쫓아왔다!
서문 역시 다를 게 없었다.
혼신의 힘을 사용해서 도망을 쳤지만,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두 명.
레벨빨?
스킬빨?
템빨?
아니었다!
사악한 계략!
잔인한 손속!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악마 같은 방법!
‘악마 같은 놈!’
생전 그렇게 잔인한 방법은 처음 봤다.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동료들은 하나같이 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기름을 뿌린다.
그리고…… 바로 파이어 볼을 던진다.
화형(火刑)!
동료들은 대부분 타 죽었다!
그게 끝이면 다행이었다.
불에 반쯤 타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료들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책을 휘둘러서 죽였다. 망설임? 그딴 것은 없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휘둘러서 죽이고, 책을 휘둘러서 안 죽으면 바닥에 있는 돌을 주워서 머리를 내려쳤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냉혹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보이는 모습은 똑같을 터인데, 어찌하여 저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살아야 해! 저 녀석한테 잡히면 분명히 곱게 죽지 못할 거야!’
일단 도망가야 한다. 뒤에 따라오는 악마를 따돌리고 로그아웃을 해야 한다!
턱!
“억?!”
쿠당탕!
남자는 도망갈 생각만 하면서 뛰어가다가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잡. 았. 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
‘신이시여…….’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다. 대체 뒤에서 악마는 어떠한 모습으로 서 있을까?
퍽!
둔탁한 소리.
풀썩!
그리고 그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말을 듣지 않는 몸!
‘아, 안 돼! 기절 상태야! 안 돼!’
안간힘을 쓰면서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이봐, 애쓰지 말라고. 편하게 쉬어. 편히…….”
그 말과 함께 멀리서 들리는 촤악, 촤악 소리.
누가 들어도 액체를 뿌리는 것임은 짐작할 수 있는 소리.
그리고…… 그 액체라는 것은 분명…….
‘기, 기름이다!’
남자는 기겁을 하면서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애를 쓰다 보니까 서서히 손가락 끝부터 움직여지고 있었다.
‘되, 된다! 기절 상태가 풀리려고 하나 봐!’
남자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퍽!
희망은 다시 깨졌다.
산산조각으로.
남자를 쫓아오던 악마.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초보자 PK단을 멸절시키기 위해 쫓아온 게임에서 부활한 마왕. 블랙스타.
‘아, 안 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남자는 기겁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물론 기절 상태에서는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리는 속에서만 맴돌았다.
탁! 탁!
화르륵……!
돌 부딪치는 소리가 몇 번 울려 퍼졌고, 그 직후 들리는 헝겊 타는 소리!
‘서, 설마?!’
남자는 그 소리를 듣고 기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불을 피울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화형(火刑)!
아까 타 죽은 동료들처럼 타 죽는 것이다!
휘익!
화르르륵!
하지만 남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블랙스타는 불이 붙은 헝겊을 다른 곳에 던졌다.
블랙스타가 헝겊을 던진 곳은 기름이 잔뜩 발려 있는 성문!
화르르륵!
불은 빠르게 기름을 머금으면서 성벽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자∼알 탄다!”
블랙스타는 눈앞에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육중한 크기의 거대한 나무문을 불꽃이라는 뱀이 서서히 잡아먹으며 올라가는 장면.
그야말로 장관이 아닌가!
단지 아쉬운 것은 구경하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다는 것!
“자아…… 이봐, 기절해도 소리는 다 들릴 거야. 그렇지? 이 게임에서는 분명히 기절을 해도 소리는 들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
‘이 악마야!’
툭툭.
블랙스타는 성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남자의 뺨을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니, 반응이 있을 수가 없었다!
방금 블랙스타가 머리를 책으로 세게 후려치고, 다시 한 번 책을 휘두름으로써 확인사살까지 끝냈으니 반응이 있을 리가 있나!
급소에 정확히 일정 이상의 충격을 주면 기절을 한다. 급소 중 가장 적은 데미지로 기절시킬 수 있는 부위는 뒤통수와 뒷덜미였다.
뒤통수를 두 번이나 힘껏 책으로 내려쳤는데, 무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툭툭.
“성문이 불타는데 경비병이 그냥 보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요즘 내가 벌인 일 때문에 거리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고, 경비병들은 전부 비상이 걸린 상태거든. 그런데 그 상황에서 엄청나게 큰 성문이 불길로 촤악 뒤덮이는 것을 봤는데 당연히 달려와야 되지 않겠어? 나는 있잖냐. 네 옆에 부싯돌이랑, 초보자 옷을 찢어서 만든 헝겊, 그리고 몬스터 기름이 담긴 기름통을 둘 거야. 아, 물론 기름통에 기름은 하나도 없거든. 니가 불에 타서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 고맙지? 아, 말을 못하지. 일단 고맙다는 뜻은 마음만으로 받아 두겠어. 꼭 인사를 말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아, 안 돼! 이 악랄한 놈! 이 사악한 놈아! 차라리 그냥 죽여! 죽이라고! 안 돼!’
직접 나서서 초보자 PK단을 다 죽인 것으로는 모자라서 누명까지 씌우는 악랄함!
NPC들을 이용해서 사용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
“흐흐흐흐……. 이제 이곳의 초보자 PK단은 끝장이다…….”
블랙스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필통에서 샤프를 꺼낸 후 땅을 긁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경비병님 보십시오.
오늘도 고생하시는 프레인 왕국의 경비병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들을 보고는 분개해서 이렇게 범인을 잡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방화 사건.
이방인 연쇄 살인사건 등…….
이 사건들에는 모종의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는 경비병들 중 일부 역시 그들에게 사주된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들에 대해서 조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오랫동안 한 결과, 이 프레인 왕국에 있는 이 마을을 거점으로 하는 반(反)사회적 성향을 가진 테러 조직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 마을의 반란군들을 소집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여러 건물에 불을 질렀고, 그 틈을 타서 은근슬쩍 반란군들을 마을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이 마을에는 이방인, 그것도 초보자의 탈을 쓴 반란군들이 수십 명이 있으며……(중략)……. 그 죄들을 나열하자면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짓들을 벌일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저 하늘에 존재하시는 신께서 이것을 보았다면, 진노하셔서 세상을 물에 잠기게 할 정도의 엄청난 죄입니다. 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무 힘없는 사람이지만 정의는 알고 있습니다. 정의라는 이름의 불꽃은 저의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저의 생명을 양초 삼아 세상을 밝히려 하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이 정의, 점점 사라지는 저의 생명과 진실과 양심을 위해 한 몸 아끼지 않고 몸을 던지는 저의 행동을 헛되이 만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정의로운 프레인의 시민이

“흐흐흐흐…….”
블랙스타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어두운 숲 속으로 뛰어갔다.
‘이제 저 녀석은 끝이다. 게임 시간으로 수 년 동안 감옥에서 썩겠지! 현실시간 24시간이 이곳 시간으로 12일이니까, 흐흐흐흐…….’
이방인에게 주는 형벌의 선처가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게임시간으로 3년은 썩어야 할 것이다!
1095일!
대충 현실시간으로 최소 3달 정도 감옥에서 썩게 될 것이다. 자그마치 3달!
접속한 시간만큼 감옥에서 지낸 시간으로 계산되니까, 폐인이 아닌 이상 최소한 하루의 반 정도는 다른 일을 할 것이다.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몸을 씻고, 일을 하고, 잠을 자고. 그렇다면 대략 현실시간 6달 동안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저 녀석만 잡히느냐?
아니다!
분명히 모종의 단체라고 말을 했으니까 저 녀석과 관계가 있는 녀석들을 전부 잡아들이려고 수사를 시작할 것이다. 저 녀석이 입을 열면 그 녀석들은 쉽게 잡힐 것이며, 입을 열지 않으면 이 마을에 오는 초보자 위주로 수사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의심되면 바로 감옥에 처넣어 버릴 것이다. 이 게임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NPC는, 거의 진짜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사고라든가 가치관, 생활하는 것들이 현실에 사는 사람들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것 외에는 전부 똑같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란이니 반역이니, 모종의 단체니, 반사회적이니…… 그런 말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