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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22화)
8. 이동(2)


분명히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고 할 것이다!
눈에 불만 켜겠는가? 왕실에서 직접 기사들을 보내서 조사를 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블랙스타의 사악한 웃음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블랙스타가 숲 속으로 사라진 지 대략 10~20분 뒤에 성벽을 뒤덮은 화염은 마법사의 냉기계 마법으로 순식간에 진압되었고, 경비병들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자 검은 재가 되어 버린 성문을 지나쳐 바깥으로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 이게 뭐야?!”
경비대장은 눈앞에 펼치진 이상한 상황을 보면서 못 믿겠다는 듯 소리쳤다.
성문을 가득 뒤덮던 화마(火魔).
성벽에 몸을 기댄 채 기절해 있는 남자.
남자 옆에 있는 기름통과 부싯돌과 헝겊.
그리고 남자 앞에 빼곡히 적혀 있는 글.
경비대장은 땅에 쓰여 있는 글을 천천히 읽고는 기절해 있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반란군으로 의심되는 놈이다! 압송하라!”
“옙!”
경비병들은 남자의 몸을 밧줄로 꽁꽁 묶고는 어깨에 들쳐 메고 초소로 뛰어갔다.
‘나 반란군 아냐! 누명이야! 누명이라고! 으아아아!’
그리고 경비병의 어깨에 들쳐 메어진 채 잡혀 가고 있는 남자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물론…… 기절 상태는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소리는 계속 속에서만 맴돌았다.

블랙스타는 숲 근처에서 남자를 잡아가는 경비병들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흐흐흐흐……. 하늘은 악한 자를 심판한다고 하던가. 죄의 대가는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이지.”
블랙스타에게 불쌍할 정도로 당한 남자가 만약 이 말을 듣는다면 뒷목을 붙잡고 거품을 물며 쓰러지리라.
그리고 쓰러지면서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악한 놈은 너라고, 너같이 사악한 놈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그러게 나쁜 짓은 하면 안 되는 법.”
블랙스타는 자신이 한 말이 자기가 생각해도 훌륭한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나쁜 짓은 하면 안 되는 짓이다.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는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악인(惡人)이라고 불리며 배척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악인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나쁜 짓일까, 좋은 짓일까?
“흐음. 오늘 좋은 일 했군!”
……적어도 블랙스타에게는 좋은 짓이었다.
블랙스타는 뿌듯한 얼굴로 3번의 레벨업으로 얻은 포인트를 투자했다. 힘에 15, 민첩에 15로.
‘분명히 초보자 마을에서 일반 마을까지 가는 길은 숲에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서 가면 된다고 했었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몇 년 동안 죽쳐서 얻은 각종 잡다한 지식들!
공식 홈페이지 BEST 동영상 게시판에서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동영상에는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상당히 많이 담겨 있었다.
초보자가 어떤 몬스터를 사냥하고, 어떻게 사냥하면 효율적인지, 초반에 솔로 플레이보다는 파티 플레이로 다른 사람들과 친분을 쌓음과 함께 즐겁게 게임을 하라는 것이라든가. 초보자가 일반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숲 속에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서 가야 한다는 것이라든가. 그리고 직업이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파티 플레이에서 각광받는지 등등…….
‘역시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이지.’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
베이컨이라는 사람이 한 명언!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면서 마음에 새겨 둔 두 가지의 명언 중 하나였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와 함께 삶의 좌우명이 된 명언!
뭐든지 알면 이득이다!
다크 게이머(Dark Gamer)들이 어떻게 게임으로 돈을 버는가?
그들은 신규 재료 아이템과 그 쓰임새, 그리고 현실과 게임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 재빠르게 판단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재기 혹은 시세 조작, 담합 등을 해서 이득을 얻는다.
그들에게서 이득을 얻게 하는 힘이 무엇인가?
지식이다!
랭커들은 어떻게 해서 랭커가 되었는가?
오로지 사냥! 사냥! 사냥!
그렇게 해서는 절대 레벨을 올릴 수 없다!
물론 노가다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머리였다.
어느 사냥터가 돈 벌기가 좋고, 어느 사냥터가 경험치가 좋은가?
어떤 NPC와 친하게 지내야 경험치나 보상이 많은 퀘스트를 주는가?
어떤 부분에 숨겨진 던전이 있는가?
많은 생각을 해야 돈을 얻을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힘이란 지식이다!
지식이 곧 힘이요, 힘이 곧 지식이다!
귀족들이 된 플레이어?
유명한 블랙스미스?
수십 명의 플레이어를 단신으로 싸워서 이긴 전설의 인물?
알아라!
그것이 바로 힘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길을 개척할 수 있었고, 효율적인,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아니다!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앎!
그것은 곧 힘이다.
“크흐흐흐…….”
블랙스타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많이 알게 된다는 것은 곧 힘이 생긴다는 말.
‘일반 마을에 가자마자 용병 길드에 있는 NPC들 대부분과 친밀도를 쌓아야 한다!’
용병 길드, 도둑 길드는 정보 길드로도 통하고 있었다.
대륙 곳곳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그들에게는 정보라는 큰 힘이 있었다.
그 힘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 힘을 손에 넣는다면 빠른 속도로 레벨업을 할 수 있음은 물론, 보통 초보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초반에 부(富)를 쌓을 수 있으리라.
야옹―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걷는 블랙스타의 귀에 무언가 매우 익숙한, 그리고 친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오옹―
블랙스타가 뒤를 돌아보자, 순진무구한 얼굴로 블랙스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야옹―
야옹―
그리고 그 고양이를 시작으로 서너 마리가 블랙스타의 주변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봤다면 반쯤 미칠 상황.
야옹―
고양이들은 블랙스타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면서 애교 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안아 달라는 듯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고양이들!
“흐음…….”
블랙스타는 침음성을 흘리면서 책에 샤프를 꽂은 다음, 책을 왼손으로 들고는 고양이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고양이의 목을…….
콱!
캐앵!
……쥐었다.
절대로 감쌌다거나 만졌다거나, 쓰다듬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목을 한 손으로 콱 쥐었다!
마치 닭 모가지를 비틀어서 죽이려고 하는 도살자와 같은 눈빛으로 고양이를 쳐다보는 블랙스타!
야……옹…….
블랙스타의 손에 잡힌 고양이는 애처로운 울음소리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너무나 애처로운 모습! 너무나 불쌍한 모습!
블랙스타는 고양이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휘익!
퍽!
캥!
고양이를 살짝 위로 던지고, 책으로 후려쳐서 날렸다.
환경 보호 단체나 동물 보호 단체가 보면 기절하고도 남을 모습!
캬아아앙!
키야앙!
그 모습을 본 다른 고양이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블랙스타에게 적대감을 표시했다.
“와일드 캣이라고 했던가.”
블랙스타는 그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서쪽 오솔길로 나오는 몬스터.
와일드 캣(Wild Cat).
사람들에게 귀여운 모습으로 접근하고, 그 모습에 방심한 사람들이 껴안거나 쓰다듬을 때 공격을 해서 습격하는 몬스터다.
레벨이 낮은 몬스터로, 낮은 생명력에 비해 공격력이 엄청나게 높은 몬스터.
껴안거나 쓰다듬지 않으면 공격을 하지 않는 몬스터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초보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몬스터였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과 애간장을 녹이는 애교 때문에 본능적으로 껴안거나 쓰다듬었다가 죽음을 맞게 되니까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분명히 겉은 동물이지만 실제로는 몬스터인 녀석들이 애교를 부린다고 마음이 흔들릴까?
당연히 흔들린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동물을 어떻게 죽이겠는가?
실제로 초보자 사냥터 초반부분에서 띄엄띄엄 보이는 동물인 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을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블랙스타는 분명히 겉은 동물이지만 실제로는 몬스터인 녀석들이 애교를 부린다고 마음이 흔들릴까?
아니다!
절대로 흔들릴 리가 없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책으로 고양이를 후려 팬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고양이들을 어떻게 잡아야 효율적으로, 피해를 안 입고 잡을 수 있을까라고 초반에 한 고민 외에는 다른 고민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았다!
이 귀여운 동물을 죽여야 하나?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동물의 모습인데…… 이런 생각은 머릿속의 단 0.1%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마음속에 남은 양심?
그런 것은 어린 시절에 갖다 버린 지 오래였다.
귀여운 동물들을 때려서 생기는 죄책감?
양심도 없는데 무슨 죄책감인가!
동물은 오로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쓸모가 있는 것.
쓸모가 없는 것.
흑백논리로 정의한 동물의 종류!
그런 편협하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는 블랙스타에게, 자비심 따위가 있을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캬아아앙!
키야앙!
꼬리를 삐죽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고양이들.
그렇게 계속해서 위협을 가하던 고양이들은 공격을 하려는 듯 블랙스타를 향해 뛰어갔다.
“파이어 볼.”
그리고 그것을 보고는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으로 시동어를 내뱉는 블랙스타.
콰아아앙!
캐애애앵!
이윽고 블랙스타의 발 바로 밑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리고…… 고양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갔다.
“저렙몹이니까 다 죽었겠지.”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비교적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위치로 날아간 고양이에게로 다가갔다.
야……옹.
그 고양이는 온몸의 털이 그슬린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불쌍한 모습.
블랙스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음일까?
그는 천천히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퍽!
그러곤 책을 내리쳤다.
“아이템은 뭘 줄라나.”
불쌍하게 죽은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 듯 조용히 중얼거리는 블랙스타.
누군가가 블랙스타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간, 이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노린내가 꽤 나네……. 못 먹는 놈인가.”
블랙스타는 주변에 구워진 고양이들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보통 책에서는 동물이 타면 고소한 냄새가 난다고 묘사한다. 먹음직스럽고 맛있는 냄새가 나서 뭐 식욕을 자극 어쩌고저쩌고. 웃기는 소리다. 코를 찌르는 노린내밖에 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한 번 태워 보라.
당장 코를 틀어막게 될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을 태우는 것도 그런 노린내가 나는데, 털로 온몸을 뒤덮고 있는 동물들은 냄새가 오죽할까?
굽기 전에 가죽을 벗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코를 찌르는 냄새!
고기에 배는 노린내!
일단 노린내가 배이면 최고급 고기든 고급 고기든 뭐든 맛이 아주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템이나 챙겨야겠구만…….’
블랙스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양이들의 시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인벤토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먹으면서 말이다.
……노린내가 사방을 장악했고, 주변에는 고양이들의 시체가 가득한 상황에서.
몇 분 동안 기다리자, 고양이들의 시체가 서서히 투명하게 되면서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있었다. 고양이들의 이빨같이 보이는 것들이 널려 있었고, 스태프로 보이는 나무 막대기도 하나 있었다.
“오오, 템이 나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