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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24화)
9. 활동(2)
하지만 블랙스타는 여자와 구경꾼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누가 니 돈주머니 보여 달랬냐? 내 돈주머니 내놓으라고. 어디서 당당한 척이야?”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쳐다보았다. 구경꾼들은 여자의 이상한 태도를 눈치챘는지 웅성대기 시작했다.
블랙스타의 여론 조성.
주변에 점점 몰려들고 있는 구경꾼.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간 본전도 찾지 못할 판이었다.
여자는 칫, 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돈주머니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인벤토리에서 돈주머니 하나를 꺼내서 블랙스타의 면상에 집어던지고는 소리쳤다.
“돈도 얼마 없는 게!”
블랙스타는 자신의 면상을 때리고 땅에 툭 하고 떨어진 돈주머니를 주워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고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여자는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블랙스타를 노려보았다. 블랙스타는 여자에게 천천히 말했다.
“흐음, 소매치기치고는 이쁘네.”
여자는 블랙스타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자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약간 기분 나쁜 얼굴로 블랙스타에게 소리쳤다.
“얼굴도 못생긴 놈이 보는 눈은 있어서!”
여자는 몸을 홱 돌리고는 골목길 안으로 사라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블랙스타는 여자의 팔을 턱 잡았다.
“안 놔? 너 변태야?!”
여자는 신경질을 내면서 블랙스타의 손을 뿌리치고는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고는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보지 못했다.
욕을 얻어먹은 남자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 있다는 것을.
블랙스타는 여자가 모습을 감춘 곳을 잠깐 빤히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서 대로를 걸어갔다.
‘얼굴, 복장, 목소리, 말투까지 전부 기억해 두었다.’
속으로 방금 시비가 붙은 여자의 모습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려고 애쓰는 블랙스타!
붉은색 짧은 머리.
파란색 눈.
불만에 가득 찬 듯한 얼굴 표정.
노출도가 높은 상의에,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는 짝 달라붙는 가죽 바지까지.
‘노출증 변태년. 기억했다.’
블랙스타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대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랙스타의 손에는 돈주머니가 한 개 들려 있었다.
여자가 던진 블랙스타의 돈은 이미 인벤토리에 고이 들어 있으니 블랙스타의 것은 아니었다.
즉, 여자의 돈주머니란 소리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
“어, 어라? 내 돈 어디 갔지?”
방금 전 블랙스타와 말싸움을 했던 여자는 골목길에 오자마자 당황한 듯 인벤토리와 옷, 그리고 걸어왔던 길들을 미친 듯이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잃어버린 돈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돈이 대체 어디 간 거지?”
“어디 가긴 어디 가, 털린 거지.”
한 남자가 여자의 중얼거림에 대답했다. 여자는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았다.
가죽 재킷에 가죽 바지를 입고 있는 미남자가 서 있었다.
“마스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자는 미남자, 마스터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스터가 피식 웃고는 여자에게 말했다.
“너 당했다고, 아까 그놈한테.”
“그 남자도 도둑 계열 직업이란 말인가요?”
여자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마스터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스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놈은 도둑 계열 직업이 아니었다.”
“도둑 계열 직업이 아닌데 어떻게 제 돈을 훔쳐요?”
여자의 얼빵한 질문에 마스터는 여자를 비웃었다.
“멍청하군. 물건을 훔치는 행위가 스킬로만 가능한 줄 아냐?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해.”
마스터는 아까 대로에서 블랙스타가 보여 주었던 신위를 떠올렸다.
여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꽤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그 후 여자가 멍해 있는 틈을 타서 왼손을 주머니 가까이에 가져다 댄다. 그러곤 여자가 몸을 홱 틀고 가려고 하는 순간 오른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고 왼손으로 재빨리 주머니를 낚아챈다. 그 후 왼손을 구부려서 여자가 있는 위치에서는 돈주머니가 손에 들린 지 안 들린 지 구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곤, 자리를 뜬다.
상대방에게 틈을 만든 후 그 틈을 타서 물건을 훔치는 행위. 거기다가 상대방의 심리를 예측해서 어떤 행동을 할지 떠올리고, 그 행동을 하는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서 물건을 훔치는 센스.
현직 소매치기가 아닐까 의심까지 되었다.
“넌 똥 밟은 거다. 그렇게 생각해라. 재수 없게 프로한테 걸렸어. 쯧쯧.”
마스터는 여자를 보며 혀를 차고는 여자를 데리고 골목 사이로 들어갔다.
***
“후우.”
블랙스타는 분수대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블랙스타가 온 곳은 광장.
사람들이 파티를 모집한다거나 물건을 팔기 위해서 엄청나게 모이는 장소다.
모든 게임에서 그러하듯, 광장이란 장소는 많은 유저들이 각각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몰려드는, 말하자면 만남의 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어떤 유저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 어떤 유저는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어떤 유저는 사냥을 하기 위한 파티를 만들기 위하여, 어떤 유저는 그저 수다를 떨기 위하여.
그리고 블랙스타의 목적은 파티를 하기 위하여.
솔로 플레이라는 것은 이로운 점이 상당히 많다.
경험치를 나누지 않고 먹을 수 있고, 떨어지는 아이템과 돈도 모조리 혼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득은 그뿐.
오히려 단점이 더 많았다.
쉬운 곳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어려운 곳이라면 문제가 매우 커진다. 쉬운 곳이라면 웬만한 컨트롤을 하는 사람들은 무리 없이 진행을 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곳이라면 각종 물약들과 좋은 아이템, 거기다가 신의 컨트롤, 줄여서 신컨까지 필요하다. 여러 마리의 몬스터가 덤비는 곳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파티라면?
파티 플레이라는 것은 경험치를 나눠 갖는다는 단점과 아이템들을 분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많은 이득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게임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과거 모 게임의 개발자 한 명이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습니다.’라는 명언을 날리기도 했으나 그와 반대로 게임이 너무 어려워도 재미가 없는 법!
이 가상현실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직접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쉽겠다는 생각에 솔로 플레이를 지향했었다.
특히 솔로 플레이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술을 배우거나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근거 있는 자신감이든 근거 없는 자신감이든, 솔로 플레이를 한답시고 날뛴 것들은 전부 몬스터들의 합동 공격에 처발리고는 마을에 돌아와서 운영자들에게 징징댔다.
‘난이도가 이게 뭐 이따구냐!’
솔로 플레이를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분하면서 항의를 했다.
그러자 운영자의 간단한 한마디.
‘저희는 개발자가 아니므로 개발자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개발자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발자 역시 간단한 한마디.
‘밸런스는 저희가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개발만 맡고 있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현실을 반영해서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했으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밸런스 담당자에게 따지니까 밸런스 담당자도 한마디.
‘저희는 밸런스를 담당하긴 담당하되, 운영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밸런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운영자에게 가자마자 운영자가 말하길
‘저희는 그저 모니터링을 하고, 게임 내 불만사항을 해결하며, 버그 같은 문제를 대처할 정도의 권한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권한은…….’
무한 쳇바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인간들!
정치인, 공무원이 할법한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게임회사!
결국 결론은 하나란 소리다.
‘밸런스에 태클 걸지 말고 그냥 하세요. 항의해도 고쳐 주지 않습니다.’
결국 다른 나라들은 항의하는 것을 포기하고 파티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등등…….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파티 플레이를 중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고, 귀족 직업이니 천민 직업이니 하는 것으로 직업들을 분류해서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직업들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 한정적이게 되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소위 정석이라고 일컬어지는 귀족 직업 외의 다른 직업들을 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안 되는 건 없다!
게임 판타지 소설이 엄청나게 나오는 한국!
그 게임 판타지에 적혀 있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전부 해 보는 사람들!
다른 나라가 직업 하나를 발견할 때, 우리나라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씩 발견했다.
독이 든 음식을 생명체에게 먹이질 않나, 일부러 계속 죽지를 않나, 하루 종일 곡괭이질만 하지 않나, 사냥은 안 하고 동물들을 꼬시지를 않나, NPC들을 찾아다니면서 난리를 치지를 않나, 현실에서 배운 사기기술을 이용해서 엄청난 돈을 모으지를 않나…….
귀족 직업? 천민 직업?
처음에는 그런 직업들을 따지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각각의 직업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알게 되자 귀족이니 천민이니 따지는 사람들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던전 혹은 파티원들이랑 상성이 엄청나게 맞지 않는 이상은 웬만하면 껴 준다.
파티 플레이?
한국은 솔로 플레이가 대세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근성을 보여 주는 사람들.
한국에 괜히 폐인이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라는 듯, 보스 몬스터도 혼자 잡는 상상을 초월하는 컨트롤을 보여 주는 괴물들!
다른 나라에서는 솔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특이한 사람, 혹은 직업이 이상한 사람, 아웃사이더, 혹은 고독을 즐기는 한 마리 늑대로 불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솔로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을 폐인, 템빨, 스킬빨, 직업빨 등등…… 결코 좋은 단어로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던, 솔로 플레이는 확실히 이득이 확실했다.
약간 힘든 것?
그런 것은 정신력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그만큼 벌리니까 괜찮지 않은가.
쓰레기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히트 앤 런(Hit and Run. 치고 빠지기) 수법을 쓴다면 얼마든지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파티 플레이에 비해서 시간당 얻는 경험치, 돈의 양을 계산해 보면 엄청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나한테는 파티 플레이가 더 이득이 많으니까, 당연히 파티 플레이를 해야지.’
블랙스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씨익 웃었다.
레벨은 낮고, 아이템도 좋지 않고, 직업도 쓰레기에다가 가상현실 게임에 익숙하지도 않으며, 실제로 무술을 배운 적도 없다.
즉, 솔로 플레이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황.
히트 앤 런의 수법으로 사냥을 하는 것은 육체, 정신적인 피로감을 준다.
거기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파티 플레이에 비해서 비효율적이다.
엄청나게 강하지 않은 한 파티 플레이와 같거나 그 이상의 효율을 뽑아내기가 힘든 것이다.
즉, 효율성을 중시하는 블랙스타로서는 무조건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치고는 이득이 뚜렷하다!
이 가상현실 게임의 사냥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가 필드고, 두 번째가 던전이다.
필드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던전의 경우에는 파티마다 전부 공간이 다르다는 장점이 있다.
필드 같은 경우에는 아이템의 구매와 판매가 편리하며 많은 사람들과 사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던전 같은 경우에는 먹자(아이템 스틸)나 몹 스틸(남이 공격하는 몬스터를 공격하는 행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거기다가 필드의 고질적인 문제점, 거대 길드의 독점 현상 같은 것 역시 던전에 들어오고 나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을 이용한 배신행위가 꽤 많다는 것이 문제인데, 파티원이 같은 파티원을 공격하면 엄청난 패널티를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을 노린 배신행위가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믿을 만한 사람들로만 데려가기는 하지만, 저레벨 때에 그런 것을 따지겠는가? 저레벨 때에는 머더러 직업이나 수배자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그냥 끼워 준다. 저레벨 때에 파티원 배신으로 일어나는 패널티를 감당할 수도 없으니, 저레벨 때는 웬만하면 끼워 주는 것이 관례다.
파티원 배신 패널티는, 파티에 가입할 때의 인상착의와 파티에 가입된 후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수배지가 작성된다. 성향이 선이든 악이든, 배신을 한번 하면 무조건 수배가 된다. 그리고 수배가 풀릴 때까지 경험치 패널티 2배,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어뜨릴 확률 2배 상태 유지. 대부분의 NPC와의 친밀도 대폭하락 등의 상상을 초월하는 패널티. 초보 때 이 패널티가 걸리면 게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수배가 풀릴 때까지 사냥꾼들에게 무한정 추격당하고, 유저들의 파티는 가입도 못하고, NPC에게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 기껏 환심을 잔뜩 사 놓은 것이 전부 무효가 되어 버리고……. 한마디로 쫄딱 망해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