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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 아틸라 1권(10화)
3. 한 방이면 된다, 로엔(5)


차크라는 굽타에서 말하는 하나의 에너지 원천이었다.
인간 육신이 자연과 일체화될 수 있는…….
아틸라는 그때 차크라에 입문할 수 있었다.
비록 그 무인처럼 몸에 자연이 깃드는 영역까지 밟을 수는 없었으나 어느 정도의 깨달음으로 그는 진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아틸라는 훈 제국의 최강, 그리고 세계 최강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차크라가 답이다!’
아틸라는 천재이기도 했지만 지독한 노력파였다.
그간 아틸라가 했던 수련은 무식한 체력 수련만은 아니었다. 차크라를 열고 뇌기와 융합하기 위해선 일단 뇌기가 솟구쳐야만 했다.
한데 뇌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자연 에너지.
아틸라의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하여 아틸라는 몸을 극한으로 부서뜨리고 망가뜨렸다. 근육이 터지면서도 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에 있었다.
세포가 터져 죽어 나가고 몸이 죽음에 이르자 잠재되어 있던 뇌기가 일어났다. 뇌기는 아틸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포 속으로 들어 죽어 가는 세포를 모두 지지고 새롭게 태어나게끔 만들었다.
일종의 강렬한 자극이었다.
덕택에 아틸라는 깨어나서 다시 수련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몇 날 며칠을 반복되자 서서히 뇌기는 세포에 미세하지만 남아 있고 움직이기까지 했다.
그때 아틸라는 차크라를 열었다.
그리고 결과는…….
‘십 퍼센트.’
차크라와 뇌기의 융합은 고작 십 퍼센트.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아틸라는 자신 있었다.
십 퍼센트의 뇌기가 순간적으로 근육에 담긴다면 그 폭발적인 파괴력이란!
아틸라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 방이다.
일격에 끝낸다.
아틸라는 두 손으로 배틀액스를 들었다. 본래 한 손으로 수련했으나, 지금은 싸움이다.
여유를 부리지 않는다.
그것이 아틸라가 싸움에 나서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약하기 짝이 없는 적들을 상대할 때도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에 나선다.
호랑이는 토끼 사냥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은가.
아틸라가 그랬다.
“어디 한번 붙어 봅시다. 이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공증인이 되어 줄 것이오.”
“…….”
아틸라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배틀액스를 들어 올렸다.
모든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었다.
아틸라의 눈에는 로엔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구경꾼들도 보이지 않았다.
‘흥, 무슨 지가 수도사라도 된단 말인가.’
경건한 표정을 짓고 배틀액스를 들어 올리는 아틸라를 보며 로엔이 비웃었다.
이내 로엔은 검을 들고 마나를 잔뜩 끌어 올렸다.
‘죽여 주마, 이공자!’
살심이 마구 치솟았다. 한 방에 나가떨어졌던 수치는 잊지 않았다.
죽음으로써 수치를 풀겠다. 로엔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빈틈!’
배틀액스를 들어 올리는 순간 가슴에 빈틈이 보였다. 로엔이 그대로 총알처럼 쏘아져나갔다.
휘우우웅!
‘자, 잠깐?!’
그때 배틀액스가 바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척 봐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였던 빈틈은 어느새 철벽과도 같이 단단해 보였다.
순간 아틸라가 거산(巨山)처럼 느껴졌다.
‘일단 막는다!’
로엔은 검로를 바꾸었다. 내려 떨어지는 배틀액스를 무시하기엔 그 위력이 심상찮아 보였다.
일단 한 번의 공격을 맞고 바로 반격기를 날린다!
로엔의 검에 마나가 잔뜩 실렸다.
‘막, 막을 수 있다!’
가까이서 본 배틀액스의 위압감은 더 대단했다.
마치 죽음의 선고를 내리는 사신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엔은 불쑥 치솟는 두려움을 떨쳐 냈다. 그의 검이 마나로 거칠게 진동했다.
아틸라는 눈앞을 보았다.
그리고……!
오직 점이 있었다.
아주 작은 점이 눈앞에 있었다.
도저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점. 먼지 같았다.
‘저것을 쪼갠다.’
배틀액스에 힘이 실렸다.
육중한 무게감이 실린다.
차크라가 열린다.
강렬한 뇌기가 용솟음치며 근육에 힘을 불어넣는다.
폭발적인 파괴력이 배틀액스에 달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순간, 빛의 속도로 점이 쪼개졌다.
“커억……!”
콰직!
마나가 허공에 흩어졌다. 검이 쪼개짐으로써 담겨 있던 마나는 모두 허공에 산화됐다. 검을 쪼개고도 속력이 전혀 줄지 않았던 배틀액스는 그대로 로엔의 머리를 쪼갰다.
일격(一格)!
그리고 필살(必殺)!
“단 한 방이다, 로엔.”
아틸라의 무위가 깨어났다.



4. 너구리 사냥(1)


“가신회의라니, 이게 몇 달 만의 일이오? 행정 총관.”
“모르겠소. 이공자가 갑자기 가주 대행의 권한으로 가신회의를 소집하다니.”
백작가가 소란스러워졌다.
거의 일 년 만에 소집된 가신회의!
아틸라가 가주 대행이라는 직책으로 가신회의를 소집했다. 가신회의에는 백작가의 모든 가신들이 모인다. 뿐만 아니라 도미니언 기사단장과 마법사들도 모인다. 그야말로 가문의 총회의라고 말할 수 있을 터!
여기 그 누구도 아틸라의 의도를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고스만이 속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공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고스는 솔직히 말해 불안했다. 아틸라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저번에 고스를 압박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난다.
대공자의 시신을 찾던 일.
사실 대공자의 시신은 무덤에 묻혀 있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공자의 죽음은 한낱 마나폭주에 의한 심장마비가 아니었으니까.
바로 독이었다.
사막에서만 존재하는 극독으로 대공자를 죽였다.
그래서 시체를 무덤에 묻을 수 없었다. 독이 워낙 강렬한지라 시체가 닿는 곳엔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않을 정도다. 마나폭주로 죽은 시체에는 아직도 마나가 깃든 터라 그곳엔 충만한 기운이 가득하다.
한데 독 기운이 남은 시체 주위에는 그저 사기(死氣)만이 있을 뿐이다. 고스는 별수 없이 대공자의 시신을 이름 모를 야산에 버렸다.
그것도 아주 잘게 쪼개서.
당시 아틸라가 말했던 사막의 독전갈은 대공자를 죽인 사막의 독을 이르는 말일 테고, 요양하기 위해 산에 들어갔단 얘기는 산에 그 시신이 있을 거란 말이었다.
소름 끼쳤다.
아무것도 몰라야만 하는데 알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정확하게.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늘 옆에서 호위를 서던 로엔이 이제 없었다.
죽었다. 아틸라에게 죽었다. 기사들 간의 결투에는 당연히 살인이 허용된다. 그렇지만 고스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고스뿐만이 아니라 도미니언 기사단장 네크로도 같이했다. 허나 너무나 명백했다.
서른 명 가까이가 똑같이 증언했다.
로엔이 먼저 모욕을 줬다고, 아틸라는 응당 기사 된 도리로서 결투를 신청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증언하고 나서고, 룩스마저 아틸라를 지지하니 어찌하겠는가.
고스는 침울한 표정이었다.
두려웠다.
로엔이 죽었으니 그다음은 누가 될까.
고스는 느꼈다. 아틸라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야수의 핏줄이 깨어났다고.

* * *

회의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백작가 가신들이 총출동했다. 그렇지만 그중에도 핵심이 있었다. 두 파벌을 대표하는 행정 총관 고스, 외무관 룩스.
그리고 고스의 파벌에 속한 도미니언 기사단의 네크로 단장. 뿐만 아니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백작가의 마법사 대표 던커스가 자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상석!
아직은 비어 있었다. 가주의 자리였다.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이번 회의를 소집한 아틸라가 이례적으로 가주 대행이라는 힘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그 말인즉슨 가주 대행으로서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공표하겠단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