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제왕 아틸라 1권(19화)
7. 어둠이 찾아올 때 야수는 깨어난다(3)
남은 검은 다섯 자루.
멀티태스킹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세심하게 컨트롤한다. 그리고 몸을 던지면서 공격을 가한다. 바스티안은 결연한 얼굴로 블러디 핸드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아틸라가 비웃었다.
“이 노인네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도끼질하고 뇌전이나 뿜어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뭐……?”
“보라고 노인네. 지금은…… 밤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아틸라. 바스티안의 시선도 자연 하늘로 향했다.
석양이 졌다.
어느새 협곡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상했다.
어둠이 꿈틀거리며 아틸라의 주위로 모여드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헛것을 보는가?”
바스티안의 중얼거림이 조용하게 퍼졌다.
“노인네, 밤이 되면 진정 싸움에 미친 야수가 깨어나.”
“뭐……?”
아틸라의 얼굴이 암흑에 파묻혔다.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아틸라의 형체는 어둠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바로…… 이 시각에!”
“……!”
아틸라의 검은 눈이 반개했다.
아틸라의 눈빛이 그대로 작렬했다. 바스티안은 머릿속이 모두 헤집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몸이 굳고 순간적으로 지독한 공포에 휩싸였다.
“이제 지루한 싸움을 끝내 주마!”
아틸라의 몸이 어둠에 휩싸였다.
암동!
스스로가 어둠이 되는 흑마법이 발휘되었다.
아틸라가 곧 어둠이고, 어둠이 곧 아틸라다.
어둠이 격하게 꿈틀거렸다.
멍하게 서 있는 바스티안에게 파도처럼 어둠이 덮쳐들었다.
“흐, 흐억!”
바스티안은 간신히 정신 차렸다.
탈혼안의 공포를 이겨 낸 바스티안을 기다리는 것은 아틸라의 강력한 일격이었다.
“끄아악!”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틸라의 일격은 강력하기 짝이 없다. 막아 낼 각오를 하고 온 힘을 쏟아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도 못하고 황급하게 손을 뻗은 바스티안은 아틸라의 일격을 막지 못하고 협곡 벽으로 처박혔다.
이제 아틸라의 진실 된 능력이 드러났다.
쾅! 쾅! 쾅!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3연타!
바스티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 내자, 찰나에 곧바로 옆구리를 베어 오는 도끼! 이어 등으로 가해지는 강력한 일격!
“크억!”
바스티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앞선 두 번의 공격은 어찌어찌 막아 냈다. 하지만 등을 강타한 무지막지한 일격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었으면 몸이 반쪽이 났으리라.
그러나 바스티안은 도검이 통하지 않는 반탄력의 육체!
겉은 멀쩡했지만 몸속은 모조리 움푹 찌그러 들어갔다. 바스티안의 입가에서 핏덩어리가 토해졌다.
“어디냐! 어디서 날아오는 것이냐!”
바스티안은 피를 토하며 고개를 들었다.
암흑이었다.
암흑 곳곳에서 아틸라의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나는 어둠이다. 나는 곳곳에 있다. 너의 정면에 있음과 동시에 뒤에도 있고,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다. 이곳을 벗어나지 못해.”
아틸라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바스티안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검을 쭉 뻗었다.
슈웅!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동시에 바스티안의 가슴팍으로 육중한 충격이 덮쳤다.
꽝!
“커헉……!”
바스티안의 붉은 피가 그림처럼 허공을 수놓는다.
바스티안의 두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가슴이 쩍 벌어졌다. 아틸라의 도끼질 한 방에 도검이 통하지 않던 그의 육신이 십 년 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궁금했지. 고무와 같은 반탄력을 가지고 있는 육체는 절대 끊어지지 않을까? 뚫리지 않는 걸까?”
“크허억…….”
가슴에선 쉴 새 없이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갈비뼈가 모조리 부서져 폐부를 찔렀다. 호흡이 가빴다. 쇼크 상태에 바스티안은 몸조차 가누지 못했다.
“쇠사슬에 몸 곳곳이 뚫려 이곳에 걸려 있었지. 그 말은 넌 불사신이 아니란 소리야.”
아틸라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듯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것이 바스티안에게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꽈앙!
“크헉!”
이번엔 아틸라의 일격이 바스티안의 손목을 잘랐다. 오른손이 떨어져 나가자 피가 온천수처럼 터졌다. 바스티안은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누군가 너를 제압했어. 그 반탄력의 육체 곳곳에 심각한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어떤 놈도 그렇게 했는데, 이 아틸라가, 내가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어?”
“크흐윽…….”
“그동안 내가 착각했던 것이 있었어. 절대의 파괴력이면 세상 모든 것을 일격에 없앨 수 있다 생각했지. 실제로 그랬고. 하지만 너를 만나니 그 생각이 무참히 깨지더군.”
꽈앙!
이번엔 일격이 바스티안의 등에 작렬했다.
등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등뼈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지만 갈라지지는 않았다. 다시 육체의 반탄력이 아틸라의 공격을 밀어냈던 것이다.
“나무꾼이 커다란 거목을 도끼질 몇 방에 쓰러뜨리는 원리가 뭔지 아나?”
아틸라는 바스티안이 듣든 안 듣든 말을 계속 이었다.
“바로 결이다.”
쩌억!
“끄아아악!”
바스티안이 처절한 비명을 토했다. 다시 등에 작렬한 아틸라의 배틀액스!
바스티안의 등가죽이 쩍 벌어지고 피가 솟구쳤다.
“나무꾼들은 결을 쪼갠다. 무지막지한 힘이 실리지 않더라도 그 커다란 거목을 쓰러뜨린다. 난 지금껏 일격의 파괴력에만 집중해 왔지. 실제로 파괴력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쪼갤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아니더군. 별안간 생각했다. 옛날 내 수하 중에 사람의 몸에도 나무처럼 결이 있었다고 하던 놈이 있었지.”
아틸라는 자신의 심복을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놈 말을 떠올리니 나도 보이더군. 암동으로 나 스스로 어둠이 되니, 보이더군. 육신의 결을 말이야.”
아틸라는 흥미롭게 웃었다. 그러더니 배틀액스를 들어 올려 바스티안의 머리를 쪼갰다.
꽈앙!
“커헉!”
바스티안의 머릿속이 미친 듯이 울렸다. 뇌세포가 일제히 죽으면서 머리가 새하얗게 타들어 갔다. 엄청난 충격이 뇌를 뒤흔들었다.
꽝꽝꽝!
“이렇게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지. 하지만 결에 살짝 놓기만 해도…….”
쩌어억.
배틀액스의 무게에 바스티안의 머리가 조금씩 갈라져 가고 있었다. 바스티안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들린다. 자신의 머리가 갈라지는 소리가.
그 충격적인 공포를 어찌 말로 다 설명하겠는가!
“바스티안이여, 제국을 공포로 떨게 했던 살인마여.”
“크흐으윽.”
바스티안의 몸뚱이가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제왕 아틸라의 공포가 강림했다.
“나를 따르겠는가, 죽겠는가.”
8. 흑마법사 색출(1)
던커스는 이중생활을 한다.
아틸라가 하늘 감옥으로 떠난 이후, 그가 이공자가 되어 가주 대행직을 이행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백작가 마법사들의 수장 생활을 이어 나갔다.
“늦는군.”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던커스의 옆에서 로그리스는 걱정인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틸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던커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늘 감옥까지의 거리는 부지런히 걷는다면 고작 한나절.
한데, 아틸라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도록 하지. 주군은 강한 분이시다. 네크로를 일격에 죽일 만큼.”
“…….”
그 말에 로그리스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걱정한다고 한들 별 소용없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하늘 감옥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 그저 아틸라의 강함을 믿고 기다릴 수밖엔 없었다.
‘젠장…….’
가만 생각해 보니 분하다.
수하 된 자로서 무언가 주군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
하나 실력이 부족하다. 던커스처럼 흑마법에 능해서 아틸라의 명을 철저히 수행할 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을 포함한 기사들은 그저 수련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로그리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계속 수고하십시오. 전 수련하러 가겠습니다.”
“알겠다.”
던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그리스는 조금은 조급한 기색으로 방을 나갔다. 아틸라의 방에 혼자 남겨진 던커스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로그리스에겐 걱정하지 말라 하였지만, 그 역시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 감옥!
하늘 위에 있는, 최악의 범죄자들만 가둔다는 그곳!
아무리 아틸라라고 하더라도…….
그곳엔 괴물들만 득실댄다.
던커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며칠 내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갈 생각이었다. 이래봬도 던커스는 6서클의 흑마법사였다.
마계의 마나를 사용하는 흑마법사는 일반 마법사보다 그 전투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6서클이지만 그는 7서클의 일반 마법사와 자웅을 겨뤄 볼만했다.
또한 자신의 휘하에는 열 명의 마법사가 있다.
그들도 흑마법사이다. 자신의 제자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