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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5화)
chapter 1(3)


쩌저적!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박지민의 눈앞에 순식간에 얼음이 얼어붙어 창의 형상을 이루었다.
박지민의 키를 능가하는 크기의 얼음 창!
2m 정도 되어 보이는 얼음 창은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었다.
너무나 투명해서 유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 얼음 창은 냉기를 풀풀 풍기면서 던져지길 원하고 있었다.
“맙소사.”
박지민은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게임을 생각했다.
‘얼음 창의 데미지가 몇이었더라?’
박지민은 기억을 뒤져 보았다.
판타지라이프는 데미지를 숫자로 표시하지 않는 게임이라 정확히 데미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레벨 100대의 몬스터 정도는 한 방에 골로 보낼 정도로 위력이 높았다는 것이다. 150 내외의 몬스터도 두세 방 만에 보내고, 200 레벨의 몬스터들도 네다섯 번만 때리면 죽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43레벨이라는 높은 스킬 레벨의 얼음 창은 마법 계열 스킬들을 작정하고 찍은 마법사들만큼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일 레벨이 낮은 곰이 60이었지?’
레벨 60의 곰?
레이나시스의 얼음 창 한 방에 골로 가곤 했었다.
“허허허…….”
박지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현실의 곰과 게임의 곰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현실의 곰도 얼음 창에 두 방 이상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지금 박지민의 눈앞에 있는 얼음 창은 얼음으로 만든 단순한 창이 아니라, 높은 스킬 레벨을 가지고 있는 마법의 힘으로 만든 창이었기 때문에.
박지민은 얼음 창을 집어 보았다.
“차갑다.”
얼음 창은 엄청나게 차가웠다.
하지만 만든 당사자라서 그런지 진짜 얼음을 잡은 것처럼 차갑지는 않았고, 그냥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박지민은 그 창을 들고 주먹에 맞아 너덜너덜해진 방문을 향해 걸어가 푹 찔러 넣었다.
푹.
“헐.”
얼음 창은 마치 두부에 찔러 넣은 것처럼 손쉽게 문을 관통했다. 순간 나무가 아니라 스펀지나 두부로 만든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거기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쩌저적!
창이 관통한 곳을 중심으로 문이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이다.
냉동 창고에 집어넣어도 만들어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
박지민은 자신이 들고 있는 얼음 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
그는 얼음 창을 식탁 의자에 찔러 보았다.
푹이 아니라 그냥 콕.
쩌적!
순식간에 얼어붙는 의자.
“이거 동상 효과 무조건 발동 아냐?”
그는 자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다른 의자들을 콕콕 찔러 보았다.
쩌적, 쩌저적!
그리고 결과는 전부 동일했다.
의자들은 얼음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녹으려면 한참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이거 사람한테 쓰면 난리 나겠네.’
“어지간하면 사람에게 쓰지 말아야겠다.”
박지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가 흠칫했다.
사람에게 쓰지 말아야겠다가 아니었다.
어지간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쓰겠다는 말이었다.
박지민은 자신이 말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어지간하면……이라.’
그 말의 의미는 매우 무거웠다.
그 말이 붙은 이상 쓰지 말아야겠다는 뒤의 말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거 한 방이면 누구든 다 죽겠지. 만약 내가 사람을 죽인다면?’
그는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상황이 올 때 쓰는 것에 대하여 그 어떠한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패시브 스킬 차가운 마음이 정말로 적용되나?’
마법 계열 스킬 중에 차가운 마음이라는 스킬이 있었다.
원래는 이름만 그런 것이었는데, 현실에 실제로 적용되면서 정신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박지민은 자신의 마음이 정말로 차갑게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졌다.
‘뭐. 오히려 좋은 거 아니겠어?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우물쭈물하면서 적을 죽이길 주저하다가 자신이나 동료가 다치거나 죽게 만드는 머저리들이 얼마든지 있지. 나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는 거 아냐?’
박지민은 자신의 마음이 차가워졌음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괜히 괴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들었다.
차가운 마음의 이름을 보면 마음 전체에 적용돼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데에 거부감이 없어졌을 뿐 기쁨이나 당황 등의 감정은 그대로 있었다.
그는 조금 고민했다.
‘음.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에만 적용되나?’
정답이었다.
스킬들을 마법의 형태로 적용시키던 마력들은 패시브 스킬을 특성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몸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을 각인시킨 부분은 전부 뇌와 관련되어 있었다.
차가운 마음의 경우엔 죄책감에 관여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게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망설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뇌는 오묘해서 한 개가 이상이 생기면 다른 곳도 그것의 영향을 받아 바뀌는 것이 정상이지만, 마력의 영향으로 뇌가 바뀐 데다가 매우 높은 의지의 힘으로써 박지민은 평소에는 제정신을 유지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게 할 때에만 성격이 차갑게 변하게 되었다.
의지!
생활 스킬을 파고들면서 올라갔던 그 능력치가 박지민을 구원해 준 것이다.
의지가 낮았다면 그는 아마 다른 감정들도 마비되고 감성은 거의 마모되어 기계와 같은 인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마음이 자신의 감정들을 없애 버릴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좋아하고만 있었다.
“해제.”
박지민이 해제라는 키워드를 말하자마자 얼음 창은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손에서 사라져 버렸다.
“매우 만족스럽다.”
현실에서 적용되는 능력치, 타이틀, 스킬까지.
하나같이 만족스러웠다.
약간의 불만이 있다면 누락되어 버린 스킬들 정도일까?
박지민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인벤토리도 생겼을까?’
“인벤토리!”
하지만 박지민의 외침에도 반투명한 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박지민은 살짝 실망하면서 몸을 돌리려다가 자신의 앞 공간이 살짝 일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그러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일그러짐을 향해 손을 뻗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것도 게임에서 일그러진 걸 클릭한 후였지.’
그때 박지민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었고, 그것 때문인지 눈앞에 나타난 일그러짐에 쉽게 손을 뻗지 못하였다.
‘아냐. 일그러짐 덕분에 내가 이런 능력을 얻은 거 아냐? 이런 능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고통쯤은!’
박지민은 어제 겪었던 것을 그냥 고통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채 저승 문턱까지 밟았던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용기를 내서 일그러짐을 향해 팔을 뻗었다.
“헉!”
마치 다른 공간과 연결된 것처럼 쑥 들어가는 팔.
그리고 저절로 나오는 비명!
박지민은 화들짝 놀라면서 팔을 뺐다.
일그러진 공간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박지민의 앞에서 유지되어 있었다.
‘혹시……?’
“능력치 창 닫기.”
띵.
능력치 창은 띵 소리를 내면서 박지민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스킬 창 닫기.”
띵.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지민의 눈앞에 떠 있던 반투명한 스킬 창 역시 모습을 감추었다.
박지민은 눈앞의 일그러진 공간을 보면서 혹시나 하고 말했다.
“인벤토리 닫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감추는 일그러진 공간.
“인벤토리.”
그리고 이름을 말하자 다시 눈앞에 생성되는 일그러진 공간.
“허허허허…….”
박지민은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벤토리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맙소사…….”
박지민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능력치.
게임에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
거기에 인벤토리에 물건을 넣고 다닐 수도 있다.
하나만 하더라도 대단한 능력인데 그것들을 전부 가지게 되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박지민은 눈을 빛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재수는 때려치워도 되겠다!”
박지민은 기쁨에 가득 차 소리쳤다.
대학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 편히, 더 풍족히 살기 위하여 들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이런 능력들이 있으니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매우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는 딱히 취업을 하지 않아도 돈을 왕창 벌 수 있는데 시간 낭비, 돈 낭비, 노력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지민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계속 미소를 지었다.
“생활 스킬들이 있으니 그걸로 먹고살아도 되겠지.”
모든 종류의 금속과 식물을 다룰 수 있는 스킬.
그것만 하더라도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장인의 수준이었다. 공장에서 찍어 내는 물품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라고 할지라도 장인이 직접 손수 만드는 물건들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아냐. 금속 다루기와 식물 다루기, 천의 목소리는 제외. 어차피 공장제품이 대세인데 뭘. 얼마 벌지 못할 것이 뻔해.”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수제품은 매우 귀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박지민은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수제품인데다가 품질도 좋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스킬이 그대로 써진다면 만든 것에 특별한 효과까지 붙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게임처럼 특별한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팔아 봤자 고생만 하지 얼마 남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옷 한 벌에 몇 십만, 그리고 입소문이 나면 몇 백만 원 정도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공장으로 돌려서 찍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재료 문제도 있었다.
그가 게임에서 만든 아이템들의 재료가 무엇이던가?
서큐버스의 뿔, 프로그맨의 혓바닥, 성난 붉은 곰의 털가죽, 광폭한 거대 지렁이의 표피…….
온갖 몬스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현실에서는 그런 재료가 없었다.
만들어 봤자 별로 뛰어난 게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음. 특별 효과가 부여된 실이나 금속은 만들 수 있겠지만 귀찮고…….”
그는 금속 다루기, 식물 다루기, 천의 목소리 스킬들은 뇌에서 아예 지워 버렸다.
“그래. 음악 관련 스킬이 있지.”
그냥 음악 관련 스킬도 아니었다.
판타지라이프에서도 전문적인 음유시인급의 스킬이었다.
작곡을 할 경우 회복이나 강화 등의 특별한 효과가 악보에 깃들기도 했고, 연주의 경우에는 마법적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가 음색은 주변 몬스터들을 매혹시켜서 그 난폭한 녀석들마저 연주 중에는 공격을 시도하지 않을 정도였다.
모르긴 몰라도 음악을 한 번 연주하면 난리가 나리라.
“하지만 마법 연주는 사용할 수 없겠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마법 연주!
고 레벨의 작곡, 연주, 마법적 특성 부여, 임시 안전지대 형성 스킬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음유시인의 길이라면 고레벨의 연주, 생명 치료, 마법적 특성 부여와 물귀신의 웃음 스킬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마법 연주였다.
21레벨의 마법 연주는 1∼21레벨의 4가지 효과를 랜덤으로 발동했다.
적에게 낮은 확률로 상태 이상 분노, 도발을 일으키며 강하지 않은 데미지를 주는 소음 스킬과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공격 효과!
자신을 포함한 파티원 전체의 생명력을 일정량 채워 주는 전체 회복 스킬의 효과를 발휘하는 회복 효과!
스킬을 사용한 사람의 주변에 있는 모든 아군, 적군의 능력치를 올려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범위 축복 스킬의 효과를 발휘하는 강화 효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킬을 사용한 사람과 스킬을 사용한 사람과 인접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능력치를 낮추는 물귀신의 웃음 스킬 효과를 발휘하는 약화 효과!
마법 연주는 이렇게 총 4가지의 효과를 랜덤으로 발동시켰다.
“마법 연주는 뭔가 불길해. 쓰면 난리가 날 것 같다.”
그는 본능의 경고에 따라 마법 연주를 뇌에서 지웠다.
“음식……은……. 조금 고민을 해 봐야겠다.”
박지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음식 역시 마법적 효과를 준다.
거기다가 스킬 레벨이 높으니 맛도 좋을 것이 분명했다.
장인의 혼 스킬도 있으니 좋은 것들이 나올 것 또한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낮은 확률로 저주, 데미지를 주는 효과가 부여된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저주면 그냥 나은 편이었다.
문제는 데미지를 주는 효과였다.
그의 마법 요리 레벨은 56.
높은 스킬 레벨과 더불어 효과 역시 매우 뛰어났다.
그것은 데미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지민은 마법 요리의 데미지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사용했기에 대략적인 데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대충 200대의 데미지였지?’
대충 200!
고정이 아니었다.
대충 200이라는 것이었다.
평균도 아니었다.
아주 운이 좋을 경우 데미지 1이 나오는 일도 있었지만, 운이 나쁘면 300 가까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리고 운이 정말 없는 날에는 마법 요리를 먹고 데미지 효과가 발동되었는데 그게 치명타가 터져서 생명력 500이 날아간 적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한 방에 가겠군.’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독도 안 들었는데 인간을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요리?
그건 요리가 아니다.
요리의 탈을 쓴 무기다.
만약 요리대회에 나가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걸 먹고 심사위원이 죽는다면? 혹은 먹고 난 다음 온갖 병에 시달려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면?
사람이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 요리가 사람을 먹는 꼴이다.
그리고 요리대회만 문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