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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8화)
chapter 3(2)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채집 스킬에 대한 원한에 대한 복수를 한 셈이었다.
“후우.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4개라도 나온 게 어디냐.”
박지민은 방을 다 정리하고 실뭉치의 형태로 추출된 재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운 없는 날엔 120번 연속 채집해서 2번 성공한 적도 있었던 그였다.
정말 더럽게 운이 없는 날엔 425번 연속 채집해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49개 중 4개라면 괜찮은 수준이 아니던가?
“그래. 이 정도 양이면 두 벌은 만들지. 티셔츠 하나 만들고 청바지 하나 만들면 될 거야.”
화를 삭이기 위한 중얼거림!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분노는 사라지고 어느새 그의 얼굴은 신중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실뭉치들을 주워 들었다.
― 마법 공격 내성의 실 ―
분류 : 재료
마력의 힘이 깃든 옷에서 추출한 실.
마법 공격 내성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이용해 옷을 만들 경우 뛰어난 마법 공격 내성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아. 왜 마법만…….”
그는 실뭉치들의 옵션을 확인하고 말을 잇질 못했다.
4개 전부 다 마법 공격 내성.
49벌 중 마법 공격 내성 옵션이 붙어 있던 옷은 단 7벌이었다.
그런데 실뭉치 4개가 전부 그 옵션이었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하자.”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어차피 추가될 옵션이 있잖아? 하하하하.”
옷을 만들 때 추가되는 특별 효과!
일반 재료를 이용해 만들 경우 특별 효과는 하나, 그리고 옵션이 붙은 실을 이용해 만들 경우 사용한 실에 붙은 옵션들 중 하나가 랜덤하게 적용되고 옷이 완성되고 나서 옵션이 하나가 붙는다.
지금 박지민이 사용하는 실들은 전부 다 똑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으니 무조건 마법 공격 내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 추가될 옵션에 희망을 걸었다.
‘제발 다른 거 걸려라. 아니, 성공만 해라. 실패하면 내 이틀이 허무하게 날아간다.’
박지민은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천의 목소리!”
그는 실뭉치들을 앞에 두고 자신이 만들 옷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보란 듯이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는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가 바닥에 몸을 누운 채 있었다.
“흐흐흐. 성공했다. 성공했다!”
그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
― 강력한 마법 방어의 검은색 티셔츠 ―
분류 : 방어구(상의)
방어력 : 70
내구도 : 14/14
특별 효과 1 : 마법 공격 내성
특별 효과 2 : 마법 공격 내성
장인이 부여한 효과 : 마법을 맞았을 경우 낮은 확률로 마나를 회복한다.
제작자 : 박지민
마법 공격 내성 효과가 두 개가 겹쳐져 강력한 마법 공격 내성 효과를 가지게 된 티셔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가 만들어 내구도가 높다.
장인의 뛰어난 솜씨에 의하여 특별한 힘이 깃들었다.
“아아악!”
저절로 질러지는 비명!
마법 공격 내성 효과의 중첩!
거기다가 심지어 장인 효과까지 마법 관련이었다.
성공 했을 때의 기쁨이 사라지고 절망이 그를 잠식했다.
판타지라이프에서야 몬스터들이 마법을 허구한 날 날려 대니 쓸모가 있었다지만, 현실에서 그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바지, 바지는?!”
― 강력한 마법 방어의 청바지 ―
분류 : 방어구(하의)
방어력 : 70
내구도 : 14/14
특별 효과 1 : 마법 공격 내성
특별 효과 2 : 마법 공격 내성
장인이 부여한 효과 : 마법을 맞았을 경우 일정 시간 동안 마법 공격력이 상승한다.
제작자 : 박지민
마법 공격 내성 효과가 두 개가 겹쳐져 강력한 마법 공격 내성 효과를 가지게 된 청바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가 만들어 내구도가 높다.
장인의 뛰어난 솜씨에 의하여 특별한 힘이 깃들었다.
하의와 청바지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티셔츠와 똑같았다.
아니, 다르긴 달랐다.
티셔츠는 맞았을 경우 마나 회복이었고 청바지는 맞았을 경우 마법 공격력 상승이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였다.
현실에선 마법을 쓰는 존재가 없으니까.
그는 절망하고 말았다.
“노가다를 계속 해 보자. 언젠가는 좋은 옵션이 나오겠지.”
판타지라이프 생활 스킬을 괜히 전 서버 최고 레벨까지 올린 게 아니었다.
그의 근성은 대단했다.
그는 인벤토리에 쌓여 있는 옷감을 방 안으로 쏟았다.
“힘내서 해 보자!”
하지만 그 이후 사흘 동안 잠도 거의 안 자고 70벌을 만들었다가 마법 공격 내성 효과를 가진 실뭉치 하나만 달랑 나오자 그 근성도 꺾일 수밖에 없었다.
“왜 채집은 생산이 아닌 거야! 빌어먹을!”
옷 말고도 할 것은 많았다.
“아아……. 미치겠네. 활도 만들고 화살도 만들어야 하는데……. 유명세도 얻어야 하는데…….”
찢어진 천 조각들이 널려 있는 방에서 그의 읊조림이 처량하게 울렸다.
* * *
인터넷에는 사람들이 방송을 하는 사이트가 몇몇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방송국 사이트 ‘아시아’였다.
아무나 손쉽게 방송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국.
그리고 그 인터넷 방송국은 며칠 전부터 난리가 나 있었다.
『음유시인 지민의 방송까지 앞으로 1분 20초.』
아시아의 메인페이지에는 대문짝만 하게 방송국의 홍보가 붙어 있었다.
돈을 내고 올리는 것이 아닌, 인기 있는 방송을 아시아 측에서 광고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히 인기가 있지 않으면 절대로 메인 페이지에 광고를 해 주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가 생겨난 때부터 지금까지 이 광고를 받은 방송은 50개도 되지 않았다.
『음유시인 지민의 방송 시작.』
아시아의 메인 페이지의 글자가 바뀌었다.
그리고 1천 명 정원의 방송채널이 차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초!
[음악! 음악!]
[지민 님 음악 들려 줘요.]
그리고 그 방송의 채팅방에서는 연신 음악을 들려주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음유시인 지민의 방송.
6일 전에 나타난 방송이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한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는 새롭고 흥미로운 방송이었다.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고 그 방송을 들었고, 그리고 그 방송을 듣자마자 경기를 일으키면서 난리를 쳤다.
[최고다!]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음악을 듣지 못하고 살았다!]
첫날에 방송을 들은 사람은 100여 명.
그리고 다음 날에는 800명.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천 명의 정원이 꽉 찼다.
입소문, 그리고 음유시인 지민의 방송에서 들려준 음악이 인터넷으로 퍼짐으로 인해 나타난 유명세까지.
그것까지 합쳐져 6일째 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천 명의 정원이 15초 만에 다 찼고, 지민의 방송을 방송하는 방들마저 순식간에 천 명의 정원이 꽉꽉 찰 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말았다.
음악을 듣기 위해 아시아에 접속해 있는 사람만 만 명이 가볍게 넘을 정도!
[오오! 음악 시작한다!]
이윽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피아노 하나로 연주하는 곡.
그럼에도 연주를 다채롭게 채워 주는 다른 악기가 있는 듯, 멜로디에 집중시키는 노래가 있는 듯 황홀할 만치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곡으로 사람들의 귀에 와 닿았다.
“오오……!”
“크흑…….”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넋을 잃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지상파 방송국 RBS의 장수 프로그램 ‘모두의 음악파티’ PD도 있었다.
“이건 최고야!”
그는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 * *
‘천상의 음악.’
‘음악 마약.’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름을 얻게 된 연주를 한 연주자, 박지민은 자신에게 온 쪽지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RBS 모두의 음악파티 김혁승 PD입니다. 연주를 듣고…….』
내용을 말하자면 간단했다.
방송에 출연해서 음악을 연주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박지민은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지자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잘 먹고 잘 살아 주마! 평생 놀고먹어 주겠다.’
음침하게 웃으며 속으로 소리치는 그 모습은 잘 봐 주어도 악동, 혹은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박지민이 인터넷 방송국에서 연주를 시작한 것은 간단한 이유였다.
남들이 하는 것은 하기 싫다!
연주자로서 유명해지기엔 더 쉬운 길이 있었다.
박지민의 음악 연주는 그냥 연주가 아니었다.
마법 연주.
거기다가 패시브 스킬 음유시인의 길로 인하여 매혹 효과까지 있었다. 적대적인 몬스터들을 매혹시켜서 공격을 못 하게 할 정도의 효과이니,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떤 효과를 내겠는가?
마약급의 위력!
들으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유명한 연주자들에게 연주를 들려준다면 푹 빠져서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을 낼 것이요,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들려준다면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었다.
명동 한복판에서 리코더로 연주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잊고 멈춰서 연주를 듣고, 얌전히 가던 자동차들이 음악을 듣고 넋을 잃고 사고가 날 정도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박지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괴짜 본능 때문이었던 것이다.
일주일 전 박지민은 매혹 효과가 있는 음악으로 유명세를 얻는 것이 가장 쉽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것을 이용해서 유명해질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기각!
이유는 간단했다.
남들이 하는 것은 하기 싫다!
좋게 말하면 선구자의 본능이요, 나쁘게 말하면 청개구리의 본능.
박지민이 누구던가?
남들이 공부를 안 할 때에는 반쯤 미쳐 공부를 해서 전교 1, 2등을 하다가 남들이 공부를 하니까 완전히 때려치워 버린 위인이 아니던가?
거기다가 그것을 충고할 부모님도 없으니 그 청개구리 본능은 박지민의 성향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단군이 환생해서 호통을 친다고 할지라도 박지민의 결심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생각나는 모든 것을 기각했던 박지민은 방에 놓여 있던 컴퓨터를 보고 인터넷 방송국을 떠올렸고, 그것을 떠올리자마자 그 즉시 피아노와 방송용 마이크, 캠코더를 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이다.
“내 선택은 옳았어!”
괴짜다운 선택.
그것이 일으킨 파장은 절대 적지 않았다.
그가 연주한 것은 단 6일이었지만, 아시아에 들어오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아시아의 주식 역시 폭발적으로 올랐다.
거기다가 아시아의 가입자는 확연히 늘어 다른 인터넷 방송국을 가뿐히 누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며 아시아에서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늘어 버린 상황이었다.
변화는 아시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인터넷 방송국의 주식 역시 같이 올라갔다.
인터넷 방송국 사이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올라가자 그것의 전망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단 한 사람이 일으킨 효과치곤 조금 스케일이 컸다.
그런 사태를 일으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지민은 실실 웃으면서 쪽지에 적혀 있는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혁승입니다.
“안녕하세요. 쪽지 보내셨죠?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음유시인 지민이라는 닉네임으로 방송을 하는데요.”
―아. 반갑습니다. 음악을 듣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꼭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상파 방송국 출연 요청!
그것은 원래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지간히 실력이 있어도 무명이라면, 인맥이 없다면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출연할 사람들은 많았고, 인맥이 없거나 무명인 사람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매혹!
음유시인의 길이 준 효과 때문이었다.
매혹의 효과는 강했다.
강한 감동을 준 매혹의 힘은 김혁승으로 하여금 박지민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품게 만들었다.
박지민은 살짝 사양의 말을 했다.
“그런데……. 저는 무명이고……. 그런 대단한 곳에 저 같은 사람이 나가도 될런지…….”
―유명하고 안 유명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건 지민 씨의 실력으로 전부 커버가 됩니다. 계약 조건은…….
맞는 말이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졌건 알려지지 않았건 상관없었다.
어지간한 실력이어야지, 박지민의 연주는 그런 것을 전부 뛰어넘었다.
듣는 순간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세이렌의 노래처럼 매료시키는 음악에 그런 게 뭐가 필요할까?
―……이상입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김혁승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박지민에게 계약 조건을 쏟아 내곤 답을 기다렸다.
‘괜찮은데!’
박지민은 김혁승이 내건 조건들에 마음이 동했다.
방송 쪽에 문외한인 자신이 들어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박지민은 조금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