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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10화)
chapter 3(4)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박지민의 청개구리 같은 성격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혁승은 박지민에게 턱시도를 입을 것을 끊임없이 부탁했다. 그리고 방송 관계자들 역시 그에게 턱시도를 입으라고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듣자 박지민의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튀어 올랐던 것이다.
‘모두의 음악파티에 나오는 사람들은 전부 다 똑같은 옷을 입었지. 왜 내가 남들이 다 하는 짓을 해야 해?’
그리고 방송 당일, 그는 당당히 양복을 입고 나왔다.
물론 그 양복은 박지민이 천의 목소리로 만든 아이템이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양복!
청개구리이긴 하지만 쥐꼬리만큼의 양심이 남아 있었기에 싸구려 양복이 아닌 자신이 만든 수제 양복을 입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 효과는 박지민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던가?
김혁승과 스태프들은 경악하면서 턱시도를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박지민은 그것을 완강히 거절했다.
심지어 스태프 중 한 명이 그의 체형에 맞는 턱시도를 앞에다 가져다줬음에도 거부했다.
눈앞에 신이 강림해서 부탁해도 거절할 것이라며 무언으로 말하고 있는 박지민의 태도에 결국 사람들은 포기해 버렸다.
그렇다고 방송 출연을 못하게 만든다고 협박을 할 수도 없었다.
방송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가 나간다면 엄청난 시청률과 함께 이슈를 끌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걸복걸하기도 하고, 말로 구슬려 보기도 했지만 결국 김혁승은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사람들의 눈앞에 있었다.
박지민은 사람들이 수군대건 말건 피아노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피아노를 막 치려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손가락을 멈추었다.
‘내가 하기 전에 피아노를 친 사람이 6명이나 있었지?’
6명.
적지 않은 숫자였다.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나 부를까?’
하지만 박지민은 이내 떠오른 생각을 지웠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8명.
피아노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포기하고 피아노를 치려는 찰나.
‘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른 사람은?’
박지민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사실 하나!
박지민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박지민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원래는 피아노를 치기로 했지만 남들이 다 하는 짓은 하기 싫었다.
박지민은 잠시 머릿속으로 뭘 치면서 무엇을 노래할까 고민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박지민이 가만히 피아노에 앉아 있자 왜 그러나 하고 관심을 갖고 쳐다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긴장해서 그런 게 아닌가 조용히 떠들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얼마나 형편없는 음악을 연주하려고 하기에 저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웃기도 했다.
‘음. 내가 옛날에 작곡했던 곡이 뭐가 있더라?’
하지만 박지민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지 간에 피아노 앞에 앉아서 뭘 연주할지 고민했다. 가사가 붙은 곡이 하나도 없었기에 어떤 곡이어야 즉흥적으로 가사를 붙이기 쉬울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좋아! 결정했다!’
박지민은 미소를 지으며 피아노 건반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가사는 마음 가는 대로 부른다! 방송할 때 느꼈던 거지만 약간의 실수 정도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지. 매혹 효과와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
‘나는 내 스킬을 믿는다!’
박지민이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음유시인의 길에 붙어 있는 매혹 효과는 현실로 오면서 효과가 추가가 되었다.
매혹 효과를 사용하는 유일무이한 사람인 박지민은 매혹의 효과를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했다.
판타지라이프에서는 스킬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적어 놓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어떤 레벨까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데미지를 낼 수 있는지, 얼마만큼 능력치가 오르는지, 확률이 어떤지.
전혀 적지 않았다.
심지어 상태 이상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해 주지 않았다.
거기다가 현실로 건너오면서 어떤 효과가 추가되었는지, 어떻게 효과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
박지민은 당연히 매혹 효과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킬을 믿었다.
자신이 판타지라이프에서 노력해서 얻은 스킬을.
그리고 음악 방송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음유시인의 길의 효과를!
현실로 건너오면서 추가된 음유시인의 길!
그것의 효과가 이제 현실에서 진면목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박지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띠링.
가볍게 움직이는 손가락.
잔잔한 음악이나 경쾌한 음악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힘이 실린 채 내리꽂히는 손가락!
콰앙!
굉음!
방심하고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박지민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 무겁게 내려앉으며 오페라홀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
사람들은 피아노가 자아내는 무거운 분위기에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정적!
박지민이 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오페라홀은 물론이고 무대 뒤에까지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정적이 감돌자 박지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거기 꿈꾸는 이여.
창밖에 달이 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꿈을 꾸세요.
달은 그곳에도 있답니다.

사람을 홀릴 정도의 미성(美聲)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전설 속에서 나오는 세이렌에게 홀린 것마냥 넋을 잃고 박지민의 노래를 들었다.

당신을 쓰다듬는 나의 손길이 느껴지나요?
꿈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요.
나의 손길을 느껴 보아요.

매혹!
오페라홀에 있는 사람들은 박지민의 목소리에 매혹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오페라홀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무대 뒤편에 있는 사람들도, 박지민을 찍고 있던 스태프들도, 심지어 최한까지도 매혹되고 만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송을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람들도 하던 것을 멈추고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어요.
부드러운 손길을 느껴요.
아름다운 달이 떠 있네요.
나의 숨결이 느껴지나요?

무거운 음악.
기묘한 느낌의 노래.
그것들이 합쳐져 만든 기묘한 분위기!
박지민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며 노래를 했다.

꿈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요.
저는 이곳에 있어요.
달빛이 세상에 내려앉네요.
당신은 말하죠.
이곳이 어디냐고.
하지만 저는 말해요.
꿈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요.

박지민은 마지막 가사를 불렀다.

꿈꾸는 이여.
꿈을 꾸세요.
저는 이곳에 있답니다.
나의 숨결이 느껴지나요?
달의 차가움이 느껴지나요?
당신은 꿈을 꾸세요.
나의 손길이 당신의 몸을 쓰다듬어요.
당신은 꿈을 꾸세요.
어둠이 내려앉네요.
당신은 꿈을 꾸세요…….

박지민은 그것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무대의 중앙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박지민이 인사를 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
하지만 정신을 다 차린 것이 아닌 듯 박수를 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중 정신을 차린 관객 중 한 사람이 박지민을 향해 소리쳤다.
“그 곡의 이름이 뭡니까?”
박지민의 차례에는 곡명이 적혀져 있지 않았다.
김혁승에게 자신이 내키는 대로 곡을 연주하겠다고 말한 것 때문에 마지막 박지민의 차례에 대해선 연주할 곡이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악몽.”
박지민은 짧게 그의 말에 대답하곤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지 한참 후.
와아아아아!
짝짝짝!
사람들은 있는 힘껏 환호성을 질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고, 음악을 듣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넋을 잃은 채 박지민이 방금 전까지 앉아 있었던 피아노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페라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박지민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지민을 방송에 출현하게 만들었던 김혁승 PD는 그의 음악을 듣고 얻은 감동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번 방송은 대박이다.”


chapter 4(1)


『악몽의 연주자! 그는 누구인가!』
『혜성같이 나타난 연주자! 박지민!』
『모두의 음악파티. 악몽을 꾸다.』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항상 평이한 시청률을 유지하던 모두의 음악파티가 일을 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프로그램에 출현한 한 사람이 일을 내고 말았다.
박지민!
사람들에게서 악몽의 연주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그가 연주를 할 때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심지어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던 사람들까지 음악에 넋을 잃는 덕분에 대형 추돌사고까지 일어났다.
사고를 낸 사람들이 그 순간에 대해 말하길 ‘꿈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말해 마약을 한 것이 아닐까 의심받은 해프닝도 잔뜩 일어났다.
그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녹화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것이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대단한 음악이라고 극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영상을 보여 주기를 반복.
박지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번의 방송으로 이루어 냈다고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 효과!
그리고 관심은 박지민에게만 가지 않았다.
RBS 역시 방송 후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에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박지민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RBS를 찔러 보기 시작한 것이다.
RBS는 하루에도 수천 통씩 오는 박지민에 대해 묻는 전화에 괴로워했다.
거기다가 일반인들만 전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계 쪽에서 알려진 인사들도 전화를 한 것이다.
박지민의 연락처를 좀 알려 주게.
대단한 사람이 나왔더구만. 악몽의 연주자라는 별명을 얻었다지?
박지민에게 연락 좀 해 주게나. 내가 후원을 해 주겠다고…….
거기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방송국, 다른 나라의 방송국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박지민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박이야, 대박! 으하하하!”
그리고 RBS에게 힘들지만 행복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김혁승 PD는 국장에게 직접 치하를 받고 있었다.
“정말 대단해! 나는 자네가 한번 크게 터트릴 줄 알았어!”
세상 모든 기쁨을 다 끌어안은 듯한 국장의 얼굴!
보는 눈이 없었다면 김혁승을 끌어안고 춤이라도 출 듯한 기세였다.
“김혁승 PD! 최고야!”
‘저도 기분 최고입니다!’
국장과 김혁승은 기쁜 마음으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