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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12화)
chapter 4(3)
데미지는 낮은 편이지만 단검과 비교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 속도와 맞은 상대에게 높은 확률로 출혈을 일으키게 만드는 패시브 스킬!
그것이 바로 가위 투술이었다.
“이봐. 음악 때려치우고 조직 생활이나 하는 게 어때? 그게 더 많이 벌 거 같은데?”
다른 깡패는 바닥에 상처를 부여잡으며 지혈하는 깡패를 쳐다보며 말했다.
“싫은데요.”
박지민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싸움은 취향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인생을 살면서 싸움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싸움을 먼저 걸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맨날 싸움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조직 생활을 하라?
당연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쯧. 뭐 그렇겠지.”
깡패는 피를 흘리고 있는 깡패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둘이 대화하고 있는 사이.
박지민의 뒤에 있던 깡패는 살금살금 박지민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가위에 의해 한 명이 상처를 입자 멀쩡히 서 있는 깡패들은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했고 한 명이 시간을 끌고 한 명이 뒤에 몰래 가서 가위를 휘두르지 못하게 만들 작전을 세웠던 것이다.
그리고 깡패들의 계획은 성공하는 듯싶었다.
찰칵찰칵!
“악!”
하지만 깡패가 어느 정도 다가가자 박지민은 가위를 휘두르며 깡패의 어깨를 베었다.
‘뻔하지 뭐.’
박지민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는 깡패를 보며 피식 웃었다.
‘시간 끌려고 하는 게 다 보였는데.’
대화를 나누며 시선을 끌기 위한 수작.
박지민은 그것이 전부 훤히 보였다.
그래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어느 순간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거침없이 가위를 휘두른 것이다.
“쳇! 다 덮쳐!”
숫자의 우위를 살려 공격하는 수법!
어지간히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2명만 덤벼도 속절없이 당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지금 박지민을 공격하는 사람은 3명.
누가 봐도 박지민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다.
하지만 박지민은 긴장 하나 하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촤아악!
“아악!”
박지민이 둥글게 몸을 회전시키며 손을 휘두르자 달려들던 깡패들이 전부 비명을 내질렀다.
깡패들의 몸에는 일자의 형태로 상처가 나 있었다.
여러 명이 덤비자 박지민은 자르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가위를 쥔 채 둥글게 몸을 돌리며 팔을 휘두른 것이다.
박지민의 힘과 은근히 날카로운 가위가 합쳐져 깡패들의 몸에 기다란 자상을 입혔다.
“크으…….”
“칼에 베인 것 같잖아…….”
그들의 몸은 마치 칼로 벤 것처럼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피가 계속 나오는 것이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았다.
“빨리 병원에 가면 죽지는 않을 겁니다.”
박지민은 그렇게 말하곤 깡패 중 한 명을 향해 걸어갔다.
“누가 시켰나요?”
“말할 거 같냐?”
“흠.”
박지민은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말 안 할 거 같은데…….’
말하지 않으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니까 더 듣고 싶어졌다.
‘듣고 싶다!’
청개구리 본능!
찰칵.
박지민의 손에 들린 가위가 소리를 냈다.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가위.
은색 광택을 뿜어내며 단정한 분위기를 내던 가위는 아까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공포 영화에서 사람 두세 명은 죽이고 튀어나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흠…… 흠흠…….”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위를 본 깡패는 살짝 안색이 굳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찰칵찰칵.
가위가 다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덤으로 깡패의 코앞까지 다가가기까지 했다.
찰칵!
“헉!”
가위가 남자의 코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지나쳤다.
그는 가위가 자신의 코를 베어 버릴 뻔하자 화들짝 놀랐다.
‘이번엔 진짜로 자른다!’
박지민은 다시 가위를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잠깐!”
박지민의 눈에서 살기가 감도는 것을 느낀 깡패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박지민은 누군가가 외치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지민만이 아니라 다른 깡패들도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긴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박지민에게 가장 먼저 맞자고 말했던 남자가 있었다.
“내가 말하겠다.”
“야! 너 잠깐…….”
“말하면 돌아가서 너…….”
다른 남자들은 그의 말에 동요했다.
비밀을 함부로 누설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 처벌은 매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깡패들은 박지민에게 겁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말한다! 걱정 말아라. 나 혼자 죄를 뒤집어쓰겠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후우…….”
그는 박지민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동료가 아무리 말려도 말하겠다는 의지가 가득 있었다.
박지민은 그의 눈동자를 보고 자신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청개구리 본능.
반드시 말하겠다는 것을 보자 오히려 듣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그 본능을 꾹 눌렀다.
본래 기분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박지민이라는 인간이었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호기심이랑 약간의 불쾌감이 있었기에 본능을 누를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군데요?”
“우리 두목께서 지령을 내렸다. 자세한 것은 들을 수 없었지만 어떤 대기업의 자식 중 한 명이 부탁한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두목은 누군데요?”
“강일동!”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나요?”
“그건 말할 수 없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박지민은 그의 얼굴에 서려 있는 단호함의 이면에 생명의 위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방법은 있지.’
“두목이 운영하는 술집 같은 게 있나요?”
“이 근처에 있는 일동 나이트클럽이다.”
박지민은 씨익 웃었다.
그것 하나만 알면 됐다.
“흠. 아, 이왕 말하는 김에 서비스 하는 셈치고 하나만 더 대답해 줘요. 당신 이름은 뭐예요?”
“내 이름은 김필승이다.”
“오케이! 듣고 싶은 건 다 들었습니다! 다들 병원에 가세요.”
박지민은 호기심을 충족하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
자세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정보를 얻었기에 그것에 만족한 것이다.
‘대기업의 자식. 강일동. 이 두 개만 있으면 되는 거지.’
그는 속으로 웃었다.
아무리 멍청이라고 해도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진실을 파고들 수 있었다.
‘강일동이 연결고리. 대기업의 자식이 의뢰자. 연결고리를 족치면 정보는 나오는 법이지! 뭐든지 쥐어짜면 돼! 다 나와!’
박지민은 그것을 잘 기억해 두었다.
그의 속은 좁았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돌에 새긴다는 말이 있었다.
박지민은 은혜는 돌에 새겼다.
하지만 원한은 다이아몬드에 새겼다.
그 때문인지 그에게 원한을 산 사람은 아주 호되게 당하곤 했었다.
그리고 박지민과 최한의 원한관계가 완벽하게 성립된 지금.
속 좁은 두 사람의 원한이 훗날 어떤 일을 일으킬지는 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 * *
“여기 좀 들어가도 됩니까?”
일동 나이트클럽 앞에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다니던 삐끼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고개를 돌려보았다.
‘뭐야, 이 떨거지는?’
삐끼는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의 위아래를 살펴보았다.
허름한 청바지와 티셔츠에 평범한 얼굴.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헤헤. 죄송합니다. 오늘은 물이 좀 안 좋은데…….”
돌려 말하기!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포기하리라.
삐끼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그 생각은 버렸을 것이다.
“못 들어가나요?”
삐끼에게 정중하게 말하는 남자.
그는 바로 박지민이었다.
김필승에게 정보를 듣자마자 바로 직행한 것이다.
“헤헤. 아까 제가 말했듯이…….”
찰칵찰칵!
삐끼가 다시 한 번 돌려 말해서 그를 내쫓으려는 그 순간 박지민의 주머니에서 가위가 번개같이 튀어나와 삐끼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헉!”
가위가 튀어나오고 다시 주머니로 들어간 시간은 찰나였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삐끼가 입고 있던 옷은 이곳저곳이 잘리고, 드러난 피부에는 생채기가 나 있었다.
“다음에는 힘이 좀 들어갈지도 몰라요. 피가 좀 많이 날 텐데…… 어쩌지…….”
방긋 웃으며 말하는 박지민의 모습에 삐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드, 들어가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장보고 씨네요. 장보고 씨. 잘 들어갈게요.”
박지민은 명찰에 적혀 있는 별명을 읽곤 성큼성큼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는 순간 그의 귀에 들려오는 크게 틀어 놓은 음악과 사람들의 소리가 합쳐져 나는 소리.
‘거슬리네.’
심히 거슬렸다.
박지민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나이트클럽 DJ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 뭐야!”
“악!”
사람이 막든 말든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그의 행보에 사람들은 불쾌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DJ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살짝 눈웃음을 치며 인사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 내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그의 인사는 묻혔다.
‘저놈은 뭐야?’
열심히 분위기를 띄우던 DJ는 누군가가 자신의 근처에 오자 본능적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찰칵찰칵!
‘가위?’
그리고 그가 품속에서 가위를 꺼내고 DJ를 보며 웃음 짓곤 꺼냈던 가위를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자 의구심은 더더욱 커졌다.
‘저놈은 뭐 하는 놈이지?’
하지만 DJ의 의문은 곧 풀렸다.
“얍!”
‘억!’
쾅!
박지민이 근처에 있는 스피커를 향해 발차기를 한 것이다.
보통 남성의 6배의 힘을 가진 박지민이 발차기를 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파괴되어 버린 스피커.
망치로 휘두르면 저렇게 부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피커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순간 춤추는 것을 멈추고 박지민 쪽을 쳐다보았다.
“이야호!”
콰앙!
“뭐, 뭐야!”
“꺄아아악!”
그리고 박지민이 두 번째 스피커를 부쉈을 때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박지민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박지민은 그런 반응에 만족하며 부서지지 않은 스피커를 들어 올렸다.
“하나. 둘…….”
“서, 설마?”
그리고 박지민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위치한 DJ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셋!”
“이런 썅!”
그리고 불길한 예감대로 스피커가 무대 위로 날아오자 DJ는 몸을 던졌다.
쾅!
그리고 DJ가 몇 초 전까지 있었던 그 자리를 그대로 통과하며 벽에 부딪쳐 굉음을 내는 스피커!
아까는 스피커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금은 스피커의 형상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그 무언가가 나이트클럽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으아아악!”
“꺄아악!”
“강일동 씨 계세요∼?”
박지민은 부서진 스피커 파편들을 이곳저곳에 집어 던지면서 크게 소리 질렸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스피커에 맞아 죽을까 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어딘가에 숨기 바쁜데, 그 혼자만 집에 안 돌아온 아이를 찾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기 바쁜 것이다.
“강일동 씨∼?”
이번엔 또 말투가 바뀌었다.
‘미친놈! 지가 무슨 택배기사야?’
집 문 앞에서 수취인의 이름을 부르는 택배기사 같은 말투였다.
물론 말투만.
박지민은 스피커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의자와 탁자를 집어 던지고 있었다.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탁자의 경우엔 아예 탁자를 고정하고 있는 기둥을 부러뜨려 버리고 집어 던지고 있었다.
“강일동 씨! 어딨냐고!”
쾅!
‘아오! 하느님!’
구석진 곳에 숨어 있는 DJ는 살면서 처음으로 간절하게 신에게 기도했다.
저 미친놈을 제발 사라지게 해 달라고.
“이 새끼! 너 누구야!”
그리고 드디어 DJ의 소원을 들어주는 듯했다.
일동 나이트클럽을 관리하는 일동파의 조직원들이 출동한 것이다.
DJ는 희망을 품고 귀를 쫑긋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