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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13화)
chapter 4(4)
퍼억!
“억!”
“형님!”
퍼억!
“으아악!”
‘젠장!’
하지만 곧 희망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뭔가가 날아가서 사람에게 부딪치는 소리, 비명 소리, 무언가를 휘두르는 듯한 소리.
그것들이 난 후에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나이트클럽을 채웠기 때문이다.
‘저 미친놈 좀 누가 치워 줘! 제발!’
박지민은 DJ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요. 강일동 씨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또라이 같은 새끼! 내가 그걸 말할 거 같냐!”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떤 조직원이 자신의 보스가 있는 곳을 함부로 말한단 말인가?
“말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조직원은 박지민이 정중하게 말하자 욕설을 내뱉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퍼억!
박지민이 휘두른 손에 의자에서 떨어져 나와 몽둥이가 되어 버린 의자 다리가 있고, 그것의 목표가 그의 다리만 아니었다면.
“말하실 거예요?”
“이런 미친놈!”
‘왜 맞았는데 대답을 안 하지? 내 말투가 만만해 보여서 그런가?’
그는 말투를 바꿔 보기로 결정했다.
“어라? 정중하게 말해도 안 해 주시네요. 흠. 그러면…… 죽고 싶지 않으면 말해!”
퍼억!
다시 의자 다리가 춤을 추었다.
“커억…….”
조직원은 자신의 다리뼈가 완전히 바스라져 버린 듯한 느낌에 고통스런 신음을 입에서 냈다.
“말해 주실 거예요? 아니, 말할 거냐?”
나름 험상궂게 말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목소리 때문인지 협박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해야 하는 것을 밝은 목소리로 하니까 장난스럽게 들린 것이다.
“크으윽…….”
“이 말투도 안 되네……. 어떤 말투로 해야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박지민의 모습을 보며 쓰러져 있던 다른 조직원들은 속으로 소리쳤다.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은 괜히 소리쳤다가 저 관심이 자신에게 오면 매우 피곤해질 것 같다는 본능 때문이었다.
‘미친놈! 말투 때문에 대답 안 하는 줄 알아?!’
‘저거 정신 나간 놈 아냐?’
‘진짜 저렇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들의 예상대로 박지민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통을 겪은데다가 다치기까지 했으면 당연히 말해야 한다. 그것을 한 사람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되니까. 그런데 말을 안 한다는 건 내가 하는 말투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거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더 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4차원이라고 말하는 그의 정신세계는 기묘했다.
‘말투를 바꿔 보고 다시 때려 보자!’
“말해 주시옵소서.”
퍼억!
“말하렴?”
퍼억!
“입을 열어라! 흐흐흐흐!”
퍼억!
“말을 해 주시길 간청해 드리겠습니다.”
퍼억!
“말해 주시옵소서. 아, 이건 아까 했나? 어쨌든 말해 주세요.”
퍼억!
박지민이 조직원이 말할 틈도 안 주고 냉큼 말하면서 의자 다리를 휘두르자 그의 다리와 팔은 뼈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덤으로 그 조직원은 입에 거품을 물곤 정신을 잃었다.
“아. 정신과 육체의 연결이 끊겼나 보네.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퍼억!
움찔!
박지민은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의자 다리를 그 조직원에게 휘둘렀다.
정신을 잃어도 고통은 느끼는지 몸이 크게 요동쳤다.
“아. 죄송합니다. 몇 번 하다 보니까 자동으로 손이 나가네요.”
휙.
우당탕.
박지민은 입으로는 사과하면서 그 조직원을 마치 쓰레기인 것처럼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곳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에겐 조직원의 팔다리뼈가 산산조각 난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차가운 마음으로 인해 남을 다치게 할 때 느끼는 죄책감이 사라진 상태!
거기에 특유의 4차원 정신과 장난스러움이 겹쳐져 그는 엄청나게 잔인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다음은 누구로 할까요.”
‘헉!’
‘신이시여!’
조직원들은 속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삼키며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주 환하게.
그가 있는 곳이 나이트클럽이 아니고,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의자 다리에 피가 묻어 악마의 무기처럼 보인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흐뭇한 미소를 불러일으킬 웃음이었다.
훙! 훙!
“이거 손맛이 괜찮은데. 왜 전사들이 둔기를 쓰는지 알겠네.”
박지민은 의자 다리를 휘두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곤 조직원들이 밀집되어 쓰러져 있는 지역에서 딱 발을 멈추더니 다짜고짜 의자 다리를 휘둘렀다.
퍼억!
“으억!”
네 명이 모여 있는 그곳에 위치해 있던 4분의 1 확률을 뚫고 희생양이 된 조직원이 비명을 질렀다.
퍼걱.
하지만 그 조직원의 희생은 헛되지 않은 것이었는지 그 조직원의 다리뼈가 부서짐과 동시에 의자 다리가 쪼개져 버렸다.
다리와 의자 다리의 동시 파괴.
아무리 봐도 다리가 밑지는 장사를 한 것 같지만 조직원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야호!’
‘저게 부서졌구나!’
‘주먹으로 하겠지? 주먹이라면 그나마 낫지.’
박지민은 반 토막이 나 버린 의자 다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이거 손맛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었다.
의자 다리 따위가 아닌 그의 진짜 애병.
그는 번개같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위를 꺼내 들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가, 가위?”
다리를 희생해서 의자 다리를 부순 조직원이 중얼거렸다.
“빨간 마스크 얘기 들어 보셨어요? 일본에서 들어온 괴담인데.”
“빨간 마스크……?”
한쪽 다리가 부서진 조직원은 괴담에 대해 어두웠다.
그래서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다른 조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네. 모르시나 보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밤중에 길을 걷다 보면 마스크를 한 여자가 나오는데 그 여자는 이렇게 묻는대요. ‘나 이뻐?’ 이렇게요.”
찰칵찰칵.
박지민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가락을 계속 움직여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것이 다른 조직원들에게는 더더욱 큰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직원들 사이에서 빨간 마스크 이야기를 모르는 유일한 사람은 자신이 빨간 마스크로 변할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태평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그 말에 ‘네.’라고 대답하면 그 여자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자신의 입을 보여 준대요. 귀까지 찢어져 있는 입을! 그리고 말하는 거예요. ‘그럼 너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주겠다!’”
찰칵!
촤악!
“아아악!”
박지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직원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비명을 들은 다른 조직원들은 그의 입이 찢어지는 끔찍한 장면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난 예뻐지기 싫어.”
하지만 다른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 조직원의 입은 찢어지지 않았다.
단지 입가에 길쭉하게 가위가 지나간 흔적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생채기에 불과한 것이라서 살짝 피가 나는 것 외엔 큰 문제는 없었다.
“제 얘기 안 끝났어요. 그 물음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면 빨간 마스크는 화를 낸대요. 그리고 화풀이로 그 사람의 입을 쭉 찢어 버리는 거예요.”
“헉!”
박지민은 그렇게 말하곤 가위를 쫙 벌리곤 한쪽은 그의 입 안으로, 한쪽은 입 밖으로 가게 만들었다.
이제 그가 힘만 준다면 조직원은 빨간 마스크처럼 되리라.
“어…… 음. 말해 주시겠어요?”
덜덜덜덜.
조직원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음. 말투가 문제인가? 아, 대체 내 말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그리고 조직원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그 중얼거림이 들리자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질렀다.
“마, 마하게!”
훗날 처벌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처벌을 받는 것이 낫지 맨 정신으로 입이 찢어지는 것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헤에. 감사합니다. 강일동 씨는 어디 있는데요?”
“이, 이단 가이 점 빼 저…….”
그는 일단 가위 좀 빼 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가위의 날에 행여 자신의 혀가 다칠까 봐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으음. 다 빼는 건 좀 그런데. 아, 흥정할래요?”
“흐정?”
“아니지. 그냥 제가 양보할게요. 조금 빼 드릴게요.”
박지민은 방긋 웃으며 입 깊숙이까지 들어가 있던 가위를 대부분 빼냈다.
“자. 빼 드렸어요. 그래서 강일동 새끼는 어디 있는데요?”
‘아까까지는 강일동 씨라며!’
“그러니까……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시는 중이다.”
“오고 있다구요? 강일동 씨가?”
‘왜 또 씨로 바뀌는데!’
박지민은 강일동이 온다는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시시콜콜한 여러 가지 것들을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조직원들은 자신의 입이 근질근질한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너는 왜 자꾸 두목 부르는 명칭이 바뀌는 거냐!’
‘왜 쓰잘데기 없는 상식 같은 것을 묻는데? 협박에 성공했으면 조직에 대한 걸 물어야 할 거 아니야!’
‘지갑에서 돈은 왜 빼내! 니가 양아치냐!’
‘빼낸 돈 자르지 마! 돈 아깝잖아!’
박지민의 괴행.
그것이 그들에게 태클을 걸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민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몸소 체험했던 그들로서는 차마 입을 열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입을 열어서 태클을 걸면 그 순간만큼은 시원하겠지만 그 때문에 관심이 입을 연 사람에게 쏠린다면 그 사람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쾅!
“우리 구역에서 난리치는 놈이 있다며!”
박지민과 조직원이 일상생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나이트클럽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중년의 남자와 뒤의 많은 조직원들이 서 있었다.
“아. 강일동 놈?”
“넌 누구냐?”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강일동 새끼?”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강일동 씨?”
“그래! 내가 강일동이다! 놈! 너는 어떤 놈이냐!”
박지민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찾던 강일동임을 깨닫자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지민이라고 하는데요.”
“박지민? 내가 이름만 듣고 널 어떻게 알……. 응?”
강일동은 박지민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너 악몽의 연주자인지 뭔지 하는 놈 아니냐?”
“아. 맞아요.”
강일동은 그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눈 씻고 쳐다보아도 다리가 부러지기는커녕 생채기 하나 난 것 같지 않았다.
“제 다리 하나를 부러뜨리러 온 분들이 계셔서요.”
“그래서?”
강일동은 더 말해 보라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의 뒤에 있던 조직원들은 박지민을 포위하듯이 둥글게 둘러싼 지 오래였다.
“근데 제가 반품을 하려고 왔어요.”
“반품이라고?”
반품이란 말을 듣곤 나이트클럽에 있는 사람들 전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다리를 부러뜨리러 온 것이 배달이라도 된단 말인가?
“네. 근데 반품을 하려면 직접 찾아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다구요.”
박지민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곤 손을 번개같이 움직였다.
“아아악!”
“크악!”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인 손.
그리고 박지민의 근처에 있던 조직원들의 몸을 피투성이로 만든 가위.
강일동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지 못했다.
박지민의 손이 움직인 것이 찰나였고, 그리고 가위로 했다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직원들이 칼로 온몸을 난도질당한 것처럼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강일동 씨. 저희 박지민 택배는……. 아니지, 어감이 뭔가 좋지가 않아. 악몽 택배는……. 그래요. 딱 맞네요!”
박지민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손발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가위는 주변 조직원들의 몸을 난도질하면서 지나갔던 것이다.
조직원들이 반항을 하든 말든 순식간에 몸을 난도질하며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는 가위.
이윽고 몸이 멀쩡한 것은 박지민과 강일동밖에 남지 않았다.
“강일동 씨. 저희 악몽 택배는 반품 하나도 철저하게 해 드립니다!”
“미, 미친놈.”
박지민에게 당했던 사람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을 그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박지민은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피 묻은 가위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람들.
물건들이 잔뜩 부서져서 난장판이 되어 버린 나이트클럽.
그런데 그 일을 벌인 장본인이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앞에서 웃음 외의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이 실례로 느껴질 정도로 아주 환하게.
“다리 하나 부러뜨릴게요. 반품이니까!”
박지민은 그렇게 소리치곤 몸을 날려 돌려차기로 그의 오른쪽 다리를 후려쳤다.
“끄억!”
박지민의 힘이 어떤 것이던가?
보통 사람의 여섯 배였다.
그런 그가 온 힘을 다해서 발차기를 날리자 강일동의 다리뼈는 부서지고 다리는 휘어선 안 되는 방향으로 휘어 버렸다.
“반품 확인했습니다. 악몽 택배 영업을 종료합니다.”
‘영업 종료? 간다는 건가?’
‘제발 꺼져라! 미친놈아!’
‘으으. 신이시여……. 악귀가 지옥으로 가게 하소서.’
조직원들은 물론이고 숨어 있던 DJ까지 그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괴짜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임은 곧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