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페셜 라이프 1권(14화)
chapter 4(5)


“아. 반품은 끝났으니까 이제 물어봐야지.”
‘아! 제발 좀 가라!’
그는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강일동에게 다가갔다.
“저기. 누가 시켰어요? 말해 주실래요?”
“크으……. 미친놈. 말할 거 같냐?”
“헉!”
박지민의 질문을 거부한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놀랐다.
“응?”
강일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가위에 당하지 않은 조직원들이 자신을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음. 뭐가 좋으려나.”
박지민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아까 집어 던진 탁자가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띠었다.
“하나. 둘!”
퍼억!
“셋!”
“끄아아아아아아!”
아까 의자 다리에 맞은 사람이 질렀던 것은 비명 축에도 끼지 못할 것 같은 우렁찬 비명 소리가 나이트클럽을 가득 채웠다.
‘미친놈! 부서진 곳을 또 때렸어!’
‘아까 그놈은 운이 좋은 거였군.’
그렇다.
박지민은 탁자를 들어서 오른쪽 다리를 후려친 것이다.
방금 그가 돌려차기로 뼈를 부순 그 다리를.
“이번에도 말투가 문제일까요? 아까 그 사람처럼 육체와 정신의 연결이 끊기기 전에 올바른 말투를 사용해서 대답을 들어야 할 텐데.”
박지민은 중얼거리며 강일동에게 다가갔다.
“말……해 주실 거죠?”
이번엔 애교 섞인 말투였다.
“끄으윽…….”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신음뿐.
박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것도 안 되나?”
그는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며 탁자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강일동의 본능이 이성보다 먼저 발동했다.
“잠깐! 말하겠다!”
“네? 아. 이 말투가 옳은 거였군요!”
‘미친놈! 말투 때문이 아니야!’
조직원들은 한결같이 속으로 소리쳤다.
“그래요. 어서 말해 보세요.”
“최고 그룹…… 최고 그룹의 최한이 나에게 부탁했다.”
“최한? 그게 누구지?”
박지민은 최한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과 얼마 전 같은 방송에 나갔던 사람이지만, 이기주의자인데다가 원래 자기 외의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바로 그인지라 모두의 음악파티의 다른 출연자들에 대해선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최한이 지금 이 장면을 본다면 분통이 터져 죽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몇 날 며칠을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달랬는데, 그 괴로움을 준 원흉은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니.
“최한. 최한이라.”
박지민은 그 이름을 계속 중얼거리며 머리에 각인시켜 두었다.
원한을 다이아몬드에 새기는 독한 인간.
그가 최한을 다이아몬드에 기록하고 말았다.
“최한이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일동에게 말했다.
“잘 들었어요. 고마워요.”
박지민은 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미련 없이 나이트클럽의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그들에게 소리쳤다.
“제가 이런 짓 했다는 거 알려지게 하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알려지면 제가 찾아갈 거예요. 아, 물론 최한이란 분에겐 사실대로 말해도 돼요.”
‘미친놈!’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를 모든 조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욕했다.


chapter 5(1)


강일동에게 일을 부탁하고 난 후 최한은 의욕적으로 일상생활에 임했다. 최승훈도 그런 변화에 만족스러워하며 최한의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지냈다.
그런데 그런 최한에게 날벼락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강 사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놈 대체 뭐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우리 선에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미친놈이 힘은 세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더군요.
“예? 무슨 말인지 제대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아까 최한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강일동이 전화를 건 것을 발견했다.
일을 잘 처리했다는 말을 듣는 것을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으나 그가 한 말은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조직원들 대부분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강일동은 아예 박지민이 관련된 것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야기조차 듣지 않겠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설명이고 뭐고 아까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 녀석 혼자서 나이트클럽을 때려 부수고 20명이 넘는 조직원들에다가 저에게까지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무슨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고수도 아니고…….”
―후우. 됐습니다. 믿든 안 믿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녀석을 손봐 주시려면 암살자라도 고용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제 말은 이상입니다. 끊습니다.
“아, 아니. 강 사장님!”
뚝.
최한은 연결이 끊겨 버린 핸드폰을 쳐다보며 말을 잃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20명이 넘는 조직원들에게 중상을 입힌다?
그리고 강일동에게까지 중상을 입혔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최한의 머릿속에는 암살자라도 고용하라는 강일동의 말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자존심이 강한 그라고 할지라도 선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굴욕감과 분노를 느끼긴 했지만 암살자를 고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단한 싸움 실력에 엄청난 음악…….’
피식.
최한은 대기실에서 봤던 박지민의 얼굴을 떠올리며 실소를 흘렸다.
도저히 강일동이 말한 것처럼 엄청난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은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강일동이 직접 전화까지 걸어서 말해 주는데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됐어. 그 많은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의외였지만 인간인 이상 피해를 안 입을 수는 없었겠지. 넓은 아량으로 그 정도로 참아 주겠다.’
그는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들고 코에서 코피를 흘리는 박지민을 생각하며 웃었다.
처음 요구했던 어디 한 곳 부러뜨리라는 의뢰에 비하면 별거 아닌 피해일 수 있으나 그래도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이 그를 만족시켰다.
‘좋아. 원한은 끝이다.’
박지민이 티끌만큼도 상처 입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원한을 접은 그와 달리 원한을 활활 태우는 사람이 있었다.
“최한, 최한이라! 최한이라!”
졸지에 험상궂은 남자들이랑 붙었던 박지민의 입장에서는 원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니 시간이 지나갈수록 원한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뭔가 원한이 생기면 점점 희석시키는 부류가 있고, 그것을 계속 곱씹으면서 원한을 불리는 부류가 있었는데 그는 후자였다.
좁은 속에 원한을 두고두고 담아 두고 곱씹는 부류.
통칭 소인배라 불리는 존재였다.
소인배 박지민은 소리 질렀다.
“생각할수록 화나네! 최한이라는 놈은 누구길래 날 노린 거야?”
싸움이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박지민은 아직까지 최한이 누구인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원한을 털어 냈던 최한이 본다면 분노할 생각도 못하고 허탈해할 장면이었다.
“최!한!”
눈앞에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 버릴 기세로 이름 두 글자를 되뇌는 박지민.
악귀라 표현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보통 사람이 저런 기세를 보여도 공포에 질릴 일일 텐데 박지민은 악귀보다도 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그의 손에 활만 쥐어 주어도 어지간한 암살자 뺨치는 신위를 발휘할 수 있는데 오죽할까?
거기다가 패시브 스킬 차가운 마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과 죽이게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까지 완전히 사라져 있는 상황이었다.
마법 스킬들 대부분이 사라져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여러 명을 한꺼번에 죽인다거나 넓은 범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적은 인원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원한을 품게 만들었다면?
재앙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최한은 모르겠지만 재앙이라 불러도 문제없을 존재가 그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그가 한참 분노를 더해서 원한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요새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옛날 전화의 따르릉 소리였다.
“아오! 또 어떤 놈이 전화를 건 거야!”
박지민은 분노를 터트렸다.
가뜩이나 최한 때문에 열 받아 있는 상황에서 전화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가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방송 출현 이후 그가 이름을 널리 알리자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박지민이 엄청난 연주로 짧은 시간 내에 유명해지자 그것을 알게 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가 한꺼번에 거는 것도 아니었다.
원래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던 데다가 학창 시절 내내 친구도 만들지 않고 지냈던 박지민이었기에 이곳저곳 찔러 가며 전화번호를 얻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그 때문에 어떤 사람은 방송 출현 후 이틀 후에 전화를 걸었고 어떤 사람은 사흘 후에 걸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박지민은 매일매일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거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전화를 한 사람들이 하는 말들도 가관이었다.

『어. 나 기억나냐? 나 초등학교 때 니 친구…….』
『나 중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하나같이 친분을 내세우면서 박지민에게 들이대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독불장군으로 살아왔던 박지민으로서는 기가 찰 말들이었다.
1년에 같은 반 애들과 했던 말이 백 마디를 넘기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박지민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친분을 들이대다니?
차라리 말을 안 하느니만 못 했다.
친분을 앞세운 이들은 헛소리 말고 다시는 걸지 말라는 그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전화를 건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독설을 듣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친분을 앞세우는 것은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박지민? 나 기억나?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다. 기억나지?』

선생들까지 전화를 건 것이다.
학생들과 달리 그의 정보를 알고 있기에 그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건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박지민은 그들의 전화를 받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었다.

『학교 다닐 때 내가 알아봤다니까. 넌 유난히 음악을 잘했지.』

박지민이 학교에 다닐 때 음악 성적들을 평균으로 내면 3등급이었다. 못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피아노를 배웠던 것이 아니라면 그 이하로 떨어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지 기억나니? 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너한테 칭찬도 많이 해 주고 그랬는데.』

칭찬을 많이 해 줬다는 선생은 박지민이 좁아터진 속을 가지고 있어서 억울했던 일들을 하나같이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박지민은 그 선생에게 자기가 고아라고 부당하게 욕을 먹은 일을 설명해 주곤 다시는 전화할 생각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끊어 버렸다.
온갖 사실들을 날조하며 그에게 접근하려는 선생들!
학창 시절 좋은 추억이 하나도 없던 박지민은 그들 전부에게 전화도 하지 말고 접근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후 끊어 버렸다.
하지만 전화를 하는 것은 그와 안면이 있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광고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방송국 관계자들도 가득했다. 거기다가 그를 후원해 주겠다는 사람들도 전화를 걸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만만하게 보였는지 자선단체에서 와서 번 돈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박지민의 온갖 욕설을 듣고 그를 뜯어먹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오! 안 받을 수도 없고!”
박지민은 욕설을 내뱉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벨 소리를 못 들었다면 모를까 일단 들은 이상 통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응?”
이번엔 또 무슨 독설을 내뱉어야 할지 궁리하던 그의 눈에 익숙한 번호가 보였다.
“여보세요?”
―아. 박지민 씨. 안녕하세요. 김혁승입니다.
“아. 김혁승 PD님. 안녕하세요?”
박지민은 미소를 띠었다.
―요 며칠 새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어서 아시아에서 쪽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못 보셨나 봅니다.
“아. 그러셨어요? 온갖 전화가 와서 전화하신 줄 몰랐네요. 그리고 인터넷은 이상한 쪽지들이 가득 와서 아예 들어가질 않았어요.”
―아, 그러셨군요. 이해합니다. 방송에 나가신 분들이 많이 그런 일을 겪죠.
김혁승의 목소리에선 약간의 연민이 담겨 있었다.
박지민이 겪은 일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로?”
―아. 다른 방송에 나가실 생각이 없나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박지민은 그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다른 방송이요?”
―네. 수요일 저녁 11시에 방송하는 호현의 음악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출연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호현의 음악방송.
수요일 11시에 RBS에서 하는 방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