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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20화)
chapter 6(4)


현실에서 화살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꽂히면 어떤 느낌일까?
그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강렬한 일격.”
34레벨의 활 계열 스킬.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특이한 상황이 일어났다.
‘음. 뭔가가 화살에 들어가는 느낌인데?’
마력의 이동!
스킬을 처음 시험할 때야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강렬한 일격을 두 번째 사용하는 지금은 전투 상황이었기에 그것을 확연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군.’
박지민은 그렇게 중얼거리곤 노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나무 화살을 날렸다.
피잉!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강력한 힘과 강렬한 이동의 힘이 합쳐져 엄청난 속도를 내게 만든 것이다.
“아니?!”
산 아래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노인은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자 대경실색했다.
그는 날아오는 것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쨍그랑!
나무 화살과 검의 부딪침.
하지만 나무로 만든 것이 쇠와 부딪쳤는데 부서진 것은 쇠였다.
산산조각 나는 칼!
화살의 힘에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치는 노인!
최씨 가문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맙소사!”
그들은 놀라며 칼과 부딪친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화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목시(木矢)?”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나무 화살.
끝을 뾰족하게 한 것이 나름 살상력이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결코 아까 같은 일을 벌일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한 사람이 나무 화살에 의문을 느끼고 그것을 들어 보았다.
“어?”
손에 느껴지는 묵직함.
나무로 만든 화살이라기엔 엄청나게 무거웠다.
“이봐! 이거 엄청 무거운데?”
그 말에 사람들이 몰려들며 그 말을 확인해 보았다.
“어? 진짜잖아?”
“뭐야, 이거?”
“금속은 아니고, 나무가 맞는 것 같은데…….”
나무 화살의 탈을 쓴 무언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무 화살이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노인에게 가서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 화살의 기이함에 놀랐다. 심지어 주변을 경계하는 이들조차 호기심에 귀를 열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박지민의 식물 다루기로 인해 만들어진 나무 화살은 마력의 힘에 의하여 압축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나무 하나당 만들어지는 화살의 개수는 10여 개.
즉 화살 하나의 무게는 소나무 한 그루를 십여 개로 쪼갠 것과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 화살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씨 가문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무 화살은 마력의 힘으로 인하여 자동적으로 강화가 되었다.
어지간한 금속으로 만든 화살보다도 훨씬 대단한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끄응. 나에게 날아온 것이 무엇인고?”
“이것입니다.”
충격에 잠시 몸을 가누지 못하던 노인은 청년이 내민 것을 쳐다보았다.
“나무로 만든 화살이라고? 허어.”
‘극성으로 익힌 궁술이라! 어떤 고인일꼬?’
노인은 나무 화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목소리에 기를 담아 산에 소리쳤다.
“어떤 고인이신지는 모르나 우리는 외국의 무공을 익힌 자를 쫓고 있소이다! 사특한 사술을 익힌 자이니 대한민국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할 터, 고인께서 한민족이라면 우리의 행보를 막지 말아 주시오!”
노인은 그것으로 화살을 날린 사람과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무공에는 나라마다 제각각 특징이 있었다.
중국의 것들은 온갖 도구를 사용하며 인간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의 것들은 전쟁을 여러 번 거침에 따라 도(刀)와 암기를 주로 사용하며 극히 은밀하며 주로 급소를 노리는 일격필살 형태의 무술이 많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것들은 도를 닦는 이들과 선비들 때문에 손과 발을 이용한 박투술과 활이 발달된 것이 특징이었다. 박투술의 경우엔 제압을 위한 것들이 많았고 활의 경우엔 일시일살(一矢一殺)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본래 예전엔 살상력이 높은 근접기술들도 많이 발달되었지만, 무를 천시하고 문을 중시하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명맥이 끊어지거나 사장되었고, 간신히 명맥을 이어 오는 몇몇 무공은 엄청나게 퇴보하여 본래의 절반조차 위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노인은 화살을 날린 사람이 한국인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중국과 왜의 것들은 이런 화살을 날릴 수 없다.’
현대에 이르렀다고 해도 중국의 궁술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잡했고, 일본의 것 역시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위력과 명중률이 낮은 편에 속했다.
‘일시일살, 일격필살이라!’
노인의 예상은 맞았다.
화살을 날린 사람이 한국인인 것은 맞았다.
문제는 노인이 쫓고 있는 외국의 무공을 익힌 사악한 술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화살을 날린 사람과 동일인이라는 것이었다.
‘외국의 무공을 익혀? 사악한 술법을 사용해? 나잖아!’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이 상황에서 노인이 쫓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멍청하지 않은 박지민은 당연히 노인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하지만 문득 스쳐 가는 말 하나가 있었다.
‘외국의 무공을 익혔다고?’
외국의 무술.
‘무공, 무공이라.’
박지민은 학창 시절 같은 반의 몇몇 애들이 열심히 읽던 무협 소설들을 떠올렸다.
그것에 살짝 관심을 가져서 살펴보니 중국을 배경으로 무공이라는 특별한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중국이 배경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지 않았었는데, 그것과 노인이 말하는 것이 무언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검에 기를 씌워서 강철을 자르고 주먹에 기를 둘러 바위를 부순다고 했었지?’
박지민은 찬찬히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최시연이 말했던 기와 무공이라는 단어.
칼을 빛내는 푸른 빛.
그리고 그 푸른 빛에 위험을 느끼던 본능까지.
‘그게 기인가?’
그는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사악한 술법인지 뭔지는 괜찮은데 외국의 무공을 사용한다는 말은 좀 기분이 나쁘네.’
박지민에게 노인의 말은 자신을 매국노 취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민의 기분이 상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인벤토리에서 나무 화살을 하나 꺼내서 노인을 겨누었다.
‘그리고 공격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기분 나빠.’
피잉!
칼이 없는 노인이 백발백중의 효과가 걸린 화살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서 강렬한 일격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노인은 맨손으로 화살을 막아 냈다.
“합!”
쾅!
노인이 기합과 함께 손을 휘두르자 푸르스름한 빛이 화살과 부딪친 것이다.
화살은 푸른 빛을 뚫지 못했다.
‘뭐야, 저건?’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으나 고인께서 이리하신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소이다! 다시 생각해 주시길 바라오. 우리는 사악한 이를 쫓고 있소!”
노인은 사극에서 나오는 사람 같은 말투로 산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박지민은 그러거나 말거나 스킬을 사용했다.
“연속 발사.”
그러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활시위에 손가락을 걸었다.
기이하게도 손가락을 걸자마자 인벤토리에 있던 나무 화살이 활시위에 나타났다.
박지민은 노인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투투투퉁.
활시위가 연속으로 당겨지는 소리.
그리고 쏘아진 13발의 화살들은 노인을 목표로 날아갔다.
백발백중!
거기에 13발의 화살!
“허엇! 막아라!”
이번엔 노인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전부 나서서 칼을 뽑았다.
“하압!”
노인은 양손을 휘두르며 푸른 빛을 쏘아 보냈고 사람들은 검을 휘두르며 화살을 쳐 냈다.
챙! 챙! 챙!
하지만 화살에 실린 힘은 그들이 검을 휘둘러 막기는 힘들었다. 칼이 화살의 힘을 못 이겨 금이 가는 것은 부지기수요 칼이 뒤로 날아가는 일도 많았다.
단지 칼에 기를 둘러 휘두른 이들만이 멀쩡한 칼을 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고명한 궁술을 사악한 이를 비호하는 데 사용하다니! 이제 그대도 적으로 여기겠소!”
노인은 몸에서 살기를 뿜어 대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박지민이 아니었다.
“연속 발사.”
투투투퉁!
‘막을 수 없다. 아까는 여러 명이어서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노인에겐 화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노인은 몸의 기를 순환시켜 밖으로 뿜어냈다.
바람벽!
최씨 가문 무공의 절예 중 하나였다.
중국인들이 호신강기라 부르는 이것은 기로 방벽을 만들어 외부의 충격에 몸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쾅! 쾅!
화살은 굉음을 내며 노인이 만들어 낸 바람벽에 부딪쳤다. 하지만 노인이 뛰어오는 속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화살의 위력이 대단함을 느낀 노인은 온 힘을 다해 박지민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노인의 속도는 매우 빨라 이윽고 박지민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까지 도달했다.
“아니! 너는!”
노인은 대경실색했다.
화살에 실린 힘이 적지 않아 나이를 많이 먹은 고인일 줄 알았는데 자신이 쫓고 있던 사람이 바로 화살을 날린 사람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외국의 것들을 익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고명한 궁술을 사용하다니!
‘외국의 무공을 익힌 게 아니란 말인가?’
노인의 머릿속에 살짝 의문이 들었다.
‘일단 제압해 놓고 물어보겠다. 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그는 이를 악물고 박지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냐. 작은 게 안 되면 큰 거 한 방이 있지.’
“강렬한 일격!”
하지만 박지민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다.
판타지라이프가 무슨 게임이던가?
몬스터가 너무 강해서 혼자서 사냥하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포기하는 게임이었다.
그런 게임에서 강한 녀석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을까? 강한 녀석이 방어력마저 높다면 대책 없이 보고만 있어야 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연속 발사는 부가 효과는 없었다.
단지 여러 발을 쏠 수 있다는 것뿐.
하지만 여러 발이 연속해서 박힘으로써 경직을 일으켜 다가오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강렬한 일격이 있었다.
높은 데미지와 기절 효과.
지금의 박지민은 판타지라이프의 레이나시스 그 자체였다.
피잉!
노인은 칼을 부수고 자신을 뒤로 날려 보낸 경천동지할 위력의 화살이 날아오자 화들짝 놀라며 손을 움직였다.
손바람!
기를 밖으로 뿜어내는 기술이었다.
쾅!
그것이 연속해서 화살에 부딪쳐 강렬한 일격의 속도와 위력을 낮추었고, 위력이 현저히 낮아진 강렬한 일격은 바람벽에 살짝 금을 가게 만들었을 뿐 그것을 뚫고 노인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강렬한 일격!”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달랐다.
콰아앙!
“뭣?!”
노인은 아까처럼 손바람을 이용해서 화살의 위력을 낮추곤 아까와 같은 위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상상 이상의 충격이 오자 대경실색했다.
치명타!
활의 랜덤효과로 인해 10%나 치명타 확률이 적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치명타가 터진 것이다!
노인은 갈고닦은 무공으로 온몸에 기를 둘러 방어를 했기에 바람벽은 깨졌지만 상처는 입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 때문에 뒤로 튕겨져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크윽!”
“강렬한 일격!”
하지만 노인은 몸을 일으킬 시간도 없이 날아오는 또 다른 화살에 대경실색하며 몸을 굴렸다.
콰아앙!
노인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바위는 화살에 맞자 대포라도 맞은 것처럼 부서졌다.
하지만 바위만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화살은 노인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백발백중!
그것의 효과가 노인이 회피를 했기에 원래 빗맞아야 할 것을 스치고 지나가게 만들어 상처를 입힌 것이다.
“강렬한 일격!”
다시 쏘아진 강렬한 일격.
콰아앙!
“크어억!”
다리에 상처를 입었기에 노인은 이번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그저 손바람을 연속해서 쏘고 손에 기를 둘러서 막았을 뿐이었다.
노인이 많은 데미지를 입었음을 직감한 박지민은 인벤토리에서 화살을 꺼내 들어 활시위에 걸었다.
‘한 방이면 끝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노인은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