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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21화)
chapter 7(1)


‘젠장!’
최씨 가문을 염탐하던 스즈키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일본 정부 소속의 닌자로서 한국의 수호자 가문 중 하나인 최씨 가문을 염탐하는 명을 받고 산에서 최씨 가문을 염탐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지금 그의 눈앞에 일어나는 일 같은 불운이 벌어진 것이다.
2시간 전, 그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이 자신 쪽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스즈키는 은신술에 조예가 있었고, 결코 등산객에게 들킬 만큼 허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그때 도망쳐야 했어!’
등산객으로 보이던 사람이 나무에 손을 대고 중얼거리자 화살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때 스즈키는 그 엄청난 광경에 하마터면 은신술이 풀릴 뻔했다.
하지만 그 장면 이후로 들키면 죽는다는 생각에 은신술을 필사적으로 펼쳤다. 그리고 엄청난 술법을 보여 준 남자가 제발 가기를 신들에게 빌었지만, 가기는커녕 최씨 가문의 사람까지 산으로 올라왔다.
그때 스즈키는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독단을 깨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씨 가문의 사람과 엄청난 술법을 사용하던 술법사가 싸우자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잘만 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최씨 가문의 고수 최명해가 죽음 직전의 상황이 되자 희망이 보였다.
‘저 술법사가 최명해에게 화살을 쏘면 그 순간 온 힘을 다해서 뛴다!’
술법사는 지금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씨 가문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최명해가 죽으려 한다면 최씨 가문 사람들의 이목이 술법사에게 쏠릴 것 같았다. 그리고 최명해에게 화살을 쏜 직후라면 술법사의 정신은 최명해에게 쏠려 자신에게 신경 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주 짧은 순간.
두 세력이 서로에게 신경이 쏠린 그 순간이 기회였다.
‘이 놀라운 정보를 전해야 한다!’
그는 엄청난 실력의 술법사와 최씨 가문이 싸웠다는 정보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일단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강렬한 일격!”
‘지금이다!’

* * *

“강렬한 일격!”
박지민은 노인을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겼다.
한 방!
한 방으로 노인이 죽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탓.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하지만 박지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주 작은 소리인데다가 근처로 다가오기는커녕 멀리로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산짐승 정도로 생각되었다.
피잉!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최명해는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고, 뒤늦게 최명해를 쫓아온 최씨 가문의 사람들 역시 그의 위험에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뛰었다.
박지민은 화살이 날아가 최명해를 죽일 것을 확신하고 지금 몰려드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연속 발사를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일어났다.
휘잉!
화살이 휘어진 것이다.
직각으로 휘어진 것도 아니었다.
U자 모양으로 휘어진 화살.
최명해를 향해 날아가던 화살은 박지민 쪽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엥?”
“허?”
“헐?”
박지민은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조화란 말인가?
하지만 어이없는 것은 어이없는 것이고,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었다.
“얼음…….”
박지민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마법까지 사용해서 화살을 막으려고 했다.
강렬한 일격의 위력은 그것을 사용한 박지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대로 맞으면 엄청난 양의 생명력이 날아갈 것이 뻔했고 치명타라도 터진다면 무조건 사망 확정이었다.
하지만 박지민의 예상과 달리 화살은 박지민을 멀리 비켜 지나갔다.
“엉?”
박지민은 최씨 가문의 사람들과 전투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화살이 날아가는 곳을 쳐다보았다.
‘쟨 뭐냐?’
박지민의 눈에는, 그리고 최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검은 천으로 만든 야행복을 입고 필사적으로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남자가 들어왔다.
피잉!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야…… 응?’
스즈키는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깨닫고는 사색이 되었다.
화살의 위력은 아까 은신하면서 두 눈으로 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크아아아! 칙쇼!”
쾅!
화살은 스즈키를 꿰뚫고 지나가 버렸다. 스즈키를 뚫고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나무들을 몇 개 부수고 나서야 나무에 얌전히 박혔다.
그리고 스즈키의 몸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버렸다.
일본의 닌자 중 한 명이었던 스즈키.
공을 세워 출세하기 위해 한 달이 넘게 산속에서 고생하며 지냈던 그는 고래가 싸우는 곳 근처에 있다가 등이 터져 죽은 새우마냥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
“…….”
박지민과 최명해는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저 녀석을 아냐는 뜻이 담긴 시선이었다.
‘쟤 누구요?’
‘몰라.’
그것은 최씨 가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건 누구야?’
‘옷이랑 말을 보면 일본 사람 같은데?’
‘근데 왜 여기 있어?’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수군거리기 바빴다.
최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민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백발백중 효과 때문이구만.’
백발백중의 효과.
그것은 명중률을 100%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명중률을 100%로 만드는 것은 별게 아니었다.
적이 피한다면 피하는 곳을 향해 날아가 상처를 입히면 그게 명중률 100%가 아니던가.
백발백중은 화살에 유도 효과를 부여하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특징은 일단 기본적으로 지정한 목표를 향해 효과를 발휘하나, 시전자의 주변에 예기치 못한 몬스터가 나타났을 경우 그것에 가장 먼저 타격을 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좋은 효과라고도, 나쁜 효과라고도 할 수 있는 백발백중의 특징.
스즈키는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고, 백발백중은 은신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난 스즈키를 적으로 인식해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 것이다.
박지민으로서도, 스즈키로서도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스즈키가 이 사실을 안다면 분노 때문에 두 번 피를 토하고 말리라.
기회를 봐서 피한다는 결정이 저승으로 가는 특급 티켓이었다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박지민이 스즈키가 화살을 맞기 직전까지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두 번.
“쿨럭. 자네, 일본 무공과 술법을 익힌 게 아닌가?”
화살이 닌자로 보이는 이를 뚫고 지나가자 최명해는 내상 때문에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일본이랑 관계없습니다.”
“그럼 중국 것을 익혔나?”
“전 맹세코 살면서 무공이랑 술법 익힌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무슨 매국노에게 하는 것처럼 묻지 마셨으면 합니다. 왜 제가 다른 나라 것을 익혔다고 단정 짓는 말투인지 모르겠군요.”
박지민의 말투가 평상시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분위기와 마음 역시 평상시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스즈키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최씨 가문 사람들과 최명해를 죽일 생각이 분위기에 휩쓸려 사라졌고, 그러자 차가운 마음으로 인한 성격 변화가 풀린 것이다.
‘진실인가?’
최명해는 기로 눈을 강화시켜 박지민의 눈을 쳐다보았고, 이윽고 중얼거렸다.
“진짜로구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랜 연륜이 쌓인 노인은 눈을 봄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오랜 세월 동안 무공을 익히고 깊고 깊은 정신세계를 가지게 된 최명해의 안목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박지민의 눈은 진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자네가 익힌 것이 무공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최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박지민에게 소리쳤다.
그들이 보기엔 박지민이 썼던 활은 대단한 경지의 궁술이었다. 그들로선 궁술을 뻔히 써 놓고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박지민이 그것을 대답할 리가 없었다.
아니,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에 기절했다가 깨어나니까 게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면?’
박지민은 진실을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올려 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쯧. 머리는 정상인가?』
『능력은 대단한데 정신이…….』

얼버무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단 확실한 건 무공이나 술법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 세상에 저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걸요?”
“쿨럭. 자네는 대체 왜 이런 실력을 가지고 인질을 잡은 건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그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명해가 박지민에 대해 안 것은 바로 어제.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최시연에게서 연주에 기를 담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최시연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음공이나 술법을 익힌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곤 자리를 마련했다.
그것들을 익힌 사람들 중에는 악인이 많기에 여차하면 제압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만약 박지민이 연무장에서 활 실력을 보여 주었다면 그를 외국의 무공을 익혔다고 오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인질을 잡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으리라.
‘음공 아니면 사술을 익혔다고 생각했었지. 그리고 담벼락을 부순 발차기……. 인질을 잡은 행동으로 보아 사악할 것이라 단정 지었고,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생각했건만…….’
노인과 최씨 가문의 사람들은 박지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원래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 박지민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았습니다.”
“뭐, 뭐라고? 쿨럭!”
최명해는 내상이 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난으로 말해도 어이가 없었을 텐데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니?
아녀자를 인질로 삼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니?
거기다가 그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저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박지민의 태도는 마치 인질로 삼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고 그것을 꾸짖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최명해뿐만이 아니라 최씨 가문의 사람들 전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인질을 잡았다는 사실을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 보았다.
악당조차도 인질을 집으면 창피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거늘, 박지민은 죄책감은커녕 죄책감 티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대화를 하고 있던 그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근데 지금 왜 나는 대화나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상황에 대한 의문.
‘이 노인네 숨통을 끊어 버릴 기회였는데 왜…….’
박지민은 어이없게 죽은 스즈키를 쳐다보았다.
스즈키.
그 하나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이다.
싸움이 멈춰진.
그리고 대화가 시작된 분위기.
그는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 대화를 나눠야 돼! 그냥 파탄 내 버리자!’
그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최씨 가문 사람들이 머릿속을 봤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싸움도 멈추고 대화를 해서 오해를 어느 정도 푼 상태에서 그걸 왜 파탄 낸단 말인가?
“자. 그럼 전 이만 가 보도록 하지요.”
“뭣이?”
말을 꺼내자마자 모든 사람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절 죽이려 했던 것은 잊지 않겠습니다.”
박지민은 그 말을 하고 빠르게 산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