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페셜 라이프 1권(22화)
chapter 7(2)


“뭐야? 1급 닌자 스즈키가 죽어?”
일본 모처에 위치해 있는 건물 안.
야비해 보이는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보고서를 보았다.
야마모토 카즈야.
정부 직속 첩보부대 풍(風) 제3대 대주였다.
보고서엔 스즈키의 사망이 확인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1급 닌자 중에서도 발이 빠른 녀석 아니던가?”
“네. 맞습니다. 신법(身法)만큼은 특급 닌자 수준이었습니다.”
“그 녀석이 죽었다고? 최씨 가문 놈들이 눈치챘나?”
야비해 보이는 남자의 비서는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닌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어제 오후 9시 11분. 최씨 가문의 무사 12명과 전(前) 가주 최명해가 스즈키가 있던 산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에서 굉음이 났다고 합니다. 10시 7분에 그들이 내려왔는데 12명의 무사 중 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최명해는 내상을 입은 걸로 보였다고 합니다. 그들과 싸운 사람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호오. 최명해가 내상을?”
카즈야는 놀라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최명해.
대한민국 5대 수호자 가문 중 하나인 최씨 가문의 고수로서 기를 뿜어내어 유형화시킬 수 있는 현대에서 보기 드문 고수였다.
“특급 닌자 5명으로도 암살을 성공하지 못했던 그 괴물이 내상을 입었다고?”
그는 최명해가 내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실실 웃었다.
과거 특급 닌자 5명을 투입해서 암살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카즈야는 자신만만하게 최명해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에게 온 것은 특급 닌자 5명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그는 특급 닌자 5명이 사망한데다가 암살까지 실패하자 책임을 지고 강등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신뢰까지 깎여진 상태였다.
“킥킥. 속이 다 시원하군! 계속해 봐!”
그는 스즈키가 죽었다는 소식에 살짝 나빠진 기분이 전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카즈야가 흥미를 보이자 비서는 보고를 계속했다.
“그들이 내려간 직후 산을 조사한 결과 파괴적인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보였습니다. 바위가 산산조각 난 흔적과 무언가가 일직선으로 이동하면서 나무를 부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전투의 흔적을 살펴보니 원거리에서 최명해와 싸운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보아 최명해와 싸운 사람은 고명한 술법사이거나 마법사, 초능력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흠. 산산조각 난 바위, 부서진 나무라……. 장풍의 고수이거나 궁술의 고수일 가능성도 있지 않나?”
“그곳에서 화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풍의 대표적인 흔적인 손자국 역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가? 흠. 술법사, 마법사, 초능력자라…….”
그들은 최명해와 싸운 사람이 궁술의 고수가 아닐 것이라 단정 짓고 있었다.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돌아갈 때 산에 있던 화살들을 모조리 회수했던 것이다.
그들로서는 나무인데도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는 박지민의 나무 화살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러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지금 그들이 오판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카즈야는 조금 고민하더니 비서에게 말했다.
“조센징 놈들 중에 가능성이 있는 놈들이 있나?”
“북한과 남한을 통틀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추스르면 10명 정도 될 것입니다.”
“최명해와 붙은 사람이 조센징이 아닐 가능성은?”
비서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매우 높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최씨 가문과 싸웠던 것, 현장에 남은 파괴적인 흔적. 이 두 개를 생각해 보자면 외국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흠. 그렇다고 해도 혹시 모른다. 조센징 놈들도 조사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박지민은 이로써 최시연으로 인해 최씨 가문과 엮이고 일본과도 엮이게 되었다.
하지만 박지민의 인생이 꼬이는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흠. 청풍괴노(靑風怪老) 최명해가 내상을 입었다? 그 노마(老魔)가 내상을 입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최씨 가문과 신비인과의 전투가 있었고 그 결과 최씨 가문의 무사 대부분과 최명해는 내상을 입었습니다!”
“청풍괴노는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아니었던가? 흥미롭군. 가서 조사해 보도록.”
“존명!”
중국 측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동양 쪽에서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아니었다.
서양 쪽에서도 최씨 가문과 박지민의 충돌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가 서양 쪽은 동양 쪽보다도 심각했다.
관심을 보인 것이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은 박지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지만 영국 측은 그렇지 않았다.
유럽엔 마녀 사냥을 피하며 힘을 길러 온 마녀 협회와 온갖 곳에 퍼져 있는 마법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능력자가 나타났다. 비홀더의 말에 따르면 동양인이며 10대로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어려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20대, 30대일 가능성도 놓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비홀더(Beholder).
세계 곳곳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임무를 받은 마녀들이었다.
영국 마녀 협회에는 비홀더 수십 명이 세계 곳곳을 지켜보고 있었고, 박지민 역시 예외 없이 비홀더에게 딱 걸려 버린 것이다.
거기다가 마녀 협회는 마법사들과 긴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이미 명망 있는 마법사들은 새로이 나타난 능력자로 보이는 박지민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박지민은 마녀 협회는 물론이고 유럽의 마법사들과 엮이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비홀더에 의해서 생김새도 꽤나 자세히 설명되고 있었다.
“앨리스. 한국에 다녀오도록. 정보를 파악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만약 박지민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렇게 만든 원흉인 최시연을 당장 저격해 버리고 말았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chapter 8(1)


“으음. 우리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구나.”
최씨 가문의 본가 지하에는 거대한 시설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지하에 위치해 있는 개인 연무장에서 한 남자가 한탄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최명진!
최씨 가문의 차기 가주로 내정된 장남으로서 애국심이 대단한 청년이기도 했다. 수호자 가문답게 어릴 적부터 애국심을 심어 주는 교육을 했기에 외세의 침략이라면 이를 갈고 치를 떨며, 부국강병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귀에 들린 소식에 한숨을 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수호자 가문 중 하나인 김씨 가문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취급하면서 그것들을 수호자 가문들과 교류하곤 했는데, 이번에 최씨 가문에 들어온 정보가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놈들을 다 처죽여 버렸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말야.”
그리고 최명진의 앞에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사나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정림.
수호자 가문 중 하나인 정씨 가문의 장남이었다.
과격한 성정을 가진 그는 조국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법을 지키며 주변인들을 예의 바르게 대하며 살아가는 최명진과는 극과 극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으나 극과 극이었기에 도리어 더 친해지게 되었다.
그 둘은 김씨 가문이 전해 준 정보를 안주로 술을 마시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씨 가문이 전해 준 정보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일본이 점점 본격적으로 한국에 손을 뻗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일본 놈들! 아주 독 같은 것들이야. 야쿠자 놈들을 이용해서 경제를 좀먹고 있어. 거기다가 사람들을 회유해서 배신자들을 만들고 있지!”
“그뿐만이 아닐세. 일본 내에서는 우리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생각으로 계속 여론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고, 온갖 콘텐츠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정당하게 묘사하고 있지.”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알고 있었다.
머리를 자르고, 이름이 일본식이 되고, 일본어를 쓰게 되며, 전쟁에 끌려가 덧없이 목숨을 잃은 이들과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겪은 그때의 역사를.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희석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인의 성정이 공격적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전쟁이 나도 한참 전에 났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일본을 미워하면서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인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아직도 야욕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할 생각은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일본 우익의 정치 세력 중 대부분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계속해서 한국에 손길을 뻗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용한 침략!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일제 강점기 때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우익들은 한국의 일제 강점기 시절은 일본이 떠오르는 해처럼 점점 강해지고 있었으며, 찬란했던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점기 때 한국인들이 독립을 위해서 힘을 길러 일본에 대항하였으며, 문화를 말살하려 해도 사람들의 정신 깊숙한 곳에 있는 그것들을 없앨 수 없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력을 앞세워 공격하는 것이 아닌, 무력 외의 다른 것들을 이용해서 한국을 침략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재진행형이었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일본의 일부 몇몇 작품들에는 그들의 과거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도 했으며, 그들의 문화를 찬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계속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의 영향을 받아 일본 사람들에 대해 호의를 품게 되며 그들의 과거에 대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몇몇 미국 사람들의 경우엔 자신들이 옛날에 일본에 원자 폭탄을 떨어트린 것을 매우 큰 잘못으로 생각하고 일본인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당시 일본이 세계에 저지른 각종 패악과 잔혹한 일들은 다 왜곡되고, 일본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당시 일본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게 된 것은 일본인이 적군은 물론이고 아군의 목숨도 쓰레기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그 만행을 보던 미국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원자 폭탄 투하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 사람들은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보통 전쟁에 쓸 필요 없던 원자 폭탄을 떨어트려 사람들을 죽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미국 같은 서양의 나라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한국에도 해당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문화는 나쁜 게 아니지. 하지만 그걸 이용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을 합리화시키는 건…….”
최명진은 노기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어린 초등학생들 중 일부는 독도는 일본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조선 최후의 황제를 천황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일본에 합병되었다면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인터넷에서 아주 쉽게 목격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거기다가 한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보고 ‘벌레가 꼬이는 꽃 따위보단 벚꽃이 훨씬 낫다’라는 발언을 하는 이들까지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기다가 아예 대놓고 일제가 무력으로 강점한 것을 정당한 합병이라 적고,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역사 교과서가 나오기도 했으니…….
“쯧. 정말 그건 대단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지. 진짜 집요하리만큼 작품에 자신의 문화를 집어넣고 엄청나게 미화시키더군.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냐. 그 녀석들과 우리의 입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한류를 그들이 집요하게 훼방을 놓고 있는 게 문제지.”
그 말대로였다.
세계에선 한류(韓流)라 하여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퍼지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아시아 최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한류라는 것 자체가 매우 못마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현재 일본 정권을 잡고 있으며, 권력을 잡고 있는 우익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더더욱 집요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에 퍼트리고 있었고, 또한 동시에 온갖 방법들을 이용해 한국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류는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세계에 뻗어 나갈 수 있었으나 그들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원래의 속도를 내질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방송을 매개체로 하는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은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소설과 만화 쪽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한국의 소설이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에 퍼지지 못하는 이유.
사람들은 한국의 취향과 세계의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달랐다. 소설과 만화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 그것들이 더해지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그것을 막고 있던 것이다.
거기다가 한국에서 ‘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취급되는 만화의 경우에는 천대받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만화를 보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긴 하였으나,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만화가들은 일본풍으로 만화를 그려 인기를 끌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만화를 그리게 되는 일도 있었다.
만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역시 한국에선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아예 일본 쪽으로 이동해 영상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더라도 그들에게 대단한 일거리는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국도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잠시 희망을 품었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힘들게 되었어.”
이제는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애니메이션이었고,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일본일 정도로 그들의 위치는 확고해졌으며 한국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들만 발달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그 외의 것들도 많았다.
“야쿠자들은 어떻게 하지?”
“무사들을 이용해서 야쿠자들과 닌자들을 상대하고 있긴 하지만 돈은 어쩔 수가 없어. 진짜 환장하겠다니까?”
“돈에 눈 돌아가는 놈들이 문제야. 그거 받아 처먹고 여생을 편히 살 줄 아나 봐.”
고리대금!
통칭 사채라고 불리는 그것들은 현재 한국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는데, 그것을 활개 치게 만든 것이 바로 일본이었다.
막대한 금액을 퍼부어 사채를 만들어 사람들의 돈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일본에게 막대한 금액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그것에 대하여 편의를 봐 주기까지 하니,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수호자 가문의 힘이 융성하다 한들 국가에 비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