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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23화)
chapter 8(2)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을 함부로 손대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충분했다.
거기다가 친일파라 불리는, 옛날부터 일본의 편이었던 그들은 아직까지도 강한 권력, 금력,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의 명을 받아 수호자 가문을 주시하면서 호시탐탐 그들을 몰락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찮을 놈들 같으니라고. 뇌물을 주는 것들이나, 받는 것들이나!”
“뇌물을 받는 이들을 욕하지 말게. 그래도 그들 중에는 재물에 혹하여 순간적인 탐욕에 그것을 받은 이들도 많아.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탐욕이라 했으니, 마음의 수양을 겪지 않은 이들은 혹할 수도 있는 법이지…….”
“너도 기분 나쁘면서 뭘 그러냐? 하여간 범생이 아니랄까 봐 말은 또 뺀지르르…….”
“흠흠.”
정림의 말에 최명진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야. 거기다가 뇌물 받는 놈 하나 더 있었잖아. 차기 대통령 후보 중 걔 누구냐…….”
“최형도 말인가?”
“그래. 그 양반! 최고 그룹 회장 친척이라는 그놈!”
“그놈이라니! 나이 많은 사람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너도 그놈 때려 죽이고 싶어 하면서 뭘 그래?”
“그거야 부정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법이지.”
“어른은 무슨! 나이만 처먹었다고 어른이냐!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어야지!”
정림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최형도.
최고 그룹 회장 최영광과 친척 관계에 있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었다. 거기다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인상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다 모른다고 해도 수호자 가문만큼은 최형도의 진면목을 잘 알고 있었다.
최형도는 일본에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일본 측에 회유된 인물로서, 우익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거기다가 친일색이 매우 강하니 그가 대통령에 오르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그가 수호자 가문에게 한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그들로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명을 받고 수호자 가문의 사람들을 돈으로 회유하거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 놓고 회유하는 등의 더러운 일을 자행했으며, 언론과 인맥을 이용해서 수호자 가문들의 사업체들에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는 등의 일을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정적들을 일본에서 보내 준 이들로 죽이거나 협박하는 일들은 부지기수였고, 아름다운 여자를 납치해서 강간한 일 등.
그가 뒤로 저지른 죄들은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암살하고 싶지만 그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그자가 한 짓들을 내보여도 효과를 낼 수 없을 게 뻔하지.”
“아주 곤란하게 됐어. 아주……. 진짜 생각 같아선 박씨 가문에게 부탁해서 술법으로 그냥 콱!”
“음양사들과 술법사를 이용해서 술법에 대해서도 철통방어를 하고 있더군. 무리라고 생각하네.”
“알아! 그냥 해본 소리지!”
그들은 그 이후에도 한참을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정림이 입을 열었다.
“야. 근데 중국은 어떠냐?”
“중국이라……. 그곳도 상황은 좋지가 않네.”
“그놈들 아직도 그 지랄을 하고 있는 거야?”
정림이 말한 그 짓이란 동북공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
그 긴 이름을 줄인 것이 바로 동북공정이었다.
한국의 과거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으로, 한국 자체를 중국의 갈래로 만드는 작업을 뜻했다. 세계 여론의 거센 반대로 인해 지금은 잠시 주춤한 것 같으나, 그 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다가 그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무공을 익힌 이들을 파견해서 수호자 가문을 수시로 공격하고 있었다.
지금은 공격하고 있지 않았지만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 측에도 마수를 뻗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네. 거기다가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무사와 술법사의 숫자가 많아서 더 곤란하지.”
“그래 봤자 수준은 우리보다 낮지 않냐?”
“그래도 숫자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네. 자네도 당해 봐서 알지 않는가?”
“잘 알지. 별로 세지도 않은 것들이 꾸역꾸역 밀려오더군. 아주 질릴 정도야…….”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 둘은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도 문제였다.
미국은 우방국이라는 이름하에 한국에게서 이것저것을 뜯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대단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정부를 압박해서 미국으로 가져가고, 한국에서 강한 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것 역시 미국으로 가져갔다.
거기다가 뛰어난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회유했으며 그 외에도 온갖 인재들을 미국으로 빼가는 실정이었다.
거기다가 그렇게 하면서도 한국이 일정 이상 강해지는 것을 막고 있었으며, 중국 측에 넘어갈까 많은 대가를 약속해도 최신 기술을 지원해 주지 않았다.
물주.
호구.
그것이 바로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 둘은 연무장에서 말없이 술을 계속 마셨다.
그렇게 굴러다니던 술병들이 10개가 넘어갈 무렵, 연무장 문이 벌컥 열렸다.
“오라버니, 할 말이 있어서 왔사옵……. 아. 정림 도령께서 계셨군요.”
아름다운 외모의 한복을 입은 여인.
최시연이었다.
“이야. 최시연이! 너 날이 갈수록 이뻐지네. 캬아!”
“과분한 칭찬 감사하옵니다.”
“아냐아냐. 내 왈가닥 누나랑 비교하면 넌 천사나 다름없지. 이야, 정말 탐난다니까. 내가 한 5년만 젊었어도……! 아니지, 지금도 문제없을 거야! 시연아! 7년 연상인 애인 한번 사귀어 보지 않으련?”
“남의 동생 희롱하지 말게.”
정림이 장난스럽게 최시연에게 말하자 최명진이 못마땅한 얼굴로 제지했다.
항상 최시연을 놀릴 때마다 최명진이 보이는 반응에 피식 웃은 정림은 장난치는 것을 멈추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소녀가 가고 싶은 곳이 있사온데 오라버니와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고 싶은 곳?”
최명진과 정림이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시연은 재빨리 말했다.
“얼마 전 제가 말했던 박지민이라는 이름의 도령에게 가려고 하옵니다. 할아버님과 가고 싶었으나 내상이 깊어 아버님의 도움을 받아 치유하고 계신지라…….”
최명진은 그녀가 하고픈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최씨 가문에 있었던 사건.
최시연은 얼마 전 유명한 연예인 친구에게서 호현의 음악방송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박지민의 음악을 듣고 넋을 잃었던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았고, 그곳에서 박지민의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때 박지민의 음악을 듣고 그것에 마력이 실려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가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그 음악은 마력의 흔적이 사라지고 매혹의 힘만이 남았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그것에 마력이 들어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없었으나, 호현의 음악방송의 방청객으로 들어가서 직접 박지민의 연주를 본 최시연은 박지민의 몸에서 미량의 마력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기(氣)를 이용한 술법으로 생각하였고, 최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문자로 그 사실을 알리고, 방송이 끝난 후 박지민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주었었다.
그리고 집에 서둘러 돌아와 박지민에 대해서 말을 했고, 서적들을 뒤져 가며 박지민이 한 것처럼 음악에 기를 불어넣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기술들을 찾아본 최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것들이 전부 사술(邪術)에 속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악한 술법들!
그들은 최시연의 말과 각종 서적, 기록들을 뒤져 박지민이 사악한 술법을 익혔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악한 술법을 익혔다는 것만으로 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옳지 않은 법.
최씨 가문 사람들은 회의를 열었다.

『힘에는 선악이 없는 법. 그 녀석을 시험해 봐야겠다.』

결국 회의 끝에 결론은 났으며, 그와 싸움을 해서 심성을 파악해 보기로 결정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 위기. 이 두 개에는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었다.
그래서 최씨 가문의 가주인 최시연의 아버지는 박지민이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칼을 뽑아 들고 덤비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지민이 최시연을 인질로 잡음으로써 일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정정당당함을 미덕으로 삼는 최씨 가문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여자를 인질로, 그것도 최씨 가문 가주의 딸을 인질로 잡았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최씨 가문 전 가주인 최명해는 박지민의 심성이 사악하고 비겁하다고 단정 짓고 공격을 하였고 박지민은 담벼락을 부수고 도망가려다가 담벼락 안에 있는 합금으로 만든 벽 때문에 실패, 담벼락을 넘어 도주를 했다.
거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박지민의 기술을 사술이라 단정 지은 상태에서 인질극까지 벌여 심성이 사악하고 비겁하다고 여겨진 상태. 그 상황에서 강력한 힘으로 담벼락을 부수는 것을 목격했으니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맨몸으로 튼튼한 최씨 가문의 담벼락을 부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한국의 무예를 높은 경지까지 이루거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패도적인 중국 무공을 익혔거나, 일격필살 형태의 일본 무공을 익힌 경우.
하지만 동양인은 초능력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자연스럽게 제외가 되었고, 박지민의 나이가 21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한국의 무예를 높은 경지까지 이룩했다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제외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패도적인 무공을 익혔거나 일본의 일격필살 형태의 무공을 익혔다고 결론이 난 것이다.
거기다가 그들이 사술이라고 판정한 음유시인의 길 스킬의 효과까지 생각하니 중국, 일본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고 자연스럽게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왔다.

『외국의 첩자 짓을 하는 놈이다! 반드시 잡아라! 생포하지 못하겠다면 죽여도 된다!』

그들이 사술이라 생각한 것은 박지민의 음유시인의 길 스킬 효과와 캐릭터의 특성!
박지민이 엄청난 우연으로 얻은 힘을 무공이라 착각한 것에 더해져 최시연을 인질로 잡으려 했던 일, 최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살기를 풀풀 풍기던 모습.
거기다가 한동안 중국이 무사들을 보내지 않자 언제 올까 긴장하고 있던 분위기와 근처에 일본의 닌자들이 얼쩡거려 불러일으킨 짜증이 더해져 오판을 하게 만들었다.
최씨 가문의 무사들과 최명해가 나서서 박지민을 추격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산에서 대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그 싸움으로 인해 최씨 가문 무사 전원이 몸뚱어리에 구멍이 났고 최명해의 경우에는 내상을 입어 현재까지 치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인질만 잡지 않았어도…….’
최명진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중국과 일본 쪽은 아니다. 뭔가 비밀이 많은 것 같지만 적은 아닌 것 같구나.』

그는 최명해가 부상을 당해 돌아온 날 한 말을 떠올렸다.
독심술 수준으로 거짓과 진실을 꿰뚫어 보는 최명해의 말!
최명해의 말은 항상 맞았기에 그들은 최명해의 말을 믿고 박지민을 적대하는 것을 멈추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명해는 박지민에 대해서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어 내 보았고, 중국과 일본은커녕 한국인과도 잘 접촉을 안 했다는 것과 해외여행은커녕 한국 여행조차도 잘 가지 않은, 과거 자신의 고향에서 콕 틀어박혀서 죽을 때까지 생활하는 선비를 보는 듯한 결과에 의심을 완전히 털어 냈다.
‘인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잡을 수 있는 모습과 손속을 봐 줘 목숨을 살려 준 자비로움이라……. 대체 어떤 성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최명진은 박지민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들은 두 모습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앞의 것만 생각한다면 천하에 따를 자 없는 희대의 악당이었고, 뒤의 것만 생각한다면 자비심 넘치는 무공의 고수였다.
그 두 가지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앞에 것만 보는 게 정답이라는 것을.
박지민에게 자비심 따위는 없었다.
그저 박지민이 쏜 화살이 전부 최씨 가문의 급소들을 피해 갔을 뿐이었다.
자비심은 박지민이 쏜 화살이 목숨을 빼앗지 않도록 해 준 하늘의 것이지 결코 박지민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실은 박지민과 하늘만 알고 있었다.
박지민 입장에선 백발백중 효과를 믿고 대충 쏜 것이라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었지만,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보기엔 손속을 봐줘 목숨을 살려 준 것으로 보였다.
오해로 박지민과 적대관계가 된 그들은 오해로 박지민을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라버니?”
“아. 왜 그러느냐?”
박지민에 대한 생각에 순간 최시연의 존재를 잊었던 최명진은 화들짝 놀랐다.
“박지민 도령께 갈 생각인데 같이 가 주시…….”
“물론이다. 당연히 가야 되지 않겠느냐? 길일을 잡아서 한번 방문해 보자꾸나.”
이야기로만 들었던 사람에 대한 궁금증!
최명진은 최시연의 말을 뚝 끊어 버리곤 흔쾌히 허락했다.
“야. 니들끼리만 가냐? 나도 좀 가 보자고.”
“흠. 자네는 좀…….”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정림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