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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얼스 1권(4화)
3장. 뉴 얼스(1)


어느덧 시간은 저녁이 다 되었다. 카일러는 우울함과 고독함 때문에 길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때 반대편 높은 건물에 붙어 있던 대형 TV에 나오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 광고에서는 자신이 살았던 곳에서 흔히 보던 기사, 마법사, 궁수가 사냥을 하거나 대련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꿈과 희망의 세계, <뉴 얼스>로 오세요!’
“뉴 얼스?”
자신이 살았던 곳과 너무도 흡사한 배경에 기쁨 반 놀라움 반이었다.
‘저 세계가 뉴 얼스인가? 그리고 그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저게 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카일러는 ‘슈퍼마켓’이라고 적혀 있는 곳으로 들어가 아까 그 뉴 얼스에 대해 물어봤다.
“뉴 얼스? 그거 새로 나온 가상현실 게임 말하는 거요?”
“가상현실 게임?”
“허, 이 사람 참. 뉴스 못 봤소? 그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게임 말이요.”
슈퍼마켓 주인의 말에 카일러는 약간 실망했다.
‘세계가 아니라… 그냥 게임이군. 그런데…….’
“게임인데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요?”
“그렇다고 하더라고. 내가 직접 해 본 건 아니니 확실하지 않지만… 저기 있는 큰 건물, 거기가 뉴 얼스 제작 회사 본사인데 정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시게.”
카일러는 슈퍼마켓 주인이 말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라고 적힌 곳에 텔런트만큼이나 예쁜 여자가 있었다.
안내원인 듯했다.
카일러는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고객님.”
안내원이 예의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뉴 얼스가 도대체 뭐죠?”
“뉴 얼스는 저희 유니벌스사에서 최근 개발한 가상현실 게임으로 게임계의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뉴 얼스는 캡슐을 통하여 접속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으로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이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카일러는 ‘뉴 얼스’라는 곳에 빨리 접속해 보고 싶은 마음에 들떴다.
“캡슐? 접속? 그게 뭡니까?”
“캡슐과 접속에 대한 설명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캡슐은 뉴 얼스에 접속하여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장비이고 접속은 뉴 얼스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캡슐이 꼭 필요합니까?”
“네, 고객님.”
“그럼 캡슐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800만 원이고 한 달 이용료는 30만 원입니다. 고객님.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뉴 얼스’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고 ‘뉴 얼스’ 이용자 분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시도록 하기 위한 유지 비용 또한 막대하기 때문에 저희 유니벌스 회사 측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뉴 얼스’를 이용해 보신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고객님.”
카일러는 캡슐 구입 가격 800만 원에 한 달 이용료 30만 원이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하는 액수인가 실감 나지 않았지만 월세가 반값인데도 불구하고 25만 원인 것으로 추측해 볼 때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자신이 월세를 내고 남은 돈의 부피로 볼 때 자신이 800만 원은 커녕 월 이용료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카일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곳을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살았던 곳과 너무도 흡사한 뉴 얼스.
그곳에 아무리 접속해 보고 싶어도 가격이 비싸니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뭐해 먹고 살지…….’
당장 내일도 장담할 수 없는 갑갑한 상황에 카일러는 한숨만 쉬었다.
꼬르륵.
카일러는 돈 한 푼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굶을 수도 없었기에 제일 싸 보이는 음식점으로 갔다.
‘제일 싼 걸로’ 한마디로 음식을 주문한 카일러는 밥을 먹고 있으나 모레알을 씹는 듯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뉴 얼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뉴 얼스가 그렇게 재밌다며? 악마의 게임이라고도 한데. 그 게임 한 번 했다가 못 빠져나오는 사람이 엄청 많데.”
“게임 때문에 폐인되면 직장 잃고 돈은 어떻게 벌어? 결국 굶어 죽는 거 시간문제 아냐?”
“근데 그 뉴 얼스 게임 머니가 현금하고 값어치가 같다는데? 1:1비율이래.”
“뭐? 게임인데 그렇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게임으로 돈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
순간 카일러의 머릿속에 번쩍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게임도 하고 돈도 버는 것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문제는 캡슐 구입 비용과 월 이용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
카일러는 침울해졌다.
‘캡슐을 어떻게 마련하지?’
아직 이곳 물가에 대해 잘 모르는 카일러였지만 자신의 월세를 고려해 볼 때 캡슐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달 이용료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옆 테이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카일러에게 또다시 힌트를 주었다.
“유니벌스사에서 테스터 지원자 중 천 명 정도를 선발해서 캡슐과 이용료를 모두 대 주겠다고 하던데?”
“베타 테스트 이미 끝나고 정식 서비스 중인데 무슨 소리야?”
“그거랑 별개일 걸.”
“진짜야? 그럼 나도 해 볼까?”
“인마, 아무나 뽑겠냐? 선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본다는 데 그건 그때 가 봐야 아나 봐.”
“그럼, 학력이라도 보나?”
“게임하는데 무슨 학력이 필요하겠냐. 그냥 겜 잘할 만한 사람 뽑을 것 같은데?”
순간 카일러의 눈이 번뜩였다. 자신이 살던 곳을 재현한 듯한 가상현실.
그리고 자신 있는 검술을 이용하려 살 수 있는 가상현실.
카일러라면 유니벌스사에서 뽑는 천 명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카일러는 유니벌스사 본사로 갔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테스터 선발 면접’이라는 문구를 어제는 왜 못 봤을까.

<뉴 얼스 테스터 선발 시험>
유니벌스사는 게임의 발전을 위해 테스터 천 명을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선발 기준은 시험 당일 알려드리며 선발된 테스터의 활동 방향은 천 명을 모두 선발한 뒤 테스터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면접 접수 기간:12. 9 ∼ 12. 16, 1주일간.
선발 면접 실시일:12. 17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번 테스트는 이 게임이 정식 오픈하기 전에 한 배타 테스터들과는 다른 역할을 맞는다고 한다.
근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테스터 선발 기준도 발표하지 않았다.
‘도대체 유니벌스사는 무슨 꿍꿍이야?’
카일러는 투덜대며 테스터 선발 면접 접수를 하기 위해 접수처로 갔다.
접수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름, 나이, 주소, 연락처만 적으면 됐는데 전화번호가 없어 연락처를 적을 수 없었다.
‘테스터로 선발돼야 할 텐데…….’
카일러는 이곳 세계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수록 점점 더 자신의 고향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고향과 너무나도 흡사한 뉴 얼스. 뉴 얼스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인 것은 캡슐 가격과 뉴 얼스 월 이용료.
카일러가 이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캡슐과 월 이용료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 선발 시험이 운명을 좌우하는 한 판의 게임처럼 느껴졌다.
‘선발 시험 때 주어지는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만약 내가 자신 있는 검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내게도 희망이 있다. 검술이 과제일 경우를 대비해서 연습을 하도록 하는게 좋겠군.’
카일러는 암살자 시절에 평소에 받았던 훈련 이상의 훈련을 스스로 행했다. 몸이 힘들어도 자신의 고향과 흡사한 뉴 얼스에 접속해 보고 싶은 마음에 결코 훈련을 느슨하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유니벌스사의 ‘뉴 얼스 테스터 선발 시험’ 당일이 되었다.
‘반드시 테스터로 뽑혀야 한다.’
카일러는 굳은 각오를 하고 면접 장소인 유니벌스사의 본사로 갔다.
본사에 도착하자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경쟁자라고 생각하니까 이곳에 오기 전보다 더 긴장됐다.
‘잘할 수 있을까?’
카일러는 걱정이 앞섰다.
시간이 흘러 테스터 선발 시험 시간이 되자 이번 프로젝트 총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앞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뉴 얼스 테스터 선발 시험을 위해 이곳까지 오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저는 총책임자 박현석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안내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우선 이번 테스터 선발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4:1 면접이 진행됩니다. 모두들 신청 접수를 하셨을 때 접수 번호가 적힌 카드를 받으셨을 겁니다. 이번 선발 시험은 접수 번호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면접 보는 장소는 스무 곳이 마련되어 있으며 접수 번호를 저기 계신 안내원에게 보여 드리면 해당 면접 장소를 여러분에게 안내해 드릴 겁니다. 면접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아주 간단하게 진행합니다. 면접이 끝난 분은 위층으로 올라가시면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시험 장소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총책임자의 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설명하는 동안 숨소리 하나도 안 들렸다.
잠시 뒤 접수 번호 순대로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마침내 카일러의 차례가 되었다.
안내원에게 접수 번호를 보여 주고 안내원이 알려 준 면접 장소로 갔다.
그곳에 들어가자 4명의 면접관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일러입니다.”
“반갑습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이번 선발 시험에 응시하기로 한 동기가 무엇입니까?”
‘흐음. 뭐라고 대답하나.’
돈을 벌기 위해라고 하면 너무 속 보이고… 면접관이 좋아할 만한 답변이 뭘까?
잠시 고민한 카일러는 입을 열었다.
“제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뉴 얼스를 통해 이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무슨 꿈입니까?”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 다른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긴장된 마음을 달래며 답변을 끝마쳤다.
“좋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셔서 바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안내원이 있을 겁니다. 그 안내원이 시험 장소를 안내해 줄 겁니다.”
밖으로 나가 계단을 올라가자 안내원이 있었다.
카일러는 안내원을 따라갔다.
잠시 뒤 카일러는 시험 장소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자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안내원이 시험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시험 방법은 시험 전용 캡슐을 통하여 ‘뉴 얼스’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접속하시면 캐릭터는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따 자동 생성되며 정해진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그곳에 접속해 있는 시험 감독관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카일러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안내원이 한 명 다가왔다.
카일러가 사용할 캡슐을 지정해 주고 간단한 유의 사항을 전했다.
카일러는 캡슐을 바라봤다.
‘이게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캡슐인가?’
캡슐은 사람 하나가 거의 눕다시피 등을 기대고 편히 앉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카일러는 캡슐에 들어갔다.
카일러가 반눕다시피 앉은 등받이 의자는 상당히 편안했다.
뿐만 아니라 캡슐은 히터 기능도 있어 따듯했다.
안내원이 알려 준 버튼을 누르자 캡슐 덮개가 닫혔다. 유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었다.
카일러가 자리를 잡자 캡슐은 자동으로 신체검사를 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접속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카일러에게 이상이 있을 리 없으므로 카일러는 문제없이 접속할 수 있었고 캐릭터는 자동 생성되었다.
캐릭터의 모습은 카일러를 그대로 복사한 듯했고 아이디 역시 카일러였다.
마침내 카일러는 ‘뉴 얼스’ 가상현실 세계에 있는 테스터 선발 시험 장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