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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4화)
제1장 알론 더 프레인(3)


“뭐라고 하셔?”
“뭐 별말 없었던 것 같군.”
알론이 수련장으로 돌아오자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던 한스가 그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에 한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분명 알론이 직위 박탈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커스 공작도 어느 정도 제멋대로 하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알론의 반응을 보니, 나름대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나고, 알론은 황궁 내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가 법에 대해 적혀 있는 책을 몇 권 빌려 왔다.
분명 알론의 기억 속에서도 어느 정도 법이 주입되어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이렇다고 할 만한 특이한 법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뭐 본래 살던 곳과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군.”
대충 카네시스 제국의 법에 대해 써져 있는 책을 읽어 본 알론이 책을 덮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곳의 법이나, 자신이 살았던 세계의 법에서 그렇게 특이하게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노예들이나 혹은, 평민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이렇다 할 만한 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카네시스 제국의 하나의 법이기는 했기에 알론은 곧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덮었다.
“흐아아. 피곤하군.”
확실히 기사로서의 일은 꽤 피곤했다. 비록 제4기사단원이라 잡일을 맡아 하고 있었지만 기사라는 것이 쉬운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곤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법에 대해 대충 훑어본 그가 내일을 위해 잠을 자기 위해 몸을 눕혔다. 그렇게 그가 잠에 빠져 들었다.


제2장 함께 일해 보지 않겠나?(1)


제국 내에서 벌어지는 귀족들의 비리. 혹은 각 영지에서 행해지는 악덕 영주들의 행동. 그 외를 제외한 황궁 내에서의 문제 등등을 비밀리에 해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황궁 내에 존재하는 소드 마스터인 커스 공작이었다. 그는 이제껏 5년이란 시간 동안 비밀리에 황궁 내에서 황대사라는 직위를 가지고 행동해 왔다.
황대사. 말 그대로 황제를 대신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황제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앞서 말했듯 귀족들의 비리나, 황궁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고민이군…… 누구로 해야 할지…….”
커스 공작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책상 위의 제1기사단 단원들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를 읽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고, 아무리 뒤져 봐도 자신이 원하는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을 대신해 일해 줄 사람. 그러한 사람이었다.
현재의 커스 공작은 눈코 뗄 수도 없이 바쁜 때였다. 더군다나, 이제 그도 꽤 나이를 먹었기에 요즘 들어 꽤 벅차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문에 황제와 황궁에서 황대사의 존재 여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고, 흔쾌히 자신을 보좌할 인물을 찾는 것에 수락을 받은 상태였다.
그가 찾는 보좌관은 이러했다. 그 어떤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물러서지 않고,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
어떤 위협과 두려움 속에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일을 해 나가며 비리, 혹은 이제껏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거나 하는 행위를 벌인 적이 없는 사람.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정의의 기사 같은. 또 어떻게 보면 물불 가리지 않는 무식한 사람이지만, 냉정하고 차분한 사람. 이러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켜 줄 사람을 찾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일같이 적임자를 찾기 위해 눈을 굴려 보아도 자신이 찾는 적임자는 보이지 않았다.
탁.
커스 공작이 자신이 읽고 있던 제1기사단 단원들의 정보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 뭉치를 덮었다.
애초에 제1기사단의 단원들은 자신의 보좌관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제1기사단원들의 대부분이 꽤 직위가 높고, 혹은 그 자존심들이 매우 억셌기 때문에 귀족들을 쥐어 잡고 흔들지언정 침착하지 못할 것이고, 또 자신이 가진 또 다른 직업 황대사의 보좌관이라는 것을 발설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대사는 철저히 비밀리에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황대사인 커스 공작이 이제껏 비밀리에 행동했기에 그나마, 별 의심 없이 비리를 벌이던 귀족들이 잡혀 들어간 것이고, 영지의 악덕 영주들이 처단 받은 것이다.
활짝.
제1기사단원들에 대해 적혀 있던 종이 뭉치를 서랍 안에 넣은 그가 이번에는 제2기사단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 뭉치를 꺼내 들어 훑어보기 시작했다.
벌써 이것도 몇 번을 읽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는 요즘 이 문제로 고민 중인 것이다.
“행실이 바르며, 침착한 기사. 그의 검 실력 또한 꽤 뛰어나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성격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제길! 꼭 잘나가다 대부분이 이러니……!”
제2기사단의 맨 뒷장 부분에 적혀 있던 한 기사에 대해 읽어 내려가던 커스 공작이 마지막 부분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모든 것이 좋은 듯했지만, 결국 자신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그가 이번에는 제3기사단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 뭉치를 빼 들어 읽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이 제3기사단의 단원들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 뭉치도 열 번도 더 넘게 읽었지만 눈에 띄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서랍의 종이 뭉치들 중에서도 제일 맨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 제4기사단의 정보가 적혀 있는 종이 뭉치를 빼 들었다.
“후우…….”
유일하게 처음 읽는 것이었다. 그만큼 커스 공작은 이제껏 제4기사단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 겁쟁이이거나, 혹은 간신히 턱걸이를 하여 황궁의 기사가 된 이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처음부터 한숨만 나오는군.”
제4기사단원 중 한 명의 정보를 읽었던 커스 공작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역시나 제4기사단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기사단원에 대해 적혀 있는 정보도 엉망진창이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종이를 뒤로 넘기던 그가 거의 마지막 장에서 우뚝 멈췄다.

알론 더 프레인

그가 멈칫하고 손을 멈춘 그 장에는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커스 공작이 이번에는 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까지도 저번의 알론이 보여 주었던 그 박력과 물러서지 않음, 또 신념은 커스 공작의 머릿속에 꽤 깊게 남아 있었다.
때문에 고작 제4기사단의 기사단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1기사단의 단원들보다 더욱 관심이 갔다.
“평소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진 기사로…… 정직한…… 음? 뭐지?”
커스 공작이 알론에 대해 적혀 있는 성격 부분에 대해서 읽으며 의문을 띠었다. 사실상 얼마 전 보았던 알론은 행실이 꽤 바른 것은 맞았지만 이토록 칭찬에 칭찬을 이을 정도로, 완전 모범생적으로 적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공작이란 직위를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몰아붙일 정도라면 어느 정도 적혀 있는 부분과 다른 점이 있어야 했다.
때문에 그가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의문을 느끼며 그의 성격에 대해 적혀 있는 글자들을 모두 읽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이번에는 그의 신체 능력 혹은 그가 오른 경지에 대해 적혀 있는 부분을 읽었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성격의 밑에 적혀 있는 그의 신체적 능력과 그가 오른 경지를 본 커스 공작이 자신의 눈이 잘못 되었나 하여 눈을 부볐다. 하지만 적혀 있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니? 믿을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면 알론이 고작 제4기사단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또 황궁 내에서는 대부분 알론을 소드 익스퍼트 하급이 겨우겨우 힘들게 황궁으로 들어온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데, 그렇게 인식되어 있는 이가 최상급?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혹시……?”
뭔가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던 그가 이내 혹시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혹시 이제껏 알론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또한 그 때문에 겨우겨우 황궁에 들어온 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더군다나, 예전 커스 공작이 보았던 알론의 모습은 기가 팍 죽어 있는 모습에, 어떤 기사도 피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때문에 다른 이들이 그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거기에 이제껏 아무도 이 알론에 대해 적혀 있는 정보를 보지 못한 것은, 사람들이 제4기사단에 대해서는 읽어 볼 가치가 없다고 여겨 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많고 많은 이들 중에 그 누가 제4기사단원들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겠는가. 그건 어쩌면 시간 낭비를 하는 일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단하군.”
그의 얼굴로 이채가 생겼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면 황대사인 자신의 보좌관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비록 알론에 대한 설명에는 그의 성격이 이렇듯 적혀 있었지만 커스 공작은 이 종이에 적혀 있는 그의 성격이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고 여겼다.
아니, 확신했다.
그가 이제껏 성격을 숨기고 살았던 것인지, 혹여 갑자기 성격을 바꾸기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알론은 예전과 다른 이라고 판단하였다.
“일단 기대해 볼 만하겠어.”
커스 공작이 꽤 큰 이득을 얻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작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