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뉴얼스 1권(10화)
5장. 투지(3)
“이런, 젠장! 여기서 가만 앉아 있다 죽으나, 달려들어서 죽으나 거기서 거기다!”
카일러는 땅을 내리찍으려는 타이푼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는 타이푼이 땅을 내리찍으려 하는 그 타이밍에 점프를 해 타이푼의 머리쪽으로 뛰어올랐다.
“무, 무슨 짓을… 쿠에에엑!”
그 상태에서 카일러는 검을 타이푼의 한쪽 눈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타이푼이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제자리에서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좋아, 시간은 벌었군. 이때 도망쳐야 한다.’
카일러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타이푼을 뒤로하고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도망가지도 못했는데 타이푼이 오뚜기처럼 일어나 다시 카일러를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크으, 인간!”
‘덩치가 크니까 맷집도 센가 보군.’
카일러는 큰 나무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내달렸다. 타이푼이 그 나무에 부딪힐 때마다 나무는 맥없이 쓰러지기는 했지만 잠깐 주춤하게 만들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남으려면 타이푼을 죽여야 한다!’
카일러는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내달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마침내 어느 곳에 도달하자 점프를 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뒤따라오던 타이푼은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내달렸다. 그리고 카일러가 멧돼지 무리를 잡을 때 사용했던 구덩이 중 가장 큰 쿠덩이에 타이푼이 빠졌다.
“꾸에엑!”
타이푼은 아래에 있는 나무창에 몸 곳곳이 찔려 고통에 찬 비명를 내질렀다.
‘이제 정말 끝인가?’
그런데 그때, 타이푼이 다시 구덩이 밖을 기어 나오려 했다.
“그렇게는 안 돼지!”
카일러는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어 칼에 찔렸던 타이푼의 눈을 향해 맹렬히 던졌다.
“꾸에엑, 인간!”
“이게 끝이 아니지.”
카일러는 주변에 있던 돌멩이란 돌멩이는 다 집어 들어 타이푼의 다친 눈에 계속해서 던져 댔다. 전직 암살자답게 카일러는 정확히 타이푼의 다친 눈에 돌멩이를 명중시켰고 그때마다 타이푼은 적절한 효과음을 내주었다.
“별거 아니었군.”
“크으, 인간! 반드시 죽이겠다!”
그런데 그때, 타이푼이 비명 소리와는 다른 훨씬 높은 톤의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카일러가 뭐라도 맞은 듯이 뒤로 밀려났다.
“데미지 10을 받았습니다.”
“뭐, 뭐야! 그냥 소리를 질러 대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타이푼이 괜히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카일러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타이푼이 구덩이를 기어 나오려 했다.
‘올라오면 끝장이다!’
카일러는 타이푼을 향해 안간힘을 다해 내달려 타이푼의 멀쩡한 한쪽 눈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꾸에에엑!”
나머지 한쪽 눈마저 피를 철철 내뿜게 된 타이푼은 다시 구덩이 아래에 떨어졌다. 그리고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휴, 드디어 끝…….”
“아, 아직… 크으…….”
그런데 그때 타이푼이 구덩이 위로 기어 올라오고 말았다. 하지만 비틀비틀대며 말하는 것에도 맥이 없는 것을 봤을 때 죽기 직전인 듯했다.
“죽어라, 마지막이다!”
카일러는 타이푼에게 달려가 타이푼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꾸에엑…….”
타이푼은 이제 고통 소리를 내느 것마저 힘겨워하며 꿈틀대더니 결국 죽고 말았다.
“레벨 업하셨습니다.”
경쾌한 레벨 업 안내 메시지가 카일러의 귓가를 울렸다.
“상태 창.”
아이디:카일러
레벨:4
생명력:160/160
마나:80/80
힘:13
민첩:6
지능:4
운:3
체력:3
정신력:1
보너스 포인트:5
“흐음… 체력하고 정신력은 굳이 찍지 않아도 레벨 업하면 생명력과 마나는 알아서 오르니까 일단 힘과 민첩에 투자해야겠다.”
카일러는 보너스 포인트를 고루 분배하여 힘을 2, 민첩을 3 올렸다.
보너스 포인트 분배를 마친 카일러는 보스 몬스터 타이푼이 죽은 곳을 쳐다봤다.
뭔가 큰 보상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타이푼의 시체가 서서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이템이 하나 떨어졌다.
그런데,
“뭐, 뭐야? 겨우 이거야?”
타이푼이 죽고 떨어뜨린 아이템은 다름 아닌 타이푼의 뼈와 고기였다.
“도대체 사골이나 끓여 먹고 고기나 구워 먹으라는 건가?”
실망한 카일러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에혀… 퀘스트 완료나 하러 가야겠다.”
뉴얼스 1권(10화)
6장. 슬란 마을(1)
“카일러! 어떻게 됐어? 멧돼지들은?”
정육점에 들어가자마자 말라크가 다급하게 물어봤다.
“당연히 다 잡아 족쳤지.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가 봐도 돼.”
“아, 아니. 굳이 확인하고 싶지는 않고… 어쨌든 나 대신 멧돼지들을 잡아 줘서 고마워. 보상을 줘야지.”
말라크는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이게 뭐야?”
“뭐기는 이 몸이 제일 아끼는 칼이지.”
“칼? 근데 좀 작은 건가 봐?”
아직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가죽 주머니 크기로 추측해 볼 때 단검 정도 크기의 칼이 분명했다.
“자! 받아 봐.”
카일러는 가죽 주머니를 받아 열어 봤다.
“이거 가지고 뭐 어떻게 싸우냐?”
“풉. 싸우는 용도가 아니다.”
“그럼?”
“사냥한 동물 해체하는 칼이다. 앞으로 모험하다 보면 사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때가 많을 텐데 그 칼을 갖고 있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걸.”
“고맙다만… 멧돼지 잡느라 한 번 뒈지기까지 했는데 조금 섭하군.”
카일러가 이번 퀘스트를 깨기 위해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가. 그런데 달랑 칼 한 자루 던져 주는 말라크가 무책임하게 보였다.
‘젠장, 친밀도가 많이 깎여서 그런가?’
말라크도 결국은 NPC. 따라서 말라크가 주는 보상은 친밀도라는 시스템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아까 카일러가 말라크를 개 패듯이 팼으니 말라크와의 친밀도는 퀘스트를 완료했다고 해도 바닥일 것이 분명했다.
“혹시… 아까 내가 팬 것 때문에 아직도 화난 건가?”
“내가 이래 봬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남자거든? 내 고민 해결해 준 놈한테 그전 일 때문에 야박하게 굴지는 않는단다. 나도 더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안 좋잖냐.”
말라크가 엉망이 된 자신의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대신 내가 갖고 있는 육포라도 탈탈 털어서 주마.”
말라크는 어마어마한 양의 육포를 꺼내서 건네줬다.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한 최대한 꺼낸 거야. 미안하지만 이거라도 받아 줘.”
“그래… 뭐 고마워. 참 유용하게 쓸 수 있겠군.”
카일러가 보상까지 모두 받자 동시에 2개의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 업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며 받은 경험치가 워낙에 많아 원래 축적된 경험치가 별로 없었는데도 1업이나 더 했다.
“상태 창.”
아이디:카일러
레벨:5
생명력:180/180
마 나:90/90
힘:15
민첩:9
지능:4
운:3
체력:3
정신력:1
보너스 포인트:5
“흠, 힘에 4, 민첩에 1.”
인터넷을 뒤져 본 바로는 전직은 레벨 10에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암살자로서 훈련받은 적이 있어 검술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전사나 도적 계열로 전직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보너스 포인트를 힘이나 민첩에 주로 투자했다.
“그런데 이 해체용 칼만 있으면 뭐해? 해체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지.”
“미안, 시간이 없어서 그냥 대충해라.”
‘저 말라크 자식. 분명히 아까 일로 삐쳐 있는 게 분명해.’
“에휴…….”
그때 말라크가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래?”
“그게 아니라… 멧돼지 놈들 때문에 장사를 못해서 웬만한 고기는 다 썩었어.”
말라크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흐음… 오늘 미친듯이 덩치만 큰 멧돼지를 하나 잡고 얻은 고기가 있긴 해. 워낙 크기 때문에 충분할 거야. 그리고 뼈도 얻었는데 뭐 필요도 없고 너 줄 테니까 서비스로 손님한테 주든가.”
“자, 잠깐 덩치가 어느 정도 크다고?”
“말했잖아.”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봐.”
갑자기 말라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덩치가 대략… 작은 오두막만 한 크기였어.”
“호, 혹시 타이푼?”
“아, 그래. 타이푼이었다.”
“그럼 이 고기하고 뼈가 타이푼 거란 말이지?”
“그런데?”
“타이푼은 100년 가까이 이 마을의 골칫거리였어. 가끔 가다 그 녀석한테 잡아 먹히는 사람도 있었거든. 마을 사람들이 타이푼을 잡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헛수고였어. 심지어 영주에게 도움 요청까지 했지만 영주는 마을 주민들은 신경 쓰지도 않더군. 근데 그걸 잡다니! 다시 봤다, 카일러! 넌 마을의 영웅이야.”
“그, 그렇게 되는 건가?”
“당연하지! 그리고 이 고기만 있으면 그동안 멧돼지 때문에 손해 본 거 다 매꾸고도 남아. 고맙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아니, 그냥 타이푼이 그렇게 무서운 녀석이었구나.”
카일러는 말라크에게 고기를 넘겨준 것이 배 아파서 참기 힘들었을 뿐이다.
뉴 얼스에 돈 벌로 온 카일러로써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