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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9화)
제4장 테스트. 그리고 수색(3)


뽑혀져 나온 검은 어두웠지만 꽤 찬란한 빛을 발한다고 볼 수 있었다.
본래, 알론이 살던 차원에서의 검으로 치자면 이 정도 검이면 명검 소리를 들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틀렸다.
알론이 가지고 있는 이 검의 수준을 이곳에서 점수를 매기자면 평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검이 아니라, 신식 무기들이 발달되어 있었고, 또 간편한 호신용 도구들도 많았기에 좋은 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인의 수는 적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대장장이들은 그곳에서의 장인이라는 이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던가. 처음부터 망치를 잡고 담금질을 하며 검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때문에 좋은 검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검을 뽑아 든 그가 깊게 호흡을 했다. 긴장되었던 몸의 근육이 연속된 깊은 호흡 몇 번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풀린 듯했다.
후우웅. 후우웅.
곧 그의 손목과 몸의 움직임으로 인해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는 알론은 무언가 이상하게도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이곳에서 검의 휘두름은 한층 가벼웠고, 또 안정감이 있었다. 또 왠지 모르게,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어둠을 검으로 가르며 검을 움직여 보던 그가 몸을 멈추고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역시 그건가……?”
알론은 자신의 몸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유가 본래 몸의 주인으로 하여금 검이 몸에 배여 있어서라고 느꼈다.
또한, 이곳에서는 마나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그가 아는 마나는 몸에 수련을 쌓은 이들의 몸을 한결 가볍게 해 주고 효율성 있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는 비록 신식 무기는 없었지만 몸을 단련한 이들의 몸 자체가 흉기라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마나라는 것이 사람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효율성을 높여 주니…… 단전호흡을 하면 또 다른 무언가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그가 곧 휘두르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대충 검을 몇 번 휘둘러 본 것이지만, 일단은 이곳에서의 단전호흡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알고 싶어졌다.
곧 허리춤에서 검을 분리해 바닥에 내려놓은 알론이 곧 자신도 바닥에 부처님이 좌상을 하고 앉은 것처럼 결가부좌하여 앉았다.
그러고는 양손을 주먹 쥐어 양쪽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는 상체를 오른쪽 왼쪽 한 번씩 움직여 주어 불편한 점이 없는지, 몸을 잡아 주고는 그대로 상체를 쭉 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가 곧 양 무릎 위에 주먹 쥐고 올려놓았던 손을 조심스럽게 정중앙 부분에 모으며 양손의 엄지손가락이 함께 맞물리도록 만들어 놓고는 숨을 깊고 가늘게 쉬었다 뱉기를 하기 시작했다.
알론은 호흡을 하며 배꼽 밑의 5cm 정도 아래에 있는 단전에 맑은 공기가 스며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단전호흡을 하며 그는 속으로 내심 놀라고 있었다. 단전호흡이라는 것은 그 자체적으로 익히기 힘든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도 어느 정도 따라 하는 식으로 할 수는 있었지만 단전호흡으로 하여금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던 게 실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단전호흡은 쉽게만 느껴졌다. 공기 중에 자연이라고 볼 수 있는 마나가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쉽게 단전호흡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맑고 깨끗한 무언가가, 몸속의 이물질들을 그대로 숨이 내뱉어지며 걸러내는 듯한 느낌이었고, 몸속에 알 수 없는 맑은 피 같은 것이 순환하다가, 이내 단전에 모이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알론은 몸 곳곳을 순환하다가 단전에 모이는 것이 무엇일까 하여 생각하다, 그것이 이내 마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마나라는 것은 심장 주위에 모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현재의 알론의 몸에도 심장 주위에 마나가 축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알론이 행한 단전호흡. 이것은 어쩌면 이곳 대륙에서 최초로 시행된 호흡일지도 몰랐다.
단전호흡은 한민족이 처음으로 시행한 호흡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본래 인간과 모든 생명들은 자연과 함께하여, 인간 그 자체도 자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인간이, 단전호흡을 할 때만큼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자연과 하나가 된 인간은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단전호흡은, 앞서 말했듯 한민족이 처음으로 알고 호흡하였던 것이었고, 또 심장 주위에 마나를 쌓고 살아가는 이스론트 대륙인들은 단전호흡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알론이 하는 단전호흡이 그렇다 할 만큼 특출 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알론이 살던 세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호흡법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이스론트 대륙에도 이스론트 대륙에 걸맞는 호흡법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그 호흡법이 단전호흡과 다를 뿐.
이곳에서의 호흡법도 좋은 점을 지녔고, 또 단전호흡도 앞서의 호흡법과 다른 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딱히 알론이 하는 호흡이 더 괜찮다라는 말은 단정 짓기 어려웠다.
“후우우…… 대단하군…….”
단전호흡을 마친 알론이 살며시 눈을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의 단전호흡의 두 배의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마나라는 것이 순수 고유의 자연의 증거물이리라.
이곳에서 처음으로 행한 단전호흡에 대해 놀란 알론이 곧 이번에는 다른 자세를 잡았다. 방금 전 앉았던 자세와는 같았지만 손의 위치는 달랐다.
손을 마치 하늘을 떠받치든 들어 올렸으며, 보통 코로 숨을 쉬는 단전호흡과는 다르게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 호흡은 이스론트 대륙에 존재하는 호흡법이었다. 몸의 주인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알론이었기에 이 호흡법도 알고 있었다. 물론 본래 현재의 몸의 주인인 그로서는 처음으로 시행하는 호흡법이었다.
알론이 배꼽 쪽에 엄지손가락을 맞물린 단전호흡과는 다르게 하늘을 떠받치듯 손을 쭈욱 뻗은 이유는, 마나라는 것이 하늘에 가장 많이 유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의 근원지는 태양과 달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는 이렇게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호흡을 했다.
그리고 때마침, 밝게 비춰지는 보름달이 뜬 상황. 이곳에서의 호흡법을 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것이었다.
“후우우우.”
다시 눈을 살짝 감은 그가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 서툰 감이 있기는 하였지만 최대한 머릿속의 기억들을 되살려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론은 단전호흡과는 다르게, 이 호흡이 처음부터 그닥 많은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곧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스무 번의 호흡이 지나가자, 갑자기 하늘에서 정말 마나가 쏟아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몸의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느낌이 몸의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알론이 행하였던 단전호흡을 하였을 때 몸을 누볐던 것이 시원한 느낌의 마나였다면 지금의 느낌은 따스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그의 몸속에서 한참을 춤을 추던 하늘의 기운을 받은 마나는 이번에는 그의 심장 쪽 주위를 돌기 시작했고, 곧 심장 안에 스며들듯 서서히 사라졌다.
“하, 하하하.”
호흡을 마친 알론이 눈을 뜨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무언가 단전호흡이 머리의 정신을 맑게 하고, 몸에 안정을 준다면 방금 행한 이 호흡은, 순간적으로 심장의 심박 수를 늘렸고, 또 몸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였다.
또 한결 깨끗해졌던 머릿속에 이번에는 무언가 강인함과 포근함이 가득 채워졌다.
“이곳에서의 호흡과 단전호흡…… 함께한다면 대단한 효과를 보겠군.”
앞서 말했듯 단전호흡이나, 이곳에서의 호흡이나 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두 호흡 모두를 알고 있다. 그것은 즉, 그는 두 호흡의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가 알기로 이곳에서의 호흡은 마나를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고, 또 오러를 만들어 낼 때 꼭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심장에 축적된 마나가 오러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한번…… 시도해 볼까……?”
두 호흡법을 무사히 마친 알론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두 호흡법을 함께 사용한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였다.
이곳에서의 호흡법이 있든, 단전 호흡법이 있든 결국은 호흡이라는 하나의 고리에 얽매어져 있다. 그 때문에 이 두 개의 호흡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이렇게 해야 하나?”
알론이 엉거주춤 한 자세를 잡았다. 알론은 그 본인 자신도 이 자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엉성한 자세였다. 단전호흡법과 이곳에서의 호흡인, 마나호흡을 결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기에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해 냈다.
“후우우. 하아아.”
알론이 깊게 호읍하고 가늘게 내뱉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손은 자신의 눈앞에 바로 놓여져 있었다. 또 엄지손가락을 맞물리는 단전호흡법과는 다르게 손바닥을 하늘 쪽으로 뒤집은 후, 가운데 중지를 맞물렸다.
알론은 계속하여 호흡을 연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하였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그의 몸이 오르락내리락거렸다.
하지만, 그가 바랐던 그것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 두 호흡을 함께 하려고 하였기 때문인지, 차가움과 따스함이 함께 순환하는 것 같다가, 순식간에 두 개의 마나가 합쳐져 다시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또, 뚜렷이 심장으로 가거나 혹은 단전으로 가거나 하는 개념이 없었기에 기껏 모은 마나들도 길을 잃고 몸에서 배출되어 버렸다.
“역시 어려운데……?”
20여 분 정도를 그 자세 그대로 있었던 알론이 살며시 눈을 떴다.
사실 그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기는 하였다. 이렇듯 단전이나 심장을 이용해 동시에 호흡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쉽게 실망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조금 동작을 바꿔 보았다.
동작을 바꾸는 것에 무엇이 그렇게 달라지냐고 하겠냐만은 사람이 어떻게 앉아 있거나 서 있는가에 따라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 혹여, 자세 하나만으로도 무언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허나, 그는 여전히 실패를 모르고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귀뚜라미와 밤벌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자처했다. 하지만 역시나, 허탕일 뿐이었다. 계속되는 허탕에 알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제길…… 호흡을 번갈아 가면서 할 수도 없는 거고.”
호흡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말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란 생물은 평생을 살면서 잘못된 호흡으로 살아간다. 또, 그런 사람들이 다른 호흡법에 익숙해지는 이유는, 오랜 연습을 하기 때문이다.
그 주된 예로 노래에 필요한 복식호흡을 말하자면, 복식호흡은 사람이 본래 잠을 자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행해지는 호흡이다.
하지만 잠이 깨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호흡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복식호흡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연습하게 된다면 몸은 자연스럽게 그 호흡을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호흡을,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한다라? 조금은 허탈하고 어이가 없는 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론은 방금 전 자신이 툭 내뱉은 말로 인해 이채를 띠었다.
“한번 해 봐야겠군.”
밑져야 본전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알론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 잡은 자세는 꽤 편한 자세였다. 그 어떤 호흡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세 말이다.
편하게 자세를 잡은 알론이 곧 단전호흡 한 번, 마나호흡 한 번, 이렇게 천천히 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전에 힘을 주어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뱉는다. 두 번째에는 마나호흡을 하며 공기를 들이마시고, 또 뱉는다. 이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것들을 번갈아 가며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른 번을 넘겼을까. 차가운 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각각 위아래로 순환하는 것을 느꼈다. 알론은 그에 참으로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상반된 기운이 단전과 가슴 쪽에서 마치 기름과 물처럼 있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그렇게 호흡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번갈아 하던 알론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던 두 기운이 갑자기 서로 위치를 바꾸려는 듯, 단전 쪽에서 순환하던 기운이 심장 쪽을 향해 올라가고, 심장 쪽에서 순환하던 기운이 단전 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위치를 바꾸려던 기운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배출시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갈수록,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론은 그에 단번에 ‘이거다!’ 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