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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11화)
제5장 레카 아카데미(1)
알론의 테스트 그 후. 커스 공작이 마약에 있어 새로운 방법을 황궁 측에 제안하였다. 그 새로운 방법은 다름 아닌, 알론이 사용하였던 방법이었다.
알론이 사용하였던 방법을 커스 공작이 제시해 오자, 처음 수많은 황궁인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커스 공작은 하룬과 그의 동료들을 이용해 이미 채취되어 있던 소변을 마법으로 스캔하게 하였고, 다섯 명 정도의 기사들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졌다.
정말, 커스 공작이 해 왔던 제안과 같이 마법 하나로 소변 내의 마약 성분 검출이 가능해지자 모든 이들이 놀라며 하룬과 같은 스캔 능력이 뛰어난 마법사들을 황궁에 몇몇 더 들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황궁 내의 모든 이들을 검사하였고,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잡혀들었다.
황궁 내의 사람들은 황궁에서 마약을 하던 사람들이 서른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이제서라도 그들을 막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한, 이 마약 성분 스캔에 대해서 본래 이 방법을 사용했던 이는 알론이었지만, 황궁 측에 이 방법을 제시한 이는 커스 공작이었기 때문에 커스 공작이 그 공을 그대로 자신이 모두 가로채었다고 볼 수 있다.
“커스 공작님, 전 아직도 공작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기사 카일이 자신과 커스 공작이 단둘이 사무실에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뭘 말인가?”
뜬금없는 소리에 업무를 처리하던 그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알론이란 기사 말입니다. 대체 그자가 무엇이 대단하다고 그런 사람을 이 일에 끌어들인 건지 말입니다.”
“난 또 무슨 이야기인가 했군.”
알론의 이야기가 나오자 커스 공작이 피식 웃어 보이며 그대로 무시하고는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곧 다시 들려온 진지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저 하나로는 못 미더우신 겁니까?”
“못 미덥다라……. 그건 아니지. 자네는 제1기사단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이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발설하지 않을 사람이니. 보좌관으로서는 최고의 사람이지.”
“그렇다면 대체 왜 그 사람을 끌어들인 거죠?”
“말했지 않나? 단순히 일손이 부족할 뿐이라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테스트를 무사히 끝냈으니, 상관없는 일이 된 걸로 아는데?”
그의 당당한 어조에 카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고작 마약쟁이 한 명 잡았다고 해서, 그자가 정말 우리와 함께 일할 힘과 자격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고작 마약쟁이 한 명? 그래 그가 잡아들인 건 고작 마약쟁이 한 명이지. 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나약해진 녀석이었고. 하지만 그로 인해 현재 황궁 내의 모든 마약복용자들이 잡혔네.”
“그로 인해서요? 무슨 말씀이시죠? 마약쟁이들을 잡아들일 수 있게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은 커스 공작님이 아니십니까.”
아직까지 카일은 본래 그 방법을 사용하였던 사람이 알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건 내가 맞네. 하지만 그 알론이 1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어떻게 녀석을 잡아들였는지 아나? 바로 그가 마법을 이용해 소변 성분을 스캔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그자가, 본래 그 방법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말입니까?”
그의 물음에 커스 공작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글쎄…… 제시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군. 난 단지, 그가 마약쟁이를 잡아들인 방법을 듣고는, 그 방법을 새로운 방안으로 황궁에 제시한 것뿐이니. 딱히 그자가 제시한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그자와 함께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하아.”
물러섬이 없는 그로 인해 커스 공작이 피로함을 느끼는 듯 안경을 벗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아름 비볐다.
그러고는 다시 안경을 쓰며 진지한 표정으로 양손을 깍지를 낀 채 말했다.
“내가 왜 굳이 그자를 끌어들였는지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이로군.”
“네.”
“난 그자에게서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았네. 분명 그는 거침없고, 제4기사단의 기사들과 다른 면모가 있지. 아마 자네는 그 때문에 내가 그를 뽑았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아니네. 난 그에게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어.”
“알 수 없는 무언가요? 대체 그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죠?”
“말했지 않나. 알 수 없는 무언가라고.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르네. 물론 이것이 내 생각일 뿐이니, 어쩌면 내가 그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마음을 굳혔네.”
“…….”
그의 진지한 말에 카일이 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조금 서운했다. 한 번이라도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던가.
하지만 고작 제4기사단의 보좌관이 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새내기 기사 주제에 커스 공작이 이런 소리를 하게 하다니.
서운한 것이 당연하였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자네가 시험해 보게.”
“제가…… 말입니까?”
여전히 풀어지지 않는 카일의 표정에 커스 공작이 예상했었다는 듯 넌지시 던졌고, 카일이 반응을 보였다.
“자네가 시험해 보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알론을 보좌관에서 제명시키겠네. 어차피 그는 임시일 뿐이고, 그로 인해 자네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커스 공작의 말에서 은근히 카일을 아낀다는 말이 묻어났다. 솔직한 심정으로 커스 공작, 그가 알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카일은 자신과 꽤 오랜 시간 발을 맞춰 온 이다. 때문에 알론으로 인해 카일이 이렇듯 흔들린다면 알론을 제명시키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면 제가 시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그의 대답을 예상했던 듯 커스 공작이 피식 웃어 보이며 서랍에서 한 서류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이건 뭐죠?”
“시험표라고 보면 될 거네. 알론과 자네가 함께 그 일을 해결해 보도록 하지. 그리고 만약 그에게 만족한다면 자네는 더 이상 불만을 갖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를 제명시키면 되는 것이지.”
그의 말을 모두 들은 카일이 갈색 서류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내용물을 꺼내 읽던 카일의 눈이 곧 커졌다.
“이, 이건…… 레카 아카데미의 일인 겁니까?”
“그렇네. 레카 아카데미. 어떤 곳인지는 잘 알겠지?”
카일이 수긍의 답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레카 아카데미.
카네시스 제국에 존재하는 유명 아카데미 중 하나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 아카데미였다.
이 아카데미는 귀족이나 평민들이 다니는 아카데미로 수많은 인재가 검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헌데, 이렇듯 누가 보더라도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레카 아카데미로 인해 카일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그곳에 악동이라고 하면 악동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소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의 이름은 쟉셀 론 바로틴. 그는 바로틴 가문의 차기 가주가 될 사람으로서 긍지 높은, 카네시스 제국에서도 뽑히는 가문 중의 한 명의 높은 귀족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비상한 신체적 능력과 보통 또래의 아이들의 두뇌보다 더 잘 돌아가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천재라고 볼 수 있는 소년이었다.
때문에 16살의 이제 아카데미에서 2학년이나 됐을 법한 나이의 그는 검술 하나만큼은 최고령 학년자들인 4학년까지도 통틀어 레카 아카데미의 최고의 실력자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소년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로 보는 것이었고, 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철저히 부수거나 없애 버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라는 점이었다.
이 소년은 이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때문에 대련을 가장해 같은 학우를 중상에 빠뜨리거나 혹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꾸짖었다는 이유로 그 비상적인 머리를 이용하여 아카데미의 교사를 영원히 아카데미 교사로서의 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매장시키는 등의 일을 한 소년이었다.
그 소년으로 인해 이제껏 황궁으로 수많은 신고가 접수된 바가 있었지만 선뜻 황궁 측에서는 뒤에 위치해 있는 배경 때문에 쉽사리 소년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소년이 차기 가주인 가문. 바로틴 가문. 이 가문은 카네시스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이름 높은 가문이었기도 하였거니와 또 그 힘 또한 가히 막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바로틴 가문이 무너지면, 제국도 그로 인해 휘청할 정도였다. 그만큼 바로틴 가문은 제국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바로틴 가문도 소년 쟉셀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으니, 피는 속일 수 없다고 하여 그 소년의 아버지인 쟉론 론 바로틴 또한 악명으로 카네시스 제국에 자자하게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 그는 건드리면 목숨을 건지기 힘들다. 혹은 그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등의 소문을 일삼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가진 권력과 쟉셀의 아버지가 어떤 이인 줄 아는 황궁 측에서는 쉽사리 소년 쟉셀에게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황궁 측에서 황대사인 커스 공작에게 이 일을 맡긴 듯싶었다. 곧 카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레카 아카데미의 일이라면 그 쟉셀이라는 소년을 잡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그렇네. 뭐 카네시스 제국의 법률상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으니, 감옥에 보내거나 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녀석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 줘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더군.”
커스 공작의 얼굴로 못내 찝찝함이 떠올랐다. 약 3개월 전 사실 커스 공작도 쟉셀이라는 소년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소년을 마주하게 된 이유는 쟉셀 론 바로틴의 아버지인 쟉론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거니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커스 공작은 소년 쟉셀에 대한 악명은 파다하게 들었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살폈었고, 소문대로 그 소년이 아비를 꼭 빼닮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래 16살 정도의 소년이라면 아직까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성숙하지 못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얼마나 당돌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잘 받아치는지, 말 몇 마디 하였을 뿐임에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리고 아마 바로틴 가문은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네. 우리 황궁 측에서 알아서 막을 테니. 그의 아비도 그렇지만 아들 녀석까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하니, 우리 황궁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이번에 두 부자 녀석에게 혼쭐을 내 주자고 생각하고 있네.”
커스 공작이 한 기억을 떠올리며 머리를 붙잡았다. 그 기억은 쟉셀의 아버지인 쟉론이 망나니같이 술을 마시고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아마, 커스 공작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여성은 쟉론의 발길질에 처참히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년이라고 하여서 괜히 방심하거나 하지는 않을 게 좋을 거네. 괜히 정체가 발각돼서 좋을 일은 없으니.”
카일이 그의 당부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람들은 어린 소년 쟉셀을 어린 악마라고 까지 칭할 정도였다. 그만큼 녀석은 남을 해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머리가 잘 돌아갔으며, 또한 본래 그 신체적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니 충분히 그런 칭호가 붙을 만도 하였다.
“자네 겁먹은 것은 아니겠지?”
흠칫.
“겁이라뇨. 아닙니다.”
카일이 그의 말에 흠칫 몸을 한번 떨고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은 이제껏 이 보좌관 일을 하면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헌데, 고작 소년으로 인해 몸을 떠는 자신이 순간 부끄러워졌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아무튼 자네들은 단지 레카 아카데미로 기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니 비밀리에 들키지 않고 임무를 잘 수행하고 왔으면 좋겠군. 또 쟉셀이란 소년에 대한 철저한 정보 수집과 그 외 학생들의 증언과 물증도 잊지 말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커스 공작이 못내, 그래도 바로틴 가문이 엮인 일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듯 그의 머릿속에 철저히 주입시켰다.
“그럼 이만 나가도록 하지. 그리고 출발은 이틀 후에 하게. 또 아직 알론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니, 자네가 말하도록 하고.”
“제가…… 말입니까?”
자신보고 그에게 함께 마주해 말하라는 커스 공작으로 인해 카일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에 커스 공작이 ‘못하겠다는 거야?’라는 표정을 짓자 카일이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한번 쉰 뒤 상체를 숙여 인사를 해 보이고는 밖으로 나섰다.
“하아, 과연 쟉셀의 문제만이 레카 아카데미에 있을런지…… 아마 둘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될 것 같군.”
커스 공작이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카일이 나선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는 심각했지만 표정에서는 그 둘에게 거는 기대가 한껏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