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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17화)
제7장 그를 인정하다(3)


스우웅.
말을 마친 카일이 곧 허공을 향해 검을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방금 그의 말을 들었던 알론은 그가 말한 대로라면 웬만한 이들이라면 오러를 발현시키고 검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몸도 잘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카일의 몸은 가볍고 나비 같았으며 또 때로는 벌 같았다. 그만큼 그의 몸동작 하나하나는 자연스러웠고, 빠르기와 강인함이 함께 맺혀 있었다.
‘역시 이곳의 기사들은 다르다는 건가?’
알론은 가끔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이곳에서 태어나 기사라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추측하고 있는 자신이 올랐을 경지는, 오러도 발현하지 못할 경지라고 그는 여기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보는 오러를 발현시키고, 또 검을 배우는 것은 힘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이렇듯 자신의 힘만으로 저런 경지에 오른 카일이 자신도 모르게 꽤 멋있고, 듬직해 보였다.
“자, 알론 경. 검을 들고, 해 보시죠. 오러가 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쥐고 있다고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아, 네.”
카일의 동작에 취해 그를 바라보던 알론이 어느새 동작을 멈추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로 인해 정신을 황급히 추스르고는 검을 잡아 다시 오러를 발현시키기 위해 마나를 검 쪽으로 밀어 넣었다.
처음 오러를 만들어 내고 난 뒤 두 번째는 꽤 쉽게 오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알론은 오러를 잡아내기 위해 카일이 한 말처럼 검에 마나를 흘려보내는 데에 집중을 하였다.
하지만 첫 번째 오러를 발현시켰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 지속되었을 뿐. 그 시간도 짧았고, 곧 오러가 사라졌다.
“아…….”
“흠…… 다시 한 번 해 보시지요. 이번에는 마나를 단순히 잡아 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마치 검도 자신의 신체 일부가 된다고 생각해 보시죠.”
‘검도 몸의 일부가 된다라…….’
알론이 그의 말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되뇌었다. 그러고는 곧 다시 오러를 발현시켰고, 검에 마나를 흘려보내며 그의 말처럼 검이 신체와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재 자신의 몸에는 마나가 순환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검에 마나가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다고 그가 생각했다.
그렇게 검과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서서히 사라지려던 오러의 빛이 다시금 활발하게 빛을 뿜어냈다.
“해냈군요!”
“아!”
오러가 다시 짙은 빛을 뿌리자, 밝은 목소리의 카일의 목소리가 들렸고, 알론의 얼굴로 이채가 생겨났다.
“감사합니다, 카일 경.”
“아닙니다. 그것보다, 또 오러가 빠져나간 거 아시나요?”
“음…….”
알론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긴장이 풀리며 또다시 검에서 오러가 빠져나갔다. 그에 알론이 턱에 손을 짚었고, 그 모습에 피식하고 카일이 말했다.
“다시 오러를 발현시켜 보시죠.”
“알겠습니다.”
알론은 또 카일이 무언가 가르쳐 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검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다시 찬란한 빛이 검에 생겼고, 곧 카일이 의문스럽게도 자신도 검을 빼 들어 검에 오러를 만들어 냈다.
그러고는 갑작스럽게 알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우웅.
챙!
“무, 무슨……!”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오러를 오랫동안 잡아 놓는 데에, 가장 좋은 수련은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이와 검을 마주쳐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와 검을 몇 번 마주쳐 보도록 하죠.”
챙!
알론이 검을 막아 내며, 놀라며 되묻자 카일이 이내 말하고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당황했던 알론이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애써 힘겹게 검에 오러를 잡아 놓으며 그와 검을 부딪쳐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러 발현상태로 겨우겨우 그와 검을 마주치고 있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오러가 만들어진 상황이 자연스럽듯 서서히 검에 집중하는 부분도 적어지고, 또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꽤 긴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알론이 꽤 자연스럽게 오러를 발현시키게 되었을 때쯤, 카일이 검을 휘두르며 뜬금없는 물음을 던졌다.
“알론 경. 어째서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이 아카데미의 일에 대해 집작하시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의 뜬금없는 물음에 잠시 말이 없던 알론이 곧 검을 휘두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법이란 게 무엇입니까. 모두에게 평등한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 중 평민 아이들은 자신들이 노력한 바가 있음에도 자신의 노력의 성취물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입니까.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이 그런 추악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또 저는 상대가 범죄자라면, 그 수의 많고 적음도 가진 지위나 권력의 높고 낮음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국에 그들은 잡아들여야 할 범죄자인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결국에 잡아들여야 할 범죄자라……. 그 말은 즉, 그 범죄자라는 이가 어떠한 사람이고, 또 어떠한 권력을 지닌 이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네.”
챙!
마지막 알론의 대답을 들은 카일이 곧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러 검을 맞춰 보고는 자신의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후…… 그렇군요. 알론 경의 마음 잘 알았습니다. 어째서 커스 공작님께서 그토록 알론 경을 신뢰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요.”
카일은 이제야 그와의 진지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었다. 커스 공작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를…….
커스 공작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어떤 거센 힘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또 때로는 거칠고, 또 때로는 범죄 앞의 희생자들을 위해 움직이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이었다.
또 아직까지도 알론이 방에서 하였던 말이 떠나지를 않았다.
자신들로 하여금 수많은 학생들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말. 자신도 모르게 이제껏 가슴 구석진 곳에 밀어 넣고 오늘 하루 몇 번을 되새겨 본 말이었다.
“전 사실 알론 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4기사단의 기사였고, 또 커스 공작님을 보좌하게 되었다는 것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닙니다. 이제 당신을 저는 동료라 생각할 것이고, 또 친우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젠 정말…… 당신이 마음에 드는군요.”
싱긋.
카일이 처음으로 알론과 마주 보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곧 부끄러웠던지, 뒤를 돌아 문 쪽을 향해 걸어갔고, 그렇게 걸어가던 그가 곧 다시 알론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내일 학생들의 시험을 대신 치러 준다고 들었습니다. 혼자서는 역부족이실 겁니다. 저도 가담하도록 하죠. 참, 우리…… 잘해 보도록 하죠.”
“그러죠.”
마지막 말을 남긴 그가 곧 수련장을 나섰다. 그가 나선 자리를 바라보며 알론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카일 경.’


제8장 그를 인정하다(1)


시험 시작의 아침이 되자 밤 세워 공부를 하였던 아이들은 더욱더 책을 보는 데에 열중하였고, 깜빡하고 잠이 들었던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며 시험시간까지 공부하기에 바빠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시가 되자 모든 학생들이 교실에 모였다. 점심이 되기 전까지는 필기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오후부터는 신체적 능력을 테스트하거나, 혹은 검의 응용도 그 외 등등의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몸의 힘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치른다.
이렇게 시험은 다른 때와 다름없이 총 4일을 치르며 역시나 성적이 좋은 학생은 평생 좋은 성적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
숨소리조차 잘 새어 나오지 않는 교실 안. 알론도 필기시험에서 아이들의 컨닝을 감시하기 위해 맨 끝에 서 있었다.
본래 컨닝을 준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알론이 맨 뒤에 포스를 풍기며 서 있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볼 뿐이었다.
“이봐. 거기. 시험지에 집중해!”
“네, 네!”
알론이 결국 자신의 눈치를 보는 한 아이에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년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고, 이내 다른 주위의 컨닝 페이퍼를 만들었던 아이들도 곧 컨닝의 아름다운(?)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1교시가 끝나고, 아이들이 서로 답을 맞춰 보거나, 혹은 어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이번 성적에 대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알론의 눈에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현재 이곳은 평민 전용 시험 반이었다. 사실 본래 반에는 평민과 귀족이 뒤섞여 있지만 이렇게 시험 날에는 평민과 귀족이 나뉘어져서 시험을 본다.
이유는, 귀족들이 평민과 함께 시험을 보면 천박한 기분이 들어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평민 아이들은 이제껏 귀족들이 시험을 잘 봤는지, 혹은 그들의 실력은 어떤지 알 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카네시스 제국의 아카데미는 독특하게도 졸업하기 전까지 이제껏 그 학생의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평민 아이들은 점수가 조작되어 자신들이 아무리 한껏 노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위권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딩동댕동.
다시 시험 종이 치고, 2교시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2교시와 3교시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고, 어떤 아이들은 점심을 굶고는 바로 수련장으로 향해 연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 비해 또 생각이 다른 아이들은 일단은 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압! 하아압!”
알론이 양 팔짱을 낀 채, 연습을 하는 평민 아이들을 바라봤다. 얼굴에 한껏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연습을 하는 아이들은 가히, 꿈을 꾸는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몹쓸 아카데미군…….’
알론이 레카 아카데미에 대한 욕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렇듯 소년소녀들은 꿈을 위해 나아가는데,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이 돈을 받거나,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 아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다니, 하루빨리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다.
딩동댕동.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이 쳤다. 그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얼굴이 한껏 굳어졌다.
종이 친 것을 본 알론은 그대로, 귀족 아이들이 수련하고 있을 수련장으로 몸을 옮겼다. 역시나, 신체적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도 평민과 귀족이 따로 두 수련장에 나눠서 치렀기에 귀족들 시험을 치르는 알론은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귀족 아이들이 수련하고 있는 수련장으로 오자, 알론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평민들이 수련하는 수련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귀족 아이들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표정으로 느긋느긋 쉬고 있었다. 하지만 곧 들어온 알론을 보고는 대부분의 아이들 표정이 굳어졌다.
“여러분의 시험을 대신 치러 줄 알론 경이십니다.”
“…….”
자신들의 시험을 알론이 대신 치러 준다는 카렌의 말에 귀족 아이들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졌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이 이제껏 믿고 있던 게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의 있습니다! 저분께서는 황궁에서 내려오신 장학사 분이 아니십니까. 헌데 저희의 평가를 저분께서 맡는다니요.”
“이미 교장선생님께서도 허가하신 일입니다.”
“……?”
카렌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와 말을 하며 귀족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이내 카렌과 눈이 마주쳤던 아이들이 무언가 알았다는 듯 눈웃음을 만들어 냈다.
아마도 카렌이 눈으로 ‘우리도 다 생각이 있다’라고 말한 듯싶었다.
하지만 알론에게는 더욱 좋은 일이었다. 현재 알론과 카일은, 이 시험을 치른 뒤 그들이 황급히 조작을 하려고 하면, 그때를 노려 증거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일단 학생들의 시험을 치른 뒤 1주일 내로 성적표를 만들어 황궁에 제출해야 된다.
때문에 아마 아카데미 측에서는 시험을 본 뒤, 알론이 평가한 부분을 모두 수정하려 들 것이다.
그때, 알론과 카일이 쨘 하고 나타나서 그들을 잡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 쉬운 것이지, 자칫 잘못하면 모든 교사들에게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며칠 이곳에서 지내 본 알론은 이곳의 교사들은 재물에 눈이 멀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을 체포까지 하겠다는데, 눈이 안 뒤집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