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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21화)
제9장 체포. 그리고 마지막 쟉셀(2)
똑똑.
막 그 둘이 방을 나서려는 때였다. 이 밤중에 누군가 알론의 방 문을 두들겼고, 그에 카일과 알론이 자동적으로 몸에 긴장을 주었다.
그러고는 곧 카일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요.”
문을 두들긴 이는 다름 아닌, 하렐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였던 알론과 카일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알론이 하렐의 옆에 서 있는 서른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포근한 인상의 사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저 사람은 레카 아카데미 내에서 방어술을 가르치는 사람인 포튼이라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서 말해도 될까요?”
“아, 네. 들어오시죠.”
알론과 카일이 포튼을 경계하며 둘을 방 안으로 들였다. 방 안으로 들어온 하렐이 곧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포튼 씨도 저희 레카 아카데미가 벌이는 일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교사 분들 중 한 분이세요. 또 워낙 성격이 좋으시기도 하시고…… 또, 제가 앞으로 진행될 일에 대해 말씀드리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으음…….”
하렐의 이야기를 들은 알론과 카일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과연 포튼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신용도가 높고 또 어떠한 사람인지는 자신들은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무작정 포튼이라는 사람에게 자신들이 추진할 일에 대해서 하렐이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론과 카일은 혹여, 이 이야기가 레카 아카데미를 습격하기도 전에 퍼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허허…… 이 내가 알게 돼서 장학사 분들이 난감해진 건가?”
포튼이 그 둘의 표정을 읽은 듯 인자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포, 포튼 씨는 절대 남에게 말하거나 하실 그런 분이 아니세요.”
하렐이 그를 대변하듯 말했다. 그 둘의 행동에 카일과 알론이 잠시 눈을 맞추는 듯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포튼 씨는 저희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실 거죠?”
알론은 이야기를 빙빙 돌려 가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포튼도 이 멤버에 들어온다면 자신들이 얻게 될 이익에 대해 물었다.
“도움이라…… 무슨 도움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난 하렐 양이나 나와 같이 레카 아카데미의 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교사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또 그들 모두가 말만 잘한다면 이 일에 가담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호오…….’
포튼의 이야기에 알론은 그가 꽤 도움이 되겠다고 여겼다. 자신이 알기로 포튼은 레카 아카데미의 교사들 중에서도 꽤 그 급이 높은 걸로 알고 있었다. 만약 정말 학교로 치자면 교감급? 그 때문에 교장 카르가 아니더라도 포튼을 따르는 교사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교사들도 자신들이 벌이는 일에 합류한다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제가 혹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가져온 겁니다.”
포튼이 들고 있던 서류가방에서 서류봉투를 빼 들었다. 그러고는 곧 그 안의 내용물을 빼 카일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그 내용물을 모두 읽은 카일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포튼이 내민 이것은 다름 아닌, 이제까지 레카 아카데미 측과 교환을 하였던 귀족들의 명단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사실, 레카 아카데미 전체를 무너뜨린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 아카데미 측과 뇌물을 주고받았던 귀족들을 모두 밝혀낼 수는 없다고 알론과 카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밝혀내려고 해도, 레카 아카데미 측이 어떻게 해서든 덮어 주려는 인물들이 존재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장부가 이 두 손에 있으니, 이제는 그런 문제를 한 시름 덜은 것이다.
“허허, 이제는 도움이 조금 된 건가?”
“환영합니다. 포튼 씨.”
포튼이 또 인자하게 웃어 보이자, 카일과 알론이 씨익 웃어 보였다. 포튼. 그 사람 한 명의 개입으로 인해 벌써부터 많은 일이 추진되어 버린 것이다.
또, 포튼과의 이야기를 통해 알론과 카일은 포튼이 조작된 성적표를 빼돌려 자신들에게 증거 자료로 넘겨주겠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알론과 카일이 조작된 성적표가 황궁으로 제출되지 못하게 예상보다 빠르게 레카 아카데미를 처벌하는 일을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영주 성으로 향하는 일이었다.
이미 어제 알론이 기온을 시켜 보내 놓은 편지가 있기에 아마 영주 성으로 간다면 곧바로 실력 있는 기사 몇몇과 병사 스무 명 정도를 지원해 줄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카일과 알론이 나란히 영주 성으로 오자 이곳의 영주인 카토 백작이 그들을 흔쾌히 반겨 주었다.
대충 카토 백작과 이야기를 나눠 본 알론과 카일은, 카토 백작도 레카 아카데미의 비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는, 만약 레카 아카데미의 교사들 자체를 공격하게 되면 그곳에서 성적 조작을 한 귀족 소년소녀들의 부모들에게도 어느 정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또한 귀족 소년소녀들의 부모들에게 피해가 가면 그것은 고스란히, 이곳의 영주인 자신에게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레카일 백작은 그런 그들을 하는 수 없이 두고 본 것이었다.
하지만 황궁의 사람인 알론과 카일이 나선다면 일은 달라지는 것이었다.
일단 황궁에 소속된 것 자체가, 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그 어떤 미친 작자가 자신이 소속된 제국의 황궁을 대놓고 공격하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알론의 황궁에서의 힘은 뚜렷하진 않았지만 제1기사단의 카일의 힘은 어느 정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아무리 알론과 카일로 하여금 레카 아카데미의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귀족들이 피해를 본다고 해도 알론이나 카일을 해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렇게 지원을 아끼시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카일이 빙그레 웃으며 찻잔을 들어 입을 살짝 축이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카토 백작은 고맙게도 병사 마흔 명과 실력 있는 기사 열 명을 지원해 주었다.
또한, 번거롭지 않게 곧바로 수색영장을 발급해 주었다.
보통 수색영장을 발급 받을 때에는 황궁의 법정에 신청을 한 뒤 발급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간혹, 가끔 영지에서 영주가 자신의 권한으로 이렇게 바로 수색영장을 발급하는 일이 가능하였다.
“아닙니다. 저로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저도 요즘 들어 레카 아카데미의 사람들이 조금 눈에 거슬렸으니, 아무쪼록 잘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 그리고 황궁으로 돌아가시면 커스 공작님께 안부를 전해 주시는 것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도록 하죠.”
알론과 카일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수색에 있어 수색의 지휘권과 모든 부분은 알론이 맡기로 하였다. 본래의 지휘권은 카일이 가지려 하였지만, 알론은 한때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 때문에 그는 그 누구보다 이런 부분에서 월등함을 보여 주었고, 자신이 자처해서 나선 것이다. 카일은 알론이 자신만만하게 지휘권에 대해 말하자, 그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거니와 또 그의 자신감 때문에 그를 믿기로 하고, 흔쾌히 지휘권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영주성의 바깥으로 나오자 정렬되어 있던 열 명의 기사와 병사 마흔 명이 집결되어 있었고, 곧 알론을 따라 꽤 대규모의 인원이 레카 아카데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지의 영지민들이 모여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그들의 주축이 되어 앞장서서 레카 아카데미로 향하는 알론과 카일을 보고는 의문을 느꼈다.
이렇듯 영지를 지키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레카 아카데미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 어디 가셨나 했는데. 여기 계셨군요. 이제 황궁으로 돌아가실 준비를 하셔야죠.”
“그래야겠죠. 한 가지 일을 해결하고 말이죠.”
“한 가지 일이…… 응? 그런데…… 뒤에 분들은……?”
레카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도착하자, 알론과 카일을 찾고 있었던 듯 카렌이 그 둘을 보고는 다가왔다.
알론과 카일이 돌아가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기에 한 시름 덜었다는 생각을 하던 카렌이 곧 웃으며 알론과 카일을 보며 말하더니, 뒤에 서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죄송하지만, 카렌 경. 레카 아카데미의 수색이 있겠습니까.”
“수, 수수수, 수색이요!?”
알론이 품속에서 수색영장을 꺼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수색이라는 말에 카렌이 놀라 까무라쳤다. 갑자기 뜬금없는 수색이라니? 하지만 곧 자신의 이런 놀란 표정과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정문 앞에 서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수색을 위해 레카 아카데미로 빠르게 진입해 들어갔다.
그들이 진입하자, 곧 레카 아카데미 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뜬금없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등장으로 하여금, 학생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고, 그 불길함을 느끼는 이들은 교사들이 더욱 심하였다.
레카 아카데미에 진입한 기사들과 병사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구석구석 레카 아카데미를 파헤칠 수 있는 서류란 서류는 모두 찾아내기 시작했고, 또 카르 교장의 방과 다른 여타 교사들의 방을 수색했다.
터벅터벅.
알론과 카일이 나란히 걸으며 교무실 쪽으로 향했다.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수색을 마친 듯 기사들이 그 둘의 곁으로 다가와 수북이 쌓인 서류들을 내밀었다. 이 서류들 중에는 불필요한 서류도 있겠지만 꼭 도움이 될 서류도 몇 개 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알론이 교무실의 앞에 서 문을 열려는 때에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카르 교장이 뒤에 레카 아카데미의 모든 교사들을 대동한 채 걸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장학사님들.”
카르 교장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해 보였다. 뜬금없는 수색이라니? 어쩌면 아직까지도 알론과 카일이 이곳에 온 목적을 알지 못하는 카르 교장이 보이는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었다.
“카르 교장 선생님. 저희는 이곳에서 장학사로서 레카 아카데미의 곳곳에 대해서 살펴보던 중 여러분들께서 학생들의 성적표를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순간 카일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흠칫하고 놀란 카르 교장이 시치미를 뚝 뗐다.
“서, 성적표 조작? 무, 무슨 말이지?”
“설마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의 성적을 조작한 건가?”
웅성웅성.
갑작스럽게 기사들과 병사들을 뒤에 대동하고 카르 교장과 마주 선 장학사들로 인해 그들을 둘러싸고 구경을 하던 아이들 중 평민 아이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쑥덕거리는 아이들에 비해, 이제까지 자신의 성적이 조작되어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귀족 아이들의 얼굴은 잔뜩 찡그려졌다.
“피하시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카르 교장 선생님. 저희는 이미 물증과 심증 모두를 확보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얼마 전 있었던 귀족 소년 셋과 평민 소년 한 명의 싸움 때의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분명 제가 알기로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은 귀족 소년들이었고, 또 평민 소년은 맞서 싸웠을 뿐입니다. 헌데, 평민 소년을 퇴학시키기로 결정을 지었더군요.”
알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때의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카르가 또다시 뭐라고 변명을 하려 했다.
하지만 알론이 그가 말할 새를 주지 않았다.
“변명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이 서류들이 당신들의 비리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또한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당신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다니. 한심하군요. 지금이라도 죄를 뉘우치고 카네시스 제국의 법에 얌전히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알론이 레카 아카데미의 모든 교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레카 아카데미의 교사들 틈에서 하렐과 포튼, 또 포튼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자신들 측에 서게 된 교사 몇몇이 알론과 카일의 옆에 섰다.
“자, 자네들…….”
카르 교장은 갑작스럽게 알론과 카일의 옆에 서는 그들로 인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해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하지만 더 이상, 아이들의 꿈을 망가뜨리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알론 경. 여기 조작된 모든 성적표입니다. 또, 이제까지 조작되었던 성적표들의 대부분이 황궁으로 제출되었지만 혹시나를 대비해 아카데미 측에서 만들어 놓은 복사본이 있더군요.”
포튼이 카르에게 상체를 숙여 보이고는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알론에게 내밀었다. 서류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 확인한 알론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