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뉴얼스 1권(14화)
7장. 테스칼 도시(2)
‘대박이다! 힘, 민첩을 각각 4씩 올려 주는 것도 대박인데 슬러크의 검으로 공격하면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힐 확률이 무려 20%나 증가한다! 게다가 이번에 명성도 200이나 상승했고 슬란 마을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향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 전적으로 카일러의 편이므로 앞으로 뉴 얼스에서 생활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보답을 한 것 뿐이네. 부담 갖지 말게. 자, 그럼 이제 헤어질 시간이로구만. 부디 몸조심하게. 자네는 분명 대륙을 주름 잡는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가 보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마치자 기계 관리인이 텔로포트 기계를 작동시켰다.
환한 빛이 카일러를 감쌌고 잠시 뒤 주변을 둘러보니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빼곡한 도시가 보였다. 테스칼 도시인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테스칼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저는 이곳 텔레포트 기계 관리자 엘이에요.”
텔레포트를 타고 이동하자 도착한 곳에 귀엽게 생긴 여자가 있었다. 복장으로 보아 마법사인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마법사이신가요?”
“당연히 마법사죠. 텔레포트 기계를 관리하는 것은 마법사만 할 수 있답니다. 보아 하니 마법사로 전직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마법사라는 말을 들으니 데스커가 떠오르는 군. 도대체 이 녀석 어디 있는 거야?!’
“그건 아니고… 그런데 이곳에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 보이는군요.”
“당연하죠. 이곳은 전직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고 상인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에요. 그리고 이곳에서 좀만 걸어가면 꽤 강한 몬스터들이 있어 이방인 분들이 많이들 찾는 도시죠.”
“그렇군요. 그런데 전직하려면 아직 더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적당한 몬스터가 어디 있죠?”
카일러가 질문하자 엘이라는 여자가 당황했다.
“레, 레벨이 뭔데요? 이방인들이 가끔씩 레벨이란 말을 하는데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어요. 전직하기 전이라면 이 도시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조나 늑대를 잡으면 될 거예요.”
‘레벨이 뭔지 몰라? NPC들은 레벨이 뭔지 모르는 건가?’
뉴 얼스의 NPC는 레벨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리고 현실에는 존재하나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
“뭐 어쨌든, 감사합니다.”
“네, 그럼 열심히 수련하세요.”
카일러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을 간신히 지나 타조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저기 있군. 먹음직스럽게 생긴 녀석이군, 후후. 말라크가 준 칼로 아직 고기를 만져본 적이 없었는데 잘됐군.’
카일러는 말라크가 준 정육점용 칼을 써먹어 볼 생각을 하며 음흉한 표정으로 타조를 봤다.
“죽어라!”
카일러가 타조에게 달려가 검을 휘두르자 타조는 잽싸게 피하더니 카일러를 공격… 하지 않고 카일러가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야, 야! 어디 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몬스터하고는 너무 다른데.’
사실 슬란 마을에 있던 몬스터들 중 토끼나 사슴 역시 공격을 하려 하면 도망가는 행동 패턴을 가졌다.
하지만 카일러는 토끼나 사슴하고 싸워 본 적이 없었고 사람만 봤다 하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멧돼지나 미니 슬라임 하고만 싸웠기 때문에 타조의 행동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얄미운 놈들 반드시 잡겠다.’
하지만 카일러가 미친듯이 쫓아다녀도 타조의 털 끝도 건드릴 수 없었다.
“헥헥! 이, 이런… 미친… 타조.”
‘이래 가지고는 타조를 잡기는커녕 달리기만 하다 끝나겠다. 뾰족한 수가 필요해.’
잠시 고민하던 카일러는 다른 것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타조의 뒤를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칼 대신 밧줄이 들려 있었다.
‘지금이다!’
미리 매듭을 지어 놓은 밧줄을 타조의 머리에 날렸다.
“좋아! 성공이다!”
그 밧줄은 정확히 타조의 목에 걸려 묶였다.
그런데 겁먹은 타조가 달리자 카일러가 그대로 질질 끌려갔다.
“어, 어! 워어어어어어! 멈춰!”
결국 타조에게 밧줄까지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카일러는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타조의 뒤로 조심스럽게 달려가 밧줄을 묵었다. 그 다음 그 밧줄을 붙들고 나무를 빙빙 돌았다.
“좋아! 이제 넌 나한테 죽은 목…….”
그때 도망치기만 할 줄 알았던 타조가 위엄있게(?) 날개를 퍼덕이며 카일러를 발로 긁어 대기도 하고 부리로 찍기도 했다.
“데미지 20을 받았습니다.”
“커헉! 도망치는 것만 할 줄 알았는데 공격도 하네. 게다가 데미지가 생각보다 세군.”
현재 카일러의 생명력은 200. 데미지 20의 공격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래 봤자 덩치 큰 새에 불과하다!’
“밀치기!”
카일러는 타조의 머리에 밀치기 스킬을 썼다.
그러자 타조의 눈 초점이 풀리며 잠시 비틀거렸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격해 왔다.
“네놈의 토실토실한 배때기를 갈라 주마! 우워어어어!”
타조의 배때기를 칼로 찔렀다. 하지만 깊게 박지 못해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복부의 고통 때문인지 오히려 타조가 더 거세게 날뛰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젠장, 슬러크의 검을 쓸 수만 있다면 이 후진 검보다는 훨씬 좋을 텐데.’
슬러크의 검은 레벨 제한 때문에 현재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검은 공격력 5짜리 초보용 한 손 검이었다.
“이판사판이다!”
카일러는 타조의 머리에 계속해서 밀치기 스킬을 썼다.
뿐만 아니라 타조가 부리로 쪼려고 고개를 내밀 때 발길질을 해 댔으며 타조의 위에 올라타 팔꿈치로 찍어 대기도 하고 칼로 쑤셔 대기도 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인간과 타조의 치열한 전투였다.
결국 인간, 카일러가 승리했다. 하지만 카일러 역시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사, 상태 창!”
아이디:카일러
레벨:7
명성:200
칭호:슬러크의 후계자(힘+4, 민첩+4, ‘슬러크의 검’을 사용시 크리티컬 데미지 입힐 확률 +20%)
생명력:20/220
마나:10/110
힘:25(+4)
민첩:14(+4)
지능:4
운:3
체력:3
정신력:1
*반응 속도:1
‘체력이 20밖에 남지 않다니… 거기다 이 마나로는 스킬을 더 사용할 수도 없다. 포션이라도 사야 하나. 아니다, 체력하고 마나는 쉬면 자동으로 회복된다. 돈도 별로 없는데 최대한 아껴야 한다.’
카일러는 도시 안으로 들어가 공터에 있는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이래 가지고 타조를 잡기는 커녕 내가 타조한테 죽겠네.”
잠시 뒤 체력과 마나가 모두 회복되자 다시 타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번에는 방법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타조는 머리가 약점. 타조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알아낸 것이다. 다른 부위를 때릴 때보다 머리를 공격하면 비틀거리며 잠시 경직 상태가 된다.
따라서 타조 위에 올라타 머리를 공격하는 것이 최고의 공격 방법이다.
카일러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타조 새끼 오기만 해 봐라.’
잠시 뒤 타조 한 마리가 독기가 바짝 오른 인간이 나무 위에 있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나무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넌 죽었다!’
카일러는 나무에서 뛰어내려 타조 위로 올라탔다. 올라타자마자 팔꿈치로 타조의 머리를 갈겨 대고 칼 손잡이로 쳐 대기도 하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밀치기 스킬도 시전하고 싶었지만 밀치기를 시전할 만한 자세가 안 나왔다.
뉴 얼스에서는 스킬을 시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에 자세도 있었다. 현재 격렬히 저항하는 타조 위에 올라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카일러는 밀치기 스킬을 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맹공격을 퍼붓자 타조는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런데 타조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욱, 욱, 우!”
눈물까지 빼며 타조가 애타게 울음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 서성거리던 타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카일러에게 덤벼들었다.
“아, 안 돼!”
다 잡은 타조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타조들한테 다구리 맞고 죽게 생긴 카일러는 절규했다.
하지만 이내 생존 본능이 발동했고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갔다.
푸드덕. 푸드덕.
타조들이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날개를 퍼덕이며 점프를 해 댔다.
“으으… 악! 저리 가!”
비록 첫 임무가 마지막 임무가 된 비운의 암살자이나 그래도 한때는 암살자였던 카일러에게 이런 참혹한 현실은 크나큰 충격 그 자체였다.
카일러는 타조들이 빨리 도망가길 바랐지만 지칠 줄도 모르는지 타조들은 계속 점프를 해 대며 위협했다.
아까 미친듯이 얻어맞던 타조도 카일러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점프를 해 댔다.
그 눈빛은 반드시 카일러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했다.
“야! 이 새 대가리들아!”
그런데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자 타조들이 그곳을 보더니 곧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휴, 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살았군.’
카일러는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을 찾기 위해 소리가 났던 곳을 봤다. 그런데 그곳에는 누군가가 타조에게 신나게 밟히고 있었다.
“아! 악! 그만 밟아! 으아아아아아악!”
그야말로 처절하게 밟히고 있었다.
카일러는 그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을 구하려다 타조에게 다구리를 맞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카일러에게 다급하게 다가왔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죠!”
“어? 저기 죽어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냥 두고 가자는 것입니까?”
“어차피 틀렸습니다. 조금 있으면 뒈질 텐데 그러면 저 성난 타조들이 다시 우리한테 달려올 겁니다! 시간이 없어요!”
“젠장. 할 수 없지. 갑시다!”
카일러는 자신을 구해 주려다 처절하게 죽어 가고 있는 누군가를 내버려 두고 그냥 간다는 게 찝찝했지만 또다시 사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사례라도 해 주면 되겠지.’
카일러와 남자는 빛의 속도로 달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헉, 헉! 이제 안전합니다.”
“헥, 헥! 그런데 누구십니까?”
“저는 아까 그 밟히던 자와 일행인 사람입니다.”
“저런, 유감입니다.”
‘그런데 NPC인지 유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군. 유저라면 8시간 동안 접속을 못하지만 어차피 살아날 테니까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만약 NPC라면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날 텐데요, 뭘.”
‘다행히 NPC가 아니라 유저였군. 그러면 앞에 있는 남자의 말대로 다시 살아날 테니까 그때 보답을 하면 되겠군.’
“그나마 다행이군. 그런데 이름이 뭡니까?”
“저는 웨드, 아까 밟히던 자는 루스턴입니다.”
“절 도와주셨으니 크진 않지만 작은 사례라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 아닙니다.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서로 돕고 사는 거죠, 뭐.”
‘와! 저렇게 착한 인간이 다 있네. 이곳 사람들은 다 저렇게 착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