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뉴얼스 1권(17화)
7장. 테스칼 도시(5)
“독에 몸이 마비되었습니다.”
“이미 마비된 상태에서 추가로 독을 먹어 효과가 증폭되었습니다. 1시간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1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마비 증세는 약화되지 않고 지속됩니다.”
효과는 확실했다. 1시간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까처럼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1시간이 다 지나기 전까지 마비 증세는 약화되지 않고 지속된다.
“그럼, 이제 아이템을 뺏어 볼까?”
캥거루는 ‘훔치기’ 주문서를 꺼내 쭉 찢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보라색 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캥거루가 카일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보라색 빛이 카일러를 휘감았다.
“생각보다 거지구나 너. 그래도 좋은 아이템이 몇 개 있네. 타겟 ‘타이푼 견갑’.”
‘안 돼에! 이렇게 내 소중한 아이템을 잃을 수는 없다아!’
하지만 카일러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독이 온몸에 퍼져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카일러의 어깨에서 타이푼 견갑이 빠져나왔다.
“하하하! 이 몸의 승리로군.”
“죄송합니다. 카일러 님.”
웨드는 약탈자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해 댔다.
‘이 자식이 일부러 약 올리는 건가?’
“제 비록 이렇게 카일러 님의 아이템을 뺏어 가지만 나중에 보면 반드시 갚아 드리겠습니다.”
웨드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오히려 카일러를 자극할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 반드시 죽이겠다! 여러 번!’
“자∼ 그럼 이번에는…….”
캥거루가 즐겁다는 듯이 말하며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타깃 ‘슬러크의 검’.”
‘안 돼에!’
결국 카일러는 슬러크의 검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카일러가 갖고 있는 쓸 만한 물건을 모두 빼앗긴 것이다.
‘제, 젠장… 뉴 얼스 접을까… 안 돼, 저 녀석들에게 피의 복수를 해야만 한다! 반드시!’
“자, 그럼 수고해. 웨드, 너 이제 독 거의 다 풀렸지?”
“그런 것 같아.”
“가자 그럼.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어.”
‘안 돼! 이놈들 내 아이템을 내놓고 가라아아아!’
웨드와 캥거루는 카일러를 내버려 둔 채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웨드가 뒤돌아섰다.
‘설마 저놈이 마무리 샷을 갈기러 오는 거는 아니겠지?’
웨드는 자신의 아이템 창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호, 혹시 아이템을 돌려주려고? 근데 아이템은 캥거루가 다 가로채 갔을 텐데…….’
하지만 웨드가 꺼낸 아이템을 보자 카일러는 자신이 괜한 기대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천이었다.
“카일러 님. 추우실 텐데 이거라도 덮어드리고 가겠습니다.”
웨드는 큰 천을 꺼내 카일러의 몸위를 덮어 주었다. 웨드는 나름대로 마.지.막 배.려를 한 것이지만 카일러에게는 그저 약올리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이 개, 개새끼! 만약 눈에 띄면 너부터 죽여 주마!’
“그럼, 수고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웨드와 캥거루는 진짜로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마비만 풀리면 바로 쫓아가 죽이겠다!’
뉴얼스 1권(17화)
8장. 몬데릭 영주(1)
시간이 흘러 마비가 완전히 풀렸다.
“마비가 완전히 풀렸습니다.”
“이 나쁜 놈들. 잡히기만 해 봐라.”
카일러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하지만 이미 작정하고 도망친 놈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카일러를 불렀다.
뭔가 머리솟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슬란 마을의 영웅이여. 나는 슬러크다. 내 검의 주인은 이제 그대이니 검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리라.
그러자 눈 앞에 밝게 빛나는 가느다란 선이 보였다. 그 선은 어딘가로 쭉 뻗어 있었다. 이 선이 검이 있는 곳을 안내하는 것임에 분명했다.
‘허, 검에 영혼이라도 깃들어 있나? 나중에 써먹다가 팔아 버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검을 다시 되찾지도 못한 이 상황에서도 검을 팔아먹을 걱정부터 하는 카일러였다.
‘일단 그놈들이 도망가기 전에 잡는 게 관건이다. 늑장 부릴수록 놈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 주는 꼴이다.’
카일러는 선을 따라 무작정 달렸다.
숨이 벅차고 힘들었지만 그놈들로부터 아이템을 되찾고 피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계속 달렸다.
선은 테스칼 도시로 이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도시 안에 숨어든 것 같았다.
‘멀리 도망갈 것처럼 떠들어 대더니 겨우 도시 안이냐.’
하지만 테스칼 도시 가까이에 왔을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뛰는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상태 이상에 걸렸습니다.”
“장시간 달렸기 때문에 몸이 피로해졌습니다. 5분간 달릴 수 없습니다.”
‘이런, 젠장.’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자 카일러는 더 초조해졌다.
카일러는 거의 뛰다시피한 걸음으로 도시 성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성문에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카일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갑자기 윙크를 했다.
‘저 병사가 미쳤나? 더럽게 남자가 윙크하는 것까지 봐야 하다니.’
카일러는 그 병사를 노려봤지만 당황하기는 커녕 또다시 윙크를 했다.
‘와나! 저게 미쳤나?! 나중에 두고 보자.’
경비병의 돌발 행동에 불쾌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지금은 녀석들을 잡아 아이템을 되찾고 피의 복수를 하는 일이 급했다.
선을 따라 계속 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다른 사람들은 그 선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한테만 보이는 선인가 보군? 하긴,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이면 그놈들도 볼 테니 눈치채고 튀겠지.’
카일러는 계속해서 선을 따라갔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허름한 건물이었다. 보아 하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인 것 같았다.
‘여기 있겠군.’
카일러는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봤다. 역시나 그놈들이 있었다.
“아직 멀었어?”
“아직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몇 백만 원은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그놈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었네. 옷이 거지 같길래 아이템도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근데 그놈 엄청 배 아프겠다.”
“그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 망할 놈들 조금만 기다려라.’
도둑놈들을 잡으려면 상태 이상부터 풀려야 한다. 달리기를 할 수 없는데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카일러는 다급한 마음에 계속해서 상태 창을 확인해 보았다.
‘아직 1분씩이나 남았군.’
잠시 뒤 메시지창이 떴다.
“상태 이상이 풀렸습니다.”
‘좋아. 이제 아이템을 돌려받고… 피의 복수를.’
카일러는 무기를 꺼냈다. 형편없는 초보용 한 손 검. 게다가 혼자서 둘을 상대해야 한다. 어찌 보면 무모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뉴 얼스는 레벨과 장비가 전부가 아니었다. 전직 암살자 카일러에게는 레벨과 장비를 뒤엎을 만한 검술 실력이 있었다.
게다가 분노한 전직 암살자 카일러에게 현재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다 죽여 버리겠다.’
카일러는 문을 박차고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어어! 여긴 어떻게 아셨습니까!”
가장 먼저 인사를 해 온 자는 웨드였다.
경악한 표정과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추측해 볼 때 카일러가 자신을 찾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내가 아이템 털리고 짓밟히기까지 했는데 가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죽어라!”
카일러는 웨드를 발로 걷어찬 다음 목을 그어 버렸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데미지가 평균 데미지의 두 배인 크리티컬 샷. 적의 허점을 잘 노리고 공격하면 뜨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뉴 얼스 유저들이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아 가끔식 뽀록으로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카일러는 암살자가 되기 위해 16살부터 20살이 되기 전까지 아침에 일어나 자기 전까지 쉴 틈 없는 지옥 훈련을 했고 덕분에 카일러의 검술은 4년을 배웠지만 8년 이상 배운 선배들을 이길 정도였다.
엉뚱하게도 지금은 생계를 위해 전전긍긍하는 일반인이 되어 버렸으나 이곳 뉴 얼스에서 다시금 그 실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커억!”
웨드가 목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웨드는 저항하지 않았다.
“왜 가만 있는 거지? 니가 가만 있으면 불쌍하다고 봐주기라도 할 줄 착각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웨드는 헛수고를 하는 것이었다. 카일러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빼앗긴 상태다. 자비를 베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겁먹고 입을 쫙 벌리고 멍 때리던 캥거루가 카일러를 향해 달려왔다.
“주, 주인! 이놈이 감히 내 주인을!”
캥거루는 몸을 날려 카일러를 덮치려 했으나 오히려 카일러의 발길질에 복부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
‘그렇지. 저놈이 아이템을 다 갖고 있었지.’
“아이템 내놔.”
“모, 몰라. 정말 모른다고!”
“아직 멀었군.”
캥거루를 있는 힘을 다해 밟아 댔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어딨어?”
“크흑… 몰라.”
카일러는 계속해서 캥거루를 밟아 댔다.
아이템을 되돌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죽지 않을만큼 밟고 체력이 다시 회복되면 밟아 댔다.
그러자 이번에는 웨드가 달려왔다. 하지만 공격을 하려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웨드는 캥거루 앞을 가로막고 무릎꿇고 앉아 간절히 애원했다.
“제가 반드시 나중에 갚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부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카일러는 웨드를 걷어찼다. 웨드가 뭐라 지껄이든 믿지 못할 뿐더러 믿는다고 해도 아이템을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뉴 얼스는 카일러의 전부다. 생전 처음 보는 이곳에 뚝 떨어진 카일러에게 유일한 살길은 뉴 얼스였다.
뉴 얼스는 카일러에게 또 하나의 삶이었다. 그러므로 아이템을 빼앗아 가 놓고는 안 돌려주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놔라.”
“차라리 절 죽이십시오.”
“하, 미안하지만 죽이면 아이템을 못 받거든. 아이템을 내놓을 때까지 자유로워질 생각은 하지 마라.”
“그래도 안 됩니다.”
아이템을 빼앗아 가 놓고도 마치 정당성 있는 짓거리를 한 듯한 태도를 취하는 웨드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이템을 받기 전까지는 미뤄야 했다. 카일러는 또다시 웨드를 향해 발길질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허름한 집의 방문이 열렸다. 집 안이 너무 어둡고 난잡하여 다른 방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일행인가? 제길.’
카일러는 검을 치켜 들고 공격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보자 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