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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4화)
제2장 우리의 왕이 돼 주어야겠어(3)


***

다음 날 아침, 알렉산더는 자신을 깨우는 시녀에게 놀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애써 거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세수와 머리 감기 등, 시녀들의 수발을 받은 후 비단으로 된 붉은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예복을 입고 시종장을 따라 대전에 들어갔다.
대전은 오래된 교회처럼 아주 높은 천장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는데 단상에는 우뚝 솟은 왕좌, 그 좌우에 대신들이 앉는 의자들이 보였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왕좌에 앉지 못했고 단상에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게 되었다. 그 덕분에 대신석에 앉아 있던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모두들 조용.”
크리스토프가 일어나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손바닥으로 알렉산더를 가리켰다.
“이분은 알렉산드로프 후계자님, 이분의 모친은…….”
크리스토프가 알렉산더의 출생을 설명해 주었다. 내용은 길었지만 간추리면 선대왕이 전쟁터에서 어느 여기사의 밤 시중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으로 여기사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사는 임신 사실을 숨기고 지방으로 낙향해 알렉산더를 낳고 죽었다는 것, 그리고 서거하기 직전 그 사실을 알아낸 전대 국왕이 후계자를 데리고 오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크리스토프의 설득은 어느 정도 먹혔다. 알렉산더의 외모가 전대 국왕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대관식은 언제 거행합니까?”
귀족 중 하나가 물었다.
“대관식은 2년 뒤에 치룰 것입니다. 이미 후계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후계자님께서는 지방에서 사셨기에 제왕 수업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제왕 수업은 저와 예부 대신께서 맡아 주실 것입니다.”
예부 대신은 한스 마이젤이었다.
그는 귀족 출신이 아니지만 뛰어난 학식 덕분에 전대 국왕에게 발탁되어 왕국의 학문 발전에 힘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정치색이 없고 청렴한 자라 중립 노선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후계자님의 결혼도 준비할 것입니다. 후계자님의 나이는 올해 19살이시지만 왕국 남성 평균 결혼 연령이 17살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배우자가 없으십니다. 또한 결혼을 통해 전대 폐하께서 실수하신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비마마의 선정과 결혼은…….”
“사교 파티를 통한 연애결혼 방식을 취할 것입니다. 권력에 따른 정략결혼 방식을 후계자께서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 말에 귀족들의 눈빛이 번쩍 뜨였다. 잘 만하면 자신의 딸이 왕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도회는 앞으로 보름 뒤 왕성에서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전령을 통해서 수도에 있는 귀족부터 지방에 있는 귀족까지, 작위를 가진 귀족들 전부에게 초대장을 보낼 것입니다. 이 점 기억해 주시고 파티에 꼭 참가해 주십시오. 그러면 이상입니다.”
그렇게 크리스토프의 말이 끝난 후 알렉산더는 막스의 안내를 받아 대전에서 나갔고, 크리스토프도 뒤따라 나갔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왕의 장인을 꿈꿨던 귀족들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후계자 선정에 대한 귀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사실 동의할 생각이었지만),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난 후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중앙 귀족들은 크리스토프, 빌헬름, 막스와 중립인 한스, 같은 평민 출신인 궁내무 대신 발터를 제외하면 전부 헤르만 공작의 측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프 쪽 왕당파의 권력이 막강했던 이유는 빌헬름과 막스의 군권은 둘째치고, 재상인 동시에 궁정마법사인 크리스토프의 막강한 권력 때문이었다.
왕국 내 모든 마법사들이 궁정마법사이자 고서클인 크리스토프를 따라서 막강한 화력을 가진 마법사단을 헤르만 공작의 귀족파는 가지지 못 했다.
더욱이, 모든 국정을 총괄하는 재상의 권력과 함께 재상부의 하부 조직인 사정감찰대와 군사정감찰대 역시 그러했다.
사정감찰대는 관리의 비리를 감시하고 지방 영주의 세력을 감시하는 일종의 정보 부대로서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기구였다.
군사정감찰대는 사정감찰대처럼 군 장성이나 장교, 기사의 비리를 감시하고 탄핵을 할 수 있고, 심하면 왕의 제가를 얻어 숙군까지 직접 할 수 있는 기구였다.
왕당파가 이 두 기구를 가지고 있기에 귀족파는 제대로 힘을 못 쓸 때가 많았다.
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려고 하면 재상부는 정책을 거부하고 난 후 관련 대신의 비리를 감찰해 대신 자리를 박탈해서 순식간에 권력을 잃을 수 있기에 귀족파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독단적으로 나가는 건 여전하군.”
헤르만 공작이 크리스토프가 나간 문을 응시하며 말했다.
“자네의 예상이 맞았어. 재상이 후계자 알렉산더의 결혼을 서두르는군.”
알베르트 백작이 헤르만 공작의 뒤에 서자마나 헤르만 공작이 말했다.
“저희 파 귀족이 많은 이상 저희 쪽 사람이 왕비가 될 것입니다.”
“혹시 모르지 후계자의 이상형이 뭔지 우리는 알 수 없잖은가.”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만 잠시 집에 가겠습니다.”
“허허∼ 자네, 딸한테 가려는 건가?”
헤르만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네.”
“하긴, 바쁘겠군. 그러면 나도 집에 가 볼까?”
헤르만 공작과 알베르트 백작 말고도 딸을 가진 귀족들은 서둘러 왕성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걸음들을 빨리했다.
바야흐로 결혼 대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제3장 제왕 수업(1)


“야.”
알렉산더가 침실로 들어서자마자 크리스토프가 불렀다.
“네?!”
그 말에 알렉산더가 덜컥 겁을 먹었다.
“오늘부터 제왕 수업이 시작할 거야. 일단 제왕 수업은 둘째치고 네 자질을 봐야 할 거야.”
“무슨 자질이요?”
알렉산더가 물었다.
“네가 검의 자질이 있는지 마법의 자질이 있는지 볼 거야.”
“제가 그런 자질이 있나요?”
“왜 내가 널 점찍었는 줄 알아?”
“외모 때문이 아닌가요?”
“아니, 널 마나 스캔해 보았는데 네가 마나와 친화력이 좋더군.”
“음?!”
알렉산더의 뒤에 있던 막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와 친화력이 있다는 건 검의 길과 마법의 길 중 하나에 자질이 있다는 증거. 의자에 앉아 봐. 지금부터 어느 쪽에 자질이 있는지 볼 것이야. 후작, 먼저 시작해 보게.”
“알겠습니다.”
막스가 알렉산더를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게 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막스가 알렉산더의 등에 양손을 붙였다. 그 후 알렉산더는 후작의 손에서 뭔가 뜨거운 물 같은 것이 나와 자신의 몸속을 휘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
막스는 그 후 알렉산더의 팔을 걷어 팔근육을 만져 보았다. 또한 마찬가지로 다리근육도 만져 보고 집게손가락으로 알렉산더의 안구를 열어 동공을 살폈다.
“이제 내 차례군.”
크리스토프가 자신의 로브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막스처럼 알렉산더의 등에 양손을 댔다.
그리고 역시 알렉산더는 뭔가가 자신의 몸을 휘젓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오호?”
크리스토프가 소매에서 청진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 청진기를 알렉산더의 왼쪽 가슴에 댔다.
“숨을 크게 쉬어 봐.”
알렉산더가 그의 말을 따랐다. 크리스토프는 줄자를 통해 그의 머리 둘레를 재거나, 콧구멍 크기, 입 구멍의 크기를 재 보았다.
“후후∼ 이거 누가 이긴 건지 판명이 났군.”
“…….”
크리스토프가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한 막스도 미소를 감추지 않고 있었다.
“후계자님은 검의 길에 적합합니다.”
“후계자는 마법의 길이 적합해.”
둘은 동시에 말했고 곧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잘못 측정하신 게 아닙니까?”
“너 잘못 측정한 거 아냐?”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고민에 빠졌던 크리스토프가 입을 열었다.
“설마 2개에 자질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마검사의 자질이라…….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흔치 않은 것인데.”
둘은 말없이 알렉산더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후계자를 잘 데리고 왔군.”
실실 웃으며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지.”
둘이 경쟁적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좋아,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할지 대해서 의논하도록 하지 일단 빌헬름부터 불러야겠어.”
둘이 나간 후 몇 분 뒤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책을 가득 안은 빌헬름과 함께 외눈 안경을 쓴 노신사가 들어왔다.
“앞으로 제왕학과 예법을 가르칠 예부 대신 한스 마이젤입니다.”
노신사가 모자를 벗어 멋들어지게 인사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역사와 군사의 전략, 전술을 가르칠 것입니다.”
빌헬름도 말했다.
“그러면 먼저 제왕학 먼저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한스가 빌헬름이 가지고 있던 책 중 똑같이 생긴 책 2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침실에 있던 탁상 앞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주십시오.”
알렉산더가 맞은편에 앉았다.
“제왕학 제 1장, 왕으로서의 마음가짐.”
알렉산더가 한스의 말을 따라 책을 폈다.
책의 있는 글자는 대륙공용 글자였지만 크리스토프의 자동번역 마법진이 담긴 반지 덕분에 알렉산더는 글자만 보고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후계자님께서 입고 계신 옷이 왕의 평상복인 것을 아십니까?”
“모르고 있어…….”
“아니, 말씀과 어투를 중(重)하게 하셔야 합니다. 왕의 말투가 가볍고 편하다면 국민들과 귀족들이 왕을 만만히 볼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알았다.”
“자, 그럼 이어 가지요. 그렇다면 그 옷의 붉은색과 노란색의 의미를 아십니까?”
“모른다.”
“노란색의 왕의 권력을 나타냅니다. 또한 금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왕국의 모든 재물은 왕의 것이니까요.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상징적으로는 그렇지요. 그리고 붉은색은 피를 나타냅니다.”
“피?”
알렉산더가 인상을 찌푸렸다.
“왕의 권력은 좋든 나쁘든 여러 사람의 피를 통해서 쟁취 되는 것입니다. 왕조를 세우려면 수많은 전쟁과 음모, 모략이 필요합니다. 초대 공왕, 아 이제 국왕이시지요? 초대 국왕이신 빌헬름 1세께서도 23번의 전쟁을 통해 왕국을 세우셨습니다. 그 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는지 아시겠습니까? 피로 쟁취한 권력, 그렇기에 대전의 왕좌로 이어진 단상에 붉은 카펫이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왕의 길을 피의 길입니다. 이 점을 명시하시기 바랍니다.”
“흠…….”
“아, 그리고 왕관을 보셨습니까?”
“왕관? 본 적이 없다.”
“왕관을 보시면 저희 아룬 왕국의 왕관은 은과 사파이어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차가운 머리를 의미합니다. 뜨거운 피를 흘려 쟁취한 왕좌를 지키려면, 그러니까 제대로 말하면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려면 항상 머리를 차갑게 해야 하고 감정조차 없어야 합니다. 물론 인간의 특성상 그것은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은 흥분을 하면 판단력을 상실합니다. 왕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고통을 받는 것은 왕국의 신민들입니다. 또한 냉혹해야 합니다. 자신의 권력에 해가 된다면 심지어 방금까지 살을 비비며 살았던 왕비나 귀여운 자기 자신의 아들, 딸을 직접 베어 버릴 정도의 냉혹함을 가져야 합니다. 왕좌가 위협받는다는 것은 바로 왕국 자체가 내전으로 휘말린다는 것입니다. 내전으로 수많은 신민들의 피를 흘리게 될 바에는 차라리 3, 4명밖에 안 되는 자신의 가족을 베어야 합니다.”
한스의 말에 알렉산더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왕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달은 것이었다.
“이런 기본적의 왕의 마음가짐을 가지신다면 국정을 망치실지 몰라도 나라는 바뀌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 후 알렉산더는 한스에게서 제왕 교육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들었다.
사실 내용은 매우 지루한 것이었지만 한스는 비유적으로 매우 간단하게 설명하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예시를 말해 줘 알렉산더는 지루함을 못 느꼈다.
“수업에 지루함을 못 느끼시는군요. 이렇게 수업을 잘 듣는 분은 오랜만입니다. 전직 아카데미 교사로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수업을 마치며 한스가 말했다.
‘후후, 고등학교에서도 성적이 10위권에 든 나였다고.’
그 말에 알렉산더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면 제가 말한 부분을 꼭 외우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녁에 찾아뵙겠습니다.”
저녁에는 예법 수업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스가 나간 후 시녀가 스프와 스테이크, 빵, 버터, 잼 등을 가지고 왔다. 벌써 점심시간이 된 것이었다. 아침 일찍 시작한 대전회의 때문에 아침식사를 못했던 알렉산더는 그제야 허기를 느끼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후 나에게 뭘 가르칠 건가?”
알렉산더의 권유로 맞은편에서 같이 식사하던 빌헬름에게 알렉산더가 물었다.
“일단 저희가 살고 있는 루덴 대륙의 신화와 간단한 왕국의 역사, 그리고 왕국의 관청과 그 임무, 왕국의 주요 구성과 지금 현재의 세계정세를 가르친 후 군사학을 가르칠 것입니다.”
“군사학?”
“네.”
“왜지?”
알렉산더는 의문이 들었다, 군사학이라니?
“왕께서는 왕국 최고 군 통수권자입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군사 전략과 전술을 아셔야 전쟁이 났을 때 그 판도를 아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또한 이제 갓 제국에서 독립한 저희 왕국은 제국의 가쉽거리입니다.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억제해 온 8서클 마법사이셨던 전대 국왕 폐하께서 서거하신 지금. 제국이 우리에게 발톱을 언제 들이밀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군사학은 매우 중요합니다.”
“흠.”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빌헬름 때문에 알렉산더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생각의 잠긴 알렉산더의 머리가 점점 꼬여만 갔다.
제왕학을 흥미진진하게 들었지만, 복잡하긴 복잡했다. 그런데 빌헬름이 가르칠 것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식사가 끝난 후 시녀가 빈 그릇을 치우기 무섭게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 세계의 창조주이신 루디아께서 나라를 창조하셨을 때…….”
창조주와 그의 아들, 딸인 여신과 남신에 대한 신화를 들은 후 종족의 개념을 들었다.
그 후 왕국의 탄생 배경, 그리고 역대 왕들의 치세에 대한 매우 지루한 이야기를 들은 후(이것을 내일 시험 보게 외워 두라는 아주 무서운 말까지 들었다.) 역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왕국의 정부 조직과 그 임무를 들었다.
“현재 저희 왕국은 루덴 대륙의 서쪽 끝에 있습니다.”
빌헬름이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룬 왕국은 서쪽 끝에 있고 국토의 60%가 산과 숲이며, 이것들은 국토의 동쪽에 몰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산과 숲은 넘어 얀텐 제국과의 국경에는 베이브라는 강이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륙의 중앙에는 유일한 제국이자 드넓고 비옥한 시우스 평야를 가진 얀텐 제국이 있고, 북쪽에는 북쪽의 패자 아르니아 왕국, 남쪽에는 다프칸 왕국 그리고 남서쪽의 순수 드워프들로 이루어진 왕국인 스탈 왕국, 북서쪽에는 순수 엘프들로 이루어진 엘렌 왕국, 그리고 동쪽에 순수 수인족들로 이루어진 레이번 왕국, 그 외 자잘한 국가들이 있지만 그들은 전부 얀텐 제국의 복속된 공국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공국이 아니라 왕국이고?”
“네, 그렇습니다. 순수 인간으로 이루어진 왕국으로는 유일하게 제국에서 벗어났지요.”
빌헬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알렉산더는 이번 교육을 통해 빌헬름이 자신이 순수 혈통의 인간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 알렉산더는 그가 조금 꺼려졌다. 인종차별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북쪽의 패자 아르니아 왕국과, 남쪽의 다프칸 왕국의 국민 대다수가 혼혈입니다. 각각 엘프와 드워프 혼혈이 많지요. 심지어 아르니아 왕실은 엘프 혼혈이기도 합니다.”
“자네는 혼혈이 싫나?”
알렉산더가 물었다.
“그렇게 꺼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단지 다른 종족과 피가 섞이는 것은 반대입니다. 왜냐하면 태초에 창조신께서 저희들을 창조한 모습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약에 엘프나 수인족, 드워프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도 그렇게 생각할 건가?”
알렉산더의 말에 빌헬름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이것은 그저 저의 개인적인 사상일 뿐입니다. 후계자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에 후계자님께서 이종족을 아내로 맞이한다고 해도 거부감은 없을 것입니다.”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일부러 이종족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군.”
“후계자님.”
“농담이야.”
제왕학 수업 덕분에 벌써부터 왕과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알렉산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