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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5화)
제3장 제왕 수업(2)
“후∼ 그래도 막상 결혼을 하신다면 북쪽의 아르니아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십시오.”
“왜?”
“오래전, 아르니아의 왕 아이작 2세는 일찍 죽어서 에카테리나 왕비가 여왕으로 등극했지요. 그래서 북방의 고독한 여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7살에 결혼해서 여왕이 20살 때 남편이 요절했기 때문이지요. 슬하에는 차기 국왕이자 왕자인 에리히가 있고 공주인 에린 공주가 있는데, 에린 공주는 매우 아름다운 절세미인이라 합니다만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는 19살, 후계자님과 동갑이지요.”
“호오∼”
그 말에 알렉산더가 턱을 매만졌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어째서?”
“에린 공주의 별명은 드라이밸리입니다. 냉혹하고 눈물도 없는 여자입니다. 솔직히 전 그녀가 과연 결혼을 할지 의문입니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군사학에 대해서 배우겠습니다. 군사학이란…….”
빌헬름의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병사들의 군 편제(이건 알렉산더가 살았던 세계와 상당히 비슷했다.), 행군, 보급, 지형지세, 정치적, 외교적 역량 등 상당히 머리 아픈 수업을 들은 후 전술 훈련을 시작했다.
“이건 뭔가?”
빌헬름이 커다란 나무판을 꺼내자 알렉산더가 물었다.
“전술 훈련은 이것을 이용할 것입니다. 일종의 판 게임이지요. 저희는 작은 전쟁이라 부릅니다.”
‘체스나 장기랑 비슷한 개념인가?’
나무판에는 줄로 네모반듯하게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그 후 빌헬름은 검은 든 병사, 창을 든 병사, 활이나 석궁을 든 병사의 모형과 말을 탄 기병이나 기사의 모형, 화려하게 치장된 사령관의 호위 부대와 사령관의 모형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음? 이거 총이 아닌가?”
알렉산더가 자신의 눈에 친숙한 무기를 든 병사 모형을 보며 물었다.
“네, 화승총병대지요. 20년 전에 화약이 발명되고 10년 전부터 총병대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기만 있으면 기마대나 기사들은 전장에서 활약하기 힘들 텐데.”
세계사를 잘 알던 알렉산더가 말했다. 기사 계급의 몰락은 바로 총의 등장 때부터인 것을 아는 그는 지금 기사 계급이 몰락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빌헬름의 표정을 떨떠름했다.
“설마요.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일반 갑옷을 입는 평기사들은 모를까. 화승총은 확실히 위력적이지만 활처럼 장거리 발사는 불가능한데다가 기사들의 갑옷에 미스릴을 섞거나미스릴을 섞어 만든 무기로 막으면 총알 따위 그냥 튕겨 냅니다. 오리하르콘을 섞으면 200명이 일제히 쏴도 기사 하나를 못 잡지요. 일반 갑옷도 마법사가 강화 마법진이라도 만들어 주면 못 뚫어요.”
“아…….”
알렉산더가 탄식했다. 그리고 자신의 무지를 뉘우쳤다. 이 세계는 그의 개념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마법 세계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화약이 연금술사들로 인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화약 한 자루의 위력은 3서클 마법사의 파이어 볼에 비해 약한데다가, 화승총은 불씨를 관리하기 까다롭고 비 오는 날이나 공기가 눅눅하면 발사가 안 될 때가 있어서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습니다. 사거리도 나쁘고 기사나 기마대에 그리 적수가 안 되는데다가 장전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그것을 대규모로 이용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게다가 화승총으로는 근접전도 불가능하지요. 화승총의 개머리판보다는 검병이나 창병의 날카로운 무기가 훨씬 위협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이유는 근접전에서 활보다 명중률이 높고 다루기 쉽다는 것 때문이지요. 활은 전문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다루기 힘듭니다. 게다가 숙련된 궁사가 아니면 명중률도 형편없고요. 그러나 저는 활과 화승총 중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사용하라고 한다면 활을 사용할 것입니다. 활 중에서도 오크 심줄이나 오우거 심줄이 들어간 활시위와 엘프목으로 만들어진 활등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게 바람만 잘 타면 600미터는 날아가고 탄력성이 있으면서 잘 휘거든요. 그래서 당기기 편하지요. 또 화살촉도 송곳 형태로 된 것을 쓰면 미스릴이 소량 함유된 기사의 갑옷 정도는 뚫을 수 있지요. 물론 갑옷에다가 마법사가 강화 마법진을 걸어 주었다면 뚫을 순 없지만…….”
‘화승식 소총 말고도 수석식, 후장식 소총도 있는데……. 이 세계는 총이 발전하기 힘들겠군.’
고전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았던 알렉산더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한번 이 세계에 총을 보급해 볼까?’
알렉산더는 예전에 본 영화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를 상기했다. 레드코트를 입은 영국군에 맞서 싸우는 미국 독립군, 그 영화에서 수석식 머스킷총을 든 영국군은 위용이 넘쳤고 붉은색 제복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좋아, 이 세계에 한번 총을 보급시켜 보이겠어.’
“그러면 게임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1턴마다 군대를 한 번씩 움직여서 하는 게임인데 보병이나 창병, 궁병은 1턴당 1칸씩 움직일 수 있고 기마병은…….”
게임 방식은 체스와 거의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체스는 킹을 잡으면 게임이 끝나지만 작은 전쟁은 게임 판에 있는 말을 전부 잡아야 이기는 방식이었다.
알렉산더는 처음에는 게임에 적응하지 못해 빌헬름에게 계속 패배했지만 차츰 게임을 이해하면서 빌헬름을 곤란하게 할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었다. 물론 승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하하, 처음 하시는데도 후계자님께서는 아주 잘하시는군요.”
게임이 끝나며 빌헬름이 말했다.
“전술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듯합니다.”
“입에 발린 말인 것 같지만 고마워.”
“아, 아닙니다. 진심으로 그러는 것입니다. 아무튼, 쉬십시오. 조금 뒤에 두 후작님께서 오실 것입니다.”
“알겠어.”
책과 게임 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나가는 빌헬름에게 알렉산더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후 예고한 대로 크리스토프와 막스가 들어왔다.
“우리 둘이 상의를 한 결과 우리 둘이서 체계적으로 널 가르치기로 하였다.”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렇지만, 네가 일단 선택할 것이 있다.”
“뭐지?”
크리스토프와 막스는 알렉산더의 말투가 바뀌어 있자, 잠시 서로를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후, 한스가 제대로 가르쳤군. 아무튼 마법사의 마나와 기사의 기는 서로 상성이 안 맞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이는 위치가 틀리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의 마나는 심장에 서클을 이루며 모인다. 심장이 마법을 부릴 때 가장 효율적으로 마나를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 반대로…….”
“기사가 사용하는 마나는 신체의 모든 근육과 장기로 퍼집니다. 단, 뇌로는 퍼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마나가 근육에 붙으면 몸의 기능이 더욱 발달되기 때문이지요. 일반인과 소드 마스터의 신체기능이 다른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막스가 크리스토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 덕에 크리스토프가 그를 못마땅하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인간이 몸에 가둘 수 있는 마나의 양은 정해져 있지. 그래서…….”
“후계자님께서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배울지 결정하셔야 합니다.”
알렉산더는 둘이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는 이유를 알아냈다. 바로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칠지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음, 고민 되네.”
알렉산더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서로 장점을 설명하라는 눈빛이었다. 그 뜻을 눈치챈 크리스토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법을 중점으로 배우면, 얼마나 편한데? 마법은 진리야. 내가 하나 가르쳐 주지.”
크리스토프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탁상에 있던 은잔과 물병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더니 은잔은 크리스토프의 손으로, 물병은 그 잔에 물을 따른 후 제자리로 돌아갔다.
“오오.”
“3서클 때 배울 수 있는 염력이라는 것이다. 염력은 자신의 의지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지.”
“굉장하네.”
“물론 이 정도의 염력을 사용하려면 최소한 6서클이 되어야 하는데. 검을 중점으로 배운다면 5서클이 한계다. 5서클에서는 이 정도의 염력을 사용할 수 없지. 그리고 마법을 중점으로 배워 6서클이 된다면 대단위 마법이 가능해. 지평선 너머의 적군을 단번에 쓸어버렸던 기가 썬더를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더니 크리스토프가 영상 수정구를 꺼냈다.
수정구에 빛이 들어오니 드넓은 벌판에 흰색 로브를 펄럭이는 남자가 보였다.
그가 바로 전대 국왕 오토 2세였다.
오토 2세의 맞은편 평원의 지평선, 그곳에 지평선을 가득 메운 군대가 보였다.
모두 다 잘 닦아 놓았는지 번쩍이는 갑옷과 창검 덕분에 햇빛을 거울로 반사시켜 일부러 오토 2세에게 비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등 수많은 군기 덕분에 매우 휘황찬란해 보였다.
“기가 썬더!”
오토 2세의 중후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뇌전이 나오더니 하늘 높이 올라갔다.
우르릉!
맑았던 하늘이 뇌전이 올라간 곳을 중심으로 어두워지더니 구름이 되어 천지를 뒤덮었다. 그 후 오토 2세가 검지로 군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콰광!
오토 2세가 가리킨 방향을 중심으로 수많은 뇌전이 떨어졌다. 그 후 오토 2세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수정했다.
뇌전은 그가 손가락을 도로 집어넣을 때까지 계속 떨어졌다.
오토 2세가 손가락을 집어넣은 후 뇌전이 그치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번개를 맞아 죽은 무수한 적의 시체였다.
“진리를 추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마법사의 길로 오게, 신이 정한 법칙을 바꿔 볼 텐가? 그렇다면 이곳밖에 없어, 자! 재능 있는 자여! 마법사의 길은 재능이 있는 자에게 언제든지 열려 있다!”
마치 광고를 하는 것처럼 크리스토프가 말을 끝마쳤다. 그 후 막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후계자님, 이 방의 천장의 높이가 어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대충 4, 5미터?”
“보십시오.”
막스가 점프를 했다. 단순히 점프를 한 것인데 그는 5미터나 되는 천장에 손을 찍고 멋들어지게 착지했다.
“오오.”
“검의 길, 그것도 소드 익스퍼트의 길로 들어선다면 일반인과 다른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마나로 인해 근육이 발달되면 이렇게 점프가 가능하지요. 이것뿐만 아닙니다. 시력 또한 향상되어 안경을 쓰던 자가 저 멀리 지평선에 서 있는 자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집니다. 게다가 신체 장기의 항생 효과도 증진되어 웬만한 독약을 마셔도 중독이 되지 않을 뿐더러 마음만 먹으면 말보다 더욱 빠르게 뛰실 수 있고, 궁수들이 바로 앞에서 발사한 화살도 피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에 마나를 주입한다면 어느 물건이든 쉽게 자르실 수 있지요. 보십시오.”
막스가 검을 뽑아 마나를 주입하자 백금색 빛이 검신을 감쌌다. 그러더니 아직까지 크리스토프가 들고 있던 은잔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