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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7화)
제3장 제왕 수업(4)


***

검술 훈련이 끝난 후 궁정에 상주하는 신관에게 근육통을 없어 주는 로션을 받아 발랐다. 그러자 순식간에 근육통이 사라졌다.
그 후 알렉산더는 도서관으로 몸을 움직였다.
“여, 왔네.”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여유롭게 안락의자에 앉아 알렉산더를 기다리던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의 매부리코에는 매우 작고 동그란 안경이 걸터앉아 있었다.
“자아, 그러면 마법 수업을 시작하지.”
크리스토프가 매우 두꺼운 책을 가리켰다.
“1페이지.”
“이게 마법책?”
“뭐, 그렇다고 봐야지. 1서클부터 2서클까지의 마법을 적어 놓은 책이야.”
“으? 이 책이 2서클까지밖에 없다고?”
“응, 마법이 조금 고상한 학문이긴 하지.”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휴우, 마법을 중심적으로 안 배우길 잘했네.”
“뭐야? 몸을 고생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무슨 그런 말을? 이 세상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쉬운 건 없어.”
알렉산더는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글과 알 수 없는 수식, 복잡한 마법진을 보니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일단 마법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마나를 설명하지. 마나란 이 세상을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매우 작은 물질이지. 태초에 신이 혼돈의 기류의 방대한 마나를 이용해 법칙을 만들고 세계를 구성했기에 공기 중에도, 이 책에도, 돌에도 심지어 우리의 몸에도 기본적으로 마나가 있다. 그리고 마법사란, 그 마나와 친숙해서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자를 말하지. 바로 우리 같은 자들을 말하지.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야. 웬 줄 알아?”
“글쎄.”
“마법이란, 뭐냐?”
“잘 모르겠어.”
“마법이란, 바로 태초에 신이 정한 만물의 법칙을 깨트리는 방법, 또는 깨트리는 행위를 말한다. 야, 생각해 봐. 사람이 막 허공에 불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게 상식적으로, 아니 니들 세계에서 말하는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불가능하지.”
“그래, 불이라는 것은 뭔가 탈 게 있어야 생기는 건데 허공에 태울 게 없는데도 불을 생성하고, 그 불덩어리가 중력을 무시하고 떠 있는 게 가능하냐고. 그리고 라이트 마법을 봐봐, 이건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달리는 빛을 모아 주변을 밝히는 마법인데 사람이 빛을 모을 수 있냐? 불가능하지. 그렇기에 마법이 대단한 거야. 지금 현재 마법사의 숫자는 7서클은 이 몸과 저쪽 얀텐 제국의 어떤 놈까지 합쳐서 2명이고 6서클은 40명, 5서클은 220명…….”
“잠깐, 7서클은 2명인데 6서클은 왜 40명이지? 너무 숫자 차이가 나는 거 아냐?”
알렉산더가 물었다.
“6서클까지는 마나의 친숙한 자가 노력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경지이지. 하지만 7서클부터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의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7서클에 오를 수 있지. 그래서 세간에서는 마법사를 진리를 추구하는 자라고 부르기도 해. 그러니까 이 몸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겠지?”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며 말하는 크리스토프였다.
“그러면 넌 무슨 깨달음을 얻은 거지?”
“비밀이야 말할 수 없어.”
“치사하게, 그런 것도 말 못 하나?”
“됐고, 그러면 가장 간단한 마법인 라이트부터 배워 볼까, 20페이지를 보면.”
마법 수업은 지극히 간단했다. 크리스토프와 같이 마법책의 마법 이론을 보고 그 이론을 낭송해서 마나를 공중에 뺀 다음에 책에 적힌 수식에 따라 배열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가 섞여 있는지라 알렉산더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시동어를 외친다. 라이트!”
“라이트!”
알렉산더의 손에서 야구공만 한 광구가 나타났다. 반면 크리스토프의 손에는 농구공만큼 커다란 광구가 나타났다.
“흐흐, 마나의 양이 차이가 나니까 라이트 마법도 차이가 나는군.”
“그래, 너 잘났다.”
알렉산더가 라이트에 마나 공급을 잘라 버리며 말했다. 그러자 광구는 사그라지더니 사라졌다.
“기초적인 마법을 잘 배우는군. 그렇다면 그리스 마법을 배워 보도록 하지. 그리스 마법은…….”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났다.
“마나의 배열도 끝났고 이제 시동어를 외치면 되는데…… 마법을 어디다가 시전하나. 아, 그래. 이 책상에 대고 해 봐.”
“그리스!”
알렉산더가 책상을 가리키고 시동어를 외쳤다.
“그럼 어디 볼까?”
크리스토프가 책상 위에 위태롭게 쌓인 책을 살짝 밀었다. 원래 같았으면 꿈쩍도 안 했겠지만 그 책들은 얼음 위에 있듯이, 아니 얼음판에서보다 더 쭈욱 미끄러지더니 책상에서 우르르 쏟아졌다.
“좋아, 잘됐군.”
“휴우.”
알렉산더가 마나 공급을 끝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했다. 오늘 밤에 이 마법을 복습해서 내일 내가 보는 앞에서 시전해 보도록.”
도서관을 빠져나와 침실에서 저녁을 먹은 후 한스가 들어와 예법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첫째로 사교 파티 때 사용하는 예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난 춤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는 여자와 사귀어 본 적도 춤을 춰 본 적도 없는 숙맥이었다.
“보름 후에 있을 사교 파티를 위해 왕국의 모든 귀족 영애들이 이 왕궁에 모일 것입니다. 그녀들은 전부 후계자님의 눈에 들기 위해 치장을 하고 후계자님과 춤을 추기 원할 것입니다. 그런데 후계자님께서 춤을 안 추시겠다니, 그것은 말도 안 됩니다. 최소한 10번은 추셔야 합니다. 그 전에 저는 후계자님께 한 가지 더 가르칠 것입니다.”
“무엇을?”
“남녀 둘이서 옷을 벗고 이불 속에서 치루는 정사는 하나의 작고도 귀한 생명이 태어나게 하는 중요한 의식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 하나인 성욕. 그것을 이용해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들도 있었지요. 욕망과 쾌락에 심취한 남자는 감정 조절이 안 되고 판단력조차 흐립니다. 여자들은 그러한 남자를 달콤하게 유혹해 홀려 버린 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휘두르지요. 대표적으로 얀텐 제국의 황후이면서 정치에 간섭했고 후에 여제로 등극한 안젤리카 1세입니다. 그녀는 정치적인 수완도 좋았지만 잠자리를 통해 황제의 일을 간섭했지요.”
알렉산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한스의 말을 듣고 보니 타당해 보였다. 그리고 그 뜻은…….
“그렇다면 나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저는 후계자님, 당신께서 여자에 익숙해지게 만들 것입니다.”
“아니, 그건…….”
알렉산더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것은 왕권을 위함이면서 왕국을 위해서입니다. 말도 안 되고 힘드신 것도 압니다. 하지만 후계자님, 당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500만 신민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여자로 인해 망한 왕조는 수두룩합니다. 후계자님,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니야, 됐어. 그건 필요 없어.”
“이건 중요한 것입니다. 후계자님 저는 이 나라에서 믿을 수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자의 쾌락을 극도로 올릴 줄 아는 여자들을 모아 침실로 데려올 것입니다. 후계자님께서 어릴 때부터 후계자 수업을 들으셨다면 이 일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계자님은 후계자 수업을 듣지 못하셨고 두 후작과 빌헬름 백작을 빼면 지지기반이 없으십니다. 이번 결혼은 후계자님의 지지기반을 만들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왕의 장인이 되면 좋든 싫든 왕을 지원해야 합니다. 안 그런다면 자신의 딸도 위험해지기 때문이지요. 물론 후계자님의 자리를 노리고 제가 말한 방식으로 후계자님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후계자님은 이것을 배우셔야 합니다. 왕의 자리는 쉬운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드립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냉철해야만 진정한 군주가 되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언제부터…….”
“오늘 밤부터입니다.”
“헉!”
알렉산더가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보름이라는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처리하기는 힘듭니다. 그렇기에 매일 밤 일을 치룰 것입니다. 그리고 후계자님,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은 비밀로 처리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자는 열 손가락 미만입니다. 비밀은 지켜질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프 후작님이 후계자님께서 두려워하신다면 이런 말씀을 올리라는군요.”
“무슨 말이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큭!”
그 말에 알렉산더가 웃음을 참다가 대폭소를 이루었다. 그의 겉은 웃고 있지만 내면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는 지금 자신이 19살인 것을 되새기고 얼굴도 알지도 못하는 여자들에게 동정을 주게 생겼다.
그에게 내려진 숙제는 산더미인데 밤새 그것을 복습하지 못할망정 밤마다 힘든 일(?)을 치러야 하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좋아, 알아서 해.”
“그러면 예법 수업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후계자님, 일단 가벼운 춤부터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한스가 손바닥을 짝짝 쳤다. 그러자 침실의 문이 열리더니 알렉산더 나이 또래의 시녀가 들어왔다.
“춤 연습을 하기 위해 부른 시녀입니다. 자, 이리 오게.”
“네.”
“우선 레이디와 춤을 추기 전에는 인사가 관례입니다. 인사법은 왼손을 주먹 쥐고 등허리 쪽에다 두고 오른손은…….”
춤 연습은 매우 힘들었다.
상대가 하는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예법이 가지가지였기에 복잡하였고 허례허식이 가득했다.
더욱이, 귀족 세계의 춤이었기에 어제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서민이었던 알렉산더는 이를 악 물고 배웠다.
“아니, 아니 보법이 틀렸습니다!”
알렉산더가 실수로 시녀의 발을 밟자 한스가 소리쳤다. 시녀의 발등은 이미 알렉산더가 수시로 밟아 대서, 멍으로 부어올랐지만 그녀는 인상도 쓰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도리어 알렉산더가 그녀에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못 들 지경이었다.
“동작은 또한 선율적이면서 우아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계적이면 보기 안 좋습니다.”
‘내가 전문적으로 춤을 추는 것도 아닌데.’
속으로는 투덜거리며 알렉산더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휴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했다. 여기.”
한스가 시녀에게 은화가 한 줌 든 작은 주머니를 주었다. 그제야 시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5번이나 하면서 침실을 나갔다.
“그럼 이제 마지막입니다.”
“윽.”
알렉산더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춤 연습을 하는 동안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나자 부끄러워진 것이다.
그사이에 한스는 침실의 창문 커튼을 전부 쳐서 밖이 보이지 않게 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트 아머에 검은색 망토를 달아 둔 기사가 들어왔다.
“시키신 대로 데리고 왔습니다.”
“보안은?”
“비밀통로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본 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녀복을 입혀 놓아서 멀리서 본 자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들이 여기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게 했겠지?”
“네, 5겹으로 된 검은색 주머니를 얼굴에 씌여 놓아서 이곳이 어디인지 모릅니다.”
“좋아, 들여보내.”
“네.”
침실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얼굴을 검은색 주머니로 가리고 밧줄로 묶어 넘어지지 않게 서로를 의지한 채 시녀 복장을 한 여자들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열댓 명 정도였는데 손에는 가죽 가방들이 들려 있었지만 알렉산더는 그게 뭔지 몰랐다.
“절대로 이 일은 아무도 몰라야 할 것이야.”
“네.”
기사가 목례를 취한 후 나갔다.
“아 참말로 어이없어서……. 도대체 잠자리 손님의 집에 가는데 이렇게 가야 하다니. 지난번에 갔던 귀족가보다 더 심하잖아.”
여자들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그녀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차분했다. 한스가 나서서 그녀들의 얼굴을 뒤덮은 주머니를 벗기고 밧줄을 풀었다.
여자들은 말 그대로 종류가 다양했는데. 금발, 은발, 적발, 녹발, 흑발 등의 머리카락과 백인처럼 흰 피부,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 검은 피부 등 여러 스타일의 여자들이었다.
또한 큰 가슴,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자가 있는가 하면 가슴이 작고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매우 어려 보이는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머리 길이 또한 길고 짧은 등 다양했다.
“사전 설명을 다 들었겠지? 내가 바로 너희를 고용한 사람이다. 나의 주인께서 여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에 너희를 은밀히 부른 것이니 트집 잡지 말도록. 또한 절대로 이 일을 발설하면 안 된다. 안 그랬다가는 네년들의 목숨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로 금화 30개씩 줄 거예요?”
“물론, 너희가 보름 동안 이분을 최상의 서비스로 모신다는 조건하에 말이지. 후에 나의 주인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면 금화 30개가 아닌 10개씩 줄 테니까 그런 줄 알도록.”
“네.”
“그러면 난 이만 나가겠다. 자, 주인님. 이 약을 받으십시오.”
한스가 알렉산더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는 작은 호리병 3개를 꺼냈다.
“연금술사들이 만든 포션인데 1개당 1시간은 거뜬합니다.”
‘그러면 3시간 동안 하라고?’
알렉산더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후 한스는 밖에서 대기한다고 말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한스가 나가자마자 여자들이 시녀복을 벗기 시작했다.
“저희가 어떤 옷을 입길 원하시죠?”
나신의 여자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일을 오래했는지 부끄럼을 안 타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방을 열며 말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옷이 있는데.”
“그, 그냥 아무거나 입어.”
알렉산더가 간신히 말했다. 그러자 그녀들은 자신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옷을 입었는데, 하나같이 노골적으로 신체의 중요한 곳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침대에 편히 누우세요.”
“으, 응.”
알렉산더가 말에 따랐다.
“정말 처음이신가요?”
그녀들이 침대에 올라타면서 말했다. 침대는 매우 크기에 여자들이 전부 올라와도 문제없었다.
알렉산더는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못했다. 그 모습에 그녀들이 작게 웃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저희가 안마해 드릴게요.”
수많은 손들이 알렉산더의 몸을 뒤덮었다. 그녀들의 진한 향수 냄새가 알렉산더의 코를 자극했다.
“자, 아 하세요.”
여자들 중 하나가 호리병의 마개를 열어 알렉산더의 입에 부어 주었다. 약은 장미의 향이 났고 맛 또한 달콤했다.
그 후 알렉산더의 정신은 몽롱해져 갔다. 그리고 침실은 여자의 신음 소리로 가득해져 갔다.
밤은 그렇게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