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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9화)
제4장 무도회(1)
“음…….”
알렉산더가 눈을 떴다. 창문에서 보이는 태양은 이미 중천이었다.
“…….”
알렉산더는 말없이 천장을 보았다.
“일어나셨습니까?”
알렉산더의 침대 옆에 시종장과 그 뒤에 시녀들이 있었다.
“씻을 물을 가져오겠습니다.”
시종장이 말을 하고 시녀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시녀들이 침실에서 나갔다. 한스와 알렉산더만 남았다.
“오늘 무도회 일정은?”
시녀들이 세수용 대야를 가지고 왔다. 알렉산더는 세수를 하고 시녀들이 머리를 감겨 주는 동안 시종장에게 물었다.
“오늘 오후 6시까지 전국의 귀족 영애들께서 오실 것입니다. 그 후 8시부터 파티가 시작되어서 오후 새벽 2시에 파합니다.”
시종장이 말했다.
“그 전까지 내가 하는 스케줄은 없나?”
“없습니다.”
‘자유 시간이 생긴 건가?’
“내가 전에 말했던 것은 준비했겠지?”
“네, 준비하였습니다.”
“가져와 보도록.”
“네.”
잠시 후 시종장이 옷을 가져왔다.
알렉산더는 무도회를 대비해서 시종장에게서 10벌의 옷을 받았지만 그 옷들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은 비단에 화려한 금술 장식 등 겉치레가 많아도 너무 많았고 단추가 많아 일일이 채우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제단사에게 특별 주문해서 옷을 만들었다, 밑에 고종 황제의 옷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는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감색 모직물에 황금색 단추를 더블 블래스트 형식으로 두고 커다란 황금 털실로 만든 예식 견장, 그리고 황금으로 된 요대, 요대에 걸린 예도 걸이, 마지막으로 커다란 술이 달린 제모, 제모의 중앙에는 아룬 왕국의 상징인 에델바이스가 황금으로 박혀 있었다. 그리고 제복의 포인트인 훈장을 달아 놓으니 그럴듯해 보였다.
알렉산더의 제복은 오래전에 보았던 개화기 고종황제가 입은 근대 제복을 보고 따라 만든 것이었다.
다만 고종황제가 입었던 제복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태극 문양이 없다는 것과 대한제국 황실의 상직인 오얏꽃이 없다는 것이다.
“입어 보도록 하지.”
“네.”
알렉산더가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후 바지와 구두를 신고 제복을 입어 단추를 채웠다.
그 후 시종장이 요대를 채워 주고 어검을 걸어 주었다. 알렉산더는 흰색 면장갑을 착용하고 제모를 써 보았다.
“오오∼ 이렇게 멋있는 옷은 처음 봅니다.”
시종장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을 이용해 제복에 묻은 먼지를 쓸어내렸다.
시녀들 또한 알렉산더의 제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감탄사는 감히 내지 못했다.
“분명 무도회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
“그건 당연하지, 내가 여는 파티이고 내 아내를 맞이하기 위한 파티인데.”
알렉산더의 말에 시종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나가 있어. 난 마나 호흡을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시종장과 시녀들이 나간 후 알렉산더는 제복과 제모를 벗고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재상부.
왕좌가 비어 있는 동안 모든 국정은 재상부의 재상이 최종 처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재상부에 있는 크리스토프는 나날이 바빴다. 안 그래도 바쁜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아놔, 아르니아 이 상년이 무슨 속셈으로 사절을 보낸 거지?”
한 나라의 여왕을 그렇게 부르며 크리스토프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국내 문제보다 국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아니 것보다 이년의 정보망은 얼마나 뛰어난 거지? 국경을 맞댄 얀텐 제국도 전대 국왕 폐하께서 서거하신 것을 이제야 파악하고 외교사절을 보낼 준비 중인데……. 말을 타도 한 달이 걸리는 나라에서 어째서 미리 외교사절을 보낼 수가 있냐고. 배 타고 오는데 1주일밖에 안 걸린다 치자. 사절을 준비하려면 사절 선발에 선물, 수행원 등등 준비하려면 1주일은 걸리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2주 전에 알았다는 거잖아. 그렇다는 것은 후계자를 대전회의에 모신 후 그다음 날에 눈치챘다는 건데, 하루 만에 눈치채다니 이건 위험해. 완전 우린 그년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잖아. 근데 더욱 문제는…….”
쿵!
크리스토프가 분노로 인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왜 사절 대표로 에린 폰 티르피츠가 오고 있는 거지?”
에린 폰 티르피츠, 에카테리나 1세의 딸로 세계 최고의 미모를 소유한 공주라 평판이 자자했다.
하지만 냉혹한 성격과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전장에 선봉으로 나가 닥치는 대로 적을 학살해 드라이밸리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녀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무력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었다.
“얀텐 제국의 발정 난 2황자가 구혼하고 있다는데 그놈이랑 결혼이나 하지. 뭐 하러 이리 와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냐고. 제기랄, 오래 사니까 정말 힘들군. 얼른 쳐 죽어야지.”
사실 아르니아 왕국과 아룬 왕국은 그리 사이가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얀텐 제국과 맞선다는 것은 똑같지만, 아룬 왕국의 독립 전쟁 때 전대 국왕 오토 2세는 아르니아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르니아는 지원을 계속 거절해 왔던 것이었다.
“아놔, 이유가 뭐냐? 설마 동맹은 아닐 테고. 설마 구혼? 그것도 아닐 것이고…….”
한참 고민에 빠진 크리스토프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그래 오고 나서 말해 봐. 어디 한번 들어 줄 테니. 도착 예정 시간은 내일 저녁이군.”
똑똑.
“들어와.”
재상부의 문을 열고 평범한 관리복을 입은 자가 들어왔다.
“사정감찰대 보고서입니다.”
“응.”
크리스토프가 밀랍 봉인을 뜯어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아낙! 썅!”
그가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보고서가 크리스토프의 손에서 불타 사라졌다.
“이게 정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계속 감시해 봐. 이거 잘못하면 내부 싸움으로 왕국이 끝장나게 생겼군.”
남자는 인사를 올린 후 물러났다. 남자가 물러난 후 크리스토프는 파이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담배 연기를 빠끔 내뱉었다.
“얀 백작. 결국 싸우자는 건가…….”
얀 폰 요제프 백작.
지방에 있는 귀족들, 그러니까 지방 귀족파의 수장인데 그의 영지는 서쪽 해안가에 있어 독립 전쟁 때도 전란에 휩싸이지 않았고 전쟁 수행금을 최소한으로 낸 귀족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룬 왕국을 동서로 나누면 서쪽에 영지를 둔 귀족들은 독립 전쟁 때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를 괘씸히 여긴 오토 2세는 동쪽 영지의 귀족들만으로 중앙 권력을 만들어 냈다.
물론 왕 자리를 탐내는 헤르만 공작조차 제국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쪽에 영지를 둔 귀족들만으로 중앙정권을 만들기에는 인원수가 부족해 오토 2세는 준남작이라는 새로운 작위를 만들어 전쟁 때 전공을 세운 평민 출신의 기사나 장교들을 등용했다.
그렇기에 현재 왕국의 귀족은 공작 1명, 후작 2명, 백작 4명, 자작 8명, 남작 16명에다가 준남작까지 32명이나 있었다.
또한 이들 준남작들의 영지는 서쪽 귀족들의 영지를 떼어다가 주었다.
자업자득이었다. 하지만 지방 귀족파는 반성하기는커녕 이에 불만을 느끼고 서쪽 귀족들 중에서 가장 작위가 높은 얀 백작 밑으로 모여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사정감찰대에 포착되었다.
이들의 군사력을 전부 합치면 40,530명으로 중앙 귀족파인 헤르만 공작파의 군사력인 16,400명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였지만, 중앙 귀족파의 군사들은 얀텐 제국군과 싸운 역전의 용사들로 병사들의 질은 중앙 귀족파가 월등히 높았다.
반면 국왕파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토프와 빌헬름, 막스의 사병 숫자는 4,000이고, 중앙군이라고 할 수 있는 근위군 3,600명까지 합쳐도 7,600명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고급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200명의 근위기사단과 마법사단 100명을 포함하면 화력은 극상이고, 두 후작과 백작의 사병들, 근위군 또한 역전의 용사들이기에 전투력은 국왕파가 제일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세계 최초로 8서클 마법사인 오토 2세가 있었다면 전투력은 극상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전력인 오토 2세가 죽은 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그들이 슬슬 발톱과 송곳니를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기 딸과 휘하의 귀족들의 딸들을 이용해서 후계자의 아내가 되어 장인의 이름으로 중앙 정계로 나올 생각인가 본데……. 그리고 그게 실패하면 정변을 일으키려는 건가. 주제에? 미친놈, 어떻게 이뤄 낸 왕국인데 아무것도 안 한 놈이 포크로 찍어서 잡수시겠다? 죽더라도 그건 막고 죽겠어.”
그렇게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실상은 가장 살벌한 아룬 왕국 수도 에블레헴의 왕궁 무도회는 착착 준비되어 갔다.
***
아룬 왕국의 수도 에블레헴은 왕국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였다.
도시의 북쪽에는 산이 있고, 동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개천이 있는데 건기에도 마르지 않고 수도를 지나 흐르기 때문에 식수 걱정이 없는 도시였다.
도시를 감싸는 성벽의 높이는 평지나 개울에는 10미터, 산 능선에는 높이 3미터이며, 겉 표면은 두꺼운 암반을 다듬어 만들고 속은 돌과 흙, 진흙을 다져서 너비를 넓게 한 방식인지라 투석차나 마법사의 마법으로 손쉽게 박살 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또한 성벽에서 군사가 몸을 가릴 수 있는 성첩은 높고 총안도 많아 방어에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여기다가 8서클 마법사였던 오토 2세의 방어 마법과 강화 마법 덕분에 성의 견고함은 성벽의 높이가 20미터나 된다는 얀텐 제국의 수도 이드라드보다 뛰어났다.
국력으로는 현존하는 대륙의 왕국들 중에 가장 약하지만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성을 가진 나라였던 것이었다.
“후후후후∼”
수도로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마차 안에서 매우 뚱뚱한 남자가 여유 있게 웃었다. 얼마나 뚱뚱한지 턱이 2겹에 배가 너무 나와서 마차의 자리를 모두 차지할 정도였다.
코 또한 납작하기까지 했는데 짧게 자른 금발을 보자니 돼지머리에 금색 가발을 얹은 것 같았다. 게다가 쓴 모자는 베레모 비슷한 디자인에 깃털을 달아 놓은 모양이었다.
그가 입은 옷은 보라색 비단에 금실 자수로 된 건데 입은 사람이 너무 뚱뚱해서 옷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 남자가 바로 얀 폰 요제프 백작이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차가 수도로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져 갔는데 그 덕에 마차를 모는 마부의 심기만 더러워졌다.
“우하하하하∼”
그는 이번 무도회에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이 데리고 가는 딸 게르트루트는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젊었을 적부터 정실부인을 5번이나 바꾸고 첩을 20명이나 두어 음탕한 생활을 해 왔는데 그렇게 해서 낳은 자식만 해도 60여 명이었다.
그의 딸 게르트루트는 그가 젊었을 적 첫 번째 정실부인과 관계를 가져 낳은 아이였다.
자신과 같은 머리카락 색만 빼고 전부 첫 번째 정실부인과 닮아 수려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아룬 왕국의 꽃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왕국 내에 있는 음유시인들이 그녀의 미모에 찬사를 보내기 바빴다.
게다가 아름다운 그녀를 외국의 유력 귀족 또는 왕의 첩이나 아내로 보내기 위해 그녀에게 남자를 유혹하는 법과 잠자리 기술 등을 고급 창부를 초빙해서 배우게 했다. 또 한편 예법, 몸치장하는 법을 가르쳐 왔기에 자신의 딸은 후계자라는 자를 유혹해 왕비가 될 것이고 자신은 왕의 장인으로서 중앙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의 딸은 그가 탄 마차 뒤에서 따라오는 마차에 있다. 물론 후계자가 자신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지 않는 다 해도 걱정 없다.
선대 국왕이 없는 이상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귀족들의 수많은 기사들과 군대로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기사들을 막기 위해 활 잘 쏜다는 엘프들의 왕국 엘렌 왕국제 석궁을 다량으로 구입했다.
그 석궁은 기사들에게 많이 퍼진 마법으로 강화된 갑옷을 40미터 내에서 관통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
40미터는 짧은 감이 적잖게 있지만, 원래 일반 궁보다 사거리가 짧은 석궁의 특성과 직사무기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았다.
크리스토프가 이끄는 마법사단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전 대륙에 지부를 둔 마법사 협회에서 6서클 마법사 1명과 5서클 마법사 10명 등을 초빙했다.
7서클인 크리스토프가 걱정되지만 주력 마법사들의 서클이 4서클인 마법사단 정도는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