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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10화)
제4장 무도회(2)
수도의 높다란 성문에 다가서자, 붉은색 제복 위에 갑옷을 차려입은 병사들이 성문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간단한 검문이 있는 후 장교가 얀의 마차가 지나갈 때 오른손으로 경례를 했다.
“수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교가 소리쳤다. 그 후 마차는 수도로 입성했다. 수도의 길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후후후∼!”
얀은 얼마 안 있으면 자신도 수도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덜컹!
갑자기 마차가 요동을 치며 멈추었다. 그 덕에 얀은 웃다가 혀를 깨물었고 앞으로 넘어질 뻔도 했다.
“무슨 일이냐?”
창가에 머리를 내밀며 얀이 물었다.
“평민 하나가 지나가다가 말과 부딪쳤습니다.”
마부가 말했다. 그 사람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은 상태였다.
사실 수도에 들어왔고 길거리에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마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마부의 책임이었다.
“이런! 감히 천한 평민이 고귀한 귀족이 탄 마차 앞을 지나가? 시체를 치워 버리고 얼른 가자!”
얀을 호위하기 위해 왔던 기사에게 소리쳤다. 국법상 기사는 10명만 데리고 수도에 올 수 있었기에 호위기사의 숫자는 10명이었다.
“네.”
기사 2명이 말에서 내려 시체를 치워 버릴 때였다.
“여, 여보!”
군중들 속에서 웬 여자가 나타나 시체를 부둥켜안았다.
“네년이 이 빌어먹을 놈의 아내냐? 네 남편 때문에 내 말이 상했잖아! 저년의 목을 베어라!”
혀를 깨물어 화가 났던 얀이 소리쳤다.
“네!”
기사가 검을 뽑아 순식간에 여자의 목을 베어 버렸다. 잘린 목에서 피 분수가 일면서 순식간에 길거리를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히익!”
“꺄악!”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각기 비명을 지르며 시체에서 멀리 떨어졌다.
“가자!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기분을 망치다니!”
마차와 기사들이 지나간 후 사람들이 마차가 간 방향으로 침을 뱉었다.
“퉤! 더러운 서쪽 귀족 놈들.”
“선대 국왕 폐하와 동쪽 귀족들이 제국과 싸울 때 뒤에서 호의호식한 놈들이 무슨 고귀하다고.”
“더러운 놈들 저러고도 고귀한 귀족이라니. 고귀한 귀족은 헤르만 공작님이나 크리스토프 후작님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아무렴.”
제국의 속국이었던 공국을 왕국으로 격상시키고 독립 전쟁에서 싸워 이긴 오토 2세와 그의 오른팔, 왼팔이었던 크리스토프와 헤르만 공작은 이미 전설적인 인물들로 추앙받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즉위하시는 후계자님께서 저놈들의 목을 베어 주었으면 하는군.”
***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에 알렉산더가 마나 호흡을 멈추고 말했다. 안으로 시종장이 들어왔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알겠다. 옷을 입고 나올 테니 밖에서 대기하도록.”
“네.”
시종장이 나간 사이에 알렉산더는 얼른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흰색 면장갑을 끼고 나왔다. 문밖에는 검정색 예복을 입은 근위기사 10명이 보였다.
“오오∼”
그들이 알렉산더의 제복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의 검정색 제복은 알렉산더의 제복에 비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이거, 제복을 괜히 만들었나?’
알렉산더의 제복만 유독 눈에 띄는 나머지 이질감이 들었다.
“가자. 안내해라.”
“네, 이쪽으로.”
시종장이 앞장섰다.
“무도회는 2곳에서 진행합니다. 동 연회장에서는 각지에서 모인 귀족 분들께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동 연회장에 귀족들이 전부 모여 있으면 서 연회장은 누가 가지?”
“서 연회장은 후계자님과 후계자님의 반려가 되길 원하시는 분들, 그러니까 귀족 영애들만 모이게 됩니다.”
알렉산더가 길을 가다가 멈추었다.
“나 혼자 가란 말이냐?”
“당연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수많은 여자들과 나 혼자 있으라고?”
“네. 그리고 그녀들과 춤을 추고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시면 됩니다.”
‘이 무슨 해괴한 방법인가?!’
알렉산더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상대를 고르면 그 여자와 결혼을 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 후에 그 여성분과 연애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성과 연애 중에 그 여성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무도회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애를 했던 영애의 무도회 참가가 금지됩니다.”
“역대 왕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 얼마 만에 아내를 맞이했나?”
“통상적으로 1년은 걸렸습니다.”
“그리고 무도회는 몇 번 열었나?”
“역대 왕들을 보면 최대 40번, 최소 15번 열었습니다.”
“그 비용은 전부 어떻게 감당을…….”
“무도회는 통상적인 사교 파티 절반의 비용을 쓰기 때문에 왕국의 재정에 심하게 타격을 주지 않으니 걱정 마십시오.”
“알겠다.”
‘약소국인 나라가 이 정도면 강대국인 나라들은 어떻게 하려나.’
알렉산더는 문뜩 생긴 의문을 생각하면서 시종장을 따라갔다.
“오, 왔군.”
크리스토프가 알렉산더를 보고 말했다. 그리고 눈짓으로 시종장을 물러나게 했다. 그는 황금 자수로 된 예식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귀족들 63명 다 모였다.”
알렉산더가 몸서리를 쳤다. 작위를 가진 귀족과 그들의 딸들 중에 왕비가 되고 싶은 영애만 참석할 수 있는 무도회이기에 딸들을 데리고 온 귀족들의 숫자는 63명이었다.
작위를 가진 이 나라의 귀족의 숫자는 정확히 63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도회의 귀족 한 명당 영애 한 명만 데리고 올 수 있었기에 서 연회관에서 알렉산더를 기다리는 여자의 숫자가 63명이라는 것이다.
“아, 참고로 말하는 건데 난 딸 없다.”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62명으로 줄었다는 거군. 그래도 너무 많아.’
“그런데, 그 옷 참 멋있군, 니네 세계에서의 제복이냐?”
‘니네’라는 단어서부터 목소리를 줄여 크리스토프가 작게 말했다.
“뭐, 그렇지.”
“내가 원하는 정보도 그런 거야 그것이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거라고.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도록 하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어.”
“크리스토프 폰 비텐베르크 후작님과 알렉산드로프 폰 랑스도르프 후계자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시종이 연회장 문을 열면서 소리쳤다. 그 후 둘을 안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은 비교적 넓었다. 크기는 대충 대전과 비슷했는데 훨씬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도 남았다.
크리스토프와 알렉산더는 단상 위로 올라갔고, 알렉산더를 따라온 근위기사들과 연회장에 있던 근위기사들과 막스는 귀족들과 알렉산더 사이에 나란히 섰다.
“친애하는 귀족 여러분, 오늘같이 기쁜 일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크리스토프가 대표로 말했다.
“원래 이런 것은 공작님께서 대표로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알베르트 백작이 헤르만 공작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작위는 내가 더 높다지만, 크리스토프 후작은 재상이다. 이런 것은 원래 재상이 대표로 말하는 거야.”
헤르만 공작이 조용히 말했다.
“그나저나 자네 딸도 참 아름답더군. 많이 켰어.”
“네,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공작님의 따님도 많이 아름다우시던데요?”
“아냐, 내 딸은 다른 영애들에 비해 박색이야. 요즘 그것 때문에 딸이 울상이지. 이번 행사 때도 참가할지 말지 망설이기에 겨우 달래서 참가시켰어.”
“그렇지만 이것은 귀족 가문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무도회는 친목 파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억지로 참가한 거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내가 설득시키지도 못했을 거야.”
헤르만 공작의 표정이 피곤해졌다.
“그나저나 후계자는 누구를 선택하게 되려나?”
“제발 저희 쪽 영애가 걸려야 할 텐데요.”
“혹시 모르지 자네 딸이 될지.”
“후후∼ 그러면 좋지요. 그리고 공부 대신이라는 자리를 내놓고 낙향해야겠지만요.”
“그래, 그러면 자네는 우리 집에 살면서 내 참모가 되어 주게.”
“아니, 낙향을 하다니요?”
둘의 말을 누군가 끼어들었다.
“아, 얀 백작이 아닌가?”
헤르만 공작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억양은 살짝 빈정거리는 투였지만 얀 백작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왕의 장인이 된 것인데 낙향을 하다니 말이 됩니까?”
얀 백작이 말했다.
“이 나라가 공국에서 왕국으로 격상되고 난 후 왕의 장인이라는 이유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법령이 바뀐 것을 아십니까?”
“뭐라고요?”
얀 백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덕에 그의 살들이 매우 출렁거렸다.
“왕의 장인이 되면 관직에 진출을 못하고 영지로 낙향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왕의 장인인 이상, 주변 영지들이 감히 왕의 장인의 영지를 노릴 생각을 못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영지를 넓힐 수는 있지요.”
얀 백작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가 원하는 것은 중앙 진출이었기 때문이었다.
“안 좋은 일 있으십니까?”
“잠시 실례하겠소.”
그리고 얀 백작은 물러났다.
“저 멍청한 돼지 녀석, 왕좌를 노리는 주제에 이러한 정보도 모른단 말인가? 그렇다면 저 녀석이 오면서 이상한 웃음을 지은 이유가 자신의 딸을 이용해서 중앙에 진출할 생각을 한 건가?”
알베르트 백작이 말했다.
“주제를 모르고 개나 소나 왕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지, 그만큼 오토 2세의 영향이 너무 막강했고 그렇기에 그의 빈자리도 더욱 큰 것이지. 게다가 제국의 속국이었던 공국을 왕국으로 격상시켰으니, 한물간 귀족 출신이었던 자가 당당한 자주국의 귀족이 되어 벼락출세한 것이니, 이왕 출세한 김에 왕좌도 노리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저놈, 왕국의 백작이 된 후 외국과의 무역량이 늘렸다지?”
“네, 타 왕국들의 법령은 제국과 제국의 속국인 나라들에게 높은 관세를 매기니까요.”
“내가 저놈을 위해서 싸웠다니 정말 화가나 미치겠군.”
“그나저나 저놈, 돼지 냄새가 심하군요.”
“그래, 분명 향수를 바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악취가 나는 거지?”
그러면서 헤르만 공작과 알베르트 백작은 향내 나는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내가 왕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저놈만큼은 절대 왕이 되지 못하게 할 거야.”
“동감입니다.”
“그나저나 후계자의 저 제복, 상당히 멋있군.”
헤르만 공작이 알렉산더를 가리키며 말해다.
“그러게요. 저 옷은 어느 나라 양식이지요?”
“나도 모르겠군.”
“알아 두는 게 좋겠군요. 우리 기사들의 제복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잘 봐 뒀다가 집에서 도안을 그려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