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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14화)
제6장 수석총을 만들다(1)


“네 결혼식은 넉 달 뒤에 치러질 예정이다.”
크리스토프가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하아, 그런데…….”
“자아, 그러면 토해 내 봐. 니네 세계 기술.”
알렉산더는 어이가 없었다. 마법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난데없이 크리스토프의 손에 잡혀 이상한 곳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하아, 그러니까 그렇게 무작정 말한다고 나오는 게 아닌데. 그것보다 여기는 어디야? 지하인 건 확실한데 문도 없고.”
“그야 당연하지 여기는 내 연구소니까. 지하 200미터에 있는 암반을 파내서 만든 거다. 게다가 연구소를 만든 후 도로 묻어 버렸지. 그래서 여기서 나가려면 내 텔레포트밖에 없다고.”
“헉, 그러면 환기는 어떡하고? 애초에 산소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여튼 니네 기술 중 우리 세계에서 쓸 만한 것을 빨리 가르쳐 줘 봐. 지금은 비상시국이라고. 우리 국경 쪽으로 얀텐 제국의 군대가 증가되고 있고 제국의 사신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얼마 안 있으면 전쟁이 일어날 거야.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신무기가 필요해.”
“아, 알겠으니까 이 손 좀 놓고 말해.”
알렉산더가 크리스토프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가 전에 생각해 둔 게 있는데…….”
“무엇이냐?!”
“우리 군대에 화승총이 있으면 화승총이랑 총알, 화약 좀…….”
“다녀오지!”
크리스토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텔레포트했네. 승질 급하긴.”
잠시 후 크리스토프가 화승총과 총알이 든 주머니, 화약이 담긴 소뿔로 된 화약 주머니를 가지고 왔다.
“자, 가지고 왔다!”
그가 소리쳤다. 알렉산더가 그것을 받아 종이로 넘치는 탁상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실은 전부터 이 나라의 총을 한번 개조해 볼까 생각했었거든.”
“오오∼ 그렇다면 기관총을 만들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해. 난 그거 만드는 법도 모르거든.”
“그러면?”
“수석식 총을 만들어 볼까 해서.”
“수석식?”
“음, 그 전에 이 총 좀 쏴 보고.”
그리고 알렉산더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동그란 총알 하나를 꺼냈다. 화승총의 발사 순서는 매우 복잡한데 먼저 약실에 화약을 일정량 넣고 총알을 넣은 후 꽂을대로 다진다. 그런 다음 약실에 소량의 화약을 넣는 후. 약실을 닫아 준다. 이때 잔여 화약이 남아 발사 시 불꽃이 튀어 눈을 상할 수 있기에 꼭 불어 준다. 그런 후 불붙은 화승을 불어 잘 타게 해 준 다음에 걸려 있는 화승 걸이를 후퇴 고정시킨 뒤 약실을 연 후 견착 하여 표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이때 화승을 손으로 잡아 주지 않으면 총이 발사되면서 화승도 날아갈 수 있기에 화승을 잡아 줘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면 화승걸이가 앞으로 움직여 불붙은 심지의 끝을 화약 접시의 화약에 접촉시키고 그로 인해 약실의 화약이 폭발하여 그 불꽃이 총열 안의 주 화약에 들어가면서 총열의 주화약이 폭발하여 총알을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펑!
풍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화승총이 발사됐다.
“콜록콜록!”
알렉산더가 화약 연기에 기침을 했다.
“나쁘지는 않네, 허나…….”
화승총의 단점은 장전이 복잡했다. 그리고 까다롭다. 적군이 몰려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장전하는데 빠르면 1분 이내, 느리면 2분 이내로 걸리는 화승총으로는 연사가 불가능했다.
그럴 바에는 화살을 쏘는 게 연사력이 더욱 뛰어났다. 알렉산더가 살던 세계에서 화승총을 사용했던 시기에 창병을 운용해 적군의 접근을 막으면서까지 애써 화승총을 운용한 이유가 바로 화승총의 위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쪽 세계에서 마법진으로 갑옷을 강화한다든가 미스릴이라는 알렉산더가 사는 세계에는 없는 금속을 이용해 총알을 튕겨 내니 화약 무기가 그 빛을 잃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이쪽 세계는 활의 재료가 엘프목이라던가 오크, 오우거의 심줄 등 알렉산더가 살던 세계에 없던 재료로 만들어 더욱 뛰어난 편이었다.
알렉산더가 수석식 총에 대한 개념을 크리스토프에게 설명했다. 수석식 총 또한 화승총처럼 복잡한 장전 방식이지만, 화승총보다는 장전이 쉽고 화승의 불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게다가 비 오는 날에 화승이 젖어 쓸 수 없는 화승총에 비해 약실 덮개만 잘 관리하면 발사가 가능했다.
“호오, 그렇군, 부싯돌로 총을 발사한다라……. 생각도 못해 본 방법이네. 설계도를 그릴 수 있어?”
“응. 대충은 알아 내가 예전에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았거든. 그리고 총열을 늘려야 돼. 이건 너무 짧아. 총의 전체 길이가 73센티밖에 안 되잖아? 1미터 40센티로 늘려. 삽입식 총검이라는 건데, 총을 쏜 후 단병전에 대비한 거야. 이 총검을 장착하면 총을 단창으로 쓸 수도 있지.”
“오호, 그렇군. 그렇다면 설계 도면을 그려 줘 봐. 대략 기본적인 개념은 알았으니까. 네가 잘 모른다 해도 내가 연구해서 만들어 주지.”
“알겠어.”
알렉산더가 자와 깃펜을 이용해 설계도를 그려 나갔다. 하지만 그의 설계도는 일반 수석식 총과 다른 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총알이었다. 기존에 있던 총알은 쇠구슬의 모양이었는데 알렉산더는 샷건류에 쓰이는 슬러그탄(멧돼지 잡이용 샷건탄, 라이플총 대용품으로 쓰인다. 총알 자체에 강선이 있어 유효 사정거리는 150미터 정도이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는 수석식 총에는 가늠쇠만 있는 것을 가늠좌까지 추가했다. 그의 설계대로라면 장전속도는 45초, 사정거리가 150미터 유효 사정거리는 100미터나 되고 명중률이 뛰어난 총으로 완성된다. 기존의 화승총의 장전 속도가 70초, 유효 사정거리가 50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총이 될 것이다.
“흐음, 강선이라, 왕국의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들에게 한번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군, 안 된다면 내가 연구를 하고.”
크리스토프가 알렉산더가 보여 준 설계도를 보며 말했다.
“좋아, 쓸 만하군, 내일까지 만들어 볼 테니까 내일 보자고.”
“그, 그러면 내 마법 수업은?”
“지금 네 수업이 문제야? 막스에게 잘 배우는 것 같은데. 마법은 나중에 해 봐.”
“으…… 망할 놈.”
알렉산더가 작게 욕을 했다.
“남 욕 할 때는 안 들리게 해.”
그런 알렉산더에게 크리스토프가 핀잔을 날렸다.

***

다음 날 알렉산더는 다시 크리스토프의 손에 잡혀 연구실로 텔레포트했다.
“자아, 네 설계도대로 만들었다.”
크리스토프가 그에게 수석총을 주며 말했다.
“현재 대장장이들의 기술로는 강선이 있는 총알을 못 만든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의 연금술로 만들어 냈지.”
크리스토프가 총알을 보여 주며 말했다. 총알은 그의 설계대로 드라이버 같은 나사선이 파여 있었다.
“호오, 좋아. 잘 만들었네.”
총은 무게감이 상당했지만(4.7킬로그램).
“나사나 볼트, 이건 맨 처음에 연금술로 만들었지만 이것을 이용해 거푸집을 만들고 대량생산할 거다.”
“규격대로 만들어야 해. 안 그러면 대량생산이 힘들어.”
“알아, 그리고 그렇게 할 거고. 일단 쏴 봐.”
“응,”
알렉산더가 기름종이에 포장된 화약 봉지를 입으로 뜯었다. 화약 종이의 화약양은 총을 발사할 때에 필요한 일정량이 들어 있어 매우 편하다.
혀에 기름종이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났다. 뜯은 화약 봉지의 화약을 약실에 넣고 약실 덮개를 닫았다.
총구를 통해 나머지 화약을 넣은 후 화약 봉지를 총구에 넣고 총알을 넣었다. 그 후 꽂을대로 꾹꾹 다졌다. 그리고 부싯돌이 든 방아틀뭉치를 뒤로 당겼다. 발사 준비가 끝난 것이다.
“표적은 저기 있다.”
크리스토프가 연구실 맨 끝에 있는 갑옷을 보여 주었다. 전부 다 플레이트메일로 이루어진 갑옷이었는데, 고성에 전시된 갑옷처럼 사람은 없고 갑옷만 서 있는 상태였다.
“맨 왼쪽 것이 일반 갑옷, 그다음이 마법으로 강화된 갑옷, 그다음은 미스릴이 함유된 갑옷. 그다음은 미스릴이 함유된 갑옷에 강화 마법을 건 거다.”
“미스릴로만 된 갑옷은 없어?”
“없어 인마. 비싼 것을 어디서 그렇게 많이 구해? 다른 나라에 가면 있겠지만, 미스릴 자체가 고가라서 기사단급 아니면 입지도 않아. 하물며 오리하르콘도 마찬가지야. 그건 얀텐 제국에만 광산을 1개 가지고 있지. 아무튼 쏴 봐 맨 왼쪽 갑옷부터. 참고로 거리는 거기 흰 줄 기준으로 100미터다.”
“알겠어.”
알렉산더가 일반 갑옷을 향해 조준을 했다. 가늠쇠 가늠좌를 통해 갑옷의 흉부에 조준했다. 그리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방아쇠가 당겨지자 방아틀뭉치가 앞으로 내려가면서 불꽃을 일으켰고 그 불꽃은 약실의 화약을 점화 했다.
펑!
큰 소리와 함께 수많은 연기가 나오며 총알이 발사되었고 총은 갑옷의 흉부를 뚫었다. 물론 알렉산더의 조준이 형편없어 5번이나 쏴야 했지만.
“흠, 그래. 돈 없는 영지의 기사나 돈 많은 영지의 수련기사, 평기사 정도는 충분히 잡겠군. 물론 이것은 화승총으로도 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기니까. 뭐, 아무튼 그다음 것도 쏴 봐.”
“알겠어.”
알렉산더가 총을 장전하고 이번에는 마법으로 강화된 갑옷을 조준했다.
펑!
하지만 총알은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튕겨 나가 관통되지 못했다. 그 후 70미터에서 총알이 관통되었다.
“이거 불안하군. 뭐, 여태까지는 이런 갑옷은 1미터 이내에서 쏴도 뚫지는 못했지만, 괜찮은 성과야. 다음.”
미스릴이 함유된 갑옷은 30미터 내에서 관통되었고, 그것에 강화 마법을 건 갑옷은 1미터에서 쐈는데도 불구하고 관통되지 못했다.
“도대체 미스릴이라는 것을 얼마나 단단한 거지?”
알렉산더가 물었다.
“흐음, 미스릴로 이 정도면 오리하르콘이나 샤라티어니움이랑 하르, 미디엄샤일러 합금으로 된 갑옷으로도 조금 위험하겠군.”
“자, 잠깐! 그 금속 이름은 뭐야? 난 처음 들어.”
“몰라도 돼.”
“왜?”
“내가 설명하기 귀찮거든.”
“…….”
알렉산더가 크리스토프를 도끼눈으로 노려보았다.
“뭐, 아무튼 미스릴이 든 갑옷을 쓰는 기사단은 일반 기사들에 비해서 많지 않으니까 됐어, 괜찮아. 아무튼 놀라운 성과야.”
크리스토프는 알렉산더를 애써 무시하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총검을 끼워 봐.”
“아, 그래.”
알렉산더가 30센티나 되는 스파이크식(송곳 형태 양날 검이다.) 총검을 총구에 끼웠다. 총검에는 총부리 위에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총검을 장착하면 따로 손으로 만지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다. 총검을 끼우자, 총의 길이는 1미터 70센티로 늘어났다. 단창 정도의 크기가 된 것이었다.
“총검술은 병사들에게 단창술을 가르쳐 주면 될 거야.”
“총병이 되었다가 총검을 끼우면 단창병이 되서 싸울 수 있다라…… 좋은 방법이군. 야, 근데 이것으로 군 부대를 운영하는 법은 알아?”
“잘 알고 있지.”
알렉산더가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