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17화)
제7장 몬스터 토벌(2)


“우어어어어어!”
트롤 3마리가 병사들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조준!”
“아아아아악!”
병사들이 이에 맞서 악을 썼다. 그리고 트롤들의 머리를 각자 조준했다.
“발사아!”
장교들도 이에 질세라 고함을 질렀다. 기세 싸움이 매우 중요했다. 몬스터들이 기세에 눌려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인간들의 기세가 눌린다면 몬스터들의 공격성은 더욱 강해지기에 매우 중요하다.
퍼버버버벙!
총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쿠어억!”
트롤 두 마리의 머리가 분쇄되어 떨어져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300발의 총알이 3곳을 향해 발사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만큼 병사들의 조준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다. 하지만,
“구어어어!”
살아남은 트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쿵쿵 발소리를 울리며 뛰어왔다. 그 트롤의 얼굴은 검정 피와 상처들로 가득했다. 일부 몇 발은 맞았다지만, 뇌를 건드리지 못해 재생되고 있었다.
“가운데에 있던 트롤 조준했던 새끼들 누구야?!”
“장전하라! 장전!”
하지만 트롤의 발걸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이런 제길!”
타워실드를 든 방패병들이 비명을 질렀다.
트롤이 자신의 육중한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병사들을 향해 내리치려고 할 때였다.
서겅!
방망이를 든 트롤의 손목이 잘려 나갔다.
“우어?”
트롤은 맨 처음 자신이 팔이 잘려 나간 줄도 몰랐다. 그러나 곧 자신의 잘린 손목을 바라보았다.
“우어어어억!”
그제야 고통이 느껴지는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이내 손은 다시 자라났다.
뚝뚝.
막스의 검에서 트롤의 검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의 주위로 근위기사 3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
“놈을 처리한다.”
“넷!”
막스와 기사들이 흩어져서 트롤의 사방을 감쌌다.
“오오, 근위기사들이다.”
“힘내라!”
절망으로 가득하던 병사들의 얼굴에서 환희가 떠올랐다.
막스의 검이 백금색으로 물들었다. 다른 기사들의 검은 검날만 각자의 색으로 물들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소드 익스퍼트 상급과 중급의 차이었다.
“우워어어!”
트롤이 자신의 거대한 주먹으로 막스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막스는 점프해서 단번에 피해 냈다.
쿵!
땅과 트롤의 주먹이 부딪치면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땅이 깊게 파였다.
“하앗!”
그사이에 나머지 기사들이 달려들어 트롤의 몸을 베었지만, 막스처럼 쉽게 자르지는 못 했다. 대신 고통스러운 신경들로 가득한 명치만 노렸다.
“쿠워억!”
한 기사에 의해 아킬레스를 잘린 트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재생되었다.
화가 날 때로 난 트롤이 무자비하게 기사들에게 주먹을 내리쳤지만, 트롤이 내리칠 때마다 기사들은 자꾸 트롤의 명치를 잘라 트롤이 지치게 만들었다.
“쿠으으.”
이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지친 트롤은 자리에서 주저앉더니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막스가 트롤의 머리 위에 올라갔다. 트롤은 지친 나머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푹!
막스가 트롤의 정수리에 검을 집어넣었다. 단단한 껍질을 깨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부드럽고 깊숙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트롤은 절명했다.
“우와!”
“역시 기사들이야!”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막스가 병사들의 환호성에 보답하기 위해 검은 피로 물든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덕에 병사들의 환호성 또한 커져 갔다.
쿵!
“어?”
거대한 발소리에 병사들의 환호성이 그쳤다.
“뭐야, 설마…….”
“총알을 장전하라!”
장교들이 소리쳤다. 병사들이 서둘러 총을 장전했다.
“발소리가 틀려.”
알렉산더가 중얼거렸다.
쿵쿵쿵쿵쿵!
발소리 또한 매우 빨랐다. 고블린이나 오크같이 자잘한 몬스터들은 아까 전보다 더욱 혼비백산하였다.
“제길, 이거 느낌이 좋지 않은데?”
빌헬름도 검을 뽑았고 알렉산더도 검을 뽑으며 투구의 얼굴 가리개를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발소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저건?”
누런 살색의 거인, 키는 트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인간과 매우 비슷하지만, 인간과 다른 풍채,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큰 주먹, 사자의 갈기처럼 난 기다란 갈색 머리카락.
“오 제기랄, 오우거다!”
병사들이 소리쳤다. 숲의 포식자, 먹이사슬의 정점, 육식동물, 초식동물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현존하는 육상 최강의 몬스터.
“오우거를 향해 조준하라!”
“쿠어어어어어억!”
오우거가 입을 쫙 벌려 포효하였다. 트롤의 소리보다 더욱 큰 소리였다.
“발사!”
퍼버버버버벙!
입을 벌려 포효하는 오우거를 향해 병사들이 수석총을 발사했다.
“쿠어어어어억!”
오우거의 전신에 600발의 총알이 박혔다. 오우거는 그대로 서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쓰러졌다.
“이예!”
“아하하하하! 어떠냐?! 이놈아!”
병사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했고, 장교들과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우거도 별거 아니잖아!”
“것보다 이 총 좋은데?! 석궁으로 했어도 잡지 못했을 거야.”
쿵!
오우거의 팔이 땅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환호성이 사라졌다.
피로 얼룩진 오우거가 일어났다. 눈에는 붉은 안광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동공은 하늘을 보고 있었고 움직이질 않았다. 입 또한 혀가 튀어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입안으로 넣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또 그 오거가 움직이는 것이 마치…….
“좀비 같잖아?”
‘게다가 저 오우거 몸에서 이상한 마나가의 기운이 느껴진다. 예사 오우거가 아니야.’
“라그나 드라이브?!”
누군가 소리쳤다. 통신용 수정구를 가지고 있던 마법사였다.
“무슨 소리이지?”
“6서클 흑마법 라그나 드라이브입니다! 갓 죽은 따끈한 시체를 부활시키는 흑마법으로서 좀비 스스로가 생전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술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마법입니다! 그 특징으로 저 붉은색 안광입니다.”
‘갓 죽은 따끈한 시체’라는 말이 걸렸지만, 근위기사들이 알렉산더를 앞에 서서 감쌌다.
“이런! 후계자님을 호위하라!”
막스와 빌헬름이 소리쳤다.
오우거가 도약하였다. 얼마나 높이 뛰었는지 태양이 그것의 등에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알렉산더가 말을 몰아 뒤로 피하였다. 하지만 이미 오우거의 그림자가 엄습한 이후였다.
오우거가 알렉산더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제길!”
알렉산더가 검을 뽑아 오우거의 주먹을 향해 쭉 뻗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마나를 검에 실었다.
‘이런 바보같이, 내 검으론 저것을 자를 수 없어. 자른다고 해도 몸무게가 몇 톤 나갈 것 같은 몬스터인데.’
생각을 마친 후 알렉산더는 검을 뻗는 것을 멈추고 서클을 움직였다.
“매직 미사일!”
알렉산더 등 뒤로 공기를 압축해서 발사하는 매직 미사일 5발이 나와 오우거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퍼버버벅.
오우거의 면상이 일그러졌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오우거는 눈을 감았다.
“히익!”
알렉산더가 말에서 몸을 날려 뛰어 내렸다.
쿵!
오우거의 몸뚱이가 그대로 말을 향해 떨어졌다. 말은…… 아무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우거는 매우 높이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착지하지 못했기에 온몸이 으스러져 움직이지 못하였다.
“우으윽!”
알렉산더가 검을 땅에 박아 의지한 채 일어났다. 갑옷이 무거웠지만, 그런대로 일어날 수 있었다.
“후계자님!”
분노에 휩싸인 근위기사들이 말을 타고 땅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오우거의 사지를 토막 내었다.
“이건 암살 음모야! 트롤도 그렇고 이 오우거는 대체? 오우거는 이 지방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가 아니야! 깊은 산에서 사는 몬스터가 이리로 올 리 없어! 게다가 그 마법! 감히 왕가의 후손을 죽이려고 하다니! 제 2대대는 방패를 두고 숲 속으로 들어가서 수색하라! 제 1대대도 총알을 장전하는 즉시 수색에 들어가라! 근처에 마법사가 있을 것이다! 어서!”
빌헬름이 입에 게거품을 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6서클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라면 이미 도망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병사들이 얼른 숲으로 들어갔다.
“괜찮으십니까?”
빌헬름이 알렉산더의 투구를 벗기며 물었다.
“난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이나 봐.”
알렉산더가 말했다.
“후계자님.”
막스도 왔다.
“반드시 잡아.”
“네.”
“솔직히 그것은 무리입니다.”
빌헬름이 주위를 보며 말했다.
“방금 그것은 6서클 마법입니다. 6서클 마법사의 마법이라면 이미 저희 추격권을 벗어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제길!”
알렉산더가 땅을 내리쳤다.
“죽을 뻔했잖아. 망할 자식 아직 태어난 지 20년도 안 됐는데 벌써 죽을 순 없지. 사상자는?”
알렉산더가 물었다.
“없습니다.”
“좋아, 대충 추격하는 척하다가 그만 진지를 물려라. 잡은 몬스터들은 전부 해체해서 담아라.”
“알겠습니다.”
“후계자님, 죄송합니다.”
막스가 말했다.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어 죽을 기세였다.
“저를 죽여…….”
“됐어. 다음부터 잘 호위하면 되잖아. 일단 살았으니 된 거야.”
알렉산더가 막스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제 4대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합니다.”
통신 마법사가 말했다.
“예거들도 오고 있군요. 아무래도 오늘 밤에 있을 저녁 바비큐 파티는…….”
“아니, 그대로 실행해.”
알렉산더가 빌헬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네? 하지만…….”
“됐어. 이건 자존심 문제야. 이번 일을 가지고 꼬리 내리고 왕궁으로 들어가면 그놈들이 날 어떻게 보겠어? 그리고 지금 구사일생으로 살았으니 한잔 하고 싶어. 태연한 척하는 거 잊지 마.”
“네.”
“이 무거운 갑옷 좀 벗고 싶으니까. 시종 좀 불러.”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막스는 시종을 부르러 떠났다.
“아나, 열 받아서 정말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싶군.”
“곧 파티를 준비하겠습니다.”
“응. 그런데…….”
“네?”
“배후가 누굴까?”
알렉산더가 물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헤르만 공작이 아닐까?”
알렉산더가 물었다. 전에 수업을 들을 때 알렉산더가 없었으면 헤르만 공작이 왕이 되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닙니다. 헤르만 공작은 기사도 정신이 매우 투철해서 그런 짓을 꾸밀 위인이 못 됩니다.”
“그러면 누굴까…….”
알렉산더는 고민에 휩싸였다.
“누굴까?”
“크리스토프 후작에게 물어보십시오. 그가 정보에 대해선 빠삭하니까 알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빠삭이라, 백작도 그런 말을 쓸 줄 아네.”
“아, 아니 저는…….”
“후후후, 그러면 난 막사에 들어가서 쉬고 있지. 마음 좀 진정시키자고.”
“네.”
알렉산더는 막사로 들어가 시종이 갑옷을 벗겨 주는 것이 끝나자마자 간이침대에 누웠다.
‘어떤 놈일까?’
알렉산더는 의문에 잠겼다.
‘만약에 잡힌다면 내 손으로 직접 능지처참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