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18화)
제7장 몬스터 토벌(3)
***
몬스터 토벌에 있었던 후계자 암살 사건이 미수로 끝난 후 알렉산더는 새로운 말을 타고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수정구를 들고 있던 통신 마법사가 통신을 끝냈다.
“무슨 일이지?”
알렉산더가 물었다.
“수도에서 얀텐 제국의 사신이 입성했다고 합니다.”
“그래?”
알렉산더는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쁜데 얀텐 제국에서 사신이 왔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더 나빠졌다.
‘그 사신단 놈들이 그랬나?’
하지만 이내 그는 그 생각을 지웠다. 다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흥, 건방진 놈들. 5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해 오던 것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사신을 파견한 거지?”
빌헬름이 말했다.
“전에 아르니아 공주에게 말한 것처럼 말씀해 주십시오.”
빌헬름이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알렉산더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어때? 수석총으로 전투에 임한 효과는? 아니 써 본 병사들의 소감은?”
“지금 설문지를 돌렸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결과에 따라 제 5대대도 석궁에서 수석총으로 교체할까 합니다.”
“좋아.”
알렉산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도가 보입니다.”
막스가 말했다. 막스의 말대로 알렉산더의 시아에 지평선 너머 보이는 성이 보였다.
“아, 도착했군. 속도를 높여 볼까?”
“네.”
“속도를 높여라!”
“옛!”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높아졌다.
***
“언제 온다냐?”
크리스토프가 재상실에서 서성거리며 말했다.
“사신 녀석들이 광장에 들어섰을 때 사형식을 집행한 덕분에 지금 간담이 서늘할 것인데. 되도록 천천히 와야 좋을 텐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놈들이 초조해할 테니까.”
“후계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이런 망할 것, 빨리도 왔네.”
시종의 말에 크리스토프가 혀를 찼다.
“후계자님을 일단 알현실에 모시도록. 사신들이 그를 보고 싶어 하니까.”
“네.”
“아, 그 전에 후계자님의 옷을 지난번 그 제복으로 입히도록. 근위기사단이랑 막스에게도.”
“네.”
시종이 물러난 후 크리스토프가 창가를 보았다. 왕궁의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알렉산더가 보였다.
“자아, 그러면 알렉산더, 네 외교적 능력을 보자. 지난번 아르니아의 공주를 눌러 주는 것은 좋았지만 아르니아의 공주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아르니아에게는 너의 입담이 전해지지 않았으니까. 이번에 얀텐 제국을 한 방 먹이면 전해지겠지. 게다가 얀텐 제국은 우리의 원수나 다름없다고. 자아, 알렉산더, 내 기대를 저 버리지 말도록.”
말에서 내리는 알렉산더를 보며 크리스토프가 중얼거렸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으흐흐흐흐∼”
음침하게 웃으며 크리스토프가 재상실에서 나왔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시녀와 시종들이 몸서리를 쳤다.
“또 무슨 일이 있나?”
“그러게.”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시녀와 시종들이 수군거렸다.
***
“이건 뭐야?”
알렉산더가 시종에게 물었다. 그것은 자신의 제복이었다.
“이것을 왜 가져왔어?”
“재상께서 이것으로 갈아입으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적국의 사신이 왔는데? 그런데 이런 예복을 입어야 한다고?”
“네.”
알렉산더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 덕분에 시종만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그딴 놈들에게 예의를 다 갖출 필요는…….”
“하, 하지만 저희가 문명국인 이상 타국의 사신을 내쫓을 순 없습니다.”
“이런……! 좋아, 입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근위기사들에게도 제복이 주어졌다.
“여러분들도 입으셔야 합니다. 근위기사들의 신형 제복입니다.”
“음?”
알렉산더가 근위기사들의 제복을 보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똑같았지만, 그들의 제복은 검은색 옷감에 단추와 견장들이 흰색이나 은실 자수로 되어 있었다.
‘과시욕인가? 아니면 기죽이기 위해서인가?’
근위기사들이 제복을 갈아입자, 그럴듯해 보였다.
“제복 한번 멋있군.”
알렉산더가 막스의 제복을 보며 말했다. 막스의 제복에는 훈장이 한 다스나 달려 있었다.
“그러면 가 볼까?”
“네.”
알현실로 걸어가는 도중 복도에서 알렉산더가 크리스토프를 만났다.
“적국인 이상, 정식으로 알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알현실은 너와 막스, 근위기사들만 들어갈 거야. 들어가서 그놈들의 콧대를 찍어 눌러 버려.”
“알겠어.”
“밖에서 듣고 있을게.”
알현실 입구에 도착하자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응.”
그리고 알렉산더가 알현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단상 위에 서고 그 아래에 막스가, 알현실의 좌우에는 근위기사들이 섰다. 그들은 모두 칼을 찬 상태였다.
“사신들을 들여보내라.”
“네.”
시종이 답한 후 알현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이 들어왔다. 그들 중 하나는 안절부절못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그의 손에는 비단으로 감싼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들어왔는데. 그것 때문에 알렉산더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화려한 제복을 입은 알렉산더와 근위기사들을 보고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미하일 폰 하르트 자작입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답하지 않았다.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선대 국왕이신 오토 2세의 죽음을 애…….”
“아, 그건 고마운데 잡설은 그만하고 바쁜 시간에 겨우 짬을 내서 예복을 입고 이 자리에 섰으니까. 얼른 본론만 말하고 곱게 가라.”
알렉산더가 말했다. 외교 규정을 모두 무시한 처사였다. 그의 말에 비단 봉투를 들고 있던 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잡혔다.
“아, 빨리해. 시간 없어.”
“크흠! 아룬 왕국은 제국의 보호에서 벗어나더니 문명이 퇴보했군요. 왕국의 왕이라는 자가 상스러운 말을 쓰다니요. 역시 이 나라는 제국의 보호를 받던 때가 발전하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허나 이제 야만스러운 왕이 즉위할 것이니 이 나라도 곧 멸망하겠군요.”
그가 말했다. 제국의 보호라는 말에 알렉산더의 이마에도 핏줄이 잡혔다.
“오호, 그게 끝인가? 제국의 황제라는 자가 겨우 그런 말을 전하기 위해 너 따위를 보냈단 말인가? 아무튼 잘 들었으니 이만 난 가 보겠다.”
그러더니 알렉산더가 성큼성큼 걸어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사신들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막스와 근위기사들도 따라 나갔다.
“음? 왜 벌써 나온 것이냐?”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는 마구 웃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응, 이제 너 아니면 예부 대신이 나서서 저들에게 역정을 퍼부으며 날 설득시키겠다고 말을 하고 난 후 내가 다시 알현실에 들어가면 저놈들이 무서워서 오줌을 지리게 해 주겠어.”
알렉산더가 말했다.
“호오, 좋은 방법이군.”
“저놈들 확실히 오만하더군. 알현실에 들어오는데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들어오더라.”
“아마 그럴 만도 하지. 저 사절단은 우리 왕국 보고 제국에 복속하라는 사절단일 거야. 8서클 마법사인 오토 2세가 죽었으니 이제 우리가 속 빈 강정으로 보이는 것이겠지.”
“우리가 속이 빈 강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거야. 사신들이 머무는 곳에 칼을 찬 근위기사들을 배치하고 특히 인상 험악한 것들로 배치해.”
“알겠어.”
“그러면 저놈들은 내일 저녁에 보도록 하지.”
그리고 알렉산더는 침실로 갔다. 새벽부터 말을 탔기 때문에 매우 졸렸다. 잠을 자고 싶었던 것이었다.
***
쿵!
주먹이 책상을 내리찍었다. 사신단 대표인 미하일이었다.
“오만방자하고 불손한 녀석.”
그가 말했다.
“뭘 믿고…… 감히 폐하의 친서를 받을 생각도 안 하다니.”
그는 생각할수록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자신들에게 복속된 공국들보다 조금 나은 군사력밖에 안 가진 아룬 왕국의 왕인 오토 2세가 죽은 지금, 그들은 풍전등화 같은 운명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왔는데 오히려 오만하게 구니까 이상했다.
“전쟁을 하자는 건가. 이 따위 나라쯤은 금방 처리하고도 남는데.”
“미하일 자작.”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남자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파울루스 폰 마자렉 남작, 부사신으로 온 자였다.
“여기는 뭔가 상황이 안 좋습니다. 우리가 오는 것에 맞춰 광장에서 사형식을 거행하는 것도 그렇고, 칼을 찬 기사들이 지키는 것도 그렇고…….”
“그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국과 전쟁을 한 나라입니다. 우리를 증오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가지고 온 친서를 보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건 걱정 마십시오. 외교관례상 절대로 사신을 베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걱정 마시라니까요.”
‘나 참, 이렇게 나약한 자를 부사신으로 데리고 오니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는 거지.’
미하일은 속으로 파울루스를 욕하였다.
“아무튼 재상 크리스토프가 후계자를 설득했다니까 내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이 친서를 전하고 그들이 거부하면 전쟁을 하면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