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19화)
제7장 몬스터 토벌(4)
***
다음 날 알현실에서 1시간 동안 기다리게 만든 후 알렉산더와 막스, 근위기사들이 들어왔다.
“황제의 사신을 이리 오래 기다리…….”
“잠시 차 좀 마시고 왔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 말에 사신들은 입을 딱 벌렸다. 정말 건방져도 너무나 건방졌기 때문이었다.
“친서 내놔 봐.”
알렉산더가 손을 뻗어 말했다.
“…….”
여전히 무례한 태도에 미하일을 친서를 꾹 손으로 붙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이것은 제국의 자존심 문제였다. 절대 이렇게 줄 수 없었다.
“왜? 주지 않고?”
“황제 폐하의 친서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드릴 수…….”
까딱.
알렉산더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막스가 가서 미하일에게서 친서를 빼앗았다.
“무, 무슨 짓입니까?”
미하일이 소리쳤다.
“달라는데 안 주기에 빨리 일 좀 끝내려고.”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리고 손으로 비단 봉투를 뜯은 후 친서를 꺼냈다. 그리고 직접 큰 소리로 읽으려고 했다.
“그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알렉산더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드디어 먹힌 건가? 복속되지 않는 한 제국과 전쟁이다. 과연 이제 어떻게 나올까?’
알렉산더의 얼굴이 굳어지자 미하일이 쾌재를 불렀다.
쫘악!
알렉산더가 종이를 찢어 버렸다.
“아앗! 무슨 짓이냐?!”
미하일이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친서를 찢다니!”
“역시 가치 없는 것을 보니 기분이 더럽군.”
알렉산더가 말했다.
“제국이 우리 보고 다시 자신들에게 복속되라는군.”
알렉산더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하하하하!”
“주제에?”
근위기사들이 웃어 댔다.
‘허참……. 기가 막혀서…….’
미하일은 이들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됐다.
“지난 전쟁 때 우리 제국을 이겼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
“시끄럽다. 그렇다면 답장을 보내도록 하지. 복속되지 않겠다면 전쟁이라고 했으니…… 근데 이놈들 웃기는군. 자신들이 대륙 중앙에 위치했다고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니까 말이야.”
“당신들의 마법왕 오토 2세는 이미 죽었소! 허세는 그만 부리고 신민들을 위해서라도 항복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지금 국경에 배치된 우리의 군사만 해도 4만 명이 넘소!”
미하일이 언성을 높이며 알렉산더를 협박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아악, 말이 안 통하잖아!’
미하일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나, 전쟁이라……. 이거 좀 힘들겠는데?”
“조금 힘들겠다니?! 정말 전쟁을 원하는 것이오? 당신은 살인귀란 말인가?!”
미하일이 언성은 높였다.
“전쟁을 하자고 한 건 너희잖아.”
알렉산더가 말했다.
“뭐 아무튼 니네 황제에게 답장을 해야겠지. 궤짝을 2개 가지고 와라.”
“네.”
근위기사가 알현실은 나가 조금 뒤 꽤 커다란 궤짝을 가지고 왔다.
“저 둘의 목을 베어 넣고 썩지 않게 소금을 가득 부어라.”
“뭣!”
미하일이 꽥 비명을 질렀다.
“사, 사신을 죽인다니 여태까지 이런 일은 없었소!”
미하일이 소리를 쳤다.
“아∼ 역시, 사신으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
파울루스가 뒤로 넘어갔다. 기절한 것이었다.
“여태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니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있도록 하지. 어서 베어 버려.”
“네.”
막스가 검을 뽑았다. 미하일의 사지는 이미 근위기사들에게 잡힌 뒤였다.
“우린 귀족이요! 귀족은 절대 사형을 시키지 않고…….”
“몸값을 돌려받고 풀어 주는 건 아는데, 내가 싫어. 너희 머리만 보내면 황제의 간담이 서늘하지 않겠어? 집행해.”
“아, 안 돼.”
근위기사들이 미하일의 무릎을 꿇려 상체를 구부리게 해 목덜미가 잘 보이게 만들었다. 그 옆에 막스가 서서 검을 들어 올렸다. 또 미하일의 머리 밑에 머리를 받기 위한 궤짝을 놓았다.
“하아아아압!”
막스가 기합을 크게 주었다.
“으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후 미하일이 그대로 고개를 바닥에 쳐 박고 말았다. 입에서 게거품이 나는 것을 보니 기절한 것이었다.
“푸하하하하!”
“멍청한 놈들, 여기 이 자식 오줌 지렸다.”
“밖에 마차에 대기 중인 수행원들에게 버리고 와라.”
알렉산더의 말에 근위기사들이 기절한 사신들을 끌고 나갔다. 그리고 막스와 그만 남게 되었다.
“결국 전쟁인가…….”
알렉산더가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전쟁을 할 순 없을 거다.”
크리스토프가 알현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왜지?”
“레이번 왕국이 얀텐 제국의 국경을 공격했다. 덕분에 제국의 수도에서 우리 쪽 국경으로 오던 군대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군.”
“그래? 잘됐네.”
“현재 우리 쪽 국경에 배치된 제국군의 숫자는 2만, 사신 녀석이 개소리를 지껄인 거야. 2만 정도의 군대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물론 우리 주변에 제국에 복속된 공국들이 있지만 그들은 형편상 군대를 일으킬 수 있는 세력이 아니야.”
“일단 군대에 신총을 보급을 서두르는 것이 시급하겠어.”
“응, 이제부터 대장장이들을 달달 볶아야겠지. 그러고 보니 빌헬름에게 들어 보니 몬스터 토벌을 갔을 때 무슨 일 있었다며?”
“아 맞다, 있고 있었네.”
알렉산더가 어제 일을 설명해 주었다.
“이런! 그건 분명 얀 백작일 거다.”
“얀 백작?”
“서쪽 귀족들의 수장이지, 왕의 자리를 노리는 놈이야. 최근에 그놈이 6서클 마법사 1명과 5서클 마법사 10명, 기타 다른 마법사 수십을 고용했다는 이야기가 있거든.”
“서쪽 귀족이라면……. 제국과 전쟁을 하기 전에 토벌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외부의 적보다 위험한 것은 내부의 적이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잖아.”
“음,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인데 토벌을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잖아. 전쟁에 명분이 필요하듯이 말이야.”
“증거? 뭐야, 너 여태까지 떳떳하게 살아 왔었어?”
“응?”
“증거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야. 내가 알기로는 얀 백작의 영지 1년 예산은 왕국 1년 예산의 4배가 넘는다고 들었어. 만약에 그렇다면 가만히 두면 안 되지. 방금 보았듯이 우리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국과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쟁을 하려면 군자금이 필요하지. 게다가 얀 백작이 왕권에 도전하는 인물이라고 했으니까 그를 제거하면 왕권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군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니겠어?”
“…….”
크리스토프가 말없이 입을 딱 벌렸다.
“총에 대한 보급이 끝난 후 곧장 얀 백작이 날 죽이려고 했다고 선포를 해. 그리고 그를 토벌한다고 해. 물론 증거는…… 요제프 백작가의 인장이 찍힌 손수건이 웨든 숲에서 나왔다고 하면 돼. 증거 조작은 네가 할 수 있겠지?”
“아, 응. 그래.”
“우리는 일단 전쟁을 하기 전에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해.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사실이니까. 오토 2세 때처럼 동서로 분열되어서 싸울 순 없으니까. 이번에는 동과 서, 아니 아룬 왕국 전체가 제국과 맞서 싸워야 할 거야. 그러면 부탁하마. 난 이제 빌헬름의 수업을 들을 시간이니까. 수고해.”
“응.”
알렉산더가 떠난 후 크리스토프는 혼자 남아 생각에 빠졌다.
‘없으면 만들라? 마치 내가 할 만한 소리 아닌가?’
크리스토프가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무서운 발언이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 자칫 하다가는 매우 위험해질 수도 있다. 다음부터는 내가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야. 그나저나 얀 백작의 군대에 동원령이 내려졌다가 몇 시간 전에 해체됐다는데 정말로 그가 암살을 꾸민 거였나? 괘씸한 돼지 같으니, 놈을 도축하고야 말겠어.’
생각이 끝난 후 크리스토프는 어디론가 갔다. 그가 해야 할 것이 많아진 것이다. 일단 중앙 귀족들, 그들을 모아 전쟁 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지방 귀족들에(엄밀히 말하면 서쪽 귀족들이지만.)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
딸깍.
헤르만 공작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그의 심복 알베르트 백작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협력해 달라?”
헤르만 공작이 말했다.
“그렇지.”
맞은편에 앉은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둘은 옛 전우였기에 서로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 건 뭐지?”
“아룬 왕국의 영광.”
크리스토프의 말에 알베르트 백작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헤르만 공작도 미소를 지었다.
“이봐, 내가 조국에 헌신했고, 앞으로도 헌신할 것이지만 인간은 욕심이 많은 생물…….”
“네놈들이 오토 2세의 식사에 약을 탄 것을 알고 있다.”
크리스토프의 말에 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어떻게…….”
“그건 알 것 없어. 사실 오토 2세께선…….”
크리스토프가 둘 사이에 있는 꽃병에 꽃을 하나 꺼내 움켜잡았다. 그 후 꽃은 시들해지더니 앞으로 기울고 말았다.
“……현 후계자님이 태어나고 난 후 그렇게 되셨다. 너희가 일부러 약을 탈 필요는 없었지. 그렇기에 나도 그렇고 오토 2세도 그냥 넘어간 거지.”
크리스토프가 알렉산더는 빼먹지 않고 말했다. 덕분에 둘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왕께서도 아셨단 말인가…….”
헤르만 공작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널 살려 준 것이었다.”
헤르만 공작의 얼굴에 어두워졌다. 칼자루를 쥔 것은 크리스토프였다.
“그리고 왕가에 관련된 자들을 사고나 병으로 위장한 암살도 알고 있지. 그것도 눈을 감아 주었다. 네 녀석이 죽였던 왕가의 후예들은 전부 왕의 자질이 없었거든.”
“원하는 것이 뭐지?”
“아까 말했잖아. 현 후계자께 협력하라고.”
“그러니까 어떻게 협력을…….”
“조만간 얀 백작을 토벌할 것이다.”
크리스토프의 말에 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건 불가능…….”
“신무기가 개발된 거 알지? 네 녀석의 정보통이라면 이미 알겠지.”
알베르트의 말을 자른 크리스토프.
“음, 기존과 다른 대단한 무기라고 들었는데.”
헤르만 공작이 말했다.
“그것을 이용해 녀석을 토벌할 거다. 제국과의 전쟁을 대비해서지. 오토 2세가 없는 지금 우리가 단결하지 않는 이상 제국을 이길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얀 백작의 세력을 토벌할 생각이지?”
“있어. 비밀이지만.”
“그때 병력을 지원해 달라는 건가?”
“그건 아니야. 네 녀석 패거리의 군대 덕분에 국경이 편안한 것이니까. 다만, 우리가 토벌하러 간 사이에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거야.”
“겨우 그것만 하면 되는 건가?”
“맞아.”
“그 신무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방법이 있다니까.”
“……알겠어. 협력하도록 하지.”
“좋아.”
“근데 물어볼 것이 있다.”
헤르만 공작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뭔데?”
“후계자는…… 왕의 자질이 있어 보이나?”
조금 침묵이 있는 후 크리스토프가 입을 열었다.
“물론. 너보다 있어 보였어.”
그런 후 크리스토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공작님…….”
헤르만 공작이 손을 들어 알베르트 백작의 말을 가로막았다.
‘후계자가 나보다 왕의 자질이 있다고? 크리스토프, 아무리 사람이 이상하게 행동을 해도 그는 7서클 마법사인 현자. 아무리 정치적인 정적일지라도 그의 평가는 공평하다……. 근데 후계자의 자질이 더 뛰어나다니……. 내가 후계자보다 부족한 점이 뭐지?’
헤르만 공작의 생각이 깊어져만 갔다.
***
“실패했다고?”
왕궁보다 더욱 호화스러운 방. 그 방에 매우 뚱뚱한 인간과 갈색 로브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뚱뚱한 남자는 얀 백작, 그리고 갈색 로브를 입은 자는 그에게 고용된 6서클 마법사, 고든이었다.
“네.”
“이런 무능한 마법사 놈!”
얀 백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사실 마법사를 신뢰하지 않았다. 독실한 신자인 그는 신이 정한 법칙을 바꾸는 마법사들을 혐오하다시피 했는데 이는 종교계에서도 그랬다.
“트롤 3마리와 오우거 1마리를 몰래 그 숲으로 옮기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 줄 아느냐?!”
“죄송합니다.”
“너 때문에 일이 틀어지는군.”
딸랑딸랑.
얀 백작이 탁자에 놓인 작은 종을 울렸다. 방문이 열리면서 시종이 들어왔다.
“가서 병사들에게 동원령은 훈련이었다고 전해라.”
“네.”
“증거는 남기지 않았겠지?”
얀 백작이 고든에게 물었다.
“네.”
“제길,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서 자숙하고 있도록 하시오.”
그 말에 고든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젠장, 돈을 드려서 고용한 놈이 그런 일 하나도 처리 못하다니 오우거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4명이 있어야 상대를 할 수 있다는데, 그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고통도 못 느끼는 오우거 좀비로 죽이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돼?”
한참을 씩씩거린 후 얀 백작이 물 한 잔을 벌컥 들이마셨다.
“기회를 잡아야 해.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그는 다시는 기회를 잡지 못할 듯하다.
“그 전에 그년 게르트루트는 어디로 시집을 보낼까? 후계자를 유혹하는데 실패했으니……. 아, 그러고 보니 아르니아의 에리히 왕자가 아직 장가가지 못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년을 아르니아로 여행을 보내야겠군. 타국의 귀족이 여행차 왔을 때 왕국에서 사교 파티가 있다면 그 귀족을 초청하는 게 예의이니까. 잘하면 에리히 왕자를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덜컥!
“당신, 여기서 뭐해요?”
보석으로 도배 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요즘 얀 백작이 총애하는 20번째 첩이었다.
“오, 어서 와.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얀 백작의 작은 눈이 매우 야릇해졌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잠잘 시간이라고요. 오늘 밤 같이 자요.”
“흐흐, 알겠어.”
얀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첩의 허리에 손을 댔다. 그러면서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그 후 그 방의 문은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