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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20화)
제8장 집안 정리(1)


근위군의 무기를 수석식 총으로 교체하는 것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활이나 석궁을 쓰는 부대는 전부 수석식 총으로 교체되었다. 이에 활을 쓰는 병사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왜냐하면 석궁보다 다루기 힘들다는 활을 다루는 그들의 자존심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급의 통일성을 위해 전원 교체하였고, 그에 따른 제식훈련을 받았다. 또한 발사 무기를 쓰지 않는 부대는 전부 밀집보병으로 편제가 바뀌었다. 이유는 알렉산더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는 밀집보병과 총병만 있으면 전투를 효과적으로 치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밀집보병은 총병을 보호하고 총병은 사격을 통해 적들을 공격하고, 또한 근접전을 총병과 밀집보병이 연계하여 싸울 수 있게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해서 총병 1,800명, 밀집보병 1,800명의 편제를 마쳤다. 그와 동시에 알렉산더 또한 수련에 매진하였다. 아직 소드 익스퍼트 하급이지만 막스와의 대련과 검술 훈련을 통해 실력을 축적했고, 크리스토프와의 마법 훈련을 통해, 이제 3서클이라는 고지에 도달하였다.

“훌륭해, 잘 만들었어.”
크리스토프가 알렉산더의 손 위에 있는 불덩어리를 보며 손바닥을 쳤다. 그것은 파이어 볼이었다.
“이제 어디가도 손색이 없는 마법사가 되었어.”
“고마워.”
그는 이제 염력을 배울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후계자님.”
“음?”
막스가 줄넘기를 하는 알렉산더에게 말을 걸었다.
“후계자님, 가끔은 에린 공주를 만나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뭐 하러 만나?”
알렉산더가 무심하게 말했다. 사실 그는 훈련에 매진하느라고 그녀를 잊고 있어서 속으로는 뜨끔했다.
“결혼하실 예정인데 만나서 같이 담소도 나누시고…….”
“내 훈련과 공부가 끝나면 저녁시간 때라는 것을 모르나?”
“그래도 어떻게 시간을 내셔서…….”
“알겠어. 나중에 시간을 내보도록 하지.”
“네.”
‘근데 막스 후작이 나 의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타입이었나? 아, 맞다. 에린은 내 아내가 될 사람이니까. 왕가의 일원이 되는 것이니 챙기는 거였군.’
“후∼”
알렉산더가 줄넘기를 멈추었다.
“아직…….”
“시간을 내야지.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수업 시간 되기 전까지 한번 에린 공주를 만나 보도록 하지.”
“……네.”
땀을 수건으로 닦은 후 알렉산더가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 씻는 게 나으려나?
자신의 팔에 냄새를 맡아보았다. 땀 냄새가 심하게 났다.
“씻는 게 낫겠군.”
알렉산더는 일단 침실로 향하기로 했다.
“음?”
침실이 있는 왕궁의 건물 뒤에 있는 정원에 검을 들고 훈련하는 여자가 보였다.
‘여기사는 아닌데…….’
여자의 은발 머리카락이 보였다.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은 상태였다.
“에린 공주?”
무심코 말한 알렉산더의 말에 에린이 고개를 돌렸다.
“아.”
에린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
“기사라고 들었는데, 여기 와서도 훈련 중이군.”
알렉산더가 말했다.
“아르니아 기사의 훈련복인가?”
꽉 낄 정도로 타이트한 흰색 옷을 보며 알렉산더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땀으로 젖은 에린이 말했다.
“조금 있다가 같이 차 한잔 마실까 하는데…… 방금 전까지 훈련이었던지라 일단 샤워를 해야겠지만.”
알렉산더가 말했다.
“좋습니다.”
에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딸깍.
샤워를 마친 둘은 에린의 침실 발코니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탁자에 시녀가 홍차 세트와 과자를 놓아 줄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다.
“타국 생활을 할 만합니까?”
시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알렉산더가 은 주전자를 들어 자신의 잔에 홍차를 따르며 말했다.
“네, 아르니아보다는 따뜻해서 좋네요.”
에린의 잔에도 알렉산더가 홍차를 따라 주었다.
‘여기도 겨울이 다 돼 가는데 따뜻하다라……. 하긴 북쪽에서 살던 사람이니.’
“그날 이후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뭘요. 제왕 수업과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에린이 홍차에 설탕을 넣으며 말했다.
“사정을 이해해 준다니 고맙습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근데 내 생각에는 내가 공주를 가둬 두는 느낌이 드는군요.”
“네?”
“공주는 전투에 참가하여 이미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소. 내가 들은 바로는 공주는 전장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니야.’
에린이 속으로 외쳤다.
“게다가 그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 들었는데…… 무력도 대단하니 조금만 더 수련에 매진한다면 소드 마스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그런데 이제 결혼을 하니 그 재능을 속박하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맞아.’
에린은 전장은 싫지만, 검의 수련은 더욱 매진하고 싶었다.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자, 마시죠.”
“네.”
둘은 홍차를 들어 마셨다.
‘아우 써.’
에린이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그리고 얼른 그녀는 홍차에 설탕을 더 넣었다. 방금 3스푼이나 넣었는데 3스푼을 더 넣은 것이었다.
‘단것을 좋아하나 보군.’
알렉산더가 에린의 손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홍차와 함께 먹는 과자 또한 초콜릿이 든 과자들뿐이었다.
“제국과의 소식은 알고 있지요?”
“네, 전쟁을 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전에 내부 정리를 먼저 해야 하지만.”
“네?”
“아, 아무것도 아니요.”
그 이후 둘은 아무 말 없어 차만 마시며 과자를 먹었다.
‘뭐라 말을 안 하니까 이거 너무 무안하잖아.’
에린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알렉산더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씨, 이런 미인을 앞에 두고 뭐라 말해? 얼굴이 예쁘시네요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뭐라 할 말이 없네, 아 그래.’
“외롭지 않으십니까?”
“네?”
에린이 물었다.
‘제길, 괜히 말했다.’
알렉산더의 얼굴이 빨개졌다.
“타국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동무도 해 드릴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혹시나 외롭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 말에 에린의 양 볼이 붉게 물들었다.
“네, 역시 외롭지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실, 아르니아랑 아룬 왕국의 언어는 틀렸다. 하지만 알렉산더와 에린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알렉산더가 끼고 있는 자동 통역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 반지 덕분이었다.
“나중에 같이 산책이라도 하지요.”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지금…….”
“시간이 다 되었소. 이만 나가 봐야 합니다.”
에린의 말을 자르며 알렉산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은 더 이상 있지 못했기에 둘러댄 말이었다. 여자와 자는 것은 한스 덕분에 익숙해졌지만, 역시 연예는 영 젬병 이었다.
“아…….”
알렉산더의 뒷모습을 에린이 손을 뻗다가 내렸다.
‘지금 하고 싶은데.’
에린이 속으로 아쉬워했다. 지금 그녀로서는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알렉산더뿐이었다.

***

시간은 어느덧 25일이나 지났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알렉산더와 빌헬름, 막스, 크리스토프가 네모난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내부에는 5개의 초만 비추고 있어 매우 어둑어둑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최고 사령부, 일명 오페라 하우스라 불리는 왕이 군대를 지휘하는 곳이었다.
그와 걸맞게 탁자에는 세밀하게 그려진 지도, 나침반, 그리고 부대 위치 표시를 나타내는 말과 돋보기 등이 놓여 있었다.
“작전명은 집안 정리. 개시일은 5일 뒤다.”
알렉산더가 언성을 낮게 깔며 말했다.
“군의 상태는?”
“최상입니다.”
빌헬름이 말했다.
“보안은?”
“군부 외에는 아는 자는 없습니다.”
막스가 답했다.
“마법사들의 준비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크리스토프였다.
“하지만?”
“너 일부러 목소리 낮게 까니까 안 어울린다.”
“큭!”
그 말에 알렉산더가 머리를 탁자에 쳐 박았다.
“이상했냐? 일부러 그렇게 한 건데.”
“응, 이상해.”
알렉산더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빨개졌다.
“아씨, 조금 멋있어 보이게 하려고 했는데.”
매우 중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알렉산더의 표정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멋있으십니다.”
빌헬름이 말했다.
“아, 고마워.”
“뭘요.”
“아무튼 이번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왕국의 존망이 걸린 거야.”
“헌데 의문이 하나 듭니다.”
막스였다.
“뭐지?”
“왕국의 존망이 걸린 일인데 여러분들께서는 긴장감이 없어 보입니다.”
막스의 말이 맞았다. 크리스토프의 말과 알렉산더의 행동, 빌헬름의 말에서는 긴장감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난 모두를 믿으니까.”
알렉산더의 간단하게 말했다. 그 말에 막스와 빌헬름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공표는 내일 아침에 하고 전령을 전국의 영지에 보내도록.”
“네.”
오페라 하우스의 작은 불빛이 꺼졌다.

***

그로부터 4일이 지난 후 아룬 왕국의 요제프 백작령으로 하나의 서신이 당도했다. 이 서신은 아침식사 중인 얀 백작에게 전해졌다.
“뭐? 토벌?! 그리고 내가 반역자?!”
서신을 보며 얀 백작이 펄쩍 뛰었다.
“웨든 숲에서 있었던 후계자 암살 미수 사건 때 웨든 숲을 수색한 결과 요제프 백작가의 인장이 찍힌 손수건이 나왔다? 어서 고든! 고든을 체포해! 이 멍청한 새끼를 당장 죽여 버리겠어!”
얀 백작의 명령에 따라 주변에 있던 기사 하나가 움직였다.
“당장 군대를 소집하고 주변 영지에 이 사실을 알려!”
“네!”
또 다른 기사 하나가 움직였다.
“영주님!”
기사 하나가 들어왔다.
“뭐야?”
“영지 경계령에 근위군이 진군하고 있습니다.”
“뭐? 벌써? 그들이 벌써 왔다고? 장난해? 우리 영지까지 군대가 오려면 수십 일이 걸리고 지나와야 할 영지가 수십 개가 넘는데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게다가 근위군이 수도에서 움직였다면 내가 애초에 알아챘을 텐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