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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21화)
제8장 집안 정리(2)


***

“후후후∼ 공표는 나중에 하고, 공격은 먼저 한다. 치사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군.”
언덕 위에 말을 탄 크리스토프가 요제프 백작이 사는 도시인 요제프 시티를 보며 말했다. 도시의 성벽의 깃발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매우 당황한 듯했다.
“당황한 꼴을 보니 생각지도 못했나 보네.”
크리스토프가 그것을 보고 흐뭇하게 말했다. 그들이 어떻게 다른 자들의 눈을 피해서 이곳에 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크리스토프의 덕분이었다. 알렉산더를 데리고 왔던 차원이동 마법진이 있던 궁성 지하 국왕 전용 창고에서 6서클 마법인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린 것이다. 물론 요제프 백작령에도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어야 이동이 가능하기에 요제프 백작령에도 몰래 미리 그려 놓은 것이었다.
물론 이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마법진에 필요한 매직 파우더를 사느라 연말 왕국 재정을 거의 다 써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상관없었다. 얀 백작을 토벌하고 그의 재산을 몰수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긴다는 전제하에.
“성 안의 병사들 숫자는 몇이지?”
알렉산더가 물었다. 그 또한 말을 타고 있었다.
“성 안의 병력들은 8천 명이다.”
“8천? 더럽게도 많네…….”
“거기다가 기사의 숫자는 5백에 마법사단의 숫자는 70여 명으로 판단된다.”
알렉산더가 입을 딱 벌렸다. 그가 끌고 온 군대의 숫자는 병사 3,600명에 근위기사단 200명 전원, 그리고 크리스토프의 마법사단 100명이 전부였다. 게다가 저쪽은 수성, 숫자상으로도 지형으로도 훨씬 유리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바람이 짭짤하군요.”
빌헬름이 말했다.
“아, 요제프 시티 너머가 바다이니까. 여기서는 안 보이지.”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이 언덕 뒤로 진을 치도록. 그리고 언덕 위에 보초를 세우고, 낮은 감이 있지만 시아가 훤히 보이니까. 지휘할 때도 좋고, 적이 야밤에 습격을 못할 거야.”
“탁월한 생각입니다.”
빌헬름이 장교들에게 그렇게 지시했다.
“도시 주변의 길은 모두 봉쇄했나?”
“네, 했습니다.”
빌헬름의 물음에 장교가 답했다.
“2시간 뒤 공격을 실시한다. 그 전에 선전 방송을 하는 것을 잊지 말고.”
“응.”
알렉산더의 말에 크리스토프가 답한 후 말을 움직여 로브를 입은 무리들을 향해 갔다. 크리스토프가 이끄는 마법사단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거대한 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실행하라.”
“예.”
자루를 든 마법사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

“적의 숫자는 몇이냐?”
얀 백작이 성벽으로 올라와 기사에게 물었다.
“척후의 말로는 4천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얀 백작에 밑에 있던 기사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겨우 4천?”
“네.”
그 말에 얀 백작은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병사들 소집은 아직 멀었느냐?”
“그게, 영지에 있는 소도시나 마을에 파견 나간 병사들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소집하려고 보낸 전령들은 근위군에 의해 체포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얀 백작과 그의 군대는 모르고 있다.
“성 안의 병력은 몇이지?”
“8천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병력들은 내보낼 준비를 하라.”
“네?”
기사가 반문했다.
“나가서 싸운다.”
“하지만, 백작님.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저쪽은 근위군입니다. 국왕 폐하, 아니 국왕의 자리에 오르실 후계자님의 군대…….”
“시끄럽다. 근위군이 움직인 것으로 보아 수도에 있는 버러지 같은 중앙 귀족들이 분명 후계자님에게 날 농간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근위군이 움직일 리가 없어!”
얀 백작이 역정을 내었다. 녀석이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기사나 장교,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렇군요.”
기사가 가만히 있다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수도에 있는 기생충과 같은 그들을 물리치고 아룬 왕국과 후계자님을 구하자! 근처에 있는 귀족들은 분명 우리의 뜻을 따를 것이다. 그리고 영지민들에게 동원령을 내려라.”
“네? 하지만…….”
“동원하라면 해! 무기가 없으면 식칼이나 농기구 등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고!”
“영, 영주님 저기!”
장교가 손가락을 하늘에 뻗었다.
“뭐야?”
하늘에 5개의 점 같은 것들이 보이더니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또 뭐야?”
“마, 마법사입니다!”
기사가 소리쳤다.
“마법사?”
요제프 백작령의 상공으로 도착한 마법사들이 자루를 풀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것은 삐라였다.
“저놈들을 격추시켜! 마법사들은 어디 갔어! 궁수들은 뭐해?!”
“아직 그들은 오지…….”
“에라이!”
얀 백작이 신경질을 부리며 삐라가 뿌려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얀 백작은 얼굴을 때리며 떨어지는 삐라는 잡아 신경질적으로 바닥으로 내팽개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일단 삐라부터 수거해야 합니다, 영주님. 나가 싸우는 것을 일단 보류하셔야겠습니다.”
“알겠으니까 빨리 수거해!”
조언을 하는 기사에게 소리를 지르며 얀 백작이 백작성으로 들어갔다.
“삐라 보지 마라! 삐라 보면 체포할 것이다!”
병사들이 뿌려진 삐라를 잡은 영지민들에게 삐라를 빼앗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들은 바닥의 삐라를 수거해 갔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영지민들은 그들의 눈을 피해 삐라를 몰래 가져가 집에서 보거나 골목에서 보는 등 많은 자들이 삐라를 보기 시작했다.
삐라의 내용은 얀 백작의 비리와 그의 악행들, 그리고 감히 왕좌를 노리는 반역죄, 그의 음탕한 사생활 등 비판적인 글로 가득했다.
사실 영지민들 중 글을 읽을 수 있는 자는 적었지만 글을 읽은 수 있는 자들 덕분에 삐라의 내용은 1시간도 안 되어서 영지민들, 그리고 심지어 수거하던 병사들에게도 퍼져 갔다.
“이게 사실이야?”
“사실이니까 국왕 폐하의 군대인 근위군이 여기까지 왔겠지.”
“이 XXX! 우리는 굶어 죽을 판인데 자기는 돼지같이 쳐 먹고!”
“사실 배가 임산부보다 더 나왔잖아. 그것만 보면 알아야지 멍청한 녀석.”
“영지 예산이 왕국 예산의 4배? 그런데 우리는 뭐지? 우리 형편이 지금 좋아 보여? 봄만 되면 아사자가 나오는 여기가 왕국 최고의 부를 가진 곳이라고?”
영지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영주가 반역자가 된 이상 만약에 토벌이 된다면 영지민들도 전부 처형이야. 그딴 돼지를 위해서 우리가 싸울 이유도 없고 그 돼지 때문에 우리가 죽을 이유도 없어.”
병사들 중 누가 자신의 전우에게 말했다.
그렇게 반 얀 백작의 여론이 점점 강해져 갔지만, 그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영지민들은 병사들이 무서워서, 병사들은 기사들이 무서워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빌어먹을! 크리스토프 후작! 한 방 먹었군.”
백작성의 자신의 침실에서 씩씩거리는 얀 백작은 이 모든 일을 크리스토프가 꾸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에 나갔던 모든 전령들이 잡혔다는 보고를 들은 후 다급해졌다.
“어떻게든 외부와 접촉해야 한다. 우리 군 내부가 어수선한 이상 외부의 군도 필요하다.”
그는 기병들을 소집하여 야밤에 인근 영지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기병들의 숫자는 300명이었다. 근위군의 숫자가 적어 성 전체를 포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근 길목에 배치된 병사들은 수십에 불과하니 기병대로 돌파하면 외부 영지와 연락이 닿을 것이다.
다각다각다닥.
성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달빛 때문에 빛이 날까 봐 갑옷을 입지 않은 기병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몰며 나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군.”
“우리는 북쪽으로 간다.”
“우리는 남쪽.”
“우리는 동쪽으로 간다.”
기병대는 각기 100기씩 3갈래로 나뉘어 갔다.
북쪽으로 가던 기병대가 인근 갈대숲에 말을 두고 북쪽 영지로 가는 길목으로 기어가 정찰을 했다. 갈대숲들 사이에 난 그 길목에는 작은 나무 목책을 두르고 횃불을 든 병사들이 보였다. 간이 막사의 자는 인원과 보초를 서는 인원을 계산하니 대충 20명. 모두 밀집보병이었다.
“기사들은 안 보이지?”
“응, 장교 하나밖에 없어.”
“좋아. 돌파한다.”
기병들은 도로 갈대숲에서 들어가 말을 탔다.
“돌격!”
“히이잉!”
기병들이 박차를 가해 말의 속도를 높였다. 기병들의 돌격에 목책에 있던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며 양옆으로 물러섰다.
“목책을 뛰어넘는다!”
기병대 장교가 소리쳤다. 그때였다.
돌격하던 기병대 옆에 갑자기 장교 하나가 튀어나왔다.
“전체 일어…….”
“섯!”
장교의 뒤로 총병들이 나타났다.
“사격!”
퍼버벙!
“끄아악!”
“아악!”
갑옷을 입지 않은 기병들은 총탄에 마구잡이로 쓰러졌다.
쓰러진 자들의 대부분이 선두였기에 후미에 있던 기병들의 돌격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돌격!”
총병들이 남은 기병들을 향해 착검을 하고 돌격을 감행했다. 기병의 장점인 돌격을 잃고 갑옷을 걸치지 않은 기병대는 일방적인 도륙을 당했다.
“히익!”
“도망쳐!”
살아남은 기병 2명이 말 머리를 돌려 도망을 쳤다.
“어딜 도망가?”
장교가 권총을 꺼냈다. 수석식으로 된 권총이었는데 장교들 전용이었다.
펑!
불꽃과 연기를 피우며 총이 발사되었다.
“으악!”
기병 하나가 쓰러졌다. 꽤 먼 거리였다.
“이야!”
“명사수입니다요.”
병사들이 그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시신을 수습하고 무기를 회수해라!”
“네!”
병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명령을 이행했다.
새벽의 보고를 받은 얀 백작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기병대가 전부 궤멸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자는 북쪽의 기병 혼자였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쪽과 동쪽으로 간 기병대에 희망을 걸며 그는 성 안에서 3일이나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던 응원군의 소식은 없었다. 남쪽이나 동쪽에 간 기병대는 전멸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사이에 성 안의 민심을 흉흉했다. 삐라에 의해서 얀 백작의 악명의 널리 퍼진 것이었는데 대개 소문이 그러듯이 과장이 섞이기도 한 것이었다.
가령 얀 백작이 가학을 즐긴다든가 어린 여자의 피를 마신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얀 백작이 먼저 움직이기로 하였다.
“병력들은 모두 모였나?”
“네.”
“그러면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운다.”
“알겠습니다. 성문을 열어라!”
“고든을 데리고 왔습니다.”
기사가 고든을 끌고 오며 말했다. 고든의 양손에는 마나를 봉인하는 특수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고든! 너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얀 백작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든에게 따귀를 때렸다.
“아닙니다. 백작님, 저는 분명…….”
“시끄러워! 이 빌어먹을 녀석! 이 자식의 목을 쳐라!”
“네!”
“배, 백작님!”
고든이 기사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끌려갔다.
“잠시만요! 백작님!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장교가 나서서 말했다.
“너도 끌려가서 목을 잘라져야…….”
“근위군 진영에는 7서클 마법사인 크리스토프와 마법사단이 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측 최고 서클 마법사인 고든을 죽인다면…….”
“이런!”
얀 백작이 뒤늦게 깨달고 명령을 취소하기 위해 고든을 끌고 간 기사를 불렀지만 기사는 이미 고든의 머리를 자른 후였다. 마법사 협회에서 촉망을 받으며 단지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를 벌기 위해 얀 백작의 밑에서 일하던 6서클 마법사 고든의 최후였다.
‘이제 얀 백작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장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은 성문 밖으로 나가는 군대와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