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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22화)
제8장 집안 정리(3)
***
“어? 성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기사의 말에 알렉산더가 얼른 요제프 시티 쪽을 보았다. 정말이었다.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운다라……. 드디어 됐군. 전투 준비!”
“네. 전투 준비!”
나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후계자님과 재상을 불러라.”
“네.”
근위군이 도열을 한 후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언덕을 넘어서 언덕 앞쪽으로 쭉 늘어섰다.
“선제공격이라? 후훗, 숫자를 믿고 나오는군.”
알렉산더가 성문 밖으로 나와 진을 갖추는 얀 백작의 군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병력을 진군시켜라.”
빌헬름이 말했다. 총사령관은 알렉산더였지만 실질적인 지휘관은 빌헬름이었다.
“네, 전군! 반역자들을 토벌할 시간이 왔다! 반역자들에게 징벌의 철퇴를 내리찍자! 진격!”
마법 확성기를 든 장교의 명령이 쩌렁쩌렁 울렸다. 작은 북소리의 템포에 따라 발을 맞추어 병력들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밀집보병대는 2열 횡대로 그 뒤를 총병대가 2열 횡대로 진을 갖추어 따라 진격했다. 또 그 뒤를 마법사단이 1열 횡대로 따라갔다.
척! 척! 척!
발소리를 맞추고 진격하면서 바람에 펄럭이는 아룬 왕국기와 근위대기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군세는 그럭저럭 갖추었군. 하지만 숫자상으로는 우리가 더 많아, 건방진 놈들.”
“그러고 보니 전방에는 밀집보병인 것은 확실한데, 뒤에 있는 부대는 총병대인 것 같습니다.”
“뭐 총병? 화승 총병 말인가?”
“네, 그런데 일반 화승총과 다르게 한참 길군요.”
“훗, 화승총이 좋아 봤자다. 크리스토프 녀석 자신의 마법만 너무 믿고 병력을 대충 무장시켰군, 우리도 진격한다.”
몸이 무거운 얀 백작을 위해 산 아르나아산 커다란 준마 위에 올라탄 얀 백작이 말했다. 그의 몸 특성상 갑옷을 걸칠 수 없어 그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네, 제군들! 수도에 있는 버러지 같은 기생충들이 아직 왕으로 오르지 못한 후계자님을 협박해 고귀하신 우리의 주군 얀 백작님을 처단하려고 한다! 우리는 저들을 물리치고 수도로 진군해 중앙에 있는 썩어 빠진 중앙 귀족들을 도륙하자! 진격!”
그 말에 몇몇은 욕을 하거나 비웃었지만 일단 진군하기 시작했다.
“진군하라!”
백작령 군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발걸음을 맞추지 않아 위협적이지 않았다.
“부대 정지.”
부대 간의 거리가 300미터 정도 되자 얀 백작이 부대의 진격을 멈추었다.
“궁수들은 적에게 화살 소나기를 날려라!”
“네! 궁수대! 발사 준비!”
장교들이 고함을 질러 댔다.
“발사 준비!”
명령에 따라 궁수들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뒤로 당겼다. 근위군은 아직도 진격하고 있었다.
“발사!”
화살들이 시위를 떠났다.
“화살이 온다! 방어 자세!”
밀집보병들이 타워실드를 들어 올리고 총병들이 그 그늘에 앉아서 무거운 타워실드를 받쳐서 같이 들어 주었다. 방패의 벽은 틈이 없을 정도로 진형이 잘 잡혀 있었다. 또한 마법사들도 2인 1조로 한 명이 실드를 치고 다른 한 명이 그 뒤에 서는 자세를 취했다.
퍼버벅! 퍼벅!
타워실드에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인자하신 아리아 여신이시여, 부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화살이 쏟아지는 동안 어느 병사의 기도 소리가 들렸다.
“화살이 소용없습니다!”
“에라이! 그러면 마법을 퍼부어!”
얀 백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단, 진격!”
궁수대에 이어 백작령에 소속된 마법사 수십이 나왔다.
“파이어 볼!”
“플레어 애로우!”
마법사들이 마법을 날렸다.
“마법이다! 광역 보호막을 쳐라!”
크리스토프가 외쳤다.
기존에 실드를 치고 있던 마법사들은 마법을 거두고 그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나서서 마나를 사용해 광역 보호막을 쳤다. 그 보호막은 전군을 덮을 수 있었다.
“히익!”
보호막에 부딪쳐 폭발하는 파이어 볼을 보며 병사 하나가 기겁했다. 실드의 보호막은 유리처럼 투명해서 폭발하는 것이 다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하하하하! 애송이들! 겨우 이것도 마법이라고!”
크리스토프가 말을 탄 채 실드로 마법들을 튕겨 내며 웃어 댔다.
“마법도 소용없습니다!”
마법이 그치자마자 다시 진격하는 근위군을 보며 기사가 말했다.
“이익! 그러면 후방에 있는 기사들을 이용해서 적의 정면을 공격한다.”
“네.”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말 위로 올라탔다. 원래 기사들은 전투와 행군 외에는 말에 타지 않았는데 이유는 말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기병들은 측면공격을 하는 것이 정설이다. 적의 약한 부위를 강력한 기병이 돌격하면 그 군대는 순식간에 분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기병들이나 기사들은 정면공격을 즐겼다. 이유는 그들의 강력한 갑옷과 마갑을 믿는 것이었다.
뿌우우! 뿌우!
뿔 나팔 소리가 나면서 백작령의 군대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500명의 말을 탄 기사들이 나왔다. 그들의 갑옷과 마갑은 마법으로 강화된 것들이었다. 그중 몇몇은 미스릴을 소량 넣은 갑옷도 있었다.
“기사단이 나왔군.”
빌헬름이 중얼거렸다.
“제 1연대!”
연대장 장교가 확성기로 소리쳤다. 근위대는 1연대와 2연대로 나눠져 있었다.
“전체 대대!”
그 밑에 있는 장교와 하사관들이 소리쳤다.
“섯!”
쿵!
발소리가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밀집보병대가 방패를 땅에 동시에 내려놓아 묵직한 울림이 들렸다.
“방패 앞으로!”
“총병대! 사격 준비!”
“마법사들도 마법을 준비하라!”
크리스토프가 소리쳤다.
“마법명은…….”
“흥, 내 기사들은 전부 강화 마법이 걸린 갑옷을 입었다고, 물론 대 마법 방어 마법진도 있지. 어쭙잖은 것은 안 통한다.”
얀 백작이 방어 준비를 하는 근위대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500명의 기병대는 쐐기진을 이루어 천천히 속도를 높이더니 이내 멈출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2천 개의 말발굽 소리가 나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적과의 거리 150미터!”
장교가 통신 수정구를 통해 보고했다.
“조금만 더!”
빌헬름이 말했다. 그 말에 수정구에 있던 장교의 표정이 불안해졌다.
“적과의 거리 90미터!”
“지금이다!”
빌헬름이 소리쳤다.
“마법 실행!”
크리스토프의 명령에 따라 마법사들이 손을 뻗었다.
“그리스!”
땅의 지면의 마찰력을 0으로 만드는 마법인 그리스가 기사들이 바로 앞 지면에 광대하게 펼쳐졌다.
“우왁!”
미끄러움에 말이 넘어지고 기사들도 앞으로 꼬꾸라졌다. 또한 그들 때문에 발을 헛딛든 말이 넘어지면서 선두에 있던 기사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이런!”
얀 백작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기사들은 걱정 없었다. 대 마법 방어 마법진과 함께 갑옷 안에는 충격 흡수 마법이 있어 아무리 기사를 태운 말이 지나가도 그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갑옷이 찌그려져서 벗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기사들의 말들은 훈련대로 그런 그들을 밟고 여전히 돌진을 감행했다.
“1열, 조준!”
900명의 병력이 남은 기사들을 향해 수석총을 조준했다.
“발사!”
퍼버버버버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무수한 흰 연기가 나왔다.
‘어?’
얀 백작의 기사 중 하나인 만프레드는 자신이 돌격해야 하는 적의 진지에 무수한 연기가 나오자 의문이 들었다.
‘화승총의 연기가 저렇게 많았었나?’
전부터 루덴 대륙 어느 나라도 화승총을 다량으로 보유한 사례가 없었기에 이런 현상을 그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내 갑옷은…….’
퍽!
“히이잉!”
말의 마갑이 뚫리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만프레드도 앞으로 꼬꾸라졌다.
‘어라? 마갑에도 분명 강화 마법이 있을…….’
그는 땅에 넘어지는 순간에도 생각을 했지만 이내 못 하게 되었다. 그의 투구가 구멍이 났고 굴러 떨어진 후 그의 투구의 눈구멍과 숨구멍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 후 그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고 다시 생각하지도 못했다. 따뜻한 체온도 점점 식어 갔다.
“크아악!”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헉, 뭐야?”
살아남은 기사들이 말을 멈추며 말했다. 마법 공격과 방금 전의 사격으로 기사들의 절반이 쓰러진 것이었다.
“후, 후퇴하라!”
기사들이 말 머리를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2열 조준!”
그들을 놓아줄 장교들이 아니었다.
“사격!”
퍼버버버벙!
도망가는 기사들의 후방에 있던 기사들은 등에 수십 발의 총알이 박혀 쓰러졌다. 일부 튕겨 낸 갑옷도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미스릴이 들어 있는 갑옷을 입은 자들이었다. 후방에 있던 기사들은 대부분 말을 잃고 직접 도보로 뛰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얀 백작이 소리쳤다.
“재장전!”
재장전이 끝나자마자 근위군은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기, 기사들이…….”
“어찌 이런 일이.”
병사들의 동요 소리가 얀 백작의 귀에 들려왔다. 살아온 기사의 숫자는 200명 그중의 50명은 중상이었다.
척! 척! 척! 척!
뿌연 총 연기를 뚫고 작은 북의 템포에 맞추어 진격하는 근위군이 한 걸음씩 걸어올 때마다 얀 백작령의 군대가 뒤로 주춤거렸다. 기사들의 궤멸적인 패주로 그들은 전의를 순식간에 상실한 것이었다.
“군대를 돌리셔야 합니다. 백작님.”
얀 백작의 곁에 있던 기사가 말했다.
“병사들이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이대로는 저희가 불리합니다.”
얀 백작은 잠시 얼이 빠졌었다. 자신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500기사들이 검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궤멸되어 돌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얀 백작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니야! 우리에게는 엘렌 왕국산 석궁 부대가 있지 않느냐?! 저들이 가까이 접근하게 한 후 석궁병으로 쏘면 된다. 석궁병들을 선두에 배치해!”
“알겠습니다.”
엘렌 왕국산 석궁은 유연하면서 부러지지 않고 탄성력이 좋은 엘프목으로 만드는데 거기에 2겹으로 된 활시위의 재료는 활 재료 중에 두 번째로 좋다는 오우거의 힘줄을 넣고 그 외 엘렌 왕국만의 비밀 재료를 섞어 만들었다. 어찌나 강력한지 마법으로 강화된 기사의 갑옷을 40미터 이내에 관통한다고 한다(여태까지는 마법으로 강화된 갑옷을 뚫을 수 있는 활과 화살은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강화된 활과 화살이었기에 이는 매우 대단한 것이었다). 이것의 단점이 있다면 석궁을 장전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엘렌 왕국산 석궁은 더욱 힘들어서 기중기와 비슷하게 생긴 권양기라는 수동식 기계로 돌려서 활시위를 당겨야 했다.
명령에 따라 엘렌 왕국산 석궁을 든 병사들이 선두로 섰다. 그리고 석궁을 근위군에게 조준했다. 숫자는 약 1천 명.
“발사!”
버벅!
선두에 있던 500명의 석궁이 둔탁한 소리를 낸 후 석궁용 화살들이 날아갔다. 화살들이 직선으로 날아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석궁이다! 방패로 막아!”
근위군이 방패 밑으로 숨었다.
퍼석! 콰직.
듣기 나쁜 소리를 내며 화살들이 방패를 꿰뚫었다. 꿰뚫은 것도 모자라 방패 뒤에 있던 병사의 투구를 뚫고 뇌를 관통해 버렸다.
“크악!”
“으아악!”
방패병과 총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쓰러진 밀집보병들의 자리에 공백이 생기자 석궁병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재차 발사!”
나머지 500명의 병사들도 석궁을 발사했다.
“컥!”
목이 관통당한 총병 하나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화살에 노출당한 병사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렇지!”
얀 백작이 쾌재를 불렀다.
“이야!”
“대단해!”
나머지 병사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재장전!”
석궁병들도 미소를 지으며 화살을 다시 재장전하기 시작했다.
“장전하는 사이에 방패를 든 보병대를 앞에 둬서 놈들이 석궁병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라.”
얀 백작이 말했다.
“진격!”
근위군이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어?”
“뭐야 저놈들 자기네 부상자들을 무시한 채, 오잖아.”
근위군은 말 그대로 부상자와 사망자를 비켜 지나가면서 다시 진격해 갔다.
“저들은 전우애 대한 동정심도 없단 말인가?”
누군가 말했다. 사실 근위군은 전투 중에는 부상자를 돌보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다. 그것은 알렉산더 때문이었는데 알렉산더는 전투 중에 부상자를 돌본다는 것은 부상자도 그렇고 그를 도우는 자도 위험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친 전우를 도와준다는 것은 다친 자도 그렇고 도와주는 자도 전투력을 상실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전우를 후방에 이끌어 주다가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같이 전사하는 사례가 있기에 그는 철저히 다친 전우를 무시하고 적진을 향해 진격할 것을 병사들에게 주문했고 그들은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