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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23화)
제8장 집안 정리(4)
근위군과 백작령의 군대가 점점 가까워졌고 이제 양 군 사이의 거리가 50미터가 되었다.
“장전이 끝났습니다!”
석궁병들이 하나둘씩 장전이 끝났다.
“사격 준비!”
그사이에 총병들이 사격 준비 자세를 취했다.
“조준!”
“이런! 모든 석궁병은 조준하는 즉시 자유 사격을 하라!”
장전이 다 된 병사들이 근위군을 향해 조준을 했다.
“발사!”
하지만 근위군이 더 빨랐다.
퍼버버버벙!
“으아악!”
“커헉!”
첫 사격에 석궁병들을 보호하던 병사들과 석궁병들이 무너져 내렸다.
“2열, 사격!”
다시 요란하게 총소리가 울리면서 나머지 병력들도 무너져 내렸다.
“으아.”
팔에 총알이 박힌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살아남은 병사들을 활을 쏴라!”
살아남은 석궁병들이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아까에 비해 피해는 미비했다.
“아, 안 돼.”
창병 하나가 창을 버리고 도망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병사들도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군중심리란 그런 것이다.
“자리에서 이탈하지 마라!”
장교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곧 그들도 도망갔다.
“위치를 지켜라! 대오를 이루어!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
살아남은 기사들이 소리쳤다.
“이익! 도망가는 자를 전부 처단하라!”
얀 백작이 소리쳤다.
“네!”
“이탈하는 자는 군법에 의거해서 죽이겠다!”
기사들이 도망가는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살이 잘리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크어억!”
“아악!”
병사들이 기사들의 검에 죽어 나갔지만 병사들은 기사들보다 근위군이 더욱 무서웠다. 게다가 또한 병사들의 숫자가 너무 많은 나머지 기사들이 그들을 다 막지 못했고, 이제는 마법사들까지 도망쳐 군의 패주는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돌격!”
근위군이 적군이 후퇴하자 진영을 깨트리고 돌격을 감행했다. 밀집보병대는 타워실드를 버리고 개인 무기인 손도끼나 짧은 검인 글라디우스 등을 가지고 달려갔고 총병들은 총검을 끼우고 돌격을 감행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 주겠다!”
병사들이 도망가는 백작령 군대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도망가던 병사들의 상당수가 근위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제기랄!”
얀 백작도 말 머리를 돌려 후퇴를 감행했다.
“승리했다!”
“만세!”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 정도 저항이 있었지만 승리했네.”
알렉산더가 그런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승전을 감축 드립니다.”
빌헬름이 말했다.
“이 모두 후계자님 덕분입니다.”
“아니 나는 군대를 지휘하지…….”
“후계자님이 만드신 신무기와 이번 작전을 통해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전략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 후계자님께서 감축 받아 마땅합니다.”
“그렇다면 고맙지 뭐…….”
쑥스러워진 알렉산더가 고개를 살짝 내렸다.
“하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그렇습니다.”
빌헬름이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전투는 필요 없습니다.”
“맞아, 오늘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될 거야.”
알렉산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에 크리스토프가 말을 타고 돌아왔다.
“사망 142명, 부상자 536명.”
“이런, 예상보다 많이 나왔네.”
알렉산더가 혀를 내둘렀다.
“적병은 약 2천여 명이 죽고 3천 명이 포로로 잡혔다. 그들 중에 기사와 마법사들도 꽤 포함되어 있어.”
“그러면 이제 3천 명이 남은 거네.”
“아니, 3천 명이 아니라 그 아래일 거다.”
“어째서?”
“영지의 각 마을이나 항구에 경비 병력을 배치해야 하니까. 다들 퍼져 있는 거지.”
“그렇군. 그러면 됐고. 1개 대대급 총병대를 차출해서 항구를 접수해. 얀 백작이 그쪽을 이용해 도주할 수 있으니까. 근위기사단도 100명 정도 포함시켜. 그리고 죽은 자들의 무기와 갑옷, 기타 장비 등 전부 벗겨 내.”
“알겠습니다.”
빌헬름이 대답한 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 수고했어.”
“수고까지는……. 대단위 마법 따위 날리지도 않았는데.”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막사에 들어가서 쉬어.”
“너는?”
“나는 잠시 둘러보지.”
알렉산더가 말을 몰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뒤를 근위기사 10명이 따랐다. 그 후 알렉산더는 총에 맞아죽은 시체를 보았다.
한마디로 정말 끔찍했다. 수석총의 슬러그탄은 총알의 크기 때문에 관통보다는 저지력이 매우 강한데, 그 덕에 몸에 박힌 총알은 관통되지 않고 사람의 살을 뚫고 뼈를 부러트려 밀어낸다. 그 뼈 때문에 또 살이 찢어지기 때문에 총에 맞고 살아 있다면 매우 고통스럽다.
“위력 한번 좋네.”
알렉산더가 그것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만든 것이 이렇게 만들었기에 어느 정도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후 알렉산더는 요제프 시티를 보았다.
“전투는 오늘만이다.”
“폐하! 폐하!”
병사들이 알렉산더를 보더니 폐하라고 연호를 했다. 그들은 승리에 취해 매우 들뜬 상태였다.
“벌써부터 병사들이 후계자님을 폐하라고 부르는군요.”
근위기사 중 하나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도록.”
“네.”
“이만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
여전히 화려한 방 안, 하지만 널부러진 물건들은 지금 방 안에 있는 사람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것은 물론 얀 백작이었다.
똑똑.
“들어와.”
얀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말했다. 젊은 기사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여전히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항구는 이미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국적의 선박도 출항 금지를 시킨 바람에 배들이 전부 묶인 상태입니다.”
“허…….”
얀 백작이 허탈감에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병사들 중에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법사들도 로브를 벗어 던지고 잠적하는 등 탈영을 하기에 잡는 족족 목을 베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은 자의 숫자보다는 탈영한 마법사들의 숫자가 많습니다.”
“빌어먹을 마법사 놈들. 젠장.”
얀 백작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또한 군중들 사이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뭐?”
“잘못하면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찮은 신민들이…….”
“또한 백작 가문의 하인이 영주님의 창고 문을 몰래 열려고 한 시도가 발생했습니다. 하인은 잡은 즉시 심문과 함께 처형을 했습니다.”
“망했군…….”
얀 백작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일개 하인이 감히 자신의 보물 창고를 열려고 마음을 먹을 정도면 이미 치안은 갈 때까지 간 거였다.
“탈출해야 한다. 전 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을까?”
“무립니다.”
기사가 말했다.
“이탈자로 인한 병력 감축으로 현재 병력은 기사단을 포함 1천 2백 정도입니다. 항구에 주둔한 병력은 총병 600명과 근위기사단 100명입니다.”
총병의 위력을 이미 체험한 병사들이 공격할 리 만무했다.
“공격이 온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지?”
“병사들이 이를 악물고 싸워 준다면야 1시간은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얀 백작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그것을 한 번도 쓰지도 못하고 죽을 순 없어.’
쨍그랑!
창문이 깨지면서 돌멩이가 들어왔다.
“뭐야?”
“알아보겠습니다.”
기사가 얼른 군례를 취한 후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
“영주를 죽여라!”
깨진 창문을 통해 성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얀 백작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창문 밖을 보니 백작성을 포위한 농기구와 횃불을 든 영지민들이 보였다. 그들 중 일부는 병사들이 쓰는 무기를 든 자들도 보였다.
“반역자이자 영지민의 골수만 빠는 악덕 영주를 죽이자!”
“목을 베서 후계자님께 바치자!”
“영주님!”
아까 그 기사가 들어왔다.
“성 밖에…….”
“백작성의 병력 수는?”
“기사들만 있습니다. 싸울 수 있는 자는 100명입니다.”
“백작 가문 사람들은?”
“전부 다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빠져나가지 못하다니?”
“……사실은 가족 분들께서 백작님을…….”
“그렇군.”
얀 백작이 우울하게 말했다.
“영주님, 저희 기사들은 싸울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근위군에게 항복하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기사가 말했다.
“반역자는 처형이다. 모르느냐?”
“최소한 밖에 있는 군중들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근데 버틸 수 있나?”
“백작성의 도개교를 올려놨고 해자의 깊이는 5미터가 되니까. 공성 무기가 없는 군중들은 성을 넘을 수…….”
쾅!
폭발음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영주님!”
1분도 채 안 돼서 다른 기사가 들어왔다.
“군중들 속에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도개교의 쇠사슬을 마법으로 잘라 도개교를 내렸습니다!”
“뭐?!”
“성문에서 기사들이 막고 있습니다만…….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영주님 어서 피하셔야…….”
“어디로 피하란 말이냐? 도망갈 곳이 있어야 피하든 말든 할 것이 아니냐?”
“성 안에 아리아 여신의 신전이 있잖습니까?”
“아! 그래!”
아리아 교단은 신전 안에서 교단의 율령이 있을 정도로 세력이 막강했는데 만약에 죄를 지은 자가 신전으로 들어가면 그 죄수는 그 나라의 형법에 닿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체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죄를 진 죄수들은(특히 사형을 당할 만큼 큰 죄를 지은 자들) 신전으로 들어가 목숨을 부지한 후 죄를 뉘우치기 위해 10년간 신전에서 봉사를 하기도 한다. 만약 자기도 신전에 들어가 보호를 요청한다면 신전이 나서서 자신을 숨겨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얀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자!”
“가족 분들은 어찌하죠?”
“그것들은 놔두고 가! 날 버리려고 했는데 뭐 하러 내가 구해 준단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