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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게니아 1권(5화)
2장 에브게니아(2)


“흠.”
그는 마법사의 탑에 도착하자 입을 떡 벌렸다. 그만큼 그 건축물의 크기는 대단했다.
꼭대기는 마치 하늘을 찌를 듯 아주 뾰족했고, 높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마 고대 바빌로니아의 바벨탑이 이러지 않았나 싶다.
그는 벌어진 입을 다물고는 마법사의 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개중엔 벌써 마법사가 된 유저도 있는 듯, 착용한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자랑하고 있었다.
진우는 사람들을 제치며 카운터로 갔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미간을 좁힌 채 손에 들린 책을 읽고 있다가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들었다.
“자네도 마법사의 길을 걷고 싶어 온 외부인인가?”
노인이 살가죽이 뼈에 붙은 손으로 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외부인이란 유저(User)를 말하는 NPC의 언어인 듯했다.
“네.”
“우리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네. 오로지 재능 있는 자만 받고 있지. 어떤가? 내가 주는 임무를 완수하면 자네는 마법사가 될 수 있네.”

【전직 퀘스트 : 마법사가 되는 길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노마법사가 주는 일을 완수하자!
난이도 : F
조건 : 직업이 선택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네.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 일을 받으려고 온 게 아니었던가. 그는 내용은 자세히 읽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런 진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노마법사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카운터 뒤에 있는 책장으로 걸어가 한 권의 책을 빼 왔다.
“그렇다면 이 책을 가지고 가게. 이 책에는 마법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간단한 마법에 대해 적혀 있네. 그러면, 그 마법을 이용해서 대평원에 서식하는 늑대를 잡아 늑대의 이빨 다섯 개를 가져오게.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일세.”
진우는 고개 끄덕이며 노마법사가 건넨 아이템을 가방에 넣었다. 이곳에선 아이템 습득 방식이 아이템을 가방에 넣음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노마법사의 마법서’를 획득했습니다.】
【‘조잡한 나무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
【‘방한로브’를 획득했습니다.】

그는 아이템을 가방에 넣고는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저기요…….”
“응? 물어볼 말이라도 있는가?”
노마법사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물었다.
“대마법사는 어떻게 되나요?”
순간 노마법사의 얼굴이 멍해졌다. 아직 마법사도 되지 못한 꼬맹이가 벌써부터 대마법사라? 그의 웃음에 황당함이 배어 나왔다.
“대마법사라?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끌끌.”
한참을 웃던 노마법사가 눈에 흐르는 물기를 손으로 닦으며 입을 열었다.
“잘 듣게. 대마법사란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칭호가 아니야. 이 대륙에서 마법으로는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해야 하며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 얻는 칭호가 바로 대마법사지.”
‘그러니까 마법사 랭킹 1위 정도는 되겠네. 명성…… 명성이 뭐지?’
진우는 노마법사의 말을 듣다 말고 도움말을 열어 명성에 관한 정보를 찾았다.

【명성 : 유저의 공헌도를 나타내는 것.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조금씩 오르며,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

정보를 다 읽은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많이 하면 명성이 많이 오르겠구나.’
그는 다시 대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으려면 일단 마법사 랭킹 1위가 되어야 하고, 퀘스트를 많이 해서 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군.’
순간 무엇이 생각났는지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죠?”
“음…….”
노마법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멀린 님이다.”
‘멀린?’
진우는 메뉴창을 열어 랭킹서버에 접속해 현재까지의 랭킹을 살펴봤다.
이는 간단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회사 측에서 배려해 놓은 시스템이었다. 랭킹서버를 통해 게시판을 볼 수 있고 랭킹도 볼 수 있었다.

【마법사 부문 랭킹(1∼10위)
1. 멀린 6. 카메론
2. 다프네 7. 루엔
3. 루퍼드 8. 샤론
4. 루나인 9. 듀갈
5. 조닥 10. 카토아처】

‘멀린…… 마법사 부문 랭킹 1위라.’
진우는 마법사 부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새겨 놓은 멀린이란 아이디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가 창을 다시 닫으며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그러면 랭킹, 아니 멀린이란 사람을 제치고 대마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간단하지. 그분과 싸워 이기면 되는 거야.”
“흠…….”
진우는 노마법사의 말을 듣고는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에 몰두했다.
싸워서 이기면 그것이 자신의 랭킹이 된다!
그렇다면 밑의 아홉 명과는 부딪칠 필요 없지 않은가? 멀린만 이기면 곧바로 대마법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노마법사의 말에 그는 그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분께 도전하려면 그 아래에 자리한 아홉 명의 마법사들을 차례차례 이겨야 한다네.”
진우는 랭킹 1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마법사 아홉 명을 꺾어야 한다는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켁, 10위부터 차례차례 꺾고 올라가야 한다는 소리네.’
진우의 표정이 우스웠던지 노마법사는 히죽 웃었다.
“어떤가? 자네 같은 초보 마법사가 노릴 만한 자리가 아님을 알겠지?”
노마법사의 말에 울컥한 진우의 감정은 금세 표정으로 드러났다.
“큭. 언젠간 될 테니 두고 봐요.”
“껄껄, 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겠네.”
진우는 노마법사의 웃음을 뒤로한 채 문으로 걸어가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진우는 노마법사에게서 받은 아이템을 착용했다.
스스스.
그러자 그의 몸에 잿빛의 망토가 희미하게 걸쳐지고 그의 손에는 지팡이가 희미하게 모습을 찾아 갔다. 이윽고 그것이 완벽한 형태가 되자 진우는 신기해서 로브 자락을 한번 휘날려 보고 지팡이를 휘둘러 보았다.
후웅.
현실과 전혀 차이가 없는 감촉.
그는 감탄하며, 노마법사에게서 받은 책을 꺼내 펼쳤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선 마법 책을 구해서 그 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을 매뉴얼에서 읽었던 터라 그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휘리리릭.
그가 책을 펼치자 갑자기 책장이 자동으로 넘어가더니 책이 다시 접히고 곧 사라졌다. 갑자기 책이 사라지자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매뉴얼에 이런 정보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당황한 것도 잠시, 그의 앞에 네모난 창이 떴다.

【‘매직 에로우(Magic Arrow, 마법의 화살)’를 배웠습니다.】
【‘명상’을 배웠습니다.】

이리저리 마법창을 뒤져 가며 한참 신기해 하던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래도 상위 마법사들은 9클래스 마스터일 가능성이 커.’
당연했다. 마법사란 직업은 그 이름과 걸맞게 지극히 어렵고 난해한, 레벨 올리기가 극도로 어려운 직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업에 비해 마스터 레벨이 없을 뿐이지, 9클래스 마스터라면 못해도 백 명은 넘을 터였다.
진우는 지도를 펼쳐 대평원이라고 표시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일단 레벨부터 올려 놔야겠군.’
그는 펼친 지도를 접고는 대평원이라고 표시된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도에는 그가 가 봤던 곳만 표시되는 듯, 로한 외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단지 북쪽에 위치한 문에 대평원이라는 이름과 함께, 남서쪽 문에 거대한 나무숲이라는 이름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북쪽에 위치한 문은 거대한 성문이었다. 해자가 주위에 둘러 있는 듯 도개교가 건너편 대지에 닿아 있었다.
그가 다리를 건너갈 때 북쪽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었다.
“대평원에는 몬스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저희 둘만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몬스터들을 막아 내기 어렵습니다. 대평원에서 몬스터들을 잡아 주실 수 있습니까?”

【성문 퀘스트 : 에르문의 부탁
대평원에서 시도 때도 없이 성을 향해 습격해 오는 몬스터들이 너무 많다. 대평원에 나가 조금이라도 수를 줄이자!
난이도 : F
조건 : 없음】

경비병 NPC의 말이 끝나자 그의 앞에 ‘마법사의 탑’에서 퀘스트를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네모난 창이 떴다.
쭉 읽어 내려가던 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보상은 없나요?”
“있습니다. 보통은 말을 안 해 드리지만…… 특별히 말해 드리죠. 아마 저 외에 다른 사람들은 말을 안 해 줄 겁니다.”
“그건 왜죠?”
“임무를 완수한 다음에 드리니까요. 아무튼 보상은 30브론즈입니다.”
“브론즈?”
“브론즈는 이 세계의 화폐단위로, 100브론즈가 1실버, 100실버가 1골드입니다.”
“아하.”
어차피 늑대를 잡으러 가는 도중이었기에 그는 퀘스트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하죠.”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창에서 자세한 정보를 봐 주세요.」
퀘스트를 수락하자 도움말이 뜨고, 경비병 NPC 에르문은 그의 손을 잡고 고마워했다.

대평원은 이름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그는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혹시나 길을 잃을까 세계지도를 열어 보았다. 다행히도 가 보았던 곳은 지도에 표시된 모양인지 가는 길마다 그곳 지리가 상세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한참을 걷던 진우는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은색 갈기를 가진 몬스터가 어슬렁거리며 갈대밭 사이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우는 지체하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매직 에로우.”
그가 주문을 외자 눈앞에 바(Bar)가 생겼다.
“엥? 이게 뭐야.”
그는 눈앞에 생성된 바를 보며 불만을 토했다. 하지만 그가 불만을 토하건 말건 아랑곳없이, 바 안에 있는 연두색 선이 오른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쓰쓰쓰.
그 바가 오른쪽 끝으로 가면 갈수록 그의 주위에 녹색의 빛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캐스팅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뜨자 진우는 매직 에로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아닌데…… 이러면 일반 게임이나 다름없잖아.”
그라고 게임을 안 해 봤겠는가. 그러나 그때마다 실망을 안겨 줬던 것이 바로 이 캐스팅 시스템이었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만큼은 진짜 마법사가 되고 싶은 그였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옆에서 초록 빛깔의 매직 에로우가 얼른 날아가고 싶다며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진우는 그것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마법사가 될 몸이 게임 시스템에 의존하다니…… 이거 잡고 마법사의 탑에 다시 가 봐야겠군.”
푸슈웅.
진우가 손짓하자 매직 에로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늑대에게 빠르게 접근해 날아갔다.
파직.
그러나 어쩐 일인지, 화살은 늑대 근처에 다가간 순간 공중분해 되며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뭐, 뭐야?”
갑작스런 사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진우는 메뉴창을 열어 도움말을 살펴보았다.

【사정거리 밖에서 마법을 발현하면 몬스터에 접근하기도 전에 소멸할 위험이 있으니 사정거리에 접근한 뒤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사정거리를 어떻게 알라고…….’
그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지만 이내 지우고는 조금 더 접근해서 매직 에로우를 쏘았다. 그의 주문과 함께, 또 다른 매직 에로우가 형을 이루어 갔다.
푸슈웅.
매직 에로우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늑대에게 날아갔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정거리 안이었는지 늑대에게 명중했다.
퍼억.
마법이 명중하자 늑대 위에 체력게이지가 나타났다. 체력게이지 역시 바의 형태였는데, 방금 전 매직 미사일의 대미지로 말미암아 3분의 1가량 깎여 있었다.
공격당한 늑대가 진우 쪽을 노려보더니 으르렁거리며 그에게 접근했다.
“매직 에로우!”
진우는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이윽고 그것이 완성되자 그는 또다시 늑대를 향해 손짓했다.
푸슈웅. 퍼벅!
크르릉.
매직 에로우에 격중된 늑대는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퍼뜩 정신을 차리고 빠른 속력으로 다시 진우에게 다가왔다.
“매직 에로우.”
그는 재차 마법을 외웠다. 그리곤 늑대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푸슈웅. 퍽!
―크륵.
마법에 명중된 늑대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체력게이지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죽은 듯싶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완벽히 죽었음을 확인한 진우가 늑대를 향해 조심스레 걸어갔다.
반짝.
늑대 주변에 햇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물건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자루의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안을 들여다보자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아이템인가 보군.”
진우는 허리를 굽혀 조그만 자루를 통째로 줍고는 가방에 넣었다.
「‘늑대의 이빨’을 습득했습니다.」
아이템을 가방에 넣자 기계음이 들렸다.
“그럼 마탑으로 가 볼까…….”

“음? 자네, 임무완수는 안 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겐가?”
마탑으로 돌아온 진우는 카운터에 있는 노 마법사에게로 가서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마법은 어떻게 구현하는 거죠?”
진우의 물음에 노마법사는 약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법을 구현하는 방법? 그건 왜 묻지?”
“당연히 마법을 쓰기 위해서죠.”
“그렇지만 다들 마법을 구현하는 방법을 몰라도 잘만 사용하던데?”
“에잇, 난 그렇게 마법 쓰는 거 싫으니까 빨리 가르쳐 주기나 해요.”
“글쎄, 어쩔까?”
한참을 진우와 실랑이를 벌이던 노마법사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끌끌, 뭐, 말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잘 듣게.”
드디어 노마법사가 입을 열려고 하자 진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외부인들은 마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냥 주문만 외우면 된다 생각하지. 어떻게 된 일인지 중간 과정은 모두 생략하고 말이야. 외부인이 주문만 외워서 마법을 구현하는 것은 나도 그 과정을 잘 모르겠네. 아마 어떤 마법 물품의 도움으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네.”
노마법사가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마법을 정의하자면, 주위에 퍼져 있는 마나를 끌어다 필요한 원소를 재배열하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것이네. 예를 들어 어떤 물체를 만들려 했을 때 그 물체의 부품을 끌어다 모아 알맞게 끼워 맞추어 물체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네. 마나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주위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것이 먼저네. 물체를 만들려고 했을 때 부품이 없으면 만들 수 없지 않나.”
그러면서 노마법사는 카운터에서 일어나 걸어가더니 뒤쪽에 있는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주었다.
“이것이 마법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나를 느끼자’라는 제목의 책이라네. 원래 30브론즈에 팔던 책이었으나 내 특별히 공짜로 주지.”
“오, 노인 통 큰데?”
“허허, 어린놈이 노인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먼.”
노마법사가 진우에게 알밤 한 대를 먹이고선 이어 말했다.
“그것의 극의를 깨우치면 나에게 다시 오게. 그 후속편을 주겠네.”
진우는 노마법사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그의 신경은 노마법사가 준 책에 쏠려 있었다.

마탑의 밖으로 나온 진우는 노마법사에게 받은 ‘마나를 느끼자’라는 유치한 제목의 책을 열었다. 맨 처음 노마법사가 주었던 책과 같이 책장이 자동으로 휘리릭 넘어가며 닫히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마나 느끼기를 배웠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기자 진우는 살짝 감탄을 내뱉으며 그것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마나 느끼기 : Lv1. 기에 들어 있는 마나를 느끼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함. 숙련도 0/100】

‘호오, 어? 숙련도라는 것도 있네. 다른 마법에도 붙어 있나?’
마나 느끼기 외에 다른 마법의 정보를 본 그는 모든 마법에 숙련도가 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이 사용하면 올라가나 보네.’
그가 매직 에로우의 숙련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늑대와의 싸움에서 몇 번 사용했기 때문에 그것의 숙련도는 약간 올라가 있었다.
“숙련도가 있다는 것은 마스터 레벨도 있다는 뜻이네. 일단 이것부터 해 보자.”
어느덧 북문 앞에 다다른 진우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마나 느끼기 스킬을 사용했다.
문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그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신경을 끄고 마법에만 집중했다.
“……?”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도 분간을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당황했다.
“뭐, 뭐야, 이거? 그 노인이 사기 쳤나?”
그는 재차 스킬을 사용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똑같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의 기대감은 마음 저 깊숙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주위에 뭔가가 희뿌옇게 드리워지자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보려고 애썼다.
그것은 푸른색의 옅은 안개였다.
신기해서 그것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안개는 마치 수줍어하는 처녀처럼 그의 손길을 이리저리 피했다. 하지만 그 감촉만은 선명히 남아 그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것과 함께해 온 듯.
“이게 마나인가?”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서 답을 내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명해진다고 해서 바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살짝 안력을 집중하면 보일 만한 정도였다. 좀 전과 비교하면 아주 커다란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사용하면 지가 알아서 해 주는 모양이네.”
드디어 마나 느끼기의 사용법을 알아낸 진우는 이제 그 자리에 아주 드러누워 마나를 음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