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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게니아 1권(18화)
6장 난 마법사야(2)


“쳇, 이번에도 아닌가.”
진우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뇰 무리에서 매직 급 아이템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이는 중이다.
‘뇰 중에는 유달리 강한 뇰킹이 있는데 그 몬스터를 잡으면 매직 급 아이템이 나온다.’
라는 소문을 듣고 벌써 몇십 마리를 잡았지만 잡을 때마다 허탕을 쳤다.
‘헛소문이었던가…….’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새로운 뇰 떼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의 발은 우뚝 멈추었다.
―크르르르…….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진우는 등을 돌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마, 맙소사.”
얼핏 봐도 보통의 뇰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덩치. 주둥이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빨에 물리면 살이 뭉텅이로 뜯겨 나갈 듯했다. 서 있는 두 다리의 근육은 징그럽도록 크고 단단해 보였고, 손에 쥐고 있는 투핸드액스는 보통의 것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척 보니 저것이 바로 소문의 뇰킹인 듯했다.
―크아아아아!
뇰킹은 주위에 늘어져 있는 동족의 시체를 보고는 무척이나 화가 난 듯 괴성을 질렀다. 그 소리는 대평원이 들썩할 정도로 컸다.
진우는 귀에 손을 가져갔다.
“장난 아니잖아, 이거…….”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재빠르게 마법을 캐스팅 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대기 중의 음전하와 양전하가 그의 손에 집중되었다. 초보 시절에 모였던 마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양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눈부실 정도로 스파크가 튀며 점점 형체를 갖추어 갔다. 양손의 거리를 늘리자 그에 따라 번개의 구체도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부피가 늘었다 해서 그 밝은 빛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멀어진 그의 손이 우뚝 멈추자 라이트닝 볼트는 1미터 남짓하게 커져 있었다.
그는 머뭇거림 없이 뇰킹을 향해 그것을 던졌다.
파지지지지직.
엄청난 스파크가 대기 중에 일어났다. 그것은 자체적으로 대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끌어와 더욱더 부풀었다.
뇰킹은 그것을 보고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향해 달려갔다.
진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뇰킹이 라이트닝 볼트에 격중되어 몸이 새까맣게 타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을 비웃듯 뇰킹은 거대한 투핸드액스를 위로 치켜들어 아래로 내리찍었다.
지직―!
그러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자체적으로 대기 중의 마나를 끌어다 부풀린 라이트닝 볼트가 맥없이 반으로 쪼개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뇰킹도 대미지가 있는 듯 투핸드액스를 잡고 있던 놈의 손은 새까맣게 그을리고 우람한 상체도 살짝살짝 그을렸다.
―쿠워어어!
뇰킹은 그런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지 괴성을 지르며 진우에게 돌진했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뇰킹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쳇.”
회심의 공격이 실패하자 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2탄을 준비했다.
“스파크!”
4클래스 때 배우는 또 다른 마법, 스파크. 대기 중의 음전하와 양전하를 조절해 그것이 폭발할 수 있는 한계까지 부딪치게 한다. 억눌려 있던 그 폭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파직파직!
뇰킹이 달려오는 방향에 사각형의 막이 씌워지더니 각 모서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것이 한계에 도달할 때 진우의 손이 움켜쥐어졌다.
번쩍!
빛이 주위를 휩쓸었다. 갑작스런 빛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는지 진우는 팔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푸스스스.
시간이 지나 점점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새까맣게 탄 뇰킹이 투핸드액스를 축 늘어뜨린 채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암, 아무리 강해 봤자지.”
그는 새까맣게 타 버린 뇰킹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가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뇰킹의 머리 위에 있는 체력게이지는 완전히 닳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력게이지 바 사이에 체력을 나타내는 빨간색의 선이 거의 끝자락에서 달랑거리고 있었기에 그것을 놓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번뜩!
진우가 지척에 도착했을 때 뇰킹이 눈을 번쩍 뜨며 늘어뜨린 팔을 휘둘렀다.
후웅.
파공성이 울리며 놈의 팔이 진우의 머리를 향해 쏘아져 갔다.
“헉.”
헛바람을 집어삼킨 진우는 급하게 몸을 숙였다.
‘망할!’
하지만 어김없이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압박 때문에 몸이 좀처럼 움직여지질 않는다.
파즈즈즉.
‘피하기엔 늦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재빨리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만 캐스팅은 대기 중의 마나가 아닌 자신의 몸속에서 솟구치는 마나를 통해 이루어졌다.
“라이트닝 익스플로전!”
지지지지직―!
그의 몸을 중심으로, 번개의 막이 반구의 형태로 퍼져 나갔다.
―크그그그.
라이트닝 익스플로전에 정통으로 맞은 뇰킹의 몸이 굳더니 머리 위의 체력게이지가 사라졌다. 뇰킹의 투핸드액스는 조금만 더 움직였으면 진우의 머리를 갈라 버릴 수 있었으리라. 그것에 원통한지 뇰킹은 눈을 부릅뜬 채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놀라기는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1초만 늦었으면 머리가 가로로 두 동강 나는 희귀하다 못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일을 경험할 뻔했으니 말이다.
스스슥.
쓰러진 뇰킹의 주위로 아이템이 생겨났다. 진우는 머리 옆에 붙은 투핸드액스를 손으로 밀며 아이템이 떨어진 곳을 향해 걸어갔다.

【뇰킹의 척추 뼈
뇰킹의 단단한 척추 뼈이다. 이것으로 무기를 만들면 뇰킹의 거대한 파워를 얻을 수 있다 한다.
등급 : 매직
속성 : 조합 아이템】

특수능력을 본 진우의 얼굴엔 진득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굳이 힘을 올릴 필요도 없겠군.’
아이템을 가방에 넣은 진우는 로한으로 발을 옮겼다.
뇰킹의 척추 뼈를 얻은 진우는 미스티의 무기점으로 들어가 그것을 미스티에게 내밀었다.
“오오, 이것은……!”
그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지고 입에서는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혹시 이것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까?”
진우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미스티를 바라보았다.
미스티는 진우의 말은 안중에도 없는 듯 뇰킹의 척추 뼈를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아, 무, 물론일세! 내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보겠네.”
진우의 눈초리를 느낀 모양인지 그는 말을 더듬거렸다.
뇰킹의 척추 뼈를 한쪽 구석에 고이 모셔 놓은 미스티가 손깍지를 꼈다.
“어떤 무기를 만들고 싶나?”
그는 어떤 무기를 선택하든 최고의 무기로 만들어 주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장인정신이 어김없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진우는 턱에 손을 갖다 대며 쓰다듬었다.
“흠. 어떤 것으로 해야 좋을까요?”
“어떤 무기를 선택하든 최고의 성능을 자랑할 테지만 내 생각에는 검이 나을 듯하네.”
미스티의 말을 들은 진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의 의문을 아는지 미스티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자, 이것을 보게.”
미스티는 고이 모셔 놓았던 뇰킹의 척추 뼈를 들고 나왔다.
“가공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최고의 성능을 보이려면 그것의 원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지.”
미스티는 손으로 뇰킹의 척추 뼈의 윗부분을 가리켰다.
“만약 지팡이를 만든다면 이 윗부분에 마나석을 박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네. 아쉽게도 이것은 윗부분에 공간이 없지.”
미스티는 이번엔 몸체를 가리켰다.
“척추 뼈인 만큼 오돌토돌하게 뼈가 튀어나와 있네. 손으로 강하게 움켜잡을 때 손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지. 지팡이나 검을 만들자 하면 당연히 손잡이를 만들어 달을 수밖에 없네. 하지만 지팡이는 마나를 모으는 매개체인 만큼 형태의 변화가 가급적이면 이루어져선 안 되네. 만약 손잡이를 단다 치세. 지팡이를 매개체로 끌어들인 마나는 손잡이와 척추 뼈의 연결 부분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네. 왜냐하면 아무리 잘 끼워 맞췄다 해도 미세한 틈은 존재하기 때문이지.”
그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검을 만들고자 하면 그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네. 또, 이 척추 뼈에 깃들어 있는 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 지팡이로 만들면 마나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척추 뼈에 깃들어 있던 마나와 새로 끌어들인 마나가 충돌하기 마련일세. 그러면 본신의 위력은 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끌어들인 마나도 어중간하겠지. 그래서 이것을 검으로 만들라 추천한 거네. 혹시 활이나 창을 만들려는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활로 만들려면 당연히 척추 뼈를 휘어야 할 테고 창으로 만들려면 척추 뼈의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매끈하게 다듬어야 하네.”
그는 흥분한 듯 몸짓까지 동원해 가며 설명했다.
진우는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턱을 감싸 쥐며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검으로 만들어 주세요.”
“오오, 탁월한 선택이야.”
미스티는 흥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그럼 손잡이로 쓸 만한 물건을 추천해 주겠네. 혹시 손잡이로 쓸 만한 것이 있나?”
“사용했던 검의 손잡이를 떼어서 만들 수도 있습니까?”
“물론이지.”
미스티의 말을 들은 진우는 아이템 가방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냈다.
그 검을 본 미스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이것은 내가 만든 검이 아닌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어떻게 이걸…….”
“전에 와서 샀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진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자네가 마법사인 주제에 검을 들고 설치겠다던 그 사람이군.”
미스티가 손뼉을 탁 쳤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진우의 눈은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진우의 반응을 눈치 챘는지 미스티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아, 미안하네. 원래 대장장이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말이 험한 편이니 자네가 이해하게. 험험…….”
그는 헛기침을 하며 진우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 이 검의 손잡이를 떼어서 붙일 건가?”
미스티는 진우가 내민 검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네.”
“그럼 내일 중으로 다시 들르게. 내 모든 실력을 발휘해 최상의 물건을 만들도록 하겠네.”
“검을 만들 때 돈은 들지 않습니까?”
이미 게시판을 확인하고 온 터라 진우의 얼굴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 게시판에는 분명 어떤 재료로 무기를 만들 때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하여 여태껏 모아 온 잡다한 아이템을 상점에 모두 처분한 상태였다.
미스티가 씩 웃었다.
“이런 좋은 재료로 무기를 만들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네. 돈까지 바라는 것은 대장장이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우는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말투는 무례하긴 하지만 본성은 순박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진우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미스티의 무기점을 나왔다.
「접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즐거운 게임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날 에브게니아에 접속한 진우는 맡겨 두었던 무기를 찾기 위해 미스티의 무기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 왔군.”
미스티가 진우를 보더니 얼굴에 미소를 가득 지었다.
그는 뒤쪽으로 가더니 한쪽 구석에 천으로 둘둘 말려 있는 물건 하나를 들고 나왔다.
“자, 이것이 자네가 맡긴 뇰킹의 척추 뼈로 만든 검이라네.”
그는 천으로 둘둘 말린 그것을 진우에게 건넸다.
진우는 미스티에게서 받은 물건의 천을 풀었다.
일부가 천에 싸인 그것의 모습은 가히 감탄이 나올 만했다. 뼈 특유의 누런색은 언제 사라졌는지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오돌오돌 튀어나온 뼈들은 잘 다듬어져 있었다. 검신에선 보석처럼 광택이 빛나고 손잡이는 거무튀튀한 색 대신 검에 맞는 새하얀 색으로 교체되었다. 검끝은 뾰족하게 만들 수 없었는지 뭉툭하게 각이 져 있었다.
“어떤가?”
미스티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최, 최고입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진우의 모습에 미스티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껄껄. 내 평생의 역작인 만큼 최고의 기술을 쏟아 부었지. 내 생애 매직 급의 무기를 만들어 볼 줄이야…….”
그가 얼굴에 자부심을 띠며 말했다.
“다음에도 좋은 재료를 구하면 나에게 가져와 주길 바라네. 자네에겐 특별히 공짜로 해 주지.”
“감사합니다.”
미스티의 말에 진우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호, 혹시 파티원을 구하고 계십니까?”
새로 얻은 검의 성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대평원으로 가고 있는 진우에게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진우가 돌아보자 남자는 그의 기세에 압도당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아니요. 무슨 일입니까?”
진우는 말을 걸어온 남자를 내려다봤다. 직업이 중검사인 듯 그의 등에는 체구보다 더 커 보이는 검이 매달려 있었다.
“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파티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까?”
그가 진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현실의 몸의 치수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진우는 그보다 20센티미터는 더 커 보였다.
그의 말에 진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검의 성능을 시험하려면 이들과 다니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하지요.”
생각을 마친 진우는 그에게 답을 했다.
“가, 감사합니다. 전 베르토라 합니다.”
말을 마친 베르토가 파티신청을 하자 진우는 수락했다.

베르토가 진우를 안내한 곳은 여관이었다. 아마 그들의 파티원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인 듯했다.
베르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두 명에게 걸어갔다. 그들이 그의 일행인 듯 베르토가 그들에게 진우를 소개했다.
“새로 파티에 들어오실 토르 님입니다.”
그들은 모두 초면인 듯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진우가 그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토르입니다.”
무례하지도 않고 정중하지도 않은 인사를 건넨 진우가 베르토를 바라보았다.
“아, 앉으십시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베르토가 진우에게 의자를 건넸다.
파티원이 모두 자리에 앉자 베르토가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갈 곳은 로한 남서문 너머에 있는 거대한 나무숲입니다.”
그들은 일제히 베르토에게 의문을 표시했다.
“왜 그리로 가려 합니까?”
일행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자신을 해드라고 소개한 사람이었다. 성직자인 듯 가슴에 십자가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혹시 기간틱 트리(Gigantic Tree)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베르토의 말에 일행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에는 기간틱 트리라고 하는 보스 급 몬스터가 나오는데, 그 몬스터에서 매직 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일행은 모두 동그랗게 눈을 떴다.
베르토가 입을 다물자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럼 그 아이템은 누가 갖게 되는 거지요?”
자신을 헬버느라 소개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옆에 놓인 활로 보아 궁수임에 틀림없었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나온 아이템의 직업에 맞는 사람이 갖는 것이 좋을 듯한데…….”
베르토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는지 진우를 제외한 두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기가 아닐 경우엔 어떡하지요?”
진우가 베르토를 보며 물었다. 베르토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 그때는 주사위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사위 시스템이란 파티원들이 매직 급 이상의 아이템을 얻으려 한때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주사위 두 개를 굴려 가장 큰 숫자가 나온 사람이 아이템을 차지하는 시스템이다.
그의 말을 들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 볼까요.”
베르토가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었어? 매직 급이라 하더군.”
베르토 일행의 근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무리가 머리를 맞대며 쑥덕였다.
“확실히 들었지.”
울퉁불퉁한 근육을 갖고 있는 사내가 옆에 있는 자신의 대검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어때? 우리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눈이 좌우로 쭉 찢어지고 입술 한쪽이 교묘하게 비틀려 올라가 있는 그는 척 보기에도 야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약간 마른 체구에 가슴에 십자가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는 그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가자고.”
야비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사내가 옆에 있던 숏보우를 등에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