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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게니아 1권(24화)
8장 비굴한 자식(2)


크라시아 산맥. 대륙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산맥인 이곳은 고대의 기록에 의하면 드래곤이 존재했을 시절 드래곤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한다.
북쪽 지역인 만큼 항상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그 눈보라 속에서 한 무리의 인간과 몬스터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인간들은 세 명 남짓했는데 그들은 각각 성직자, 무투가, 마법사라는 꽤나 안정적인 파티였다.
그 파티의 리더인 무투가 브로브는 현재 설인과 대치 중이었다.
설인은 배를 제외하고 은색의 털이 빠짐없이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이마는 비스듬하고 입은 툭 튀어나온 몬스터였다. 마치 고릴라의 얼굴과도 같았다.
또한 크기는 얼마나 큰지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크어어어어!
설인이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주먹을 브로브에게 날렸다.
후우웅.
대기의 가르며 주먹이 날아오자 브로브는 급히 허리를 숙였다.
역시 설인의 거대한 몸집에서 재빠른 스피드가 나올 리가 없었는지 브로브의 허리가 다 숙여지고도 한참 뒤에 설인의 주먹이 그의 등을 훑고 지나갔다.
“으이얍!”
브로브는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발을 뒤로 밀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설인의 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토네이도 바디 어택!”
그는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회전을 시도했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에 있던 바람이 그가 회전하는 것에 동조해 맹렬히 회전했다.
그것은 마치 작은 토네이도를 연상시켰다.
‘설인의 약점은 털이 감싸고 있지 않은 배!’
설인의 털은 마치 단단한 갑옷의 역할을 하는데, 몸 전체에 비해 배는 털이 별로 없다.
당연히 설인의 약점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브로브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공중에서 방향을 조절해 설인의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르으.
설인은 브로브가 자신의 배로 날아올 것을 직감하고는 재빨리 손으로 배를 가렸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설인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터어엉!
육체 간의 충돌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소리가 눈보라 속에 울려 퍼졌다.
브로브는 그 충격으로 뒤로 튕겨 나왔고, 설인과 부딪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젠장. 기회였는데.”
그가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설인같이 영리한 몬스터는 잡기가 상당히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
설인이 양팔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브로브에게 다가왔다.
브로브는 설인의 괴성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두터!”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마법사의 이름을 불렀다.
“오케이.”
두터는 이미 준비를 마쳤는지 브로브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즉각 마법을 날렸다.
“아이스 자벨린!”
그의 손 위에 둥둥 떠 있던 얼음의 창이 기다렸다는 듯 설인의 배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직지직!
주변환경과 같은 속성을 지닌 얼음의 창은 당연히 위력이 세질 수밖에 없다. 또한 주변환경과 색이 비슷한 아이스 자벨린은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다.
설인은 자신의 배로 날아오는 아이스 자벨린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브로브에게 접근했다가 일격을 허용했다.
푸우욱! 퍼엉!
―크어어억!
아이스 자벨린이 설인의 배를 찌르더니 이내 그의 등판까지 뚫고 지나갔다.
설인은 자신의 배를 움켜쥐며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했다.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통째로 뜯겨 나갔기 때문이다.
“으아아압!”
고통스러워하는 설인에게 브로브가 재빠르게 접근해 상단차기를 날렸다.
설인은 반쯤 감긴 눈으로 날아오는 발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퍼어억!
―크으.
눈보라치는 평원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설인은 이내 침묵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혈투 끝에 드디어 잡은 것이다.
“후우.”
브로브가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훔쳤다. 땀이 날 리도 없는 날씨건만 습관인 듯 그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반짝.
설인이 침묵한 자리에 아이템이 생겨났다.
브로브는 천천히 걸어가 아이템을 주워들었다.
“오오오! 드디어!”
그는 얼굴에 화색을 만연히 띤 채 일행에게 다가갔다.
일행도 웃음를 띠며 브로브에게 다가왔다.
순간 대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브로브의 귀를 파고들었다.
피유웅―!
“헉!”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던 그는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다급히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파바밧!
그가 있던 자리에 화살 세 대가 꽂혔다. 재빨리 피하지 않았으면 분명 그곳엔 구멍이 세 개가 난 그의 몸이 있었을 것이다.
“쳇. 아깝다.”
눈보라 속에서 한 무리의 일행이 튀어나왔다.
중검사, 궁사, 성직자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실력 좀 키워 놔라.”
일행 중 등에 대검을 멘 거대한 사내가 궁수에게 충고했다.
“쳇! 나도 알아, 안다고!”
궁수는 연신 투덜대며 화살통에서 또 다른 화살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죽여 주지.”
활에 네 대의 화살이 장전되었고 그것은 또다시 대기를 가르며 브로브에게 날아갔다.
피슈슝.
“뭐, 뭐야?”
브로브는 당황했지만 재빨리 네 개의 화살을 피했다. 못 피하는 화살은 손으로 적절히 쳐 내며 피하는 동작이 가히 일품이었다.
화살을 다 피한 브로브는 눈보라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어?”
분명 나온 사람은 세 명인데 한 사람이 없다. 불안감이 엄습하자 그는 재빨리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를 찾나?”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화들짝 놀란 브로브가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너, 너희들은 누구지?”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눈앞의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말도 하기 귀찮다는 듯 대검을 일직선으로 찔러 왔다.
“알 필요는 없고, 죽어 주기만 하면 돼.”
“허, 헉!”
브로브가 헛바람을 삼키며 허리를 숙였다. 검은 그의 등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아이스 자벨린!”
어느새 브로브의 곁에 다가온 그의 일행이 동료를 공격하는 사내를 공격했다.
“조잡하긴.”
사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아이스 자벨린을 대검으로 그어 버렸다.
파직.
그가 잘라 낸 아이스 자벨린이 형태를 잃고 본래 상태인 마나로 돌아가 버렸다. 설인의 배를 무참히 찢어발기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크억!”
그때 사내를 향해 아이스 자벨린을 날린 두터가 비명을 내질렀다.
브로브는 뺨이라도 맞은 듯 그곳을 바라보았다.
“헉! 두터!”
그는 머리에 화살이 꽂혀 있는 두터의 모습에 경악했다. 생명이 다한 두터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췄다.
“이런, 이런. 날 잊으면 안 되지.”
브로브는 황급히 자신의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
“크아악!”
브로브는 눈앞의 세상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몸이 검에 의해 대각선으로 잘려 미끄러져 내려온 것이다.
툭.
브로브가 사라지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아이템이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졌다.
사내가 성직자를 향해 슬금슬금 걸어갔다.
“어차피 지금은 줍지도 못하니. 너도 죽어 주실까?”
사내가 히죽 웃으며 대검을 치켜들었다.
파직.
“……?”
순간 자신의 주위에 사각형의 반투명한 막이 씌워지자 사내는 손을 내밀어 그것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그것이 지난번에 경험해 보았던 마법이라는 것을.
“제, 젠장!”
그는 황급히 발을 뒤로 뺐다.
콰앙!
그의 몸이 막이 쳐진 곳에서 멀어지자마자 그것은 폭음을 내며 터져 버렸다.
“크크크. 잘 만났다, 이 자식.”
눈보라 저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내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사내는 모습을 확인하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놀랐다.
“오랜만이지?”
그곳엔 지름이 2미터는 될 법한 라이트닝 볼트를 손에 머금은 진우가 서 있었다.

진우는 손에 지름이 1미터 남짓한 라이트닝 볼트를 머금고는 눈앞의 사내를 쏘아보았다.
으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을 따라오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렸다.
진우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는데 그 눈빛 때문에 사내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너, 넌……?”
성직자를 죽이려다 진우의 공격을 받고 뒤로 물러선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사내는 안 굴러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잠시 후, 그의 머리 위에서 전구가 반짝였다.
“넌!”
사내가 놀라움이 깃든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진우를 가리켰다.
“호오, 기억나셨나 보군?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차 있는 건 아닌가 봐?”
진우는 킥킥 웃어 댔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사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너 이 자식! 잘 만났다!”
그때 다 죽어 가던 진우에게 받은 공격이 수치스러운 듯, 그가 대검을 꼬나쥐며 진우에게 접근했다.
“반갑다니 무척이나 다행이군그래. 나도 정말 반가운데.”
진우가 씩 웃으며 1미터 남짓한 라이트닝 볼트에 더욱 마나를 주입했다.
“……죽여 주고 싶을 정도로.”
살벌한 말을 내뱉은 진우가, 달려오는 사내를 향해 라이트닝 볼트를 냅다 집어 던졌다.
사내는 점점 가까워지는 라이트닝 볼트를 보고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그것을 그어 내렸다.
“어디서 이런 허접한 마법을 배워 오셨나!”
그가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진우가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나무숲에서, 그들은 기간틱 트리가 죽어 있을 때 간신히 나타났고 그 때문에 기간틱 트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사내는 진우가 레벨이 낮은 검사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름이 4미터나 되는 라이트닝 볼트에 기간틱 트리의 몸이 뚫렸다는 것을 알면 누가 무모하게 덤벼들 수 있겠는가.
라이트닝 볼트는 보통 자체적으로 커졌을 때보다 훨씬 못 미친 1.2미터 정도의 크기였다. 이곳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마나는 수(水)속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내에게 위협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
라이트닝 볼트가 점점 부풀어 오르자 이상함을 느낀 사내는 베어 가던 칼을 거두고 피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퍼직 퍼직 퍼직 퍼직.
“끄아아악!”
차라리 그냥 계속 베어 내렸으면 모를까, 도중에 칼을 거둔 대가로 그는 더욱더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어야 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자세가 무너진 것이다.
푸스스스.
칼을 거두려던 자세 그대로 사내의 몸 전체가 새까맣게 타 버렸다.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하지만 새까맣게 탄 몸에 비해 그의 눈은 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진우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피슈웅.
진우가 라이트닝 볼트를 막 날릴 때, 그의 귀에 대기를 가르며 다가오는 물체의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재빨리 몸을 숙였다.
“쳇, 또 불발이란 말이야. 요즘 되는 게 없네.”
저 멀리 사내의 일행 중 활을 꺼내 든 사내가 자신의 활이 계속 불발되자 연신 투덜거렸다.
진우는 그런 그들을 향해 손을 뻗어 펼쳤다. 그리고 재빨리 주변의 마나를 모았다.
“스파크.”
진우가 나직이 주문을 외우자 활을 쏜 사내와 그 옆에 붙어 있던 성직자 주변으로 광범위한 반투명의 막이 씌워졌다.
그 모서리에서 파직파직 하는 스파크가 튀었다.
“응?”
활을 쏘던 사내는 진우가 갑자기 자신들에게로 손을 뻗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젠장!
그때 그의 옆에 붙어 있던 성직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평소 뒤에서 관전해 왔고 세심하게 주위를 살펴 가며 상황판단을 해 온 터라 지금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왜 그래?”
활을 쏘던 사내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앞으로 뛰어간 성직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성직자가 달려가는 방향이 공간이 일그러지듯 울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헉!”
그도 그제야 알아챈 듯 활을 얼른 들쳐 메고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늦었어.”
진우가 나직이 말을 뱉으며 손을 움켜쥐었다.
번쩍!
꽈과앙!
한순간에 눈을 멀게 만들 엄청난 섬광이 지나가자 귀가 찌릿찌릿한 폭음이 뒤이어 들려왔다.
“크아아악!”
그 속에서, 활을 멘 사내의 비명 소리가 폭음에 묻혀 갔다.
빛이 점차 사그라지자 진우의 마법이 휩쓸었던 자리는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본래 눈으로 덮여 있던 그곳은 깨끗하게 파헤쳐져 있었고 땅은 1미터 남짓하게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움푹 파인 곳 한가운데 활을 들쳐 멘 채로 땅바닥에 넙죽 엎드린 한 사내가 있다.
그는 간헐적으로 몸을 떨더니 이내 죽은 듯 침묵했다. 그리고 그 주위로, 그가 착용했던 아이템들이 생겨났다.
그전 일행 중의 마법사를 죽여서 머더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죽자마자 진우의 피부와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결투를 신청하지 않고 유저를 살해한 머더러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개의치 않았다.
각오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진우는 자신의 라이트닝 볼트를 맞고 까맣게 타 버린 사내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있어야 할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진우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뒤쪽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어찌나 큰지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크하하! 제2라운드다!”
그곳엔 진우의 마법에서 살아난 성직자와, 대검을 들쳐 멘 사내가 있었다.
스파크를 재빨리 눈치 챈 성직자가 그곳에서 살아 나와 새까맣게 변한 사내에게 연신 힐을 퍼부었을 것이다.
‘성직자가 문제군.’
성직자가 있으면 아무리 대검을 든 사내의 체력을 떨어뜨려도 치료를 받으면 금방 채워질 것이다.
물론 성직자의 마나가 밑바닥을 헤맬 쯤엔 사내도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겠지만 그때는 자신의 마나도 밑바닥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진우는 성직자에게 손을 펼쳤다.
성직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주위로 막이 펼쳐지면 재빨리 피할 생각으로 바로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만약 먼저 뛰어가다가 그 자리가 스파크의 범위가 되어 있으면 바로 죽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레벨로 보았을 때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대비해 놓는 것도 나쁘진 않다.
“스파크.”
진우가 주문을 외자 성직자의 주변으로 반투명한 막이 씌워졌다.
“뻔한 수법에 당할 성싶으냐!”
예상했던 터라 성직자가 재빨리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폭발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졌다. 막이 생겨나자마자 바로 폭발했으니 그 속도를 알 만하다.
번쩍! 콰앙!
자신의 사이즈에 맞게 쳐진 막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그것은 바로 폭발했다.
“멍청하긴,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아나? 시전 시간을 줄일 방법이 있거든, 나에겐.”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의 발은 스파크의 범위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한 그의 몸 전체는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종적을 감추었다. 뒤에서 보조하는 일이 담당인 만큼 유저를 죽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