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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암살자 1권(5화)
2화 시작! 시그널 온라인(3)


요즘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표창과 같은 투척용 무기를 꽤 사용해 왔던 레시온이었다.
20대 초반에 누군가로부터 던지는 것에 대한 교육도 받은 터라 던지기라면 자신이 있는 현상이었다.
표창을 만지며 신기함에 젖어 들었던 레시온은, 곧 그런 신기한 감정에서 벗어나 사냥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직을 하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는 말에 일단은 사냥을 통하여 전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0여 분을 돌아다닌 끝에 사냥터에 도착한 레시온은 입구에 서 있는 한 NPC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NPC는 단검을 들고 입장하려는 레시온을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잠시, 레벨 점검 좀 하겠습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점검할 게 있는가?”
“아, 레벨이 1이시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셔서 전직을 할 수 있는 레벨인 10을 달성하시기 바랍니다.”
“……레벨이 뭐지?”
느긋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려던 그 NPC는 어처구니가 없는 레시온의 질문에 멍한 눈으로 레시온을 바라보았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NPC가 입을 열었다.
“레벨이라는 건 자신이 강하다는 걸 증명하는 수치와도 같습니다.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은 강하다는 거지요.”
“그러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단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답이 됐습니까?”
“고맙군. 그럼.”
그 NPC를 지나 사냥터로 이동한 레시온. 사냥터 문지기 NPC는 그러한 레시온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냥터에 들어선 레시온은 주변에서 여우와 토끼 등을 잡고 있는 유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의 숫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레시온.
그랬다. 레시온에게는 대인기피증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부터 시작된 대인기피증과의 인연.
자신의 눈앞에서 부모님을 죽인 한 살인마를 증오하는 마음이 커지더니 결국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했다. 27살이 된 지금에서야 대인기피증의 증세가 많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완전하게 나은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레시온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20여 분간 사냥터를 활보하던 레시온은 마침내 인적이 드문 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냥감도 꽤 있는 그야말로 전쟁에 비하면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망설임도 없이 그곳에 자리를 잡은 레시온은 곧바로 토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간만에 표창이나 한번 써 보자는 생각으로 표창을 집어 든 레시온은 가만히 서 있는 토끼에게 2개의 표창을 순차적으로 날렸다.
휙, 휘리리릭∼!
직선을 그리며 날아간 표창은 그대로 토끼의 머리와 몸통에 적중했다. 적중한 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더니, 겨우 회생의 움직임을 보이던 그 토끼는 이어서 날아온 다른 표창에 맞으며 그대로 죽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 같은 것이 올라왔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10실링을 얻었습니다.
머리에 표창을 맞아서 그런지 치명적인 일격이 떴다며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리고 죽은 토끼는 박힌 표창과 함께 스르르 사라졌다.
표창을 회수하려던 레시온은 이내 토끼와 함께 사라지는 표창들을 바라보며 그 생각을 접었다.
일단 경험치라는 것이 레벨을 올리기 위한 조건과도 같은 것이라고 단정을 지은 레시온은 이렇게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신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레시온은 여유로운 상태에서 표창만으로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그리고 세 번째 토끼를 잡자 역시 메시지가 올라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텟을 분배하시기 바랍니다.
―9실링을 얻었습니다.
4마리의 토끼를 잡은 후의 레벨 업. 레시온은 레벨이 올랐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뒤에 들려오는 스텟이라는 단어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일전에 NPC로부터 상태 창이라는 것을 들은 기억을 떠올린 레시온은 혹시 상태 창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보았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던지 곧바로 상태 창을 열었다.
“상태 창.”

[상태 창]

이름 : 레시온 레벨 : 2
직업 : 초보자
칭호 : 없음
소속 길드 : 없음 명성 : 0
HP : 150/150 MP : 100/100
물리 공격력 : 75 물리 방어력:53
마법 공격력 : 43 마법 방어력:21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력 : 10
운 : 10 통솔력 : 10
남아 있는 포인트 : 5

약간 생소한 개념들이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레시온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힘과 민첩이었다. 다른 것들은 보지도 않은 레시온은 5개의 스텟 포인트로 힘 3개와 민첩 2개를 올렸다.
올라가는 스텟들을 확인한 레시온은 단검으로 토끼들을 쫓아다니며 토끼 사냥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써 보는 단검이라 그런지 많이 떨리기도 하는 레시온이었다. 토끼에게 다가간 레시온이 토끼의 몸통을 향해 단검을 찔러 넣자, 높이 뛰어오르며 레시온의 공격을 피해 낸 토끼.
그러나 곧바로 날아든 레시온의 발에 맞은 토끼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푸욱!
그리고 땅에 떨어진 토끼의 몸에 단검을 박아 넣은 레시온은 일전에 느꼈던 살인의 희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도 경찰에 잡혀갈 일은 없었다. 이것이 그냥 정석이었기 때문에 그는 흘러나오는 피를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토끼의 몸에 박아 넣은 단검을 뽑은 레시온은 이 토끼를 시작으로 다른 토끼들을 잡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레시온의 사냥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3화 지울 수 없는 본능(1)


대한민국 여의도에 우뚝 솟은 건물. 그 건물은 옛날 63빌딩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지어진 엄청난 높이의 건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높은 건물. 그 건물은 바로 시그널 온라인을 개발한 다이나믹사의 본사였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가상 현실 기술자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다니는 다이나믹사는 게임 산업을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사업을 같이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IT 사업과 우주 항공 사업을 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제일로 중요한 사업은 바로 가상 현실 온라인 게임, 시그널 온라인 사업이었다. 그 결과 당연히 가상 현실과는 건물의 맨 꼭대기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나믹사 건물 맨 꼭대기 층. 수많은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 별도로 마련된 방에서 한 사내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남자 3명과 여자 2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4개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들을 바라보며 토의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했군요.”
“후후, 그런가요? 이렇게 빨리 이 일에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일에는 항상 예외가 있는 법이지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나믹사에서 별도로 만든 부서에 파견된 다섯 사람. 이들은 바로 현상의 플레이를 감시하는 감시단과도 같은 존재였다. 서상우, 이동욱, 서현수, 이미정, 최서현. 이것이 바로 그들의 이름이었다.
검찰과 다이나믹사의 제휴로 현상의 플레이를 감시하는 전담 팀을 구성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KBT, 이것이 바로 그들의 팀명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인 서울, 연세, 고려대의 가상 현실학과의 수석과 차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만큼 치밀하면서도 완벽한 브레인 중의 브레인인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이나믹사에 입사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엄청난 일을 맡은 그들이었지만 긴장하는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일이 더 간단해졌다며 좋아했다. 자신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가 바로 희대의 살인마란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덜컥.
모니터를 통해 현상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다섯 사람은 이내 뒷문으로 들어오는 한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재빨리 그에게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온 그 사람의 옆에는 5명의 경호원이 있었는데 경호원의 숫자로 미루어 보아 그 사람은 엄청나게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아는 듯 그에게 다가간 다섯 사람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섯 사람들을 이끄는 팀장으로 임명된 동욱이 그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청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류현상이 플레이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알려 주신 서버에 설치한 캡슐에서 보내오고 있는 것들입니다. 지금 사냥을 하고 있는데.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현상의 플레이를 바라보는 경찰청장은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역시 대법원장께서 하신 발언을 들은 모양이군.”
“아, 솔직히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대법원장께서 그렇게 대놓고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어쨌거나 그것 때문에 류현상이 플레이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짐작컨대 류현상은 그러한 말을 잘 이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네 말이 맞을 것일세. 일단 확인 차 들렸는데 상황이 아주 좋군. 앞으로도 계속 이래야 되는데 말이야. 아무튼 시간은 많이 남았네. 그러니 최대한 옳은 방향으로 플레이하도록 자네들이 방향을 잘 잡아 주게나.”
“알겠습니다, 청장님. 살펴 가시기 바랍니다.”
동욱의 인사에 손을 들며 대답한 청장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경호원들도 완전히 밖으로 나가자, 고개를 돌린 동욱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현상의 플레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띠링!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텟을 분배하시기 바랍니다.
―23실링을 얻으셨습니다.
레시온이 사냥을 한 지 현실 시간으로 반나절이 지나갔다. 1대 3의 비율로 흐르는 게임과 현실의 시간 비율상 게임에서는 이미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밝아 오고 있었다.
반나절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아직까지 레시온은 전직을 하지 못했다.
대인기피증으로 인하여 인적이 뜸한 자리를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탓에 다른 유저들보다 레벨 업의 속도가 많이 느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레시온의 레벨은 9.
앞으로 1만 더 올리면 전직을 할 수 있는 레벨인 10이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레시온도 남은 경험치의 양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렸다.
현재 남아 있는 경험치의 양은 대략 50% 정도였다. 이곳에서 레벨이 제일 높은 몬스터인 고블린을 8마리 정도만 잡으면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
토끼와 여우를 거쳐서 고블린을 사냥하던 레시온은, 아예 고블린을 몰아 놓은 상태에서 무더기로 사냥하고 있었다.
그 양은 3마리나 4마리 정도로 몹 몰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레시온 혼자서 그만큼 모은 다음 사냥하는 것이라 꽤 고역이었다.
이번에도 전과 다르지 않게 고블린을 몰기 시작한 레시온은 4마리의 고블린이 모인 것을 발견하자 표창을 꺼내 든 다음 한 고블린에게 표창을 날리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팍!
직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간 표창이 고블린의 몸통에 박혀 들었다. 그의 머리 위에 표시된 체력과 마력의 양 중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체력이 깎였다.
고블린 전체 체력의 4분의 1 정도를 깎아 내린 표창의 위력은 그만큼 엄청났다.
고블린들이 이에 흥분하며 레시온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가오는 동안 레시온은 세 번의 표창을 날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다가오는 고블린들에게 하나씩 추가로 날려 준 레시온은 단검을 꺼내 든 다음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기인 자그마한 도끼가 레시온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단검으로 막아 낸 레시온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고블린은 발로 멀리 차 버렸다.
그런 다음 뒤로 몸을 날리며 두 마리의 공격을 동시에 피해 낸 레시온은 발의 스텝을 이용하여 자신을 공격한 두 마리의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덥석!
단번에 고블린 두 마리의 몸을 낚아챈 레시온은 그들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혼란에 빠진 고블린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레시온은 어지러워하는 그들에게 차례대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남아 있는 한 마리의 고블린이 동료의 복수를 갚겠다는 듯이 레시온에게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블린의 공격을 피해 낸 레시온은 그 고블린의 뒷목에도 단검을 박아 넣었다.
“퀘엑!”
멱따는 소리를 내며 눈알이 뒤집힌 고블린은 레시온이 발로 한 번 차 버리자 이내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레시온이었지만, 그는 반나절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터라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