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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암살자 1권(8화)
4화 시작된 악연(1)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을 만든 레시온은 남아 있는 고블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사냥만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방금 전의 PK로 인하여 레시온의 근처로 가는 유저들은 없었다.
그 때문에 레시온의 주변은 인적이 뜸해졌고 레시온은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기본적으로 11명 이상의 유저를 죽이지 않는 이상 PK범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열한 번째 살인을 한 순간부터는 문제였다. 자신의 닉네임이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이 PK범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표와도 같은 것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그 유저를 피했다.
아까 전에 레시온과 말싸움을 했던 레이스트는 비록 간부였지만 유저를 죽인 횟수가 딱 10번이었다.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한도선인 10명까지만 죽이고 나머지는 아직 10명이 채워지지 않은 다른 유저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를 들어 블라덱과 같은 유저들에게 말이다.
그 결과 데스사이트는 점점 수를 늘려 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몇몇 데스사이트의 구성원들이 한계인 10명 이상의 유저들을 죽이는 일도 발생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 동대륙 어딘가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유저를 죽이는 이유, 단순한 쾌락의 이유였다. 레시온이 현실에서 살 가치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30여 명의 사람들을 죽인 것처럼 데스사이트의 구성원들도 그냥 유저들을 죽이는 것이다.
특히 고렙의 유저들을 노려 아이템을 탈취하고, 또 그것들을 판 현금으로 단체를 운영해 가는 것이다.
레시온에게도 이제 곧 그들의 손길이 미칠 것은 뻔한 것이었다.
“이제 1마리 남았군.”
한편, 고블린들을 잡기 시작한 레시온은 전직에 필요한 10마리 중 한 마리만을 남겨 둔 상태였다.
자신의 주변에 유저들이 없으니 표창과 단검으로 속도전을 하며 잡아 간 탓에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블린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단검을 손안에서 돌리며 레시온은 한 마리의 고블린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에 위치하고 있는 한 고블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과 다르지 않게 옆구리에서 표창을 꺼낸 레시온은 약간 가까이 다가간 다음 고블린을 향하여 표창을 날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표창은 고블린의 도끼에 부딪치며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마지막 놈이라서 한 가닥 하게끔 설정이 되어 있는지 그 고블린은 표창을 날린 레시온을 바라보며 여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게 무언가를 잡는 퀘스트나 전리품을 구하는 퀘스트는 마지막이 진짜로 힘든 법이었다.
다시 날린 표창도 튕겨 내는 고블린. 그러나 약간 방심했는지 튕겨 낸 표창이 자신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자 단숨에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찡그리는 고블린이었다.
방심을 하다가 공격을 당한 고블린을 본 레시온은 이참에 끝장을 보리라 다짐하곤 단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시려 온 고블린도 이대로는 당할 수 없다며 레시온을 향하여 도끼를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초보자 사냥터에서 레시온의 마지막 사냥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부우우웅! 채쟁!
고블린은 양손으로 도끼를 잡은 다음, 레시온의 지척에 다가왔을 때 그의 몸통을 향해 도끼를 날렸다. 레시온은 단검으로 도끼를 튕겨 내며 그의 공격에 불을 지폈다. 그런 다음 비어 버린 그의 옆구리에 단검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좌아악!
급히 몸을 틀며 피하는 고블린. 그러나 레시온의 공격이 또다시 그의 옆구리를 약간 스치고 지나갔다. 승세를 잡은 레시온은 왼발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퍼벅!
발로 고블린의 복부를 걷어찬 레시온은 이내 2m 정도를 물러나는 고블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옆구리 공격을 두 번 당하고 발차기까지 맞은 고블린의 체력은 엄청나게 줄어든 상태였다. 게다가 복부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걸 보니, 이제 그의 죽음이 서서히 임박해 오는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레시온과 만난 고블린들 중에서는 제일로 오래 버텼지만 이제 슬슬 레시온의 앞길을 위해 죽어 줘야 될 것 같았다.
푸욱!
레시온의 단검이 고블린의 복부를 찔렀다. 자연스럽게 들어간 레시온의 단검은 고블린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었고, 고블린은 자신을 찌른 단검을 쥔 레시온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그러나 힘이 빠지기 시작한 그의 손은 점점 말을 듣지 못했다.
“쿠웨에…….”
낮은 신음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고블린은 이내 완벽하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몇 번의 미동이 있은 직후, 고블린이 숨을 거둠과 동시에 레시온에게 메시지가 올라왔다.
―띠링! 퀘스트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직소로 가셔서 도적으로 전직하시기 바랍니다.
―5초 후 전직소로 이동됩니다.
드디어 퀘스트 완료. 이제 도적으로 전직할 수 있겠다는 기쁜 마음을 가지고 레시온은 느긋하게 5초를 기다렸다. 그리고 5초가 지나자 저번처럼 빛이 일렁이며 커다란 섬광을 발사했다.
스팟!
레시온을 둘러싼 빛들은 어느새 레시온을 전직소 앞으로 데려다 주었다. 빛이 가려 놓은 시야가 모두 확보가 되자, 레시온은 문을 열고 전직소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레시온은 일전에 자신이 퀘스트를 받았던 오른쪽 맨 끝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바로 문 앞에 도착한 레시온은 그 문도 단숨에 열어젖혔다.
예나 지금이나 가만히 있던 전직 교관은 레시온이 들어옴과 동시에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고블린 10마리는 다 죽였나?”
“그렇다. 이제 전직을 할 수 있는 건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10마리를 죽이면 당연히 할 수 있지.”
전에 비해 약간 말투가 거칠어진 전직 교관. 레시온이 블라덱을 죽임으로써 모든 NPC들과의 친화도가 경계로 낮아진 탓이었다. 레시온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전직 교관의 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레시온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한 전직 교관은 이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여러 개의 메시지가 레시온에게 올라왔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도적으로 전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텟이 일부 조정되었습니다.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레시온 님은 PK를 하셨기 때문에 전직을 하면서 얻으실 수 있는 혜택을 얻으실 수 없습니다.
휘웅!
메시지가 올라옴과 동시에 레시온의 몸 주변에 빛이 일렁이며 피어올랐다. 바로 전직에 성공했다는 표시였다.
그러나 아까 블라덱을 죽인 탓에 전직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무기와 갑옷을 얻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무기와 갑옷을 사야만 했는데 5% 인상된 가격에 구입해야 했기에 여러모로 불리함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전직을 해서 기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스킬 창을 열어 기본 스킬에 추가된 도적 스킬들을 확인한 레시온은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을 외곽의 오크들을 사냥하며 이것들을 사용해 보리라 다짐했다.
“이봐. 다 끝났으면 빨리 나가게. 다른 유저들은 생각도 안 하는가?”
레시온이 자신 앞에 오랫동안 서 있자 전직 교관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축객령을 내렸다. 스킬 창을 확인한 레시온도 이제 볼일이 없을 그에게 미련도 가지지 않은 채 전직소 밖으로 걸어 나왔다.
기본적으로 도적이 배우는 공격 스킬이라곤 단검과 표창에 관련된 스킬들뿐이었다. 표창과 관련된 스킬에는 표창을 강하게 날리게 해 주는 자벨린 스트라이크. 2개의 표창을 하나처럼 날리게 할 수 있는 더블 샷 등이 있었다.
그리고 단검과 관련된 스킬에는 단검 마스터리와 나이프 스트라이크와 같은 스킬이 있었다. 그리고 이동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버프 스킬인 업그레이드 워크 등 여러 가지 잡다한 스킬들도 있었다.
일단 전직을 한 이상 레시온은 최대한 레벨을 올려 보기로 작정했다.
비록 블라덱을 죽인 사건이 옥의 티였지만 엄청난 속도로 레벨을 올리며 근면한 이곳 생활을 보여 준다면 아마 자신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대법원장에게 복수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하는 레시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최대한 살인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남이 시비를 건다고 해도 최대한 참으면서 버텨 볼 생각이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레시온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일단 무기를 맞춰야 했기 때문에 근처 무기 상점으로 간 레시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3실버를 탈탈 털어 갑옷과 단검, 그리고 표창을 구입했다.
PK의 대가로 금액을 5% 더 지불해야 했지만 다행히 10실링을 남기고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물건을 구입한 레시온은 곧바로 감정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감정.”
[흑철 수리검 ― 일반]
·설명 : 검은 강철, 흑철로 만든 수리검이다. 갓 도적의 길로 들어선 자들이 착용하기에 좋은 수리검이다. 단검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표창과는 달리 투척용으로 사용하여 회수할 수 있다.
·옵션 : 없음
·공격력 : 25∼30
·착용 가능 직업 : 도적
·레벨 제한 : 10
·내구도 : 70/70
[흑철 표창 ― 일반]
·설명 : 검은 강철, 흑철로 만든 표창이다. 도적의 길에 들어선 도적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창이다.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고 무게도 가벼워 보인다.
·옵션 : 없음
·공격력 : (투척 시)10∼15
·착용 가능 직업 : 도적
·레벨 제한 : 10
·남은 개수 : 500/500(충전 가능)
[조밀한 도복 상의 ― 일반]
·설명 : 꽤 수준 높은 바느질 실력으로 만든 도복 상의이다. 좋은 디자인까지 더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부족하여 입었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옵션 : 없음
·방어력 : 30∼35
·착용 가능 직업 : 도적
·레벨 제한 : 10
·내구도 : 60/60
[조밀한 도복 하의 ― 일반]
·설명 : 꽤 수준 높은 바느질 실력으로 만든 도복 하의이다. 좋은 디자인까지 더해져 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부족하여 입었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옵션 : 없음
·방어력 : 25∼30
·착용 가능 직업 : 도적
·레벨 제한 : 10
·내구도 : 60/60
도적이 된 후에 착용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특히 수리검의 존재는 투척과 공격을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어서 유용성이 엄청났다.
곧바로 이것들을 착용한 레시온은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억지로 시작했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의 현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이다.
레시온은 들뜬 기분으로 마을 문을 나섰다. 그리고 레시온을 주시하고 있던 유저들도 레시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