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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암살자 1권(13화)
6화 사무치는 한을 품으며(1)
“저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가!”
“크윽!”
어디에선가 날아온 전기 권총의 총알로 인하여 경찰 한 명의 몸이 순간적으로 마비가 되었다. 전기 권총을 방어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비어 있는 지점에 맞힌 터라 그 경찰은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에 놀란 다른 경찰들이 날아온 방향을 향하여 집중 사격을 가했지만 총을 쏜 범인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현상의 감옥 주변, 탈옥을 감행한 현상이 전기 권총 두 개를 탈취한 다음 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사이렌을 듣지 않는 방법으로 택한 것, 그것은 바로 탈옥이었다.
밥을 먹은 후 깊이 생각에 잠겼던 현상은 이내 자신이 블라덱과 레이스트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억하기도 싫었던 현상이 이 기억을 떠올리자 머릿속을 맴도는 사이렌 소리와 맞물려 엄청난 화를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현상은 결국 탈출을 하기로 결심했고 아까 전에 먹었던 카레라이스를 탈출 도구로 철저하게 이용했다.
카레라이스를 먹은 현상이 잠시 후 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간수실에 있던 지성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현상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이내 완전히 몸부림을 멈추자 안색이 창백해지며 경찰들의 호출을 요청했다.
감옥이 1층에 비하여 2층이 작은 이유, 그 이유는 바로 경찰들이 대기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상이 감옥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현상의 탈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특수 기동팀이 구성되어 현상의 감옥 2층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문과 창문은 절대로 내지 않았으며 밖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지하에 지성이 있는 간수실을 통하여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물론 감옥 내부에 달린 창이라고는 2층에 있는 것 하나밖에 없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하여 부득이 지하 땅굴을 이용한 통로를 공사 당시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무튼, 현상이 정신을 잃은 시늉을 하자 지성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으로 달려갔고, 지성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현상은 지성의 전기 권총을 빼앗음과 동시에 발사했다.
예외 없이 총에 맞으며 순간적으로 몸이 마비된 지성은 움직이지 못했고 현상은 유유히 감옥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손가락 까닥할 힘은 있었던 지성. 마침 양손이 아래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 주머니에 있는 특수 기동팀 호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지성의 호출에 권총 하나만 들고 나오려던 그들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중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금, 탈옥한 현상을 열심히 쫓아가고 있었다.
“헉, 헉. 여의도를 빠져나간 다음 그 빌어먹을 대법원장부터 죽일 것이다. 아침이니 대법원에 있을 터. 감히 나의 자유를 억압하겠다고 말한 네놈을 반드시 죽여 주지.”
블라덱과 레이스트의 일도 급했지만 일단은 대법원장의 일이 우선이었다. 자신에게 이러한 삶을 살게 한 근본적인 이유가 대법원장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현상은 근처에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기준으로 방향을 정했다. 서초구에 대법원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현상은 남쪽으로 가야 했다.
일단 대로로 나오면 대략적인 위치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에 현상은 대로가 있을 거라 짐작되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1조. 현재 목표물의 위치와 지원을 요청한다.”
“여기는 지휘소. 현재 목표물이 강남 쪽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지원 건은 강남 인근의 경찰서에게 연락하여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통하는 다리의 검문 검색을 강화하라고 전하겠다.”
“알았다.”
무전을 마친 특수 기동팀 전원이 현상이 간 곳으로 짐작되는 강남 쪽으로 최대한 뛰어가기 시작했다.
중무장을 했기 때문에 기동력은 떨어졌지만 그들에게는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전기 권총이 있었다. 도망치는 현상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90%의 확률로 맞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현상을 발견하기만 할 생각으로 불이 나게 강남 쪽으로 뛰어가는 것이다.
대로를 나온 현상은 전기 권총을 숨긴 채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침 전에 입었던 옷에 후드가 있어, 후드로 최대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이동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위험은 없었다.
일단 저번처럼 오토바이를 훔쳐서 탈출하는 방법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 둔 대신에 직접 강을 건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전에 도로로 탈출하려던 시도가 무산되었기 때문에 강을 직접 건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여의도가 거의 강남 쪽에 붙어 있어 실개천보다 조금 넓은 강만 건너면 되었기에 꽤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앗! 저기 있다!”
특수 기동팀의 일원이 현상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곧바로 지휘소에 무전을 넣은 그 사내는 엄청난 달리기 속도로 현상을 뒤쫓아 가며 전기 권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권총으로 맞히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본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본대가 도착할 때쯤이 된다면 현상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내는 대열 이탈에 대한 후폭풍을 감수하며 홀로 현상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이 사실을 몰랐다. 무장 경찰이 시내를 돌아다니자 그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주변에 테러 위험이 있는지 아니면 엄청나게 위험한 대상이 돌아다니는지 알 길이 없었던 시민들은 이내 불안감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기막힌 타이밍에 특수 기동팀 본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무장 경찰이 돌아다니는 걸 결코 가볍게 볼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주변에 있는 택시를 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서 주변 거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일에 말려들어 희생자가 되기는 싫었던 것이다.
현상을 쫓아가던 사내도 자신의 복장을 본 시민들의 동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낮에 무장 경찰이 돌아다니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동요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사내는 한시라도 빨리 현상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남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현상은 현재 다이나믹사 본사 건물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이곳만 지나면 한강이 보였기 때문에 현상은 탈옥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저곳만 지나면 강이란 말인가!”
감격한 표정으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는 현상,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저지하려는 경찰들은 그를 점점 압박하고 있었다.
현상이 지나갔던 곳과 거의 유사한 거리를 밟으며 현상을 추격하는 특수 기동팀 본대도 5분 후, 다이나믹사 본사 건물 부근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무거운 것들을 몸에 착용한 채로 이 정도로 따라붙었다고 하면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들과 현상, 둘 다 알지 못했지만 포위망은 점점 좁혀 들고 있었다. 강남에 있는 경찰 병력 수백 명이 강남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검문하기 시작했고 또 특수 기동팀이 현상을 쫓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면 현상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는 현상은 부디 다리로만 병력이 투입되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강을 건너가면 자신이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을 건너 버스를 타고 탈출한다면 미션 이스 클리어.
다이나믹사 본사 건물을 지나온 현상은 다시 5분여를 내달렸다. 숨이 차올랐지만 쫓아오는 경찰들 때문에 쉴 수도 없었다. 마라톤을 하듯이 살살 뛰는 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었다.
현상에게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착잡한 시간이었다. 혹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경찰들이 들이닥친다면 정말로 재수가 없었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걸로 모자라 아예 갈아엎은 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잠시 후,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며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되자 현상은 제일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한 사내가 나타나 현상을 덮쳤다.
“크윽.”
“드디어 잡았다.”
현상과 함께 횡단보도에서 뒹군 사내가 허리춤에 있던 전기 권총을 꺼내어 현상에게 발사했다. 반대편으로 몸을 날린 현상도 엎드린 상태에서 그를 향하여 전기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중무장을 하고 있는 그에게 일반 경찰들에게 보급되는 전기 권총은 통하지 않았다. 분명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자 인상을 찡그린 현상이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횡단보도의 끝에 다다르자 그 사내가 다시 전기 권총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현상의 몸을 맞힐 수 있었다. 쉼 없이 달려가던 현상의 몸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여기는 1-A. 목표물을 50% 제압했다. 다이나믹 본사 후문 입구로 와 주기 바란다.”
“여기는 1조. 그대의 개인행동에 대해서는 추후에 처벌을 하도록 하겠다. 일단은 목표물을 제압한다고 수고했다. 3분 내로 도착하겠다.”
교신을 마친 그 사내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현상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권총에 맞아 전신을 비틀고 있는 현상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몸에 마비 증상이 오긴 했지만 엎어진 상태에서 어느 정도 이동할 수는 있었기 때문에 점점 거리를 벌려 갔다.
그러나 교신을 마친 사내가 다시 현상에게 달려오며 추가적으로 두 발을 더 쏘았다. 피할 방도가 전혀 없었던 현상은 그 두 발도 맞을 수밖에 없었고 이 두 발로 인하여 현상은 몸은 손가락 정도만 까닥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전기 권총에 맞았지만 현상의 눈빛은 엄청나게 매서웠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다가오는 사내를 기다리기 시작한 현상은 최후의 수단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