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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암살자 1권(15화)
6화 사무치는 한을 품으며(3)
“크으윽!”
잘 달려가던 현상의 몸이 휘청거리며 이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떨어트린 소총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날아든 두 발의 전자탄이 현상의 몸에 적중하며 그마저도 무산되었다. 현상은 넘어진 상태에서 또 한 번의 통한을 쏟아 낼 수밖에 없었다.
현상을 제압한 사내가 걸음을 내디디며 현상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내 현상의 등 위에 앉은 그 사내는 허리춤에 있던 전자 수갑을 든 다음 현상의 양팔에 채우며 입을 열었다.
“후후, 대단하시군요. 위장술로 저를 속이다니 말입니다.”
“이런 젠장.”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드릴 말씀이 있으니.”
울분을 터트린 현상이 뻣뻣한 자세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특수 기동팀을 다 따돌린 상황에서 자신을 잡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쳐다본 현상은 그의 정체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자신을 이렇게 제압한 사내, 그는 바로 간수인 지성이었다.
“네놈이 가지고 있던 전기 권총은 다 뺏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일단 가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참에 담판을 짓도록 하죠.”
지성은 현상을 거의 끌고 가듯이 하여 감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현상을 잡은 지성의 표정에는 승리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가 데리고 가는 사람의 정체가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면 곧바로 표정이 돌변할 시민들이지만 전과 다르지 않게 경계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지성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 가볍게 손을 들어 답을 한 지성은 현상을 데리고 20여 분간의 걸음 끝에 감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옥에 도착하자마자 무전을 통하여 현상을 잡았다는 소식을 날린 지성은 현상을 감옥 안으로 데리고 갔다. 물론 자신도 감옥 안으로 같이 들어갔고 말이다.
현상을 소파에 앉힌 지성은 반대편 소파에 착석을 한 다음 마비 증세를 보이며 괴로워하는 현상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질문을 하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인상을 찡그린 상태로 지성을 노려보며 현상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나를 잡은 거지?”
“아, 당신에게 제시할 조건들을 이행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마친다고 늦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고 다니는 권총 말고도 별도로 10여 개가 있으니 다음부터 탈옥하시려면 그것들도 다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못 있겠다. 게임에서 놈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단 말이다.”
“상대할 방법이라뇨? 설마 천하의 류현상에게 대적하는 상대가 있단 말입니까?”
놀라움을 표시하며 지성이 의문을 표시하자 현상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현실에서는 한 방 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지만 정작 게임에서는 그들에게 계속 질 것만 같군. 이대로는 못 한다. 너희들이 이 가상 현실 게임을 하라고 했는데 그 가상 현실 게임을 못 하게 생겼단 말이다.”
“흐음…… 그러셨군요.”
“‘감탄만 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좀 달란 말이다.”
“그건 제 관할이 아닙니다. 시그널 온라인은 다이나믹사에서 만든 것, 일단 다이나믹사에 제안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흠흠.”
지성이 무언가 중차대한 사안을 건의할 모양인지 헛기침을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결심이 선 상태에서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지성은 현상에게 곧바로 말을 꺼냈다.
“류현상 씨가 탈옥을 한 이후, 경찰 고위 관계자 분들께서 긴밀하게 회담을 가져 당신의 거취에 대하여 논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20여 분전, 당신에게 가할 2가지 혜택이 결정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말씀드릴 혜택은 두 가집니다. 그러니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혜택이라, 일단 들어 보도록 하겠다.”
“첫째로, 당신에게 오는 면회를 허락해 주도록 경찰청에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전에 한 분이 면회를 하기 위해 저를 찾아왔지만 돌려보냈거든요. 하지만 이 시간 이후로 그분과 같은 면회자를 통과시켜 주겠습니다.”
“뭐 일단 있으나마나 한 조건이지만 나쁘진 않군.”
자신을 찾아온 면회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 제한적으로라도 외부 사람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현상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지성이 말을 이어 나갔다.
“두 번째 혜택으로는 감옥으로 제한되어 있던 류현상 씨의 이동 범위가 감옥 외곽의 정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은 앞으로 반년 뒤, 즉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실시될 예정입니다. 일단 그때까지 류현상 씨의 동태를 파악해야 되니까요.”
“호오…… 탈옥을 막기 위해서 오만 가지 혜택을 주는군.”
“그러니 부디 아까처럼 탈옥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경찰청에서는 단순한 훈련으로 일단락 지었지만 다음 탈옥 시 또다시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시 대법원으로 가는 거죠. 그리고 그곳에서 어찌 될지도 장담을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사형까지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은 협박으로 끝내는군. 알았다. 그러나 가상 현실 게임에 관한 것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류현상 씨가 원하는 것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조치는 들어가셔서 직접 확인하시고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성은 현상이 가지고 있던 전기 권총 두 개를 집어 든 다음 유유히 감옥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시 탈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현상은 무리하게 그러지 않았다.
물론 대법원장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는 그 신념에는 변화가 없지만 탈옥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덜컥.
감옥 문이 닫히며 현상은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현상이 벌인 3시간 탈옥 해프닝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하여 현상이 얻은 수익은 꽤 많았다. 우선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혜택 두 가지를 얻었고 또 게임 내에서 재기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받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현상의 재기를 도와줄 무언가의 정체는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엄청나게 혁명적인 것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현상의 믿음과 함께 다이나믹사가 제공할 혜택이 현상이 잠이 들어 버림과 동시에 시행되었다.
7화 변화의 바람(1)
여의도 다이나믹 본사 건물 꼭대기 층.
경찰청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현석과 KBT 팀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 만약 현상이 탈옥을 해 버린다면 자신들에게 올 파장은 그야말로 쓰나미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현상이 경찰들과 시가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기에 그들의 불안감은 더욱더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양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고뇌에 빠진 현석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고 있는 동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팀장, 이제 어떻게 할 건가?”
“하아…… 만약에 잡힌다면 무언가 엄청난 편의를 제공해야 될 것 같습니다.”
“편의라, 어떤 편의 말인가?”
“일단은 류현상이 게임에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클 수 있게끔 해야 된다는 거지요. 물론 류현상을 노리는 그 무리들의 손길에서 벗어나서 말이지요.”
“그래서 방법은 생각했는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동욱이 잠시 후 눈을 뜨면서 입을 열었다.
“대국민 사기를 치는 겁니다, 이사님.”
“대국민…… 사기?”
“네. 류현상 혼자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그렇다는 건 패치를 한다는 구실로 서버를 막아 버리란 말인가? 류현상은 빼고?”
“그렇습니다, 이사님. 한 하루 정도면 게임에서는 3일. 이 정도면 류현상이 충분히 각성을 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패치를 하는 데 하루가 걸리니 수지도 맞고요.”
“좋네요, 이사님. 한번 질러 보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팀원들까지 가세하며 현석을 설득하기 시작하자 당사자인 현석은 그들이 제시한 방법도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일이 새어 나가면 이건 정말로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현상이 탈옥함으로써 미치는 파장보다 더 커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유저 감소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었다. 현석이 제일 우려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사안이었다.
그러나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 했다. 아직까지 현상이 잡혔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 일단 그들은 전화가 올 때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일이 곱게 될 리가 없었다. 서류를 검토하는 손은 부르르 떨려 왔고 정신은 심각하게 어지러웠다. 그러한 상태에서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저기 팀장님.”
옆에 있던 서현이 동욱에게 입을 열었다.
“서현 씨, 말씀하세요.”
“혹시 말입니다. 류현상이 잡히지 않는다면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하아…… 글쎄요.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만약에 현상이 잡히지 않을 시에 자신들에게 올 파장은 그야말로 엄청날 것 같았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중재자로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받을 피해는 가해자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서현 씨,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네, 팀장님.”
초췌해진 서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욱의 심장도 점점 타들어 가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때, KBT 팀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발신자는 안 보아도 뻔할 뻔 자였다.
서류를 검토하던 동욱은 전화기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곧바로 다가가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역시 소리를 들은 다른 팀원들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동욱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여, 여보세요?”
“이 팀장인가? 청장일세.”
“청장님! 류현상은 잡으셨습니까?”
“물론이네. 류현상의 간수인 최 순경이 탈출 직전이던 류현상을 잡았네.”
“아…… 신이시여.”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을 하는 동욱을 생각하며 청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자네들의 몫일세. 그러니 류현상이 탈옥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게나.”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도록 하겠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청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한 동욱은 뒤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 주었다. 이에 엄청난 함성 소리가 메아리치며 기쁨을 발산했다.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인 동욱은 이 엄청난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반대편에 있는 이사실로 황급히 뛰어갔다.
곧바로 이사실 문 앞에 도착한 동욱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방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사님!”
“노, 놀랐지 않는가, 이 팀장. 노크도 안 하나?”
“노크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사님. 류현상이 잡혔답니다!”
“뭐라고? 류현상이 잡혔다고?”
“네, 이사님. 이제 한숨 돌리셔도 됩니다.”
동욱이 전해 준 현상의 검거 소식을 들은 현석이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주저하지 않았다. 혹시나 엄청난 일로 번질지도 몰랐던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가 되자 안도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 현석은 곧바로 동욱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자네의 손에 달려 있네. 반드시 류현상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게나.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어차피 내일은 공휴일이니 자동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이네. 기간은 하루. 하루 동안 류현상을 볶아 봐.”
“알겠습니다, 이사님!”
현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동욱이 이사실을 나와 KBT 팀실로 이동했다.
모든 전권을 위임받은 동욱은 앞으로 자신의 오만 가지 계획을 전부 다 끄집어낼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이 고안해 낸 류현상 특별 작전은 과연 류현상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앞으로 남아 있는 수시간에 달렸다.
KBT 팀원들이 커다란 테이블에 차례대로 착석하자 상석에 앉은 동욱이 그들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이 시간 이후로 이사님께서 저에게 전권을 위임하셨습니다.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류현상을 잡을 수 있는 계획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욱의 말이 울려 퍼진 시점을 시작으로 KBT 팀원들의 류현상 특별 퀘스트 제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