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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암살자 1권(22화)
9화 재기(3)


이제 더 이상 걸림돌은 없었다. 그리고 동욱은 일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사안을 착착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레시온에게 아이템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여러 가지 아이템을 꺼낸 동욱은 레시온에게 그것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일단 레시온 님께 이것들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소탕이 끝나면 다시 회수할 예정이니 막연한 기대감은 품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나는 무일푼인데 그 자식들을 죽이고 나면 무기도 없이 사냥을 하란 말인가?”
―띠링! 운영자께서 1골드를 지급하셨습니다.
레시온의 우려는 메시지 한 방으로 이렇게 해결되었다.
“아마 1골드 정도면 무기와 갑옷을 구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성격이 꽤 시원하군.”
슬며시 미소를 지은 레시온이 인벤토리에 있는 1골드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로써 자금까지 마련된 것이다.
1골드라는 돈은 일반적인 매직 아이템을 세트로 맞출 수 있는 금액이었다. 원화로 약 10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1골드는 사냥으로 쉽게 구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면 유저들이 대폭동을 일으키겠지만 지금 게임에 접속한 유저는 레시온 혼자뿐. 레시온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새어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동욱이 건넨 갑옷과 무기를 착용한 레시온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검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호오, 대검이 엄청나게 좋군.”
“특별히 레어 아이템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레시온 님의 레벨을 고안해서 제가 특별히 한 가지 능력을 추가했습니다.”
스팟!
동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검 주변으로 불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검의 테두리를 두른 그 불빛은 일전에 레시온이 보았던 검기라는 것이었다.
레이스트와 결투할 당시에 보았던 검기를 아이템의 능력으로 인하여 레시온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의 테두리에 있는 것이 바로 검기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원래 레벨 20이 되면 배우는 스킬이지만 세 시간으로 20을 달성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아이템 옵션에 넣었습니다. 이로써 저들과 레시온 님의 기술 격차는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검기라는 것이 왜 있는 거지?”
“검기라는 것은 레시온 님과 같이 몸놀림이 좋은 분들의 폭렙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참고로 검기가 없으면 레벨 20 이상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없습니다. 설령 검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레벨 격차가 큰 상대를 만날수록 검기의 위력은 퇴색됩니다.”
동욱의 말에 레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전에 검기를 무시했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겨우 스킬 하나라고 비하했던 검기가 시그널 온라인의 중요한 요소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한편 모든 설명을 끝낸 동욱은 더 이상 레시온에게 알려 줄 사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레시온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명심하십시오. 돌아가시고 10분 뒤에 로그아웃입니다.”
“알겠으니까 갈 길이나 가도록.”
레시온의 대답에 실소를 지어 보인 동욱은 전에 사라진 것처럼 한줌의 빛이 되어 공중에서 사라졌다.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재회하겠지만 일단은 잠시 안녕이었다.
그리고 때를 맞추어 뒤에 있던 노인이 레시온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이제 질문은 없는 건가?”
“단검은 언제 쓸 수 있는지 알고 있는가?”
“후후, 지금의 나는 언제 그렇게 될지는 모른다네. 일단 최대한 레벨을 올려 보게나. 그러면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을 날이 올 테니 말이야.”
“알겠다. 그러면 이제 끝난 것인가? 당분간 당신을 못 보겠군.”
“말투가 살짝 바뀌었군. 네 녀석, 네놈이라고 하더니 말이야. 아무튼 자네의 열의를 봐서 순간 이동을 사용하여 마을로 보내 주겠네.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지.”
“죽지 말고 잘 있어라. 네놈은 여태껏 내가 본 놈들 중에서 가장 좋은 놈이었으니.”
레시온의 농담에 노인이 지지 않고 맞받아쳐 주었다.
“좋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빨리 죽는다네. 그러니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레벨을 달성하게나.”
스팟!
노인의 말을 끝으로 레시온의 몸에 섬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레시온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이제, 레시온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복수뿐이었다.


10화 세상의 품속으로(1)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륙의 운명 속에서 싸우는 화려한 대서사시, 시그널 온라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팟!
섬광이 레시온을 감싸며 그를 멜타 마을로 데려다 주었다.
대검의 암살자라는 히든 클래스로 전직한 레시온은 GM의 말대로 지금으로부터 3시간 전, 로그아웃을 하였다. 그리고 복수를 기다리며 열심히 샌드백을 두들겼다.
드디어 데스사이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샌드백을 두드리는 레시온의 표정은 비장했다.
레이스트나 블라덱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패 주리라 다짐한 레시온은 그렇게 샌드백을 두드린 다음 샤워를 하고 캡슐에 앉아서 접속한 것이다.
한편 시그널 온라인에 접속한 레시온이 동욱이 준 휘황찬란한 무기와 갑옷들을 끼고 중앙 대로를 가로질러 가자 유저들이 넌지시 감탄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레어 급 아이템들을 세트로 끼고 다니는 유저들은 많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러나 레시온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오직 복수. 복수만을 위하여 행동하고 있었다.
마을 정문으로 걸어간 레시온은 문을 지나간 다음 오크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들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미처 확인을 못 한 대검의 암살자의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 창.”

[대검 마스터리 ― Passive]

·설명 : 대검의 숙련도를 올려 준다. 랭크가 상승할 때마다 대검을 사용할 때의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증가한다.
·등급 : 9랭크

[광격화(狂激化) ― Active]

·설명 : 버프 스킬.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 전반적인 능력치가 소폭 상승한다. 랭크가 상승할 때마다 지속 시간과 능력치가 증가한다.
·등급 : 9랭크

[암살 ― Active]

·설명 : 일격필살로 한 번의 공격을 하여 적을 쓰러트린다. 이 스킬이 성공할 경우엔 레벨 여하를 막론하고 한 방에 죽는다. 하지만 자신보다 레벨이 10 이상인 몬스터에겐 확률이 감소한다.
·등급 : 9랭크

[참마격(斬魔擊) ― Active]

·설명 : 강한 힘을 담아 한 번에 내리치는 스킬이다. 일격 박살의 스킬로 단시간의 집중력이 왠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등급 : 9랭크

[자강격(刺强擊) ― Active]

·설명 : 강한 힘을 담아 한 번에 찌르는 공격이다. 절도 있는 동작이 왠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등급 : 9랭크

[그림자 숨기기 ― Active]

·설명 : 일정 시간 동안 회피 확률이 증가한다. 시전자보다 레벨이 10 이상 낮은 몬스터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사라진다. 획기적인 효과지만 시전시간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등급 : 9랭크

[비영승보(飛影昇步) ― Active]

·설명 : 보법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사들에겐 블링크와도 같은 스킬인 이 스킬은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준다. 랭크가 높아질수록 이동 범위가 늘어나고 캐스팅 시간이 짧아지며 시전 시에 다른 스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등급 : 9랭크

이러한 식으로 구성된 스킬은 심플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들만 있었다.
그림자 숨기기 같은 기술은 도적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었고 대검 마스터리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대검을 주 무기로 쓰게 될 레시온에게 좋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밖에도 다른 공격 스킬도 나름대로 쓸 만한 것 같았다. 스킬 창을 바라본 레시온은 스킬 창의 스킬들이 자신만의 스킬이라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특히나 비영승보라는 스킬의 존재는 일전에 사용했던 섀도우 스텝과 비슷한 부류라서 더욱더 레시온을 즐겁게 해 주었다.
비영승보는 스킬들이 리셋되었을 때 혹시 섀도우 스텝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던 레시온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2차 전직을 할 때까지 이 스킬들로 레벨 업을 해야 했다. 물론 데스사이트에 대한 복수가 우선이었지만 복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레벨 업을 시작할 때 이 스킬들을 유용하게 사용해야 레벨 업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주변을 걷기 시작한 레시온은 곧바로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접속이 재개되고 10여 분 정도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빈자리는 널리고도 널렸다.
마을 근처의 빈 공간에 자리를 잡은 레시온은 잠시 후 다가올 데스사이트의 팀원들을 기다리며 사냥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대검을 든 레시온은 표창을 이용하여 건너편에 있는 세 마리의 오크를 향해 표창을 날려 주었다.
팍!
표창이 오크들의 몸에 살짝 박혀 들어갔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오크들의 화를 부르기에는 충분했다.
살짝 체력이 줄어들며 고개를 돌린 세 마리의 오크들은 자신들을 비웃는 듯한 레시온의 태도에 화를 키우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동적으로 시전되는 검기가 어려 있는 대검을 슬며시 바라본 레시온은 달려오는 그들에게 비영승보로 접근했다.
“취익?”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레시온을 보며 콧소리로 놀라움을 표시한 오크들. 그러나 곧바로 공격을 가해 왔다.
나란하게 레시온의 몸통을 향하여 날아오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레시온이 그것들을 한 방에 쳐 낼 방도를 생각했는지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스킬을 시전했다.
“참마격!”
일자로 강력하게 베어 버리는 스킬인 참마격에, 대검이 지나간 자리에 굵고 깊은 검선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검선은 오크들의 공격을 전부 다 튕겨 내며 그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레시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한 오크의 심장 부근을 대검으로 찔렀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오크의 몸 안으로 들어간 대검은 그의 심장을 살짝 찔렀다.
이러한 상태에서 레시온은 재차 공격을 가하는 오크들을 대검을 틀어 방어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참마격을 시전하며 갑자기 다가온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비영승보로 거리까지 벌린 레시온은 다시 표창을 꺼내 들어 그들에게 날렸다.
일직선으로 날아가 그들의 다리 부근에 박혀 든 표창, 하지만 데미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체력이 거의 풀로 남아 있는 오크들을 직접 처리하자니 약간 불편하기도 한 레시온이었다.
일전에는 표창을 집어 든 다음 자벨린 스트라이크를 시전하여 날려 주면 기본적으로 중상은 입힐 수 있었기 때문에 편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취익! 인간을, 취익! 죽이자!”
흥겨운(?) 콧소리를 내며 소리친 오크들이 마지막 전의를 불태우며 레시온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쌍으로 교차하는 오크들의 일격!
그러나 공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어왔다.
“퀘엑!”
오크들이 멱따는 소리를 내뱉으며 레시온의 칼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례대로 쓰러졌다. 약간 수상하다는 것을 느낀 레시온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쓰러진 오크들의 신형 너머에 복수의 대상인 데스사이트의 팀원들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