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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거괴동 1권(9화)
第二章 은거괴인(隱居怪人) ― 그래, 나 공처가(恐妻家)다! 불만 있냐?(6)
그러나 무심한 눈길만이 보였다.
서서히 독고천의 등이 굽혀졌다.
그리고 양손을 땅을 향해 뻗었다. 그렇게 결국 독고천은 엎드리고 말았다.
그러나 땅을 짚고 있는 독고천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었다.
무심히 아래를 내려다보던 천선우가 말했다.
“난 강자다. 그렇기에 네놈을 가축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강자인 것이다. 강해지고 싶다고 했지? 강해져라. 나를 가축으로 부릴 수 있을 때까지.”
그저 독고천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말을 마친 천선우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엎드린 독고천의 등에 앉았다.
그 순간 독고천의 몸은 격렬하게 떨렸다.
그러나 천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산책이나 가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독고천이 조금씩 움직였다.
천선우는 무심한 눈으로 독고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느렸지만 독고천은 꾸준히 움직였다.
어느새 흙바닥에 끌리는 무릎은 피로 낭자했고 손바닥은 피부가 갈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천선우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독고천은 계속 기어 다녔다. 천선우의 거처를 중심으로 돌고, 또 돌고 또 돌았다.
이젠 힘이 빠져서 팔에서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지만 독고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속 기어 나갔다.
“수고했으니 먹어라.”
천선우가 땅에 던진 것은 나뭇잎이었다. 그것도 벌레들이 먹고 난 후의 얄팍한 나뭇잎이었다.
잠시 기는 것을 멈춘 독고천이 조심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뭇잎을 하나씩 입으로 주워 먹었다.
나뭇잎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땅으로는 작은 빗방울이 독고천의 눈가에서 떨어졌다.
나뭇잎을 다 먹고 나자 독고천의 입가는 흙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나뭇잎을 씹는 독고천의 입은 떨리고 있었다.
“잘 먹는구나. 가자.”
천선우의 나직한 말에 독고천은 또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거대한 폭포에 다다랐다.
그러자 천선우가 독고천의 등에서 내려오며 폭포 근처 물가에서 물을 떠다 마셨다.
시원한 물줄기가 허공에 휘날리며 사나이의 가슴을 뚫어 주고 있었다.
독고천은 미친 듯이 물가로 기어갔다.
그때 천선우가 나직이 말했다.
“마시지 마라.”
기어가던 독고천이 멈칫하더니 아무 말 없이 엎드려 있었다. 독고천은 혀로 마른 입술을 핥고 있었다.
독고천은 짠맛을 느꼈다. 자신의 눈가에서 흘러나오는 눈물과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물이 그의 혀를 자극했던 탓이다.
그리고 태양이 지고, 달이 떴다.
한원기도 중간에 왔었지만 천선우의 호된 호통을 듣고는 쫓겨나 버렸다.
독고천은 그저 엎드려 있을 뿐이었고 천선우는 폭포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어둠을 밝혀 주는 달만이 그들을 내리쬐고 있었다. 무심히 폭포를 올려다보던 천선우가 나직이 물었다.
“어떤가? 도태된 짐승의 역할이? 많은 놈들이 이곳에서 이탈했었지.”
그랬다. 은거괴동에 들어왔던 자들은 천선우를 거쳐 갔고, 많은 자들이 이곳에서 이탈했었다.
하지만 독고천은 이탈할 수 없었다. 굴욕과 동시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복수를 하기 전에 은거괴동을 떠날 순 없었다.
작은 희망이라는 불씨가 은거괴동에서 보였고, 독고천은 그것을 잡아내야 했다.
“…….”
독고천은 아무 말 없이 땅만을 직시하고 있었다.
천선우가 말을 이었다.
“이 굴욕을 잊지 마라. 무림(武林)은 결코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진정한 절망이라는 것을 겪어 보지 못했던 놈들은 흐릿한 검광(劍光)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이곳까지 견뎌 주어서 고맙다.”
천선우가 엎드려 있는 독고천을 손수 일으키며 나직이 말했다. 몸을 일으킨 독고천이 손으로 흙으로 칠해진 입가를 닦아내더니 눈물을 흘리며 웅얼거렸다.
“자, 잘 부, 부탁드립니다.”
웅얼거리는 독고천을 무심한 눈길로 직시하던 천선우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독고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반갑다. 난 천선우다.”
감격한 모습의 독고천을 유심히 쳐다보던 천선우가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진중하게 말을 꺼냈다.
“물론 이것을 무림의 삶과 비교하기엔 무리다. 단지 이것도 견디지 못할 애송이라면 내 수련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 담긴 시험일 뿐이었다.”
독고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짐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자 천선우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폭포 옆에 있는 절벽의 위를 가리켰다.
독고천이 절벽 위로 시선을 올렸다.
그곳에는 당하천이 반가운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천선우가 설명했다.
“너는 맨손으로 절벽을 올라간다. 내공을 써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가끔씩 당하천이 암기를 던질 것이다. 암기의 수는 서서히 늘어 간다. 그럼 시작해라.”
뭐라 대꾸할 시간도 안 주고는 천선우가 말을 내뱉었다.
독고천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심히 물었다.
“물은 마시고 올라가도 될까요?”
“당연하다. 이것도 같이 주마.”
천선우가 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넸는데 그것은 벽곡단이었다.
작은 콩같이 생긴 벽곡단은 하나를 먹으면 최소한 공복은 벗어날 수 있었다.
주머니를 열어 보던 독고천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물을 떠다 마시고는 곧바로 절벽 위에 철썩 달라붙었다.
그러자 천선우가 나직이 말했다.
“절벽을 올라가기 전에 지형을 잘 파악해라. 우선은 관찰력과 순발력, 그리고 집중력 훈련이다.”
절벽에 달라붙은 독고천이 시선을 위로 올렸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직접 달라붙어서 보니까 차원이 달랐다.
말 그대로 까마득했다.
그러나 독고천의 심장은 더욱 두근거렸다. 그리고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강해 보이는 굴곡으로 움직이며 신중히 움직였다. 처음에는 떨어질 뻔했지만 천천히 올라갈수록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며 독고천은 숨을 고루 쉬었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느꼈을 때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갑작스런 현기증에 손을 놓을 뻔했다.
가까스로 튀어나온 굴곡을 움켜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절벽에서 떨어진다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물론 허공에서 허우적거려서 냇가 쪽으로 떨어진다면 살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끝까지 가는 거다! 그리고 무공을 익혀서 그놈들을…….’
순간 어머니와 장원의 모습이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흥분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흥분에 의한 광기는 그 당시에 충분히 풀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다가가야 했다.
한 가지 방법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을까.
위쪽 바위로 올라가는 독고천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
우두둑―
움켜쥐었던 굴곡은 흙이었다. 흙이 굳은 상태로 있던 탓에 돌로 착각한 것이다.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며 독고천이 신음을 터트렸다.
“크흑.”
오른손을 바동거리며 굴곡을 찾으려 했지만 모두 밋밋한 절벽일 뿐이었다.
서서히 왼쪽 팔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왼손마저 잡은 곳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독고천의 시선에서 세상이 느려졌다.
서서히 몸의 균형은 뒤로 쏠렸고, 푸른 하늘이 독고천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죽는 건가……?’
막상 그런 생각이 들자 독고천은 미친 듯이 섭섭했다. 드디어 자신이 헤쳐 나갈 길을 찾았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리는 것은 싫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있는 힘껏 몸을 바동거렸다.
최대한 살기 위하여 절벽 쪽으로 손을 내뻗었다.
그러나 몸은 뒤로 쏠렸고, 결국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분명 떨어지고 있다고 독고천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독고천은 허공에 떠 있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자면 절벽에 수직으로 걷고 있는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 멍하니 있던 독고천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독고천, 한 번만 살려 주는 거다. 빨리 자세 못 잡나?”
천선우였다. 천선우가 손을 절벽 쪽으로 올린 채 독고천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무림인이 본다면 혀를 내두르며 기겁할 장면이었다.
무림인들은 단전에 있는 기(氣)를 형상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병장기의 능력이 더욱 향상되는 것이고, 더욱 위협적인 것이다.
하지만 천선우가 보여 준 기의 형상화는 차원을 달리했다.
격공섭물이라는 경지가 있다.
기를 사용하여 물건을 공중으로 띄우는 경지인데 엄청난 내공과 심오한 깨달음을 요구하는 경지였다.
그러한 격공섭물의 전설적인 경지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독고천이 무엇을 알리오.
그저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안도할 따름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급히 독고천이 자세를 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던 독고천의 올라가는 속도가 향상되기 시작했다.
무슨 마음가짐이 독고천의 원동력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땀을 흘리며 절벽을 올라가는 독고천은 즐거워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독고천의 육감이 위험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절벽의 꼭대기로부터 외침이 들려왔다.
“하나 떨어진다. 이마 쪽으로.”
외침과 함께 독고천의 시야에 괴이한 것이 잡혔다.
그것은 작고 날카로워 보였는데 독고천의 이마를 노리고 떨어지고 있었다.
‘다, 당하천 선배?’
독고천이 기겁하며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가까스로 암기가 왼쪽 팔을 스쳐 지나가며 상처를 만들었다. 약간의 찰과상이 생겼지만 이마에 박히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슬쩍 땅을 흘겨보며 고개를 내저을 무렵 또다시 외침이 울렸다.
“두 개 떨어진다. 양쪽 팔에 하나씩.”
순간 독고천의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양쪽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양쪽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였다.
무모하고 남이 본다면 기겁할 일이었지만 독고천의 마음가짐은 예전과 달라진 상태였다.
침을 삼키며 독고천이 양쪽 팔과 양쪽 다리를 서로 맞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일직선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덕에 암기는 이미 독고천을 지나친 상태였다.
가공할 속도로 추락하던 독고천이 이를 악다문 채 양쪽 손과 발을 바위에 쑤셔 넣었다.
콰다다다―
바위들이 부서져 나가며 독고천의 손과 팔이 격렬하게 떨렸다. 이미 피부는 까졌으며 피가 낭자했다.
땅에 박힐 것만 같았던 독고천이 바위에 달라붙은 채 서서히 멈추었다.
미친 도박이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독고천 자신도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미친 짓이었다.”
혀를 차며 다시는 하지 말자고 다짐한 독고천은 다시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 열아홉 개의 암기가 던져지고서야 독고천은 절벽을 정복할 수 있었다. 물론 당하천은 보복이 두려웠는지 아니면 무엇이 켕겼는지 사라진 후였다.
“드디어 해냈다!”
절벽 위에서 주위를 훑어보던 독고천이 만족한 외침을 내질렀다. 그러자 절벽 아래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독고천은 뿌듯한 표정으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선배님도 올라오시죠!”
“올라가마.”
천선우가 한쪽 발을 절벽으로 옮기더니 다른 발마저 절벽으로 옮겼다.
당장이라도 뒤통수가 깨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천선우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대로 천선우는 절벽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직한 발소리가 울리자 아래를 내려다보던 독고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신이 꿈꿔 오던 고수(高手)의 모습을 본 탓이다.
독고천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서서히 강해지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단전을 쓰다듬었다. 팽팽한 기운이 독고천의 손에 반응하듯이 몸을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반응이 독고천을 고수로써의 단계로 한 걸음씩 내딛게 하고 있었다.
어느새 올라온 천선우가 독고천을 보며 만족한 듯이 말을 꺼냈다.
“내 수련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절벽 등반과 잠수, 그리고 면벽이 그것이다. 이곳은 사 일에 한 번씩 오면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수고했다.”
천선우는 말을 내뱉고는 홀로 사라졌다.
독고천은 그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기적인 놈인 줄 알았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놈들 있잖은가. 그러나 지금은 그의 뒷모습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언젠가는…….’
***
“자, 오늘은 쟁반신공의 기초에 대해서 배워 보자.”
한중석이 쟁반을 들고 눈썹을 까닥였다.
옆에서 탁호는 독고천의 잘못을 잡아내기 위해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독고천이 침을 삼키며 한중석으로부터 쟁반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한중석이 쟁반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선 쟁반은 오묘한 면이 있다. 완벽한 원일 수도, 완벽한 사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완벽함을 살리는 것이 쟁반신공의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입니까?”
독고천이 묻자 한중석이 손을 흔들었다.
“좋은 질문이다. 우선 쟁반신공에는 대표적으로 세 개의 기술이 있다. 첫 번째는 투팔쟁반(投捌錚盤)이 그것이고, 두 번째는 빙한쟁반(氷寒錚盤) 그리고 마지막은 화염쟁반(火炎錚盤)이다. 그중 화염쟁반은 쟁반신공의 필살기라 볼 수 있지.”
“이름만 들어도 대단하군요.”
독고천이 탄성을 내지르자, 한중석이 만족했는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선조 분들이 만드셨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한가 집안의 힘인 셈이지.”
잠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오만한 표정을 짓던 한중석이 독고천에게 손을 흔들며 자세를 취했다.
“자, 이렇게 해 봐라.”
독고천이 한중석을 흉내 내자, 한중석이 손을 흔들며 쟁반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독고천이 처음에는 쟁반을 떨어뜨렸지만 계속 반복하자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었다.
한중석이 재촉했다.
“더 빨리 돌려라.”
독고천이 손목이 빨라질수록 쟁반의 속도는 가공할 정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허공을 가를 정도였다.
휘익―
살벌한 소리가 연신 쟁반으로부터 들려왔다.
독고천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의외로 대단한 효과에 놀란 것이었다.
한중석이 손목을 가볍게 채찍 휘두르듯 휘둘렀다.
“자, 이렇게 손목에 힘을 줘라.”
힐끗 한중석을 쳐다본 독고천이 그대로 흉내 냈다. 그러자 미친 듯이 돌아가던 쟁반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휘잉―
쟁반이 허공을 가르며 객잔 벽을 향해 날아갔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벽에 쟁반이 박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에 독고천은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중석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처음 했던 시절보단 조금 약하군.”
“그렇습니까.”
독고천이 침울해하자, 한중석이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서 쟁반이 박힌 부분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켰다.
‘어, 엄청난 놈이다. 난 처음에 돌리지도 못했는데.’
하지만 금세 표정을 바꾼 한중석이 헛기침을 했다.
“뭐 잘한 편이다. 이제 이것의 경지를 능가하면 쟁반에 차가운 기운과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선 이것만을 수련합니까?”
“그래, 다음 경지들은 워낙 심오한 것들이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우선 가벼운 것부터 하도록 하지.”
한중석이 친절한 설명에 독고천은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독고천이 힘차게 외쳤다.
“꼭 완성하겠습니다!”
한중석은 슬쩍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이놈 나보다 고수가 되면 어떡하지.’
그리고 한중석의 쓸데없는 고민과 함께 독고천이 은거괴동에 온 지, 삼 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이 흘렀다.